[웰다잉 오디세이 2026] 5. 죽은 다음

D-29
우리의 무지는 전문가를 통해 보완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왜 무지한가? 원인을 찾지 않는다면, 무지의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장례가 이토록 모를 것이 된 까닭에는 도시가 있었다. 모두 도시로 왔다. 도시의 병원에서 태어나 시설에서 늙다가(돌봄의 외주화) 병원에서 죽는다(임종의 의료화). 골방이나 다름없는 처치실에서 임종을 맞는 것이 현대인의 죽음이다. 이후의 운명은 상조회사나 장례식장에 맡겨진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추모식은 장례를 대체하는 방식인데, 핵심은 두 가지예요. 하나는, 떠나보내는 사람을 기억하는 자리. 두 번째는 상실감과 슬픔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시간. 지금의 장례에는 슬픔을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요. 울고 있을 수도 없어요. 손님들이 막 들이닥치니까. 그런데 사실 마음은 너무 힘들어요.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죠.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작은 결혼식 하려다 부모님 반대로 포기했었어요. 관습이라는 게 참 무섭더라고요. 장례식도 친척들 장례식 치르면서 이건 좀 아니다 싶은 게 많았는데 요즘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하니까 좋네요. 전 자식들한테 저 염도 하지 말고 수의도 입히지 말고 그냥 바로 태워서 산에 뿌리라고 하고 싶은데 이게 가능할까 싶었거든요. 장례식 대신 추모식을 치르는 것도 좋아 보입니다.
혈연 가족 울타리 바깥에 존재하는 이들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결과는 ‘연고 있는 무연고자’의 증가로 드러났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무연고 유골이 있을 자리는 지하다. 이 모습이 만들어지기까지 지금의 ‘가족’이 있었다. 출산, 양육, 부양, 연명, 의료, 그리고 장례까지. 한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일이 오직 (정상)가족 단위에서 해결되어야 한다는 명제를 둔 사회는, 가족을 벗어나 구성원이 맺는 다양한 유대적 관계를 보려 하지 않는다. 무연고자가 증가한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아이들한테 아빠는 공영장례로 장례를 치르고 싶다고 이야기해요. 아빠가 세상을 떠날 즈음에는 장례도 사회보장제도로 보장받아서 누구나 공영장례로 떠날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고요.” 그는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장례를 말하고 있다. 자신이 운명할 때는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는 공영장례를 치르길 바란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공영 장례...생각지도 못했던 개념을 알아가네요. 그러게요. 아이들 임신 출산 양육을 나라에서 책임진다고 큰 소리 치는 걸 듣게 되는데 장례는 왜 개인에게만 맡기는 건지, 오늘에서야 생각해 보게 됩니다.
죽음과 죽음 다음을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여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작가님과의 북토크에 참여하면서 장례식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해 보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몇년 전 보았던 무브투헤븐 move to heaven 이라는 드라마를 생각했습니다. 독거사를 한 분들의 공간을 청소하는 아버지와 아들(자폐스펙트럼을 가진)의 이야기였는데, 모르는 사람의 삶과 죽음에 예의와 정성을 다하는 것이 감명깊었거든요. 책에서 본 좋은 장례 노동자분들의 이미지와 겹쳤습니다. 앞으로 조금 더 주위의 보이지 않는 죽음들을 살펴 봐야겠습니다. 좋은 책 써주시고, 또 같이 읽을 수 있어서 참 감사했습니다. 6월의 책에서 또 뵈어요.
얼마나 ‘좋은 자식’인지는 관혼상례 모든 단계에서 검증받게 마련이다. 특히 장례는 가정의례의 연말 시험 같은 위상이라고 할까. 노릇을 평가받는 중요한 시험대다. ‘번듯한’ 자식은 ‘번듯한’ 장례를 치른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평생 치마를 입지 않았으며 성별화된 옷을 거부해온 이의 마지막 옷이 치마가 된다. 그를 평생 갈등하게 하고 숨게 하고 존재하게 하고 드러내게 만든 육신이 맨몸으로 안치대에 놓인다. 그를 이해하지 못할 사람들의 시선 아래. 반평생 다른 생명의 살을 먹지 않은 비건 생활자의 제사상에 초식동물과 물살이(물고기)가 올라간다. 친족 성폭력 사건으로 가족과 의절한 이의 장례식 상주 자리에 그 가족이 앉는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장례식 하나로 우리 사회의 모든 요소를 하나하나 살펴보는 느낌이네요. 얼마나 방대한 자료를 조사하고 얼마나 많은 인물을 인터뷰하셨을지 상상이 안 됩니다. 존경스러워요.
사는 건 그런 게 아니지 않나요? 묻고 싶다. 내가 올라타 있는 건 시소가 아닌 그네라 믿으니까. “사는 건 시소의 문제가 아니라 그네의 문제 같은 거니까. 각자 발을 굴러서 그냥 최대로 공중을 느끼다가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내려오는 거야. 서로가 서로의 옆에서 그저 각자의 그네를 밀어내는 거야."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우리는 키우던 병아리를 쓰레기봉투에 넣자는 말에 울고불고했지만, 담장 밖에서 얼마나 많은 생명이 죽어가는지를 깨치며 자라기엔 너무 바빴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반려동물 장례까지 다루실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장례의 다양한 이야기를 보게 되네요. 이번 챕터를 보다 보니 제 동생이 17년간 키우다 무지개 다리 건넌 고양이가 생각났어요. 저랑도 정이 많이 들었던 아이라 떠났단 소식에 눈물이 났었었는데 동생 사는 데가 멀어서 고양이 장례 치르는 데에는 못 가 봤지만 사진과 소식 들으니 뭔가 마무리가 되는 기분이랄까 정식으로 작별하는 기분이랄까 그런 게 들더라고요. 역시 장례는 남은 자들을 위한 것인 듯해요.
의례와 애도는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코끼리들의 애도 행위는 인간의 장례와 닮기까지 했다. 코끼리들은 죽은 코끼리의 곁을 떠나지 않으려 한다. 어떤 코끼리는 주기적으로 죽은 친구를 찾아가 몸에 흙을 뿌린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죽은 친구의 몸에 최소한 5밀리미터 이상 두께의 흙이 덮였다.”1 한 동물학자의 기록이다. 코끼리를 비롯해 몇몇 동물들은 사체 곁을 떠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음을 받아들일 때까지.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퇴직금 없는 일용근로자 지위와 주 52시간 근무제 같은 법적 권리가 지켜질 리 없는 노동의 형태는, 주어진 일자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가려진다. 우리 사회는 나이 든 여성의 노동을 값싸게 여긴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화제로 지정된 대화
지난 5월 26일, 수북강녕에서 열린 김희정 작가님의 『죽은 다음』 북토크 가 있었고 부족한 제가 ^^ 사회를 보고 왔습니다. 마음속에 가득 찬 따뜻하고 다정한 여운이 가시기 전에, 그날의 빛나던 순간들을 기록으로 남겨봅니다. (오늘까지 남기지 않으면 이 공간이 문을 닫게 되거든요.) 수북강녕에 도착해 폴딩 도어를 열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싱그러운 초록 나무들이 온 몸으로 반겨주었습니다. 마침 촉촉하게 비가 내리고 있어서 분위기가 한층 더 운치 있고 멋졌어요. 처음 뵙는 희정 작가님은 책의 분위기와도 참 잘 어울리는 우아한 검정 원피스를 입고 오셔서 조근조근 참 고상하고 아름답게 말씀을 잘해주셔서 반해버렸습니다. 중간에는 빗소리와 바깥 소음 때문에 문을 닫고 진행했는데, 문을 닫자마자 아주 아늑하고 집중도 높은 공간으로 변신하더라고요. 가장 인상적인 댓글에 대해 이야기 나누다가 오타 지적 에피소드가 나와 다 함께 웃음이 터지기도 했고, 최근 어머니를 떠나보낸 독자분들의 사연을 나눌 때는 모두의 마음속에 묵직한 울림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여러분은 어떻게 죽고 싶으신가요?"라는 질문을 관객석에 던졌을 때, 다들 진지하게 몰입하시던 표정이 기억에 남고요. 빗속을 뚫고 찾아와 서점을 발 디딜 틈 없이 꽉 채워주신 관객분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도와주신 분들 덕분에 제 기억 저장소에 평생 남을 행복한 하루가 완성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피치 못할 사정이나 스케줄로 아쉽게 참석하지 못하셨던 분들께도 멀리서 보내주신 따뜻한 응원의 마음이 모두 닿았기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 언젠가 마주할 죽음이라는 페이지를 이토록 다정하고 따뜻하게 짚어볼 수 있게 해준 희정 작가님과 수북강녕, 그리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우리 다음 멋진 만남에서 또 반갑게 만나요! 분위기 좋은 곳에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쵸 바깥 소리 때문에 초반에 뒷쪽 자리에 앉아있던 제게는 작가님 목소리가 잘 안 들리긴 했지만 운치가 있더라구요. 희정 작가님의 목소리가 생각했던 것과 딴판이라고 생각했는데 '조곤조곤'의 사전적 의미에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은근하고 부드러우면서도 하나하나 꼼꼼히 빼먹지 않고 말하는 모양 그래서 더욱더 신경을 집중하고 들어야 하는데 여기서 그날 선물받은 책 '뒷자리'에서 '보이지 않는 사람들' '들리지 않는 사람들'같은 표현을 질색한다고 쓰신 게 반영되는 것 같아요. '기록 노동자'라는 직업답게 하나하나 외면하거나 지나치지 않고 싶은 마음이 잘 드러났습니다. 오늘 보니 '죽은 다음'이 서울 국제 도서전 책 중 '한국에서 가장 지혜로운 책'으로 선정되었더라구요. 축하드립니다~
@김새섬 대표님과 희정작가님의 북토크를 직관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지만 이렇게 북토크 후기를 올려주셔서 감사하게 그때의 분위기를 대신 느껴봅니다. 하루 남겨두고 완독을 하게 되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아쉽지만 그래도 좋은 책을 읽을 수 있어 무척 감사합니다. <웰다잉 오디세이 2026>에서 5번째 책으로 선정된 <죽은 다음>을 읽는 내내 감탄이 나오더라구요. 이 책만큼 세심하고 따뜻하게 우리의 일상에서의 죽음을 친절하게 다루어 준 책이 또 읽을까 싶더라구요. <죽은 다음>에서는 상조회사, 반려동물 장례식 그리고 사회장이나 부산시민 공영장례조합 등 우리 바로 옆에 있는 또는 필요하지만 우리가 놓치고 있던 죽음과 관련된 여러 일들을 그곳에 몸담고 계시는 분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전 상조회사에 가입하면 장례식장의 거의 모든 걸 알아서 해주시는 건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고 장례식장에서 따로 챙겨야 할 것 들이 꽤 있다는 사실이나 반려동물 장례식은 사람들의 장례식보다 더 애도의 시간을 충분히 준다는 사실에 부럽기도 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안치실을 사랑방으로 만들거나 전날 과음하고 온 장례지도사의 모습은 누군가에게는 다시는 소중한 이를 볼 수 없는 절망의 공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직장의 공간이라는 모습도 불편하지만 신기했습니다. 부산시민 공영장례조합도 요즘처럼 1인가구가 점점 늘어나는 우리 사회에서는 또다른 장례문화가 되지 않을까 싶고 죽음 앞에서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모습이 든든하고 따뜻해 보였습니다. 이 책만큼 우리의 삶 속의 죽음에 대한 문제를 다각도로 다룬 책이 또 있을까 싶고 그래서 희정작가님의 <죽은 다음>은 많은 분들과 함께하면 좋겠습니다.
세상에서 사람을 지우는 장이 아니다, 그를 추억할 수 있는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기억하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저는 장례라는 의식을 프로듀싱한다고 생각해요. 장례지도사는 프로듀서이기도 하고 보조출연자이기도 한 거죠. 이 무대의 주인공은 고인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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