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유리알 유희2 함께 낭독하기

D-29
오히려 문화나 정신이나 영혼은 그 나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역사는 물질적 권력을 얻기 위한 끊임없는 투쟁이라고 해야 할 세계사 옆에서 제2의, 은밀하고 피 흘리지 않는, 신성한 역사처럼 흘러간다는 것입니다.
유리알 유희 2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오늘은 다섯 명이 <날은 벌써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부터 <너무 충실한 나머지 당신이 택할 주인들에게 서열을 매기고 있습니다.” 알렉산더가 말했다.>까지 읽었습니다. 죠세핀 님은 듣기로 참석하였습니다. 1권에서의 자살한 동료 이야기 이후로 나름 극적인 전개입니다. 이번 내용이 약간 억지 드라마 같다는 생각이 들어 불편했는데, 그건 제가 충돌이나 갈등을 꺼리는 회피형이라서겠죠. 내내 작가가 주인공을 어디까지 끌어 올리나 지켜봤지만 떠나는 모습까지도 남다르고 고귀하게 그려 넣어 조금 질린 것도 같아요. 그럼에도 이성적으로 대화하는 두 인물의 자세가 돋보이네요. 다음 주 월요일은 <크네히트는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이고 있었지만,>부터 시작합니다.
또한 이 순간 완전히 아쉬운 일도 없고 구속도 없으며, 일할 의무도 무엇을 생각할 의무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밝고 생기 있는 하루가 부드러운 빛으로 그를 감싸 주고 있었다. 그야말로 완전한 모습, 완벽한 현재였으며, 요구도 없었고, 어제도 내일도 없었다
유리알 유희 2 12장 전설 - 크네히트가 카스탈리엔을 떠나며 느낀 감정,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모든 시작에는 이상한 힘이 깃들어 있어 우리를 지켜 주고 살아가도록 도와준다.
유리알 유희 2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우린 흔쾌히 소중한 나날이 사라져 감을 보나니, 더욱 소중한 것이 자라나는 것을 보기 위함이다. 우리가 뜰에서 키우는 진귀한 식물, 우리가 가르치는 어린아이, 우리가 쓰는 작은 책 같은 것.
유리알 유희 2 12장 전설 중 뤼케르트 시인의 <브라만의 지혜>에서 크네히트가 읽은 시 ,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크네히트는 '작은 책' 이라는 단어를 마음에 들어했다. 데시뇨리가 아마 운율을 맞추기 위해 두 단어가 필요했으리라 딴지를 걸었지만 크네히트는 반박을 해가며 작은 책이라는 단어에 애착을 보이며 자신이 나중에 '작은 책'이라고 부를만한 책을 집필하고 싶다는 소망을 표출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살짝 아~ 하는 탄식이 흘렀다. 우리가 읽고 있는 이 유리알 유희는 크네히트 유희 명인의 전기이다. 그가 쓰거나 혹은 그에 관해 씌여진 모든 형태의 글, 문서 혹은 구문으로 전해지는 구할 수 있는 전부가 이 글에 녹아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제 중후반을 넘어 종결로 나아가는 지금까지 우리는 작은 책의 존재를 들어보지 못했다. 즉 아마도 그는 그런 책을 쓰지 못했다는 암시일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온 탄식이었다.
그것은 개인적이긴 해도 자의적인 것은 아니고, 또 유희적이면서도 단단한 형식 규범에 얽매여 있는데, 그 점이 내 마음에 드는 것이라네.
유리알 유희 2 12장 전설 중 뤼케트르의 시에 대한 크네히트의 감상,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노인은 고령자의 가느다란 손으로 책 한 권을 꺼내어 제목을 읽더니 창백한 입으로 거기에 입김을 불었네 — 감미로운 독서 시간을 보장할 듯한 황홀한 제목이었지! — 그는 그것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문질러 지워 버리고, 미소 지으며, 새롭고 다른, 전혀 다른 제목을 쓰고, 걸음을 옮겨 여기저기서 또 다른 책을 꺼내 그 제목을 지우고는 다른 제목을 썼네.
유리알 유희 2 크네히트이 유고 <꿈> 중에서 문서계원인 노,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절대적이고 완전한 가르침이란 없듯이 지식과 진리란 고정된 화석이 아니라 사라지고 생기고 변화할 수 있는 가변적이며 유기적이라는 것을 깨달은 크네히트의 시
목요일에 읽게될 크네히트의 세 이력서는 이미 유리알 유희 1권 3장 "연구 시절"에서 설명이 되었던 바로 그 이력서입니다. 다음은 3장의 해당 대목입니다. [아직 수도회에 들어가지 않은 젊은 연구생들에게 이따금 일종의 독특한 논문이나 글을 쓰게 하는 이 관습은 이미 교육주의 초창기부터 있어 왔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이력서’로, 원하는 과거의 어느 시대로 자신을 옮겨 놓는 가상의 자서전이다. 학생에게는 지나간 시대의 어떤 환경과 문화, 정신적 풍토 속으로 옮겨 가 그 속에서 자신에게 맞는 존재 양식을 생각해 내는 과제가 주어진다. 각자 시대와 취향에 따라 제정 시대의 로마나 17세기의 프랑스, 15세기의 이탈리아, 페리클레스 시대의 아테네나 모차르트 시대의 오스트리아가 선호되었다. 언어학자들의 경우에는 그들이 옮겨 간 그 시대와 나라의 언어와 양식을 사용해 자기들 삶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따금 약 1200년경 로마 교황청의 공용어나 수도사들의 라틴어 문체, 『데카메론』’풍의 이탈리아어나 몽테뉴풍의 프랑스어, 또는 슈반 폰 보버펠트의 바로크풍 독일어를 아주 능숙하게 구사한 이력서들이 나오곤 했다. 고대 아시아의 윤회나 영혼 회귀 사상의 잔재가 이 자유롭고 유희적인 형태 속에 계속 살아남아 있었다. 교사나 학생 모두가 현재의 자신이 이전에도 다른 몸으로, 다른 시대에, 다른 조건 아래 존재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익숙해 있었다. 그것은 물론 엄격한 의미에서의 믿음은 아니었고, 학설은 더더구나 아니었다. 그저 자기 자신을 다른 조건과 환경에다 놓고 떠올려 보게 하는 상상력의 훈련이요 유희였다. 그러는 가운데 사람들은 많은 문체 비평 연구나 유리알 유희에서 하는 것처럼 과거의 문화나 시대나 나라 속으로 신중하게 들어가 보는 연습을 했던 것이고, 스스로를 엔텔레케이아의 가면으로, 무상한 껍질로 관찰하는 법을 배웠던 것이다. 이처럼 이력서를 쓰는 관습은 나름의 매력과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렇지 않았다면 그렇게 오래도록 지속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또 이런 윤회 이념을 어느 정도 믿을 뿐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 낸 이력서가 사실이라고 믿믿는 학생도 적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상상 속의 전생들 대부분은 단순한 문체 연습이나 역사 연구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들이 마음속으로 바라는 이상의 모습이요 한껏 드높인 자화상이었기 때문이다. 이력서의 필자들 대부분은 자기가 평소 이상으로 생각하고 되기를 바랐던 모습으로 치장하고 그런 성격을 가진 자신을 그려 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이력서들은 교육적으로도 꽤 괜찮은 생각이었으니, 젊은 날 문학적인 창작 욕구에 하나의 합법적인 통로가 되어 주었던 것이다. 몇 세대 전부터 원래의 진지한 창작은 금지되었고, 부분적으로 학문이나 유리알 유희를 통해 대치되어 왔다고는 해도, 청춘기의 예술적인 충동, 형상화하고자 하는 충동이 다 해소되는 것은 아니었다. 자주 웬만한 소설 분량으로 늘어나기도 하는 이 이력서들에서 그 충동은 허락된 활동 무대를 찾곤 했다. 많은 이력서 집필자들은 그러면서 자기 인식의 영역에 첫발을 내딛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연구생들은 그들의 이력서를 당시의 세계나 카스탈리엔에 대해 비판적이고도 혁명적인 생각을 드러내는 데 이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 그런 일들도 교사들은 호의적인 이해와 함께 받아들였다. 그 밖에도 연구생이 최대의 자유를 누리며 철저한 감독을 받지 않고 지내는 동안 이 글들은 교사들에게 여러 가지로 참고가 되었으니, 그것을 쓴 사람의 정신적 도덕적 생활과 상태를 종종 놀라울 정도로 분명하게 드러내 주곤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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