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오디세이 2026] 5. 죽은 다음

D-29
살아가는 일도 외로운 일이지만 나의 안녕을 물어봐주는 사람들 덕분에 하루를 더 산다. 그렇게 40여 년을 하루에 하루를 더해 더 산 사람이 떠나고, 하루를 더 살지 못하고 떠난 이가 머물던 85호 크레인 위에서 외로운 삶을 이어가기로 선택한 이가 있었다. 이소선의 관은 그곳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뒤따랐다. 지난날, 전태일의 관을 뒤따르던 동료들이 있었던 것처럼.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뒤늦게 박재익이 김용균의 염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는, 그간 내가 김용균의 죽음을 이해한 것과 다른 방식으로, 그의 죽음이 존중받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무작정 고인의 명복을 빌었던 그때와 달리, 이제 사람에게 기대어 누군가의 평온을 빈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변희수 하사의 소식이 들려올 때면, 나는 이 말을 들려준 이를 떠올렸다. 나의 인터뷰 요청에 응해준 사람. 그의 안부를 묻고 싶었다. 나는 그를 대신해 변희수가 잘 있는지 보러 온 것이었다. 변희수 하사의 안장식을 찾은 건, 그에게 보내는 나의 안부 인사였다. 그가 잘 있는지. 아니, 우리가 잘 있는지. 애도는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일이라는 걸 막연히 깨닫는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나의 일상과 안온이 흔들리는 일을 우리는 참사를 통해 경험한다. '나였을 수도'라는 말은 나를 둘러싼 세계의 상실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의 세계는 안전하지도 명료하지도 않다. 삶의 불확실성은 '나'라는 개인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는 '우리 공동의 운명을 드러낸다. 우리는 살아내야 하기에, 우리의 취약함을 인정하고, 타자에 의존하고 의지하며, 서로를 돌보는 길로 걸어간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우리는 모두 애써 살아온 존재이기에 애도한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읽는 동안, 당신과 내가 떠올리지 못한 참사와 죽음, 그리고 전쟁과 학살. 그 모든 죽음에 우리가 가닿기를, 그리하여 안부를 물을 수 있기를.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선택하고 투쟁하여 살아가는 존재 앞에서 '닮지 않음'은 아무런 이유도 되지 못한다. 삶의 위계도, 죽음의 서열도 소용없다. 우리는 살아가기 위해 투쟁하는 존재이다. 내가 만난 장례지도사들이 '고생했다'며 연신 주검을 매만지는 건 이 때문이다. 이들은 살아가기 위해 해온 투쟁의 고단함을 안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실은 요즘 그믐 벽돌책 모임에서 '육아의 외주화'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요. 전 맞벌이여서 육아의 외주화가 필수였고 심지어 모유도 잘 안 나와서 모유수유도 외주화(?)했어요.(물론 18세기 유럽처럼 wet nurse를 둔 것은 아니지만) 그런데 생각해보면 처음에는 내가 모유수유 및 육아를 외주화하는 데 죄책감을 느꼈는데 그 책을 읽으니 꼭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히려 인류가 진화하던 오랜 태고의 시대에는 온 마을이 부모가 되던 시대가 더 길었고 외주화가 당연하다 못해 필수적인 시기가 있었죠. 그런데 갈수록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wet nurse도 생기고 또 다시 가족과 사회가 변하면서 양육에서 소외되던 아버지 및 기타 다른 가족들과 사회 구성원이 부모가 되기도 하구요. 어쩌면 우리는 장례도 갈수록 소규모로 간소화되는 흐름도 있지만 다시 그 책임과 부담을 함께 짊어지는 시기로 돌아가야 하는 필요가 대두되는 게 아닌가 싶네요. 저는 안 그래도 북토크에서 새섬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독서모임을 지원해주지 않으면 민간에서 떠맡겠지 하고 민간은 또 이득이 안 된다고 공공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것처럼 공공과 민간 사이에서 hot potato game(우리나라로 치면 손수건 놀이?)이 계속 이루어지는 것이 생로병사의 많은 부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듯합니다. 참, 저는 북토크에 갈 때마다 매번 놀라는 게 책으로만 접했던 작가님의 상상 속 모습과 북토크에서 직접 본 모습이 너무 다른 점인데요. 박선호 작가님은 책에서는 마냥 부드럽고 조용히 지켜보는 느낌이었던 반면 정작 만나보니 오신 분들 모두에게 직접 질문을 던지고 인터뷰(?)하는 듯한 학원 선생님 같은 분위기였던 반면, 희정 작가님은 책으로 느껴지는 분위기는 뭔가 똑부러지고 예리하게 사회의 이면을 들춰내는 것 같았는데 실제로 보니 다소 쑥스러운 듯 소근소근 조용한 목소리로 계속 '허당이다 어설프다'하면서 자신을 낮추면서도 할 이야기는 결국 다 풀어내시는 모습에 놀랐습니다. 안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도 이 책에 나온 수많은 책들과 희정 님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는데 덕분에 좋은 책도 선물받고 우리가 자주 잊고 사는 것들을 다시 짚어 넘어갔네요. 악필이라고 책에 싸인 대신 스탬프까지 준비해온 것에서도 꼼꼼함과 겸손함이 엿보입니다. 새섬님도 사회 보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그날 페도라 등 너무 스타일리시하고 진행도 아주 원활하고 자연스러웠어요. 전 좋은 이야기들과 @꽃의요정 님의 간식과 @수북강녕 님의 다과 등(항상 감사합니다)으로 몸도 마음도 충만했던 하루였어요. 참, 그날 책이 많아서 못 샀는데 결혼의 외주화에 대한 '수상할 만큼 완벽한 결혼식' 그리고 또 전세 사기에 대한 책 한 권을 소개받았는데 제목이 뭔지 아시는 분 있을까요?
아버지의 시간 - 남성과 아기의 자연사다윈 이후 진화생물학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세라 블래퍼 허디의 최신작. 영장류 수컷의 새끼 살해 행동이 군집 밀도의 증가에 따른 스트레스 반응이라는 기존 해석을 뒤집고 암컷의 생식 전략임을 밝혀내 진화생물학계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모성 연구의 대가 허디가 자신의 지적 여정을 정리하며 주목한 주제는 바로 ‘남성의 양육 본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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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님의 대화: 실은 요즘 그믐 벽돌책 모임에서 '육아의 외주화'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요. 전 맞벌이여서 육아의 외주화가 필수였고 심지어 모유도 잘 안 나와서 모유수유도 외주화(?)했어요.(물론 18세기 유럽처럼 wet nurse를 둔 것은 아니지만) 그런데 생각해보면 처음에는 내가 모유수유 및 육아를 외주화하는 데 죄책감을 느꼈는데 그 책을 읽으니 꼭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히려 인류가 진화하던 오랜 태고의 시대에는 온 마을이 부모가 되던 시대가 더 길었고 외주화가 당연하다 못해 필수적인 시기가 있었죠. 그런데 갈수록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wet nurse도 생기고 또 다시 가족과 사회가 변하면서 양육에서 소외되던 아버지 및 기타 다른 가족들과 사회 구성원이 부모가 되기도 하구요. 어쩌면 우리는 장례도 갈수록 소규모로 간소화되는 흐름도 있지만 다시 그 책임과 부담을 함께 짊어지는 시기로 돌아가야 하는 필요가 대두되는 게 아닌가 싶네요. 저는 안 그래도 북토크에서 새섬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독서모임을 지원해주지 않으면 민간에서 떠맡겠지 하고 민간은 또 이득이 안 된다고 공공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것처럼 공공과 민간 사이에서 hot potato game(우리나라로 치면 손수건 놀이?)이 계속 이루어지는 것이 생로병사의 많은 부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듯합니다. 참, 저는 북토크에 갈 때마다 매번 놀라는 게 책으로만 접했던 작가님의 상상 속 모습과 북토크에서 직접 본 모습이 너무 다른 점인데요. 박선호 작가님은 책에서는 마냥 부드럽고 조용히 지켜보는 느낌이었던 반면 정작 만나보니 오신 분들 모두에게 직접 질문을 던지고 인터뷰(?)하는 듯한 학원 선생님 같은 분위기였던 반면, 희정 작가님은 책으로 느껴지는 분위기는 뭔가 똑부러지고 예리하게 사회의 이면을 들춰내는 것 같았는데 실제로 보니 다소 쑥스러운 듯 소근소근 조용한 목소리로 계속 '허당이다 어설프다'하면서 자신을 낮추면서도 할 이야기는 결국 다 풀어내시는 모습에 놀랐습니다. 안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도 이 책에 나온 수많은 책들과 희정 님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는데 덕분에 좋은 책도 선물받고 우리가 자주 잊고 사는 것들을 다시 짚어 넘어갔네요. 악필이라고 책에 싸인 대신 스탬프까지 준비해온 것에서도 꼼꼼함과 겸손함이 엿보입니다. 새섬님도 사회 보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그날 페도라 등 너무 스타일리시하고 진행도 아주 원활하고 자연스러웠어요. 전 좋은 이야기들과 @꽃의요정 님의 간식과 @수북강녕 님의 다과 등(항상 감사합니다)으로 몸도 마음도 충만했던 하루였어요. 참, 그날 책이 많아서 못 샀는데 결혼의 외주화에 대한 '수상할 만큼 완벽한 결혼식' 그리고 또 전세 사기에 대한 책 한 권을 소개받았는데 제목이 뭔지 아시는 분 있을까요?
전세사기 관련 피해 당사자 인터뷰를 모은 해당 도서는 바로 <스위트 홈>입니다! 그믐에서 함께 읽기 모임도 열렸고 작가님과 인터뷰 당사자들을 초청한 오프라인 북토크도 진행했답니다 :) https://gmeum.com/meet/3130
스위트 홈 -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주거 여정 이야기전세사기 피해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동시에 전세제도는 한국의 주택 점유 방식으로 오랜 시간 유지됐다. 2023년 기준 한국의 공공임대 주택 비율은 8.9%. 정부는 전세자금대출제도 확대로, 보증금반환보증 확대로, 임대 사업자 등록 활성화로 전세제도를 사실상 무주택 국민의 주거 정책의 하나로 적극 활용했다. 그 기반이 너무 취약했다는 사실이 전세사기 사태로 전국에 드러났다.
진제님의 대화: 원한다면 관련 교과내용을 엮거나 재량 시간을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또 한편, 정말로 우리의 교과 과정에 죽음을 도입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도 됩니다. 현재 의무교육은 초등학교와 중학교까지인데요. 이 아이들에게 죽음을 가르치려면 무엇을, 어떻게 얘기해줘야 할까요. 당장 저보고 '죽음에 대한 수업을 해주세요'라고 하면 자살예방교육 밖에 안 떠오를 것 같습니다. 의무교육의 틀을 던지고 생각해봐도 어떤 교과내용을 어떤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떻게 진행할 건지 머리가 아파옵니다.
맞아요. 실은 남자들은 고독사, 여자들은 자살의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것 같아서 자살 예방 교육도 갈수록 중요해질 것 같아요. 그런데 자살 외에도 실은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늘어나는 수명에 비해 노후 준비나 죽음에 대한 지식들은 생각보다 드물고 낯선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및 반려동물 아니면 어렸을 때 죽음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으니까요. 자세한 것은 아니어도 죽음과 함께 순환하는 생명에 대해 가르쳐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수북강녕님의 대화: 전세사기 관련 피해 당사자 인터뷰를 모은 해당 도서는 바로 <스위트 홈>입니다! 그믐에서 함께 읽기 모임도 열렸고 작가님과 인터뷰 당사자들을 초청한 오프라인 북토크도 진행했답니다 :) https://gmeum.com/meet/3130
오 감사합니다!
우리를 죽음으로 이끄는 시스템은 오랜 시간 변치 않았다. 형태를 달리해 나타나지만, 결말은 소중한 누군가를 잃는 일로 나타난다. 하지만 그 죽음을 직면하는 우리는 변하고 있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당신이 죽은 뒤 장례를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맛있는 거 먹고 재미난 이야기를 하고 그분과 관련된 기억도 꺼내 보고. 그렇게 되면 좋겠다. 나의 장례도 역시. 떠난 사람이 무엇을 좋아했고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서로 이야기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 자체가 추모라 생각해요.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우리는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닌 인간이자, 동시대의 어떤 일을 겪고 보고 들은 시민이자, 삶을 꾸려온 존재다. 그 실존 감각이 빈소를 채운다. 그렇게 나와 어딘가 닮은 '그'를 알게 된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설사 미처 다 이별하지 못하고 가더라도, 나를 대신해 이별을 완수해줄 사람이 있다면 그 또한 기쁜 일이다. 그들이 내 장례에 모여, 설사 한자리에 모이지 않더라도 "이런 사람이었지"하고 제삿밥 건네듯 나를 기억하고 이별해준다면 그것이 내가 만들고 마련한 새로운 관계이자 자리이다. 비록 나를 모른다 하더라도 어느 날 어떤 이가 내가 좋아했던 책을 책장에서 찾아 읽어준다면, 그 또한 이별이겠다. 그 이별이 공동체에 녹아든다면, 이것은 참으로 존엄한 죽음이겠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살고 죽는 데는 정답이 없어요. 함께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망설이면 돼요.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노벨문학상수상 기념 강연에서 한강 작가는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지'물었다. 우리는 그 대답을 안다. 언제난 죽은 이는 산 자를 구한다.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제 웰다잉 오디세이 첫 참여 책인 <죽은 다음>을 무사히 완독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다소 생소한 직업 얘기들이 나와서 숙제하는 기분으로 읽었는데요, 뒤로 갈수록 내용에 흠뻑 빠져들어서 완독 후에 맨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읽었답니다. 특히 죽은 후에 제가 밟게 될 과정과, 일반적으로는 접하기 어려운 무연고자 장례 등을 구체적으로 알게 되어서 좋았어요. 죽음을 다루는 책들은 죽음에 이르는 과정까지는 상세히 안내하는데, 그 후의 장례 절차는 간략하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죽은 후에 일어날 일들을 머릿속에서 구체적으로 그려나가다 보니 죽음을 더 또렷하게 상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도 아주 많은 문장에 밑줄을 쳤지만, 하나하나 다시 읽다 보니 유독 물고기를 “물살이”라고 표현하신 부분이 눈에 띄네요. 최근에 물에 사는 생명들을 일률적으로 “물에 사는 고기”라고 표현하는 것은 다른 생명체를 인간의 목적에 맞추어 재단한 지나치게 도식화된 표현이 아닌가 하고 혼자서 생각했는데, 대체 표현을 알게 되어서 좋았어요. 작가님의 따듯하고 섬세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표현이기도 했고요. 새섬님 덕분에 좋은 책을 알게 되어 너무 감사드리고, 웰다잉 오디세이 다음 책도 기쁜 마음으로 함께 하겠습니다!
생물학적 죽음이 ‘탄생’한 것은 15만 년 전. 자가 분열을 통해 증식하던 단세포 생명체에는 개체의 소멸이라는 개념이 없다. 자신의 유전자와 똑같은 유전자를 형성하는 증식이 있을 뿐이다. 유전자는 그저 복제된다. 자손도, 번식도 없다. 그러니 죽음이 있을 수 없다. 그러다가 성(sex)이 생기고 유성생식으로 개체 번식을 한다. 이제 개체는 자신의 유전인자의 일부를 물려주고 소멸한다. 죽음이 탄생한 것이다. 그제야 비로소 우리는 유한한 존재가 되었다. 탄생이 죽음을 만들어내는 긴 시간 동안 우리는 줄타기해왔다. 유한한 존재와 연결된 존재 사이에서.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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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들님의 문장 수집: "생물학적 죽음이 ‘탄생’한 것은 15만 년 전. 자가 분열을 통해 증식하던 단세포 생명체에는 개체의 소멸이라는 개념이 없다. 자신의 유전자와 똑같은 유전자를 형성하는 증식이 있을 뿐이다. 유전자는 그저 복제된다. 자손도, 번식도 없다. 그러니 죽음이 있을 수 없다. 그러다가 성(sex)이 생기고 유성생식으로 개체 번식을 한다. 이제 개체는 자신의 유전인자의 일부를 물려주고 소멸한다. 죽음이 탄생한 것이다. 그제야 비로소 우리는 유한한 존재가 되었다. 탄생이 죽음을 만들어내는 긴 시간 동안 우리는 줄타기해왔다. 유한한 존재와 연결된 존재 사이에서. "
막판 벼락치기로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생전장례식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됐는데 흥미롭네요. 옛날 어르신들 회갑, 칠순, 이런 게 비슷한 기능을 했으리라는 것을 읽으니, 부모님 회갑과 칠순을 간단하게 식구들끼리 밥 먹고 치러 버린 게 죄송해졌습니다. ㅠㅠ 부디 건강하게 오래 사셔서 팔순 때는 동네 잔치를 열어 드리면 좋겠습니다. 아, 그리고 문장 수집한 이 부분 읽고 너무 좋았는데요, 생명체에게 언제 죽음이 발생했는가를 돌아보는 이야기가요. 다세포 생물로 진화하면서 우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게 제가 좋아하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얘기하는 개체는 죽음을 맞이하지만 유전자는 개체를 통해 영원히 살아간다라는 이야기와 연결되어서 더욱 그랬습니다. 단세포 생물에서 다세포 생물로 넘어간 그 진화가 암 발생과도 연관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암은 다세포 생물 속에서 일부 세포가 체내 질서를 거부하고 단세포 생물로 회귀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런 얘기가 있어서요. 음, 그리고 수집한 문장에서 한 가지 오류라고 할까 말씀드리면... 죽음이 탄생한 시기는 '15만 년 전'이 아니라 '15억 년 전'입니다. ^^;;; 다세포 생물, 유성 생식 등이 등장한 시기가 대략 15억 년 전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미 정오표에 나와 있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재밌게 잘 읽고 있습니다.
글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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