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의 부재는 최종적인 결별이 아니라, 그 대상에 대한 책임의 시발점이라 하였던가. 나를 움직인 건 일말의 책임감이었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354,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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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나의 일상과 안온이 흔들리는 일을 우리는 참사를 통해 경험한다. '나였을 수도'라는 말은 나를 둘러싼 세계의 상실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의 세계는 안전하지도 명료하지도 않다. 삶의 불확실성은 '나'라는 개인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는 '우리' 공동의 운명을 드러낸다. 우리는 살아내야 하기에, 우리의 취약함을 인정하고, 타자에 의존하고 의지하며, 서로를 돌보는 길로 걸어간다.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356,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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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얼마전 데미안 허스트 전시를 보면서 그가 무작위와 우연에 맡깉 작품들과 거의 편집증에 가까울 정도로 질서와 규칙에 집착하는 작품의 양극을 향해 치닫는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우리가 이런 '절차'와 '전통'에 집착하는 것은 모든 것이 사라지고 변하고 통제 불가능한 이 세상 속에서 우리가 이런 엔트로피에 저항하는 몸부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쩌면 그 통제에 저항하는 것 또한 그런 역설적 몸부림일 수도 있구요. 그 통제를 위한 몸부림이든 통제에 거스르는 역설적인 몸부림이든,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하고 고민해봤는데.. 어쩌면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것이 바로 투쟁이고 그 투쟁의 고단함과 투쟁을 함께 하는 '우리'를 잊지 않기 위해, 기억하기 위해 우리는 움직이는 게 아니었을까 싶네요.
borumis
“ 어떤 죽음은 안부를 물어주는 사람이 적다. "나였다면"을 생각하지 않는 죽음이 도처에 있다. 그 죽음에 '나'를 얽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나의 취약함으로 저들을 만나려면 무엇이 나의 삶을 흔들어야 할까.
나는 흔들리지 않는 나의 세계가 두렵다. 그 두려움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
.......
반드시 오는 죽음을 외면하거나, 어차피 오는 죽음을 허무로 비껴가지 않고 인간은 죽음 양식을 선택해왔다. 그것이 문화가 되었다. 선택하고 투쟁하여 살아가는 존재 앞에서 '닮지 않음'은 아무런 이유도 되지 못한다. 삶의 위계도, 죽음의 서열도 소용없다. 우리는 살아가기 위해 투쟁하는 존재이다. 내가 만난 장례지도사들이 '고생했다'며 연신 주검을 매만지는 건 이 때문이다. 이들은 살아가기 위해 투쟁의 고단함을 안다.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357-358,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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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불경하게도(신이 있다면 말이다) 자신이 언제 죽을지마저 정하고 싶어하는 오만한 생명체가 인간이다. 죽음은 지상에서 입은 자아(에고)의 옷을 반납하는 일이라 했다. 그렇다면 나는 끝내 에고라는 옷을 벗고 싶지 않은 것이다. 경솔하도록 오만한 일임을 안다. 그럼에도 준비된 죽음을 맞고 싶다.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359,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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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중장년 남성의 죽음이 이 사회에서의 낙오를 상징한다면 청년 여성의 죽음은 증발의 형태를 띤다.
..... 여성들의 자살 생각 원인 중 하나로 '돌봄 위험(돌봄 노동 대상자로 지목되어 당하는 착취 등)'을 짚은 것에 반해, 중장년 남성들의 고독사는 관계 맺음과 일상 관리가 되지 않는 사회적 고립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관계의 지장 안에서 돌봄(노동)을 압박받는 성별과 자기 돌봄조차 훈련하지 못한 성별이 있다.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363-364,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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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이 세상은 어떤 의미로는 학살터다. 기록조차 남기지 않는 조용한 학살이 있는가 하면, 숫자로만 중히 기록되는 학살도 있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364,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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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현재의 복지 체계에서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지원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 중장년층은 '노동 가능 인구'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들이 실제로 일을 하는지는 상관없다. 설사 노동하고 있지 않거나 노동할 수 없다고 해도 이들은 잉여 노동군으로 분류된다. .... 2000년대 중반, 경제 성장은 멈추고 취업은 어려워졌다. 젊은 세대의 자조 뒤편에, 진짜 잉여 취급을 받는 세대가 있었다.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365,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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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그러니까 복지망과 관계망이 존재해야 한다는 소리다. 어떻게 죽기를 원하건 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366,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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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집이 없는 존재들이 존재한다. 세상이 그들의 '집'이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거나 선택하지 않은 장소에서 죽음을 맞아야 한다. 이들의 죽음은 집이라는 물질성과 무관하게 '객사'다.
.... 내가 주체적으로 꾸려온, 안전하고 편안하고 일상적인 공간의 상징이 집이다. 그러한 장소를 마련하기 위해 우리는 사는 것이 아닐까.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 포르타주』 366-367,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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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돌봄은 죽음의 순간에도, 그 시간을 넘어서도 계속된다. 우리의 안온한 집은, 여럿의 확장된 돌봄이 없다면 마련되지 않는다. 그러니 혼자 죽지만 혼자 죽는 일 같은 건 없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367,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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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우리를 죽음으로 이끄는 시스템은 오랜 시간 변치 않았다. 형태를 달리해 나타나지만, 결말은 소중한 누군가를 잃는 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 죽음을 직면하는 우리는 변하고 있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370,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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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가족이 하나의 ‘투자 공동체’가 된 요즘, 자식 노릇은 더 강조된다. 능력주의 사회로 이행함에 따라 자녀라는 개별의 인적 자본은 자신의 투자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이것이 신자유주의 사회의 ‘정상가족’ 안에서 살아가는 아들딸의 역할이다. 장례는 투자 가능성을 가늠하고 가시적인 성과 배당을 확인하며 재생산하는 장으로 유지된다. 일례로, 장례식장 빈소에 진열된 화환만 해도 가족 구성원들이 어느 기업의 정규 직원으로 일하는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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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 이때의 삶이란, 이전과 같은 삶이 아니다. 그가 떠난 후 남겨진 이들이 어떤 세상에서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 것인지의 문제이다. “죽음에 슬퍼하는 자를 넘어, 그 이후를 살아갈 윤리적 주체”로 산 사람은 자신을 세운다.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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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한커피
어떤 사안은 빠르게 잊히고 적게 노출된다. 어떤 죽음은 안부를 물어 주는 사람이 적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p357,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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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한커피
오늘 책을 다 읽었네요. 위에 글 쓰신 분들 중에서 좋은 책이었다, 하신 분이 계셨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독서모임이 아니라면 읽지 않을 종류의 책이었고...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이었습니다.
사회장 명장에 대한 부분에서 전태일 열사, 518, 김진숙, 이소선, 김용균, 변희수 하사... 생각지도 못한 이런 언급들이 며칠 전 518과 더불어서 더욱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해주었네요... 부모님은 정하신 방식이 있으시니 어쩌지 못하더라도 저의 죽음과 장례식에 대해서는 생각해볼수 있는 뜻깊은 책이었습니다.
세음
특히 머리가 아니라 발로 쓴 글이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감동, 나의 내밀한 이야기에서 더 나아간 우리 이웃의 이야기가 갖고 있는 미덕들을 온전히 기록한 좋은 책이라고 여겨집니다. 기록노동자 희정 작가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봅니다.
향팔
6장 <우제>를 읽고 있습니다. 가난한 무연고자로 죽을 가능성이 큰 제 입장에서, ‘당신은 혼자 죽을 수 있나요?’, ‘인기척을 내는 거예요’, 두 꼭지가 깊이 와닿네요.
향팔
“ 인간은 알지 못하는 이의 죽음에 슬픔을 느낀다. 얼굴을 마주한 적도 없으나 아픔을 느낀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알지 못하는 이를 죽이거나 죽이는 데 동의한다. 전쟁, 학살, 난민 추방, 사형 제도 등. 공동체 밖으로 그를 보내며, 그의 죽음과 공동의 운명을 갖길 거부한다. 종이 다른 동물의 죽음에 쉽사리 마음 아파하는 것도 인간이지만, 코끼리의 가죽을 산 채로 벗겨내는 것도 인간이다.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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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울타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아니, 울타리 바깥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도시가 형성되고 인간이 아닌 존재들은 인간의 삶에서 급격히 멀어졌다. 모든 것이 밀려났다. 동시에 인간은 필요에 의해 무수한 생을 곁에 둔다. 그 생들은 끊임없이 우리의 시야에 들어온다. 다만 동물원을 비롯한 시설과 마트 진열대에 올려져 있을 뿐이다. 때로 길고양이나 들개라는 이름으로 도시와 마을 주변부를 서성댄다. 몇몇은 인간과 한집에서 산다. 이들은 울타리에 들어온 걸까. 반려동물 인구가 1500만 명을 넘어섰다(짧은 목줄에 묶인 시골집 개들이나 한평생 철제 우리에서 크는 동물들까지 포함된 통계는 아닐 테다). 우리에겐 1500만 개의 울타리가 있는 걸까. ”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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