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유리알 유희2 함께 낭독하기

D-29
만일 데시뇨리 가문의 후손 중 하나가 자기 가문의 위대함이나 그 위대함과 함께 자기 삶에 주어진 의무를 자각하고, 도시와 국가와 민족과 정의와 공공의 복지를 위해 온 힘을 다해 봉사하고, 그런 과정에서 집을 되찾을 수 있을 만큼 힘 있는 인물이 되었다면, 그는 존경할 만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런 사람 앞에서는 모자를 벗고 경의를 표하고 싶어질 거야. 그러나 만일 그가 집을 되찾는 일 말고는 평생 아무 다른 목적을 갖지 못한다면, 그는 미쳤거나 홀린 사람, 열정에 사로잡힌 사람밖에 못 되는 거지. 기껏해야 자기 아버지가 젊은 시절에 벌인 갈등의 의미를 깨닫지 못한 채 어른이 되어서도 평생 그 갈등을 질질 끌고 다니는 위인밖에 못 되는 거야. 그 심정은 이해할 수 있고 동정도 가지만, 그가 자기 가문의 명성을 높이는 일은 없을 것이네. 유서 깊은 가문의 자손이 자신의 집에 애착을 느끼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지만, 그 가문이 젊어지고 새롭게 위대해지는 것은 언제나 그 아들들이 가문의 목적보다 더 큰 목적에 이바지할 때라야 가능한 일이지
유리알 유희 2 10장 준비 중 ,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마기스터 루디가 1권에도 나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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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돌아보며 이전 시대의 교양을 되살리고, 미래를 향해서는 명랑하고도 끈기 있게 정신을 대표하는 일이 그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완전히 물질의 수중으로 전락할 수도 있는 시대에.
유리알 유희 2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진리에 대한 지조, 지적 성실성, 정신의 법칙과 방법에 대한 충실성을 다른 이익을 위해 희생시키는 일은, 설혹 그것이 조국의 이익을 위한 일이라 해도 배신입니다. 이익과 표어의 싸움에서 만일 진리가 개개의 인간이나 언어, 예술, 온갖 조직과 예술적으로 높이 배양된 것들처럼 무가치해지고 왜곡되고 폭력의 위험에 처하게 된다면, 그에 대항하여 진리를, 다시 말해 진리를 향한 노력을 우리의 지상의 신조로 알고 구하는 것만이 우리의 유일한 의무가 될 것입니다.
유리알 유희 2 11장 회람 (Circular Letter) - 교육청에 보내는 유희 명인의 글 중,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그런데 유리알 유희만은 우리 고유의 발명이며, 우리만의 특기이고, 우리의 총아이며, 우리의 장난감입니다. 이것은 우리 특유의, 카스탈리엔적 정신성 최후의 섬세하기 그지없는 표현입니다. 동시에 유리알 유희는 우리의 보물 가운데 가장 값지고도 가장 무익하며, 최고로 사랑받으면서도 가장 깨어지기 쉬운 것입니다. 카스탈리엔의 존속이 문제될 때는 유리알 유희가 가장 먼저 없어지게 될 것입니다. 이유는 그것이 우리가 가진 것 중 가장 부서지기 쉬운 것일 뿐만 아니라 문외한들의 눈에는 카스탈리엔 가운데에서 무엇보다 먼저 없어져도 상관없을 것으로 보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유리알 유희 2 11장 회람 - 교육청에 보내는 유희 명인의 글 중 ,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유디테님의 대화: 마기스터 루디가 1권에도 나왔네요
좀 더 조사해본 결과 이 마기스터 루디가 훨씬 더 중요한 단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선 이말은 라틴어입니다. Magister : 장인, 선생, 주인, 지도자(오늘날 영어의 Master, Mister의 어원 독어 Maester 의 어원) Ludi : '놀이(Ludus)'의 소유격이지만, 고대 로마에서 Ludus는 '초등 학교'를 뜻하기도 함. 즉 놀이처럼 교육을 하던 기초교육을 말하는 것이었다고 하네요. 따라서 마기스터 루디가 바로 초등학교 교사를 뜻하던 말이었던 거죠. 저는 유리알 유희의 세계관에서만 그렇게 쓰이는 것이라고 착각했었습니다. 한국어로 유희의 명인라고 변역된 단어는 모두 라틴어 그대로 Magister Ludi 라고 씌여져 있고 극희 일부만 the master of the game 혹은 the master of the glass bead game 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영문본인 경우임. 원서인 독어도 역시 Magister Ludi 가 그대로 씌였고 영어와 마찬가지로 Der Magister des Glasperlenspiels 는 일부분에서만 씌임.) 로마시대 해방노예들이 주로 마기스터 루디였다고 하네요. 고대 로마가 그리스 지역을 정복하면서, 당시 로마보다 문화적·학문적으로 훨씬 앞서 있던 그리스의 지식인들이 대거 포로로 잡혀왔고 학문 예술적으로 우월했던 이 그리스 노예들이 주로 가정교사나 아이들이 학교에 데리고 다니던 페다고구스 (pedagogus) 의 역할을 했고 그 후 노예에서 해방되어 자유인이 되었을때도 특기인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게되었는데 이때 천막같은 것을 치고 어린 아이들이 놀거나 기초 교육등을 배우는 장을 만들었는데 이것을 Ludus 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 카스탈리안이 교육주라고 나오는데 영어본을 참고해보니 pedagogic Province (독일어 Pädagogische Provinz)라고 나오네요. 정리해보자면, 헤세는 '가장 낮은 신분(노예)의 돌봄'에서 시작된 단어가 '가장 고귀한 정신적 지도자'의 칭호가 된 이 역설적인 과정을 통해, 교육의 본질이 결국 '아이 곁을 지키며 바른 길로 이끄는 것'에 있음을 11장 회람을 통해서 밝히고 있는 것입니다.
각성’에서는 진리와 인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현실과 그 현실의 체험, 그것을 살아내는 일이 문제였다. 각성했을 때 사람들은 사안의 핵심이나 진리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의 상태에 대한 자기 자신의 처지를 파악하고, 그것을 실현하거나 감수할 뿐이다. 사람들은 그때 어떤 법칙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결심을 하게 되며,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 자신의 중심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 <유리알 유희 2>, 헤르만 헤세 지음 / 이영임 옮김 - 밀리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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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lla8970님의 대화: 각성’에서는 진리와 인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현실과 그 현실의 체험, 그것을 살아내는 일이 문제였다. 각성했을 때 사람들은 사안의 핵심이나 진리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의 상태에 대한 자기 자신의 처지를 파악하고, 그것을 실현하거나 감수할 뿐이다. 사람들은 그때 어떤 법칙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결심을 하게 되며,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 자신의 중심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 <유리알 유희 2>, 헤르만 헤세 지음 / 이영임 옮김 - 밀리의서재
크네히트는 '각성'을 해서 밖으로 나갈 결심을 하게 된 걸까요? 자신의 중심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오히려 문화나 정신이나 영혼은 그 나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역사는 물질적 권력을 얻기 위한 끊임없는 투쟁이라고 해야 할 세계사 옆에서 제2의, 은밀하고 피 흘리지 않는, 신성한 역사처럼 흘러간다는 것입니다.
유리알 유희 2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오늘은 다섯 명이 <날은 벌써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부터 <너무 충실한 나머지 당신이 택할 주인들에게 서열을 매기고 있습니다.” 알렉산더가 말했다.>까지 읽었습니다. 죠세핀 님은 듣기로 참석하였습니다. 1권에서의 자살한 동료 이야기 이후로 나름 극적인 전개입니다. 이번 내용이 약간 억지 드라마 같다는 생각이 들어 불편했는데, 그건 제가 충돌이나 갈등을 꺼리는 회피형이라서겠죠. 내내 작가가 주인공을 어디까지 끌어 올리나 지켜봤지만 떠나는 모습까지도 남다르고 고귀하게 그려 넣어 조금 질린 것도 같아요. 그럼에도 이성적으로 대화하는 두 인물의 자세가 돋보이네요. 다음 주 월요일은 <크네히트는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이고 있었지만,>부터 시작합니다.
또한 이 순간 완전히 아쉬운 일도 없고 구속도 없으며, 일할 의무도 무엇을 생각할 의무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밝고 생기 있는 하루가 부드러운 빛으로 그를 감싸 주고 있었다. 그야말로 완전한 모습, 완벽한 현재였으며, 요구도 없었고, 어제도 내일도 없었다
유리알 유희 2 12장 전설 - 크네히트가 카스탈리엔을 떠나며 느낀 감정,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모든 시작에는 이상한 힘이 깃들어 있어 우리를 지켜 주고 살아가도록 도와준다.
유리알 유희 2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우린 흔쾌히 소중한 나날이 사라져 감을 보나니, 더욱 소중한 것이 자라나는 것을 보기 위함이다. 우리가 뜰에서 키우는 진귀한 식물, 우리가 가르치는 어린아이, 우리가 쓰는 작은 책 같은 것.
유리알 유희 2 12장 전설 중 뤼케르트 시인의 <브라만의 지혜>에서 크네히트가 읽은 시 ,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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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개인적이긴 해도 자의적인 것은 아니고, 또 유희적이면서도 단단한 형식 규범에 얽매여 있는데, 그 점이 내 마음에 드는 것이라네.
유리알 유희 2 12장 전설 중 뤼케트르의 시에 대한 크네히트의 감상,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베오님의 문장 수집: "우린 흔쾌히 소중한 나날이 사라져 감을 보나니, 더욱 소중한 것이 자라나는 것을 보기 위함이다. 우리가 뜰에서 키우는 진귀한 식물, 우리가 가르치는 어린아이, 우리가 쓰는 작은 책 같은 것. "
크네히트는 '작은 책' 이라는 단어를 마음에 들어했다. 데시뇨리가 아마 운율을 맞추기 위해 두 단어가 필요했으리라 딴지를 걸었지만 크네히트는 반박을 해가며 작은 책이라는 단어에 애착을 보이며 자신이 나중에 '작은 책'이라고 부를만한 책을 집필하고 싶다는 소망을 표출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살짝 아~ 하는 탄식이 흘렀다. 우리가 읽고 있는 이 유리알 유희는 크네히트 유희 명인의 전기이다. 그가 쓰거나 혹은 그에 관해 씌여진 모든 형태의 글, 문서 혹은 구문으로 전해지는 구할 수 있는 전부가 이 글에 녹아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제 중후반을 넘어 종결로 나아가는 지금까지 우리는 작은 책의 존재를 들어보지 못했다. 즉 아마도 그는 그런 책을 쓰지 못했다는 암시일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온 탄식이었다.
노인은 고령자의 가느다란 손으로 책 한 권을 꺼내어 제목을 읽더니 창백한 입으로 거기에 입김을 불었네 — 감미로운 독서 시간을 보장할 듯한 황홀한 제목이었지! — 그는 그것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문질러 지워 버리고, 미소 지으며, 새롭고 다른, 전혀 다른 제목을 쓰고, 걸음을 옮겨 여기저기서 또 다른 책을 꺼내 그 제목을 지우고는 다른 제목을 썼네.
유리알 유희 2 크네히트이 유고 <꿈> 중에서 문서계원인 노,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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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님의 문장 수집: "노인은 고령자의 가느다란 손으로 책 한 권을 꺼내어 제목을 읽더니 창백한 입으로 거기에 입김을 불었네 — 감미로운 독서 시간을 보장할 듯한 황홀한 제목이었지! — 그는 그것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문질러 지워 버리고, 미소 지으며, 새롭고 다른, 전혀 다른 제목을 쓰고, 걸음을 옮겨 여기저기서 또 다른 책을 꺼내 그 제목을 지우고는 다른 제목을 썼네. "
절대적이고 완전한 가르침이란 없듯이 지식과 진리란 고정된 화석이 아니라 사라지고 생기고 변화할 수 있는 가변적이며 유기적이라는 것을 깨달은 크네히트의 시
목요일에 읽게될 크네히트의 세 이력서는 이미 유리알 유희 1권 3장 "연구 시절"에서 설명이 되었던 바로 그 이력서입니다. 다음은 3장의 해당 대목입니다. [아직 수도회에 들어가지 않은 젊은 연구생들에게 이따금 일종의 독특한 논문이나 글을 쓰게 하는 이 관습은 이미 교육주의 초창기부터 있어 왔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이력서’로, 원하는 과거의 어느 시대로 자신을 옮겨 놓는 가상의 자서전이다. 학생에게는 지나간 시대의 어떤 환경과 문화, 정신적 풍토 속으로 옮겨 가 그 속에서 자신에게 맞는 존재 양식을 생각해 내는 과제가 주어진다. 각자 시대와 취향에 따라 제정 시대의 로마나 17세기의 프랑스, 15세기의 이탈리아, 페리클레스 시대의 아테네나 모차르트 시대의 오스트리아가 선호되었다. 언어학자들의 경우에는 그들이 옮겨 간 그 시대와 나라의 언어와 양식을 사용해 자기들 삶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따금 약 1200년경 로마 교황청의 공용어나 수도사들의 라틴어 문체, 『데카메론』’풍의 이탈리아어나 몽테뉴풍의 프랑스어, 또는 슈반 폰 보버펠트의 바로크풍 독일어를 아주 능숙하게 구사한 이력서들이 나오곤 했다. 고대 아시아의 윤회나 영혼 회귀 사상의 잔재가 이 자유롭고 유희적인 형태 속에 계속 살아남아 있었다. 교사나 학생 모두가 현재의 자신이 이전에도 다른 몸으로, 다른 시대에, 다른 조건 아래 존재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익숙해 있었다. 그것은 물론 엄격한 의미에서의 믿음은 아니었고, 학설은 더더구나 아니었다. 그저 자기 자신을 다른 조건과 환경에다 놓고 떠올려 보게 하는 상상력의 훈련이요 유희였다. 그러는 가운데 사람들은 많은 문체 비평 연구나 유리알 유희에서 하는 것처럼 과거의 문화나 시대나 나라 속으로 신중하게 들어가 보는 연습을 했던 것이고, 스스로를 엔텔레케이아의 가면으로, 무상한 껍질로 관찰하는 법을 배웠던 것이다. 이처럼 이력서를 쓰는 관습은 나름의 매력과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렇지 않았다면 그렇게 오래도록 지속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또 이런 윤회 이념을 어느 정도 믿을 뿐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 낸 이력서가 사실이라고 믿믿는 학생도 적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상상 속의 전생들 대부분은 단순한 문체 연습이나 역사 연구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들이 마음속으로 바라는 이상의 모습이요 한껏 드높인 자화상이었기 때문이다. 이력서의 필자들 대부분은 자기가 평소 이상으로 생각하고 되기를 바랐던 모습으로 치장하고 그런 성격을 가진 자신을 그려 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이력서들은 교육적으로도 꽤 괜찮은 생각이었으니, 젊은 날 문학적인 창작 욕구에 하나의 합법적인 통로가 되어 주었던 것이다. 몇 세대 전부터 원래의 진지한 창작은 금지되었고, 부분적으로 학문이나 유리알 유희를 통해 대치되어 왔다고는 해도, 청춘기의 예술적인 충동, 형상화하고자 하는 충동이 다 해소되는 것은 아니었다. 자주 웬만한 소설 분량으로 늘어나기도 하는 이 이력서들에서 그 충동은 허락된 활동 무대를 찾곤 했다. 많은 이력서 집필자들은 그러면서 자기 인식의 영역에 첫발을 내딛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연구생들은 그들의 이력서를 당시의 세계나 카스탈리엔에 대해 비판적이고도 혁명적인 생각을 드러내는 데 이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 그런 일들도 교사들은 호의적인 이해와 함께 받아들였다. 그 밖에도 연구생이 최대의 자유를 누리며 철저한 감독을 받지 않고 지내는 동안 이 글들은 교사들에게 여러 가지로 참고가 되었으니, 그것을 쓴 사람의 정신적 도덕적 생활과 상태를 종종 놀라울 정도로 분명하게 드러내 주곤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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