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오디세이 2026] 5. 죽은 다음

D-29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는 정해진 장소에 신고하여 시신을 매장하도록 하는 법(묘지. 화장장. 매장 및 화장 취체규칙)을 만들었다. 근대 공동묘지의 시작이다. 1930년대 미아리 공동묘지를 만들었으나, 3년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망우리에 경성 부림 공동묘지를 개설한다. 이것이 지금은 망우역사공원으로 불리는 망우리 공동묘지다. 아마도 40년도 지나지 않아 포화 상태가 된다. 2만 8000기의 분묘가 들어선 망우리 공동묘지는 1963년에 매장이 금지된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pp.174~175, 희정 지음
도시는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것을 밀어냈지만, 묘지는 밀려난 곳에서도 도시와 경합한다. 죽음이 삶을 에워싸듯이 “묘지는 도시를 에워”싼다. 씨앗 심는 땅과 무덤 쓰는 땅이 다를 것 없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p.176,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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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늦었지만 오늘부터 참여합니다!
밖에서 엿보는 사람이 되기 싫다면, 길은 두 가지가 아닐까. 보는 일을 멈추든가, 아니면 그 안으로 들어가든가.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9, 희정 지음
고인의 몸에서 욕창 밴드를 떼어내며 죽는 일보다 늙는 일에 대해 먼저 배웠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나는 사람은 잘 안죽는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사람은 죽으려면 죽는다. 그건 의지의 문제도, 운명의 굴레도 아니다. 그런 일이 있을 뿐이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학교라는 커뮤니티에선 그 친구가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쉬쉬하는 분위기 였어요. 그래서 다른 친구들이랑도 그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눠본 적이 없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제대로 된 애도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마음의 병이 깊어진 것 같아요."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죽음을 피할 길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인정하지 못해 붙들고 있던 사실을 결국 받아들였다. 인정은 그에게 체념이 아닌 여유를 주었다. 생과 사 사이에 간격이 생기자, 비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할 틈을 가지게 되었다. 장례식장에서 가장 큰 vvip 특실을 빈소로 쓰는 사람도, 상주 이름을 적어둔 전광판에 대대손손 자손 이름이 가득한 사람도 안치대 위에선 혼자였다. 아니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는 내가 있었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그전부터 워크숍을 통해 사람들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왔는데. 조금 더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더라고요. 그리고 내 인생도 다음 챕터로 넘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간 제가 치유받은 경험들이 '소생'이라는 단어와 맞다고 생각했어요. 죽어가다가 살아난 상태. 내가 소생하는 과정을 사람들과 재미나게 풀어보고 싶어졌어요."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당신에겐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나요?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어차피 겪을 일을 겪는 거예요. 제 인생에서 바꾸고 싶은 건 아무것도 없어요." "또 그 누구의 기대도 충족 시킬 필요는 없지만, 스스로 기대는 충족시켜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제 믿음은 가족에게 배운게 아니라, 인생에서 겪은 일들과 상황을 통해서 만들어진 거예요. 어려운 시기일수록 믿음에 매달리죠." p. 189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생전장례식은 멈춰 세우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어이, 이대로 간다고? 잠시만.' 사는 대로 사는 나를 멈춰 세운다. 그리고 보면 타인의 장례식에 가는 일은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작은 생전장례식일지도 모르겠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ifrain님의 문장 수집: "도시는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것을 밀어냈지만, 묘지는 밀려난 곳에서도 도시와 경합한다. 죽음이 삶을 에워싸듯이 “묘지는 도시를 에워”싼다. 씨앗 심는 땅과 무덤 쓰는 땅이 다를 것 없다. "
삶과 죽음이 벌이는 투쟁 한 판을 보는 듯 합니다.
ifrain님의 문장 수집: " 지역마다 토양이 다르다. 배수와 토양. 사는 일이나 죽는 일이나 매한가지다. 흙에 맞게 석회를 쓰고 자리를 잡고 삽질을 해야 한다. 서해안 쪽으로는 황토라 부를만한 붉고 고운 흙이 포진되어 있다. 경기도 파주 쪽으로 올라가면 잔돌이 잔뜩 섞인 흙이 나온다. 지관이 모인 자리를 따라간 적이 있다. 그들은 손가락으로 흙을 집어 비비더니 품평했다. "
사는 일도 죽는 일도 땅과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네요. 요즘엔 화장을 많이 하니 땅과 연결되는 지점도 점점 멀어지는 듯 합니다. 살아서도 주택에 사는 일보다는 흙을 묻히지 않고 층층이 아파트에서 사는 일이 많지요.
재단을 하고 양쪽 짝을 맞춰 놔야 하니까, 핀을 꽂아놓는다고요. 그전에 같이 일하던 사람이 있었어요. 우리 어머니가 핀 안 뽑은 걸 발견했어. 그 사람에게 핀 잘 뽑아야 된다고 그랬어요. 그랬더니 그 사람이 하는 소리가 ‘죽은 사람이 알아요? 찔려도 찔리는지’. 그 소리 했다가 바로 잘렸어요. 그 마음 가지고는 절대 안 된다고. 그날 저녁에, 일한 거 계산해서 이제 안 와도 된다고, 딱 그러시더라고요.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매듭을 지어놓으면 죽은 이가 이승의 끈을 풀지 못해 꿈에 나타난다고 했다.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하다가, 그리우면 꿈에라도 찾아오길 바라겠지 싶어진다. 그리운 이가 있다면 그 사람 수의에 살짝 매듭을 묶어놓으면 될까. 그러다 정말로 그가 저승을 가지 못하고 구천을 떠돌면 어떻게 하나. 내세를 믿지 않으면서도 그립다가 두렵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청동기 시절부터 조상들은 북두칠성에 죽은 이의 명복을 빌었다. 어둠 속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어서일까. 칠성신은 염원의 신으로, 평온과 장수, 무병과 태평의 기도를 들어주는 신으로 여겨진다. 기도를 들어주는 신. 죽음 앞에서는 기도가 필요하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영원히 오래도록 살지 못했다. 관우도, 조자룡도, 진시황도 못 한 장생불사다. 슬퍼하지 마라. 아쉬워하지 마라. 상여 속 고인에게 불러주는 노래인가. 남은 이들에게 전하는 말인가. 상엿소리가 슬픈 것인지 사는 일이 슬픈 것인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만 리 길을 슬프다 슬프다 하며 갈 수 없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우느냐니 우는 줄 아나 가느냐 가는 줄 아나 어허어허 넘차 어하 “그런데 왜 그렇게 노래를 부르면서 가는 거예요?” “먼 길 가는데 흥이 있어야 가지요.” 상여가 나간다. 눈이 네 개 달린 도깨비, 방상씨가 역귀를 쫓으며 큰 창을 휘두르며 덩실덩실 춤을 춘다. 위에 달린 눈 두 개는 이승을, 아래쪽은 저승을 본다. 형형한 눈으로 거침없이 고인을 지켜주길. 방상씨의 질펀한 춤사위 뒤를 따르는 것은 명정. 빨간 천이 깃발처럼 나부낀다. 영여(상여 모형)와 만장이 뒤를 따른다. 동네에서 글 잘 쓰기로 손꼽는 이를 사서로 세워 만장에 슬픔을 적는다. 잘 가시오, 인사를 한다. 구름이 당신을 지킬 거고, 불삽이 당신을 지켜줄 겁니다. 운아(구름 운雲, 버금 아亞)라 쓰인 깃발을 든다. 자, 이제 상여가 나간다. 고인이 집을 떠나는 발인이 시작된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저는 장례라는 것이 결국 삶의 모습을 반영 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장례라는 게 누가 기준을 정해줬다해서 그것에 맞춰 따라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 내 삶이 반영 되지 않은 장례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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