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인의 죽음과 장례를 숱하게 보거나 간여하다가 정작 자신의 죽음 이후는 자신만 전혀 모르고 가는 것이, 사람과 뭍 생명의 결국이다. 죽음은 그 자체로 당사자에게 종결이다. 생애의 모든 긍과 부, 기쁨과 고통과 걱정은 죽음을 통해 완벽하게 끝나고, 나머지는 산 자들의 몫이다.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3,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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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근데 여기서 간여 -> 관여, 뭍 생명 -> 뭇 생명'이 맞지 않나요? 전자책만 그런 건지 오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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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입말이 책을 덮을 때쯤에는 "산 사람은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묵직한 질문으로 변모한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5,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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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죽음이 끝이 아니고 끝이 될 수 없는 이유는 죽은 사람의 장례를 산 사람이 치르기 때문이다. 죽음은 삶을 각성하게 한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6,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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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생로병사의 '생로병'이 삶 쪽에 있다는 사실은 그것이 얼마나 신산한지 짐작게 해준다.죽음을 통해 무수한 삶을 조명하는 이 책은 누가 있었는지와 누가 있는지를 끊임없이 길어 올린다. 죽음을 잘 치러내면서 역설적으로 잘 살고 싶어지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죽음을 얘기할 때조차 희정의 글은 삶 쪽에, 사람 곁에 있으니 말이다. 그에게는 사람이 현장이다. 없음에서 있었음을 떠올리는 일, 희정은 지금껏 누구보다 성실하게 이 작업을 해왔다. 삶을 소외시키지 않는 '있음'으로, 죽음에서 소외당하지 않는 '있었음'으로.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7,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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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여러 가지로 고마웠소.
저야말로 고맙습니다.
천만에.
아니 정말 고맙습니다.
무슨 말씀을.
아니, 정말 고맙습니다.
원, 별소리를 다 하는군.
그런데... 어째 떠날 마음이 안 나는데.
그게 인생이죠.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3,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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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없다'와 '있었다' 사이의 시차와 간극을 메우는 것이 우리의 슬픔이라고 했지만, 나는 묻고 싶었다. 그 슬픔은 어떤 모습인가요? 틈새를 메워야 할 슬픔의 모양을 알 수 없어 내게 죽음이란 슬퍼하기도 어려운, 보이지 않는 도돌이표 같았다.
하지만 괜찮았다. "사는 게 금방이잖아요." 예순을 넘기고, 일흔을 넘긴 이들이 해주는 말이 있었다. 사는 게 금방이니, 죽는 일이 금방인 것도 당연했다.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4,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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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죽음을 통해 배우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이라고들 하는데, 삶을 아는 일도 가당치 않아 보였다. ...
그럼에도 '있음과 없음' 사이에서 헤매는 것보다는 모르는 일을 뒤적이는 것이 나았다. 작은 가닥이라도 잡힌다면 그것을 손에 쥐고 싶었다.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5,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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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수십만 명의 마음을 저마다 짐작할 순 없다. 내가 알 수 있는 건 단 하나였다. 죽고 싶지 않다는 사람도, 죽고 싶다는 사람도, 다가오는 그 시간 앞에 자신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
인생의 마지막에 떠올리는 건 사람들이었다.
.... 내가 죽음에 관해 아는 유일한 한 가지는, 혼자 죽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이다.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6,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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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최초의 누군가가 주검 위에 흙을 덮은 순간부터 죽음은 1인칭이 아니었다. 죽음만큼 사람을 필요로 하는 일도 없다.
...
남겨진 사람에게는 남겨진 사람의 몫이 있다. 사람의 몫이라는 건 노동을 의미한다. 손과 발, 눈과 입, 관절과 오장육부, 모든 것을 동원해 처리하고 정리하고 기억한다. 그 노동이 집중되는 시공간은 장례이다.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6-17,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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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혼자 죽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 무색하게도 누구나 혼자 죽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산다. ... "혼자 살게 되면 어쩌나요?"라고 물으며 결혼 시장으로 향하던 이들은 줄어갔지만, "혼자 죽게 되면 어쩌나요?"라는 물음은 여전히 답 없이 남아 있다.
... 그래도 이제 사는 일에 대해서는 "혼자 살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요?" 정도의 질문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 사이로 이런 질문도 등장했다.
"다르게 살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요?"
이제 사람들은 죽음 앞에서도 같은 질문을 하려는 게 아닐까?
"다르게 죽으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요?"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6-17,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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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죽음 앞에서 사람이 하는 일을 보려 했다. 죽어가는 자를 찾아가진 않았다. 죽은 자를 둘러싼 사람들을 볼 생각이었다.
...
그러는 동안, 나는 이제껏 없다고 자신하던 내 안의 어떤 시선을 느꼈다.
관음. 모르는 이의 관 뚜껑을 살짝 들어 엿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
사람들은 시체를 두려워하지만, 시신이 나오는 공포물을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그런 시선이 내게도 있었다. 이 시선을 떼어놓을 방안을 찾아야 했다.
...
밖에서 엿보는 사람이 되기 싫다면, 길은 두 가지가 아닐까. 보는 일을 멈추든가, 아니면 그 안으로 들어가든가.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8-19,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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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동요하는 이 감정의 실체가 무엇인지 몰라도 두 손을 모아 쥐게 하는 종류의 것임은 분명했다. 동정이나 안쓰러움과는 확연히 다른 감정이었다. 나중에 내가 책에서 다음 구절을 읽었을 때 염습실에서 포개 뒨 나의 두 손을 떠올린 것을 보아 그건 숙연함, 그 언저리의 감정이었을 테다.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26,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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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버짐 핀 고인의 입가를 스윽 엄지로 닦아내며 그는 저승길 앞장선 배우자까지 소환한다. 옆에서 나는 남편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못 알아보고 지나쳐도 좋을 일이라 생각한다. 둘 사이 일은 둘밖에 모르니. 물론 생각을 입 밖에 내진 않는다.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27,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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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하고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도 가끔 이런 짓궂으면서도 넉살스러운 유머 감각이 나도 모르게 웃음을 자아낸다. 이 작가는 추천사를 써준 오은 시인처럼 글이 전체적으로 노래를 하듯이 박자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목소리의 강약 뿐만 아니라 감정의 온도도 높낮이가 느껴지는 조절 감각이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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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납량 특집이나 담력 테스트가 아니다. 마르고 검붉은 몸이 예쁠 리 없다. 두 눈만 감고 있어도 '곱게 돌아가셨네' 소리를 듣는 게 주검이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28,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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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숙연하거나 심각하기만 한 분위기로는 오래 버티지 못하는 게 삶이다. 내 생각에는 햄릿이 무덤 위의 해골을 보고 철학적 사색 뿐만 아니라 거시기한 농담따먹기를 했던 것처럼 이렇게 강약과 높낮이를 타고 내려가는 게 삶이고 이것은 장례의 과정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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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을 향한 애처로움이 애틋함으로 변한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 이곳에서는.
곧 떠날 사람이니까. 사라질 사람이니까. 잘해서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불끈 솟는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28,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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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실은 삶에서도 우리는 사람을 대하는 마음이 수시로 변하고 이들도 언젠가 모두 사라질 사람일텐데 우리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을 줄곧 잊고 무시하거나 상처 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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