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오디세이 2026] 5. 죽은 다음

D-29
명당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잘도 자는' 자리를 만드는 것. 그것이 풍수라고 했다. 사람은 어떻게 하면 잘도 자나.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무연고자로 죽고 싶지 않다. 외로운 시체가 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다. 장례식장 실습을 하며 무연고 사망자가 어떤 취급을 당하는지 보고 들었다. 이 사회가 애도하지 않는 죽음을 어떻게 처우하는지. 서울시 같은 경우, 행정적으로 연고자를 찾는 데 보통 한 달가량 걸린다. 2월에 눈을 감은 김주성 씨도 3월에나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그 사이에 시신은 썩는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법이 정한 안치실 냉장 온도는 영하 4도다. 시신의 부패를 막기 위해 위생적 차원에서 정해진 기준이다. 그렇지만 이 온도에서는 시신이 언다. 염습을 하기 어려워진다. 일부 장례식장에선 편의를 위해 안치 냉장고 온도를 상온에 가깝게 올리기도 한다. 그런 곳에 오래 머문 시신은 부패한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법이 정한 온도를 유지했다고 해서 존엄이 지켜지는 것도 아니다. 오래 냉동 보관된 주검은 꽁꽁 언다. 의류가 얼어 몸에 들러붙는다. 썩거나 얼어버린 시신은 장례식장 막내 직원이나 실습생들의 손에 맡겨지는 일들이 있다. 오래 안치실에 머문 이들의 시취에 대해 익히 들은 터다. 그게 내 운명일 수는 없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읽을수록 실제적인 죽음의 모습들이 보여서 힘들지만 숙연해집니다 지난해 11월 떠나신 엄마의 장례식과 입관식 화장터의 모든 순간이 많은분들의 손길속에 잘 치뤄진 시간이었네요 사는것과 죽는것의 모습은 결국 우리들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안아봅니다
묘지는 인구가 밀집한 도시와 갈등을 빚는 골치거리가 되었다. 한국에서 죽은 자의 땅 묘지와, 산 자의 땅 도시와의 긴장 관계는 산 자의 승리로 귀결된다. ... 그리하여 가상묘지(virtualcemettres)가 대안으로 제시된다. 온라인 공간에 세우는 무덤이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준칙은 물론, 인간사를 다 뒤집을 수 있는 말인 '남들 보기에'가 여기에 등장한다. 체면. 따지고 보면 장례식은 체면 때문에 유지되는 절차이기도 하다. 사회 통념과 타인의 시선이라는 잣대를 대어 빈소 크기를 정하고, 제단 꽃 장식 규모를 결정한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요즘은 고향에 산 사람 집은 없고 죽은 사람 집만 있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p.169, 희정 지음
봉안당도 포화 상태라 그곳 명당도 자릿세가 비싸다. 200만 원에서 2000만 원까지, 자리에 따라 차이가 난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p.171, 희정 지음
지역마다 토양이 다르다. 배수와 토양. 사는 일이나 죽는 일이나 매한가지다. 흙에 맞게 석회를 쓰고 자리를 잡고 삽질을 해야 한다. 서해안 쪽으로는 황토라 부를만한 붉고 고운 흙이 포진되어 있다. 경기도 파주 쪽으로 올라가면 잔돌이 잔뜩 섞인 흙이 나온다. 지관이 모인 자리를 따라간 적이 있다. 그들은 손가락으로 흙을 집어 비비더니 품평했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p.173, 희정 지음
사는 일도 죽는 일도 땅과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네요. 요즘엔 화장을 많이 하니 땅과 연결되는 지점도 점점 멀어지는 듯 합니다. 살아서도 주택에 사는 일보다는 흙을 묻히지 않고 층층이 아파트에서 사는 일이 많지요.
농사짓는 일과 무덤 쓰는 일이 비슷하다고 했다. 사는 일과 죽는 일이 매한가지라는, 이해하기 어렵던 그 말이 조금씩 와닿는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p.174, 희정 지음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는 정해진 장소에 신고하여 시신을 매장하도록 하는 법(묘지. 화장장. 매장 및 화장 취체규칙)을 만들었다. 근대 공동묘지의 시작이다. 1930년대 미아리 공동묘지를 만들었으나, 3년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망우리에 경성 부림 공동묘지를 개설한다. 이것이 지금은 망우역사공원으로 불리는 망우리 공동묘지다. 아마도 40년도 지나지 않아 포화 상태가 된다. 2만 8000기의 분묘가 들어선 망우리 공동묘지는 1963년에 매장이 금지된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pp.174~175, 희정 지음
도시는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것을 밀어냈지만, 묘지는 밀려난 곳에서도 도시와 경합한다. 죽음이 삶을 에워싸듯이 “묘지는 도시를 에워”싼다. 씨앗 심는 땅과 무덤 쓰는 땅이 다를 것 없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p.176, 희정 지음
삶과 죽음이 벌이는 투쟁 한 판을 보는 듯 합니다.
좀 늦었지만 오늘부터 참여합니다!
밖에서 엿보는 사람이 되기 싫다면, 길은 두 가지가 아닐까. 보는 일을 멈추든가, 아니면 그 안으로 들어가든가.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9, 희정 지음
고인의 몸에서 욕창 밴드를 떼어내며 죽는 일보다 늙는 일에 대해 먼저 배웠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나는 사람은 잘 안죽는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사람은 죽으려면 죽는다. 그건 의지의 문제도, 운명의 굴레도 아니다. 그런 일이 있을 뿐이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학교라는 커뮤니티에선 그 친구가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쉬쉬하는 분위기 였어요. 그래서 다른 친구들이랑도 그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눠본 적이 없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제대로 된 애도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마음의 병이 깊어진 것 같아요."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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