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오디세이 2026] 5. 죽은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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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장례식장에서 일한 경험을 글로 써낸 다스슝의 일화가 생각난다. 다스슝은 어깨 통증을 느꼈는데, 마치 무언가가 어깨에 올라탄 것 같았다. 그는 장례식장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했고 그의 상태를 본 선배들은 은밀하게 그에게 ‘효과 좋은 곳’을 알려주었다. 영험한 무속인의 연락처일 거라 생각하고 펼쳐본 쪽지에는 마사지 가게 주소가 있었다나. 근골격계는 전 세계 장례인들의 직업병인가보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장례식장은 예식장보다 훨씬 늦게 들어온 공간이다. 1928년 《매일신보》의 <결혼공개내용>을 보면, 결혼식을 올리는 장소로 ‘공회당(교회 예배당), 동아일보사 강당, 식도원(음식점)’ 등을 짚었다. 이때부터 혼인식을 집 앞마당에서 해야 한다는 개념이 사라져갔다. 그에 비해 이로부터 30년이나 지난 1969년에야 가정의례준칙은 장례를 치르는 장소를 집과 더불어 ‘기타 편리한 장소’로 확대했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저도 어릴 때 장례식을 자기 집에서 치르던 분들이 기억 납니다. 성당 지하에서 치르는 분도 있었고요. 결혼식을 집 마당에서 올리는 풍경은 낯서네요.
요즘 시골 노인들은 한동네에서 살아온 이들과 마지막 인사조차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도심 병원이나 요양원에 가면 그걸로 끝이다. 다시 보지 못한다. 상여를 메고 마을로 오지 않는다. 아들딸이 사는 어느 도시에서 장례를 치렀다더라 소식만 들려온다. 아마도 그는 세상을 떠난 후 처음으로 이 고래실을 떠나게 되지 않을까.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검은 양복은 1934년 의례준칙의 시행에 따라 처음으로 상복으로 지정되었다. 이때 삼일장 절차도 만들어졌다. 그렇다. 일제강점기다. (일본의 시각에서)‘조선의 근대화’라는 명복으로 장례 절차가 정비됐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p.88, 희정 지음
그럴 만도 한 것이, 2008년 한 해에만도 16개 상조업체가 광고법 위반, 다단계판매법 위반 등으로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2010년에는 보람상조, 현대종합상조 임원이 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되는 일이 벌어진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상조가 미리 돈을 받는 선불식 할부 판매를 하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판매한 적 없는 상품의 대가로 선불 현금을 받는다. 선불금을 유용하여 수익을 내는 구조인데, 이 과정에서 사고가 난다. 상조회사의 난립으로 내부 경쟁도 극심해 부도나 파산의 위험이 뒤따랐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모바일 부고에 계좌번호가 함께 담겨 왔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p.88, 희정 지음
빈소가 작다는 건 조문객이 적다는 것이고, 이에 대해 업계 내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장례식장의 주 수익원이 음식 장사이기 때문이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p.89, 희정 지음
매번 뒤늦게 참여합니다. 열심히 달려볼게오
장례식은 우아할 수 없고 마음껏 슬퍼만 할 수도 없는 자리이다. 그렇지만 슬퍼하는 것만이 떠나는 이를 사랑했다는 증거는 아니다. 당신이 골치 아프게 판단하고 계산하는 그 일이, 그를 떠나보내는 자로서 책임을 다하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p.90, 희정 지음
한정된 시간이 고무줄처럼 늘어날 리는 없다. 그런데도 최대한 자신의 시간을 쪼개어 남겨진 이들에게 건네는 장례지도사들이 있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p.94, 희정 지음
규칙이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고객과 눈을 맞출 때는 활짝 웃어서는 안 된다. 무표정도 안 된다. 여기는 슬픈 곳이니 슬픈 표정은 더욱 안 된다. 장례식장과 서비스직 , 그 경계의 표정과 몸짓과 눈빛을 놓아야 한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p100, 희정 지음
퇴직금 없는 일용 근로자 지위와 주 52시간 근무제 같은 법적 권리가 지켜질 리 없는 노동의 형태는, 주어진 일자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가려진다. 우리 사회는 나이든 여성의 노동을 값싸게 여긴다. 하지만 빈소의 하루를 눈여겨 본다면 장례라는 산업이 중년 여성으로 대표되는, 돌봄 노동으로 단련된 이들의 노동 없이는 굴러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p101, 희정 지음
옛사람들은 수의를 북두칠성의 뜻을 이어받은 옷이라 여겼다. 멧베(대마 끈)로 시신을 일곱 번 묶는 등 지금까지도 북두칠성의 의미를 따른 흔적이 남아 있다. 청동기 시절부터 조상들은 북두칠성에 죽은 이의 명복을 빌었다. 어둠 속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어서일까. 칠성신은 염원의 신으로, 평온과 장수, 무병과 태평의 기도를 들어주는 신으로 여겨진다. 기도를 들어주는 신. 죽음 앞에서는 기도가 필요하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p122, 희정 지음
교육원 강사들은 상조회사로 취업하기를 권했다. 상조회사에 가면 일하는 만큼 번다고 했다. ‘일한 만큼 버는 곳’이라는 건 현실에선 이런 의미다. 낮은 기본급을 건당 수수료(수당)로 메우는 곳. 장례지도사 개개인의 전문성을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불안정한 고용 구조를 들여다보고 있자면 ‘인적 서비스’를 강조하던 광고들이 무색하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고인에게 무심한 지도사가 적지 않았다. 시신 소독과 처리 과정 때문에 장례업은 보건복지부 관리 소속이라 들었는데, 과연 이걸 소독이라고 말해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대충 처리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알코올 스프레이를 고인의 몸에 서너 차례 칙칙 뿌리고 끝이다. 고인의 몸을 닦는 솜을 적실 알코올 원액과 물의 비율까지 배운 것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동료까지 불러와서 안치실을 사랑방으로 만드는 장례지도사, 전날 과음하고 와서 고인의 코앞에 꺼억 트림을 해대는 장례지도사까지. 다채로웠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흔히 생각하듯, 도시는 단순히 시골의 반대말이 아니다. 근대 이후 형성된 도시는 ‘시장’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장소이다. 시장은 공간이 아니다. 모든 존재가 사고 팔리는 상품이 되는 세계의 작동 원리이고, 이곳에서는 인간마저 노동력이라는 상품이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이 세계는 모든 곳을 시장으로 만든다. 전문가를 통해 두려움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두려움은 시장에서 구매를 추동하기 위해 활용된다. 장례가 상업화되고 있다는 말은 단순히 장례가 돈이 되는 사업이란 의미가 아니다. 죽음을 향한 우리의 감각과 정동이 시장에 들어섰다. 아니, 시장에 갇혔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수의를 다 입혀드리고 나서 얼굴을 (감싼 천을) 여는데, 고인이 눈물을 주룩 흘리는 거예요. 내가 눈물을 닦아드렸어요. 다 놓고 가시라고. 편히 가시라고. 그런 걸 겪으면 영을 믿게 돼요."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p.95, 희정 지음
장례가 장례 산업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장례인도 서비스직 인력이 되었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p.107,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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