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오디세이 2026] 5. 죽은 다음

D-29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참 좋았어요. 저한테 연대는 나의 안팎의 경계가 무너지는 경험이거든요. 무지개정류장에서도 그런 경험을 하는 거예요. 내 집에서 키우는 반려종에 대한 애정이 거리에 있는 이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로드킬로 이어지는.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인간은 알지 못하는 이의 죽음에 슬픔을 느낀다. 얼굴을 마주한 적도 없으나 아픔을 느낀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알지 못하는 이를 죽이거나 죽이는 데 동의한다. 전쟁, 학살, 난민 추방, 사형 제도 등. 공동체 밖으로 그를 보내며, 그의 죽음과 공동의 운명을 갖길 거부한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사회적으로 애도할 죽음이란 무엇인가?” 이때의 애도 자격은 개인의 도덕성과 (민족)사회 기여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애도하는 공동체의 성원이자 정치적 주체는 누구인가? 주체가 행하는 정치와 윤리적 가치에 따라 공적 애도의 대상은 달라진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사회적으로 애도할 죽음인가?”라는 질문에 자격이 아닌 연대와 관계로 답하는 법을 나는 그의 죽음 이후에 배웠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나의 일상과 안온이 흔들리는 일을 우리는 참사를 통해 경험한다. ‘나였을 수도’라는 말은 나를 둘러싼 세계의 상실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의 세계는 안전하지도 명료하지도 않다. 삶의 불확실성은 ‘나’라는 개인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는 ‘우리’ 공동의 운명을 드러낸다. 우리는 살아내야 하기에, 우리의 취약함을 인정하고, 타자에 의존하고 의지하며, 서로를 돌보는 길로 걸어간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맛있는 거 먹고 재미난 이야기를 하고 그분과 관련된 기억도 꺼내 보고. 그렇게 되면 좋겠다. 나의 장례도 역시. 떠난 사람이 무엇을 좋아했고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서로 이야기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그 자체가 추모라 생각해요.” 문화학자 기시 마시히코는 자신의 저서에 이런 말을 옮겨 담았다. “내가 죽더라도 이런 사람이었구나 하는 소리를 들으면, 그게 제삿밥이지.”12 애도는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에는 “이런 사람이었지” 하는 기억이 담긴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책을 읽으며, 죽음과 삶이 연결되어 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죽음에 대한 고민 끝에 다다르는 답은 결국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삶에서 찾아진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기도 했고요. 좋은 책으로 모임 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장례에 '전문가'가 필요한가? 예전의 나는 장례에 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인터넷 검색창에 몇 글자만 써넣어도 정보가 넘치는 세상에서 이토록 모르기도 쉽지 않다. 다들 병원에서 죽으니까 병원에서 알아서 해주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로, 언제 닥칠지 모르는 누군가의 임종을 막연하게 외면했다. 그러면서도 내내 두려워했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230p,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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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님의 문장 수집: "장례에 '전문가'가 필요한가? 예전의 나는 장례에 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인터넷 검색창에 몇 글자만 써넣어도 정보가 넘치는 세상에서 이토록 모르기도 쉽지 않다. 다들 병원에서 죽으니까 병원에서 알아서 해주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로, 언제 닥칠지 모르는 누군가의 임종을 막연하게 외면했다. 그러면서도 내내 두려워했다."
가까운 지인을 이번 달에 떠나보내며..그녀의 입관을 지켜보며..처음으로 죽음을 대면해 본 것 같습니다. 정말로 장례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희정작가님 통해 인식하게됩니다. 내가 먼저 떠날..지 부모님이 먼저 떠날 지 배우자가 먼저 떠날지는 모르지만.. 현실적인 장례를 생각해보게 되는 책읽기라..너무 소중한 시간입니다.
재를 곱게 털어 분쇄해주는 화장장은 없다. 뒤섞여 분쇄기에 들어간다. 그렇지만 이런 장면을 본 예비 사별자가 몇이나 될까. 이들은 장례지도사의 지식과 상식을 신뢰한다. 이 공간에서 유일한 정보를 지닌 사람이니까. 결국 사별자들은 그가 권하는 수의를 구매한다. 수의만일까.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231p, 희정 지음
우리가 살아 오며 지닌 다양한 정체성이 유지 되고 인정되고 지켜지는 게 존엄인 거고. 특정한 시선이나 외면으로부터 상대의의 고유함을 지켜 주는 과정도 존엄이라 생각해요. 그것이 사후에도 지켜져야 죽음이 존엄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P283, 희정 지음
국내에서 연명치료를 거부할 권한이 개인과 가족 단위에 돌아간 지 불과 10년도 되지 않았다.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이후다. 나는 처치실에서 임종을 맞은 할아버지의 죽음을 기억한다. 커다란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바로 옆 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되었지만, 그는 골방과 다를 바 없는 처치실에서 눈을 감았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849p, 희정 지음
이 대목에서 갑자기 작년 11월 3일 아침이 떠올랐다 의사가 임종이 임박했다고 선언하는 순간 주변은 많은 간호사와 의료진들이 분주하게 다니고 기구들의 달그덕거리는 소음과 의료용품 꺼내는 분주함속에 난 엄마의 사그라드는 목숨보다 엄마의 표정을 살피며 초조해졌다. 도저히 엄숙한 임종은 불가능했다. 바로옆 1인실에서 임종을 맞이하겠다니 의사는 1분여 이동시간중 돌아가실수 있다고 확인받고 분주하게 엄마는 이사를 했고 임종을 했으며 2시간후 사망선고를 하였다. 아직도 햇살 가득한 병실에서 잠든 듯 두손 가지런히 모은채 마지막 인사를 남겨준 순간은 나에게 생사의 확연한 이미지로 남았다. 결정장애인 내가 한 최고의 잘한 결정으로 아직도 안도감마저 든다.
내게 있어 죽은 자의 존엄은 그가 살아온 삶이 부정당하지 않았을 때 가능하다. 살았을 때나 죽었을 때나 정상과 비정상, 쓸모와 무용, 질서와 이탈이라는 이분법 속에 삶이 익명화되거나 사라지지 않아야 한다. 사람은 자신을 설명하기 위해 한평생을 살아간다. 그러니 죽음 앞에서 자신이 설명될 수 없다면, 그것은 존엄과는 무관한 일이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260 페이지, 희정 지음
근데 이후 형성된 도시는 '시장'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장소이다. 시장은 공간이 아니다. 모든 존재가 사고팔리는 상품이 되는 세계의 작동 원리이고, 이곳에서는 인간마저 노동력이라는 상품이다. 이 세계는 모든 것을 시장으로 만든다. --- 장례가 상업화되고 있다는 말은 단순히 장례가 돈이 되는 사업이란 의미가 아니다. 죽음을 향한 우리의 감각과 정동이 시장에 들어섰다. 아니, 시장에 갇혔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p232, 희정 지음
그간 경험한 죽음 후 모습들과 저는 볼 수 없는 제 죽음 이후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며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며(나이를 먹으며) 늙는다는 것과 죽음의 의미를 더 자주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자주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다른 분들이 올린 글 읽으며 끝까지 잘 마무리했습니다. 좋은 모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오늘은 창덕궁 인근에 있는 동네 책방 '수북강녕'에서 희정 작가님의 북토크가 있는 날입니다. 긴 주말 내내 날이 맑았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온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래도 다행히(?) 비 내리는 시간이 점점 뒤로 늦춰지고 있네요. 오긴 올 것 같지만 그래도 걸음하시는데 방해되지 않을 정도로 살짝, 느즈막히 내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럼, 오시는 분들 건강한 발걸음으로 곧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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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섬님의 대화: 안녕하세요. 오늘은 창덕궁 인근에 있는 동네 책방 '수북강녕'에서 희정 작가님의 북토크가 있는 날입니다. 긴 주말 내내 날이 맑았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온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래도 다행히(?) 비 내리는 시간이 점점 뒤로 늦춰지고 있네요. 오긴 올 것 같지만 그래도 걸음하시는데 방해되지 않을 정도로 살짝, 느즈막히 내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럼, 오시는 분들 건강한 발걸음으로 곧 뵙겠습니다. ^^
네, 새섬 대표님! 오늘 북토크 시간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답니다. ​<암과 책의 오디세이>도 거의 매일 즐겁게 듣고 있어요! 오늘 반갑게 만나 뵙고 싶습니다. 모두 조심히 오시길 바라요~♡
죽은 자의 존엄은 그가 살아온 삶이 부정당하지 않았을 때 가능하다. 살았을 때나 죽었을 때나 정상과 비정상, 쓸모와 무용, 질서와 이탈이라는 이분법 속에 삶이 익명화되거나 사라지지 않아야 한다. 사람은 자신을 설명하기 위해 한평생을 살아간다. 그러니 죽음 앞에서 자신이 설명될 수 없다면, 그것은 존엄과는 무관한 일이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p260, 희정 지음
비가 총총 내리네요. 북토크 기대 중입니다. 바닥이 미끄러우니 조심하시면서 오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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