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극장 입구가 열리고 퇴장하시는 관객들 나오실 때 밖에서 까치발하고 두리번 거리던 사람, 저였는데 말이죠!
캐스팅 보드 앞에서 14명이 같이 사진도 찍었는데, 먼저 가셨다니 아쉽습니다
참석해 주셔서, 그리고 후기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기회에 꼭 뵙겠습니다 :)
[그믐연뮤번개] 1. [책 읽고 연극 보실 분] 오래도록 기억될 삶의 궤적, 『뼈의 기록』
D-29

수북강녕
지혜
인간이 죽음을 칭하는 용어들에는 이미 육체에서 벗어난 혼의 순환을 담은 뜻이 있음에도, 대개의 인간이 육체의 부패를 부정했다.
『모우어』 103쪽 , 천선란 지음

모우어2019년 『천 개의 파랑』으로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을 수상하며 혜성같이 등장해 한국 SF의 눈부신 미래를 만들고 있는 작가 천선란 의 세 번째. 『노랜드』 이후 2년 만에 묶는 소설집으로 미발표작 두 편을 포함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쓴 단편 여덟 편이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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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 잊고 싶지 않은 것들이, 몸에 새길 정도로 좋아했던 것들이 가장 오래도록 몸에 남아 인간의 육체를 삶에 붙들어놓고 있는 것일까. 로비스는 노인의 몸에 남은 선연한 문신의 형태를 보며 생각했다. 로비스의 회로는 그런 의문을 만들게끔 만들어졌다. 그래서 로비스는 모든 것에 질문을 던진다. 모든 의문의 종착지는 헤아림이다. 그리고 그것은 염을 행하는 안드로이드가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태도였다. 망자를 헤아리고, 남은 이들을 헤아리는 것. ”
『모우어』 105쪽, 천선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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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강녕
영안실의 냉기를 느끼게 하는 서늘한 객석에서 관극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죠!
부패를 막기 위해 차갑게 보존되다가, 마지막에는 뜨거운 화염으로 불살라지는 극과 극의 환경...
와주셔서 즐거웠습니다
다음 모임 때 뵙겠습니다 ♡
지혜
저는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의 관극이 처음이었는데요, 그 감각을 오래 기억할 것 같아요. 좋은 의미에서 말이죠.
@수북강녕 님의 말처럼, 그러네요. "극과 극의 환경", 잠시 생각하게 됩니다.
지혜
“ 로비스의 손님은 대부분 노인이었다. 그중 구십 퍼센트가 유가족 없이 홀로 생을 마무리한 노인이었고 또 개중에 절반 이상은 생전에 미리 로비스를 선택한 이들이었다. 그들이 로비스를 선택한 이유 하나는 고독하고 쓸쓸하게 죽을, 방치되어 부패해 혐오감을 일으킬 자신의 죽은 몸을 인간이 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 더 정확하게는 아무렇지 않은 체하지만 속으로 불쌍하고 가엾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인간에게 자신의 마지막을 맡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또하나는 국가에서 비용의 반을 부담해주는 덕분에 저렴하다는 것이었다. ”
『모우어』 107-108쪽, 천선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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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즐거웠어.
모미는 항상 대화의 끝을 이렇게 마무리했고,
-내일 봅시다.
로비스는 항상 이렇게 끝냈다.
『모우어』 111쪽, 천선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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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모미는 로비스의 친구다. 모미가 로비스를 그렇게 불러주었기에.
『모우어』 111쪽, 천선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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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강녕
“ - 일본의 한 작가가 아름다움을 아홉 단계로 나누었는데, 그러니까 이런 거야. 이건 그중 세 개인데 말이야. 그림자를 볼 때 모든 나비가 똑같아 보이는 동일성. 하지만 결국 같은 나비가 아니라는 차별성. 그리고 이 나비는 결코 진짜 나비가 될 수 없다는 불가능성. 그것이 아름다움이지. 같고, 다르고, 불가능을 이야기하는. ”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p.254, 이유리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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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강녕
“ 로비스의 입이 만들어지지 않은 이유는 침묵을 의미하고, 침묵은 위로와 공감을 품고 있다고 무영이 이야기해준 적 있다. 입을 경박스럽게 움직이지 않는 것, 섣불리 유가족의 말을 침범하지 않는 것, 심정을 쉽게 추측하지 않는 것, 거짓으로 공감하지 않는 것, 이 모든 것의 의미로 로비스의 얼굴에는 입이 없다. 소리를 내는 스피커는 목 부근에 내장되어 있지만 입은 없다. ”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p.256, 이유리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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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 굽지 않은 등과 곧은 목뼈, 말리지 않은 어깨가 보여주는 삶의 단서를 훑어내려갔다. 레나의 뼈는 말하고 있다. 이 말은 단순히 굳은살의 여부나 손톱의 길이, 정돈된 눈썹이나 외상이 하는 말과 다르다. 뼈가 하는 말은 더 길고 깊은 삶 전체의 이야기다. 오랜 시간 반복되어야만 생기는 굴곡. 로비스는 아직 단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뼈의 말을 읽었다. ”
『모우어』 117쪽, 천선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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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 "뼈는 한 인간이 생을 다할 때까지 성장하고 변형됩니다. 레나님의 뼈는 누구와도 같지 않아 고유합니다."
로비스에게는 없고 인간에게는 있는 것. 로비스를 이루는 것이 단단한 외피라면 인간은 한없이 약한 피부로 단단한 뼈를 감싸고 있다. 피부는 쉽게 상처 입고 감염되고 괴사한다. 감염과 괴사는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으며 상처에 의한 출혈 역시 과하면 그렇다. 뼈가 피부를 감싸는 것이 아닌 피부가 뼈를 감싸는 구조는 비효율적이었으며 생존에도 불리해 보였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피부가 뼈를 감싸는 것인가. ”
『모우어』 119쪽, 천선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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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 -누군가 아름다움을 이렇게 말했지.
모미는 로비스가 만든 나비의 그림자를 가리켰다.
-그림자로는 모든 나비가 똑같아 보이는 동일성.
그리고 로비스의 손을 가리켰다.
-하지만 결국 같은 나비가 아니라는 차별성.
마지막으로 로비스의 손을 붙잡아 내렸다.
-그리고 이 나비는 결코 진짜가 될 수 없다는 불가능성. 그것이 아름다움이지. 같고, 다르고, 불가능을 이야기하는. ”
『모우어』 122쪽, 천선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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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그럼 저에게 아름다움은 뼈와 같습니다.
-뼈?
-네. 뼈는 모두가 가지고 있지만 모두 다르며, 존재하지만 볼 수 없다는 불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우어』 122쪽, 천선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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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모미의 키보다 큰 그림자가 로비스의 발등을 덮었다. 로비스는 혹여나 그림자가 불편할까, 발을 뒤로 물렀다.
『모우어』 131-132쪽, 천선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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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죽음이란 모두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모두에게 다르며, 볼 수 없는 존재의 삶을 끊임없이 보고 있는 뼈의 아름다움과 같은 것이로구나.
『모 우어』 146-147쪽, 천선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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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강녕
고유성, 차별성, 불가능성의 아름다움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우리는 각자의 개성이 있어 아름다울 테고, 할 수 없는 것 될 수 없는 것 가질 수 없는 것이 있다는 불가능 때문에 고유한 차별점은 더 아름다운가 봐요

riverside
왜 뼈일까.. 생각해봤는데요.. 한 인간의 고유성 그가 일생을 살아감으로써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마치 뼈처럼 결국 모두가 가지고 있는 인간의 육체로 살아가지만(뼈는 모두가 가지고 있지만) 각기 다른 삶을 살았고(모두 다르며) 그 삶을 통해 한 인간이 느낀 아름다움과 세상에 전한 아름다움을 결국 명확하게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다(존재하지만 볼 수 없다는 불가능성)는 점에서 그렇게 표현한 것일 아닐까 저 나름대로의 감상을 남겨봅니다.

수북강녕
왜 뼈일까... 굳이 뼈가 아니더라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해요 화장터 곁에서 나고 자란 로비스에게 그것이 뼈였을 뿐... (감상에 젖게 되네요)

수은등
안녕하세요. 좋은 작품을 책과 연극으로 경험해 볼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저도 질문에 답을 드려봅니다.
Q1. 작품에 대한 사전 정 보가 없는 상황에서, '뼈의 기록'이라는 제목을 듣고 여러분은 무엇을 떠올리셨나요?
사실 제목만 봐서는 스릴러 장르인가 잠깐 생각했었습니다. 강렬한 제목이네요.
Q2. 「뼈의 기록」 원작 소설과 연극이 다른 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책에서 상세하게 묘사된 로비스가 염을 하는 과정이 무대에서는 다른 방법으로 상징적으로 표현되었는데요. 커다란 이름이 무대 어딘가에 놓여있다가 스테인리스 베드로 정갈하게 올라오는 설정이었어요. 누군가에게 불리던 이름이 결국 자기자신에게 돌아와서 소멸되는 것인가 싶었습니다.
Q3. 나에게 최고의 SF 작품은 무엇이었나요? 어떻게 만나게 되었고 어떤 점이 인상깊었는지, 자유롭게 소개해 주세요! 책, 영화, 드라마, 공연, 모두 좋습니다
제가 혼자 SF영화의 시조새라고 부르는 아주 오래전에 봤던 작품인 <가위손>입니다.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주목받고 사랑받았지만 결국 그것으로 버림받는 창백한 로봇이야기가 마음에 각인되었었죠. 따뜻함을 알고 난 후에 맞는 추위가 얼마나 더 혹독한 것인지! 순수한 시절에 봐서 그런지 잊혀지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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