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와 단둘이 있을 때, 어르신은 묵혀놓았던 말을 꺼냈다.
"미안하다고 했지."
"뭐가 미안하신데요?"
"오래 살아서."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43,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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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자신이 모은 농지가 뿌듯하다가도, 나 죽고 나면 저 땅이 고스란히 팔릴 것을 알아 잠시 울적하다가도, 그렇게라도 자식에게 무언가를 남겼다는 마음에 다시 뿌듯하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43,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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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오래 살아 미안하기도, 나이를 더 해주어서 고맙기도 하다. 나이가 들어 사는 일이란 그런 걸까.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44,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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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상여 속 고인에게 불러주는 노래인가. 남은 이들에게 전하는 말인가. 상엿소리가 슬픈 것인지 사는 일이 슬픈 것인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만 리 길을 슬프다 슬프다 하며 갈 수 없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45,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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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그런데 왜 그렇게 노래를 부르면서 가는 거예요?"
"먼 길 가는데 흥이 있어야 가지요."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45,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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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한국에서 유난히 묘지가 거슬린 데는 높은 인구 밀도 외에도 토지가 개발과 증식, 투자의 공간이 된 까닭이 있었다.
.... 땅은 귀해졌고 사람은 태워졌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48,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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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청년 이미지는 어디에서든 선호된다. 나이 든 장례업자에겐 탐욕의 이미지를 곧잘 씌우면서, 장례업에 종사하는 젊은 세대를 소개할 때는 선하고 무해한 '착한 청년'의 이미지를 활용한다. 신기한 일이다. 이곳도 직장인데 무구함만이 존재할 리 없다.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50,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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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그가 하는 선택이 학생답지 않고, 여자답지 않고, 젊은이답지 않았기에. 이해루는 그런 자신을 보호해줄 직업을 갖기로 했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51,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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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관혼상례의 한 조각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는 정례화된 규범을 거부하거나 거기에 의문을 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숨길 수 있다. 번잡한 질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51,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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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장례 3일은 짧아요. 솔직히 그건 시신을 처리하는 기간이지, 사람들이 마음을 돌볼 수 있는 시간은 아니라고 보거든요. 애도는 장례 이후에나 할 수 있게 되는 거 같아요.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58,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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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장례 전문가라 이야기하지만, 전문가란 다른 의미로 지식을 독점하는 위치이기도 하다. 의사 한 명 한 명의 노고와 무관하게 현대 의학은 우리가 내 몸을 이해하고 판단할 권한을 소수의 전문가들에게 국한한다. 장례라고 다를 순 없다.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59,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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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없음'과 '있었음' 사이에 채울 슬픔조차 알지 못했던 것은 나의 개인적인 무지가 아니었다. 어느 책에서 말한 것처럼 "죽음은 우리의 교과 과정에 빠져 있다". 우리는 죽음에 대해 배운 것이 없다. 장례는 더욱더. 무지의 자리에 '모르는 사람'이 들어 온다. 모르는 사람이 와서 내 몫의 장례를 치러준다. 나에게 남겨진 것은 "차가운 유리가 깔린 테이블 위에서 몇 번의 서명을" 하는 역할 뿐이다.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60,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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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무언가를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접은 후, 그는 자신에게 남은 시간을 이렇게 말했다.
"내가 땅에 떨어져 썩을 준비를 하고 있는 거 같아요."
....
"저는 제 일이 되게 대단하다고도 생각하지 않지만, 하찮다고도 여기지 않거든요. 내가 땅에 떨어진다면, 언젠가 다들 떨어지니까, 그렇다면 거름이 되면 좋겠지요. 그냥 아무 의미 없는 시간이 되진 않았으면 좋겠거든요. 내가 조금 힘들었던 거, 고생했던 거를 다음 사람들은 좀 덜 겪게, 덜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앞서 지나간 사람의 예의라 생각하거든요."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 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62,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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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그럴 때면 우리가 크리스마스 트리에 달린 장식 같아요. 중요하지 않지만 구색을 맞추기 위해 걸어둔 장식이요."
반짝이지만 점멸하는 장식.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63,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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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사람들이 사는 데 급급해서 정작 사는 걸 모르고 있는 느낌이에요. 사람들이 정말로 살아 있는 것처럼 살지 않고 꿈꾸듯이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어요. 심리학에서 페르소나라고 하잖아요. 그 가면이 나인 줄 알고 휘둘려 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아요. 장례 문화만 봐도 사별자가 이거를 진짜로 사고 있는 게 아닌 거예요. 울어야 할 것 같아서 울고, 사람들한테 보이는 거를 신경 쓰다 보니까 진짜 슬퍼할 수 없는 거예요."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64,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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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죽음은 삶의 가장 큰 상실이 아니다. 가장 큰 상실은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우리 안에서 어떤 것이 죽어버리는 것이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64,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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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좋은 집에 살던 사람이 명당에 묻힌다. 가난한 이들은 공동묘지에 부모의 시신을 몰래 두고 가고, 힘없는 이들은 피란 도중 이름 모를 곳에 자식을 묻었는데, 번듯하게 장사 지낸 집 자손들이 명당에 묘를 썼다는 이유로 대대손손 복을 누리는 건 아무래도 맞지 않다. 그게 세상사 이치라면 이 세상이 도리에 맞지 않다.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65,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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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그늘지고 습하고 질척이는 곳에 터를 닦는다면 인류는 생존 자체가 어려웠을 테니, 짐작건대 본능이 일깨우는 마음의 평화인지도 모른다. 다 살자고 하는 일이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66,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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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흠결 있는 땅에 나무를 심고 풀을 기르면서 그 자리를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냈다. 먼 훗날, 사람들이 울창해진 곳을 보고 명당이구나 한다. 사는 일과 비슷하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76,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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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생전장례식을 마쳤다고 해서 새로운 삶이 오지 않는다. 죽음이 오지 않는 것처럼. 단지 살아갈 뿐이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192, 희정 지음
그렉 이건 <잠과 영혼> 하드SF의 정수생명, 경계에 서다 -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마음의 그림자 :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로저 펜로즈의 양자역학적 의식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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