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무싸'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으신 분들 모이세요

D-29
'모자무싸'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으신 분들 모이세요
이 드라마 재밌게 보는 분들 함께 얘기 나눠요~
혹시 세상 '무가치한' 경험을 해본 적 있어? 나는 있어. 정확히 6년 3개월 동안 다닌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야. 사장은 내가 뽑은 직원을 내 상사로 앉혔지. 그리고 나는 퇴사를 했어.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안은채 석달 동안 동네에 있는 도서관에서 수백 권의 책을 읽었지. 그런 나를 사장은 다시 회사로 불렀어. 그리고 자기 사무실에 앉혀 놓고 편하게 일하라 했지. 나는 그게 참 고마웠었었는데... 나의 무가치함은 결국 회사를 나와 홀로 일하면서 극복할 수 있었지. 그때의 사장은 내가 정말 안스러워서 그랬을까, 아니면 자신의 미안함과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상쇄하려고 그랬을까... 뭐, 아무래도 상관없어.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무가치하지 않은' 사람이니까. 오늘 '모자무싸'를 봤지. 그리고 한없이 찌질하고 못나고 무가치한줄 알았던 사람이 날아오르는 모습을 봤어. 2화에 이렇게 얘기를 쏟아내면 나머지 화를 어떻게 풀어가려는지 도무지 감도 안 와. 하지만 이 드라마가 하려는 얘기는 알겠어. 세상 폼 나 보이는 인간들도 다 하나씩은 그림자 이상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세상 못나 보이는 인간들 안에서 가치있는 사랑과 파워가 용솟음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지. 나는 그게 바로 사람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인간애라고 생각해. 드라마 속 주인공은 20년 간 영화 한 편 찍지 못한 감독 지망생이야. 모두가 업수이 여기는 시나리오를 쓰지. 하지만 그가 가장 간절히 원하는건 화려한 성공의 삶이 아니야. 하루 하루 '불안하지 않은 삶'을 사는 것이지. 하지만 나는 그게 참 원대한 포부라고 생각해. 세상 성공한 사람들은 다 그 '불안'을 끌어안고 살거든. 앞서 얘기한 사장은 직원들 앞에서 항상 이렇게 이야기했지. 세상엔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다. 한 번 배신할 사람, 두 번 배신할 사람, 그리고 계속 배신할 사람... 대략 이런 뉘앙스의 말이었던 것으로 기억해. 그 사람은 업계에서 나름 인정받는, 스스로 천재가 아닐까, 의심하던 사람이었어.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 사람을 조금은 '불쌍한' 중년의 남자로 기억하고 있어.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 회사 다니는 동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성과급을 받았지. 나는 회사를 그만 두었다 다시 나왔다는 이유로 절반도 안되는 돈을 받았지. 그건 괜찮았어. 굳이 그 사실을 직원들 앞에서 까놓고 얘기하지만 않았다면 말이야. 그래서 나는 그 돈으로 회사 대표 와이프를 위한 외국 화장품을 하나 샀어. SK II였던 걸로 기억해. 그런데 그거 알아? 내가 밤늦게 그에게 선물을 하자 끌어안고 고맙다 하더라고. 아무도 그에게 그런 선물을 주지 하지 않았던 거지. 그런데 유일한 나도 그렇게 '감사'의 선물은 아니었다는 걸 그도 잘 몰랐을 거야. 어쩌면 오늘 황동만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나만의 훈계를 했었던 건지도 몰라. 그 대표는 자신보다 직원의 이름이 더 알려질까봐 바이라인도 쓰지 못하게 했었던 사람이야. 그 사람이 성장 배경에 얼마나 큰 아픔이 있을지 짐작도 못하겠어. 그런데 놀라운 건 그런 사람들이 주로 '성공'의 스토리를 쓴다는 거야. 그래서 또 많은 사람들이 그 어두운 과거가 밝혀져 하룻밤의 유명세를 견디지 못하고 쓸쓸히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그런 '성공'을 꿈꿔. 그게 얼마나 큰 불안과 절망이 켜켜히 쌓인 무가치한 것인지도 모르고 말이지. 하지만 때로는 세상 모든 사람이 무가치하다고 말하는 것들 가운데 진짜가 숨어 있는지 사람들은 몰라. 어쩌면 이 드라마는 그 사실을 말하고 싶어서 씌여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우울과 절망의 골짜리를 지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꼭 이 드라마를 곱씹어 보았으면 좋겠어. 드라마 속 황동만은 세상의 언어로 '실패'한 사람이야. 그러나 그 인생이 정말 실패한 인생이 아니라는 건 단 2화만 보고도 알겠더라고. 1화에서 주인공이 이렇게 말하잖아. 네가 뭔데 내 인생을 평가하냐고. 그래. 이 글을 쓰기 위해 과거의 사람을 불러와서 참 미안하지만 그때의 나도 꼭 그렇게 생각했어. 이 사람이 무가치하다고 말하니 꼭 붙어서 배어야겠다. 아니야. 그렇지 않아. 나는 나름대로 내 빛을 가진 사람이었어. 그 사람이 뭐라 말하건, 타인이 뭐라 말하건... 어쩌면 너의 우울은 그런 올곧지 않은 잣대로 인해 만들어진 허상일지도 몰라.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닐지라도 말이지. 하지만 이건 하나 물어보고 싶어. 너는 너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니. 황동만은 자기 자신과 섹스를 하고 싶을 만큼 자신이 사랑스럽다고 했어. 이 말을 기억해.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그 누구도 나를 사랑할 수 없어. 그런 사랑은 비극으로 끝나기 쉬워. 그러나 아무 것도 이룬 것이 없다고 해도 나 자신을 사랑하자. 그리고 그런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한 둘 정도는 곁에 두고 없다면 찾아보자. 황동만에게는 그런 친구가 있었고, 그런 형이 있었고, 그런 연인이 생길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다는게 기뻐. 이 외침이 어느 좌절하 누군가의 귀에 가 닿기를 간절히 바래. 그런데 참 기분 좋다. 이런 드라마가 만들어질 수도 있는, 그런 세상을 살고 있다는게....
그나마 기질 실현 누구나 인생은 허무하다고 생각한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고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것 같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그걸 안 느끼려면 자기가 가진 것을 이 세상에 있을 때 실현하면 좀 덜할 것 같다. 예술가처럼 그것에 거의 미치는 것이다. 안 그러면 무가치하고 허무함을 느낀다. 주변의 것은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이 그나마 자기의 고유한 것을 창조해 만들어서 남겨 좀 덜한 것 같다. 여기서 지금 이러니 것도 자아를 실현해 좀 덜 무가치 하려고 하는 것이다. 자기 것을 만들려고. 물론 지금의 나도.
어쩔수가없다 <모자무싸>를 이제 경우 2회 봤는데 내 느낌만 적는다면, 황동만과 변은아는 과연 궁극적으로 뭘 하길 원하는 걸까? 결국 남들처럼 무가치함을 떨쳐내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그나마 이걸 뼈저리게 느끼는 자만이 좀 덜 무가치함을 느끼는 건 아닐까. 그냥 세상 속에서 인간은 모래알처럼 그저 찰나에 불과하다. 지금 살아 있어서 그렇지 우리가 죽으면 누가 나를 기억이나 할까. 살아 있는 지금도 소외되고 위화감을 느끼며 사는데, 다 무가치하다, 인정하고 뭔가 기대를 안 하는 게 좀 덜 무가치함을 알까. 싸울 필요도 없는 것이다. 원래가 그런 거니까. 인간 외 다른 것들도 그냥 자연 속에서 산다. 그들은 그걸 모른다. 인간만 무가치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바로 인간의 감정과 마음 때문이다. 이걸 알고 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버리자. 그냥 잠시 존재하는 건데 인간이 마음이라는 걸 갖고 있어서 그렇게 느끼는 것뿐이다. 인간은 감정이 살아 있는 한 살아생전에 그건 안 사라진다. 다른 무생물처럼 죽어야 무가치함도 안 느낀다. 죽음과 동시에 무가치함도 사라진다. 죽음만이 무가치함을 죽인다. 그러니 그냥 그러려니 하며 살아야 한다. 인생 뭐 있나? 싸우긴 뭘 싸우니? 그런다고 그게 사라지나? 오히려 싸울수록 그건 더 선명히 내 앞에 나타날 것이다. 그 존재를 부정하라. 아예 인간 외처럼 생각을 말아야 하지만 인간의 굴레 때문에 그것도 안 된다. 다 욕심이고 집착이다. 원래 인생은 본령이 무상(無常)한 것이다. 덧없고 헛되고 허무하고 다 부질없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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