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불교, 남의 불교

D-29
석가모니 부처님의 6년 고행을 바라보는 관점은 둘이 있는 듯 합니다. 중도의 대척점으로서의 과도함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첫째, 성불의 길에서 고난과 열렬한 정진은 필수라는 관점이 둘째입니다. 두 번째 관점은 주로 티벳 불교에서 많이 얘기합니다. 달라이 라마 스님도 그 고난을 기억하기 위해 방에 고행상을 일부러 두셨다고 하죠.
많은 종파가 단지 해석과 견해차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불교의 전파에 있어서 각 나라의 정치 역사 문화적 상황이 영향이 있었다는 것, 그래서 요새 근본이라고 주장하는 빠알리 전승 지역에서도 수행법에 토속적 영향이 없잖아 있다는 점도 그렇고, 불교가 굉장히 유연한 종교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란다 대학은 현재 없다지만 수많은 스님들과 학자들이 토론 및 번역, 연구를 거쳐서 이룩하여 다양하게 꽃핀 불교의 전파와 자체가 계속 그 정신을 계승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현명하고 자비로운 스승인 동일한 석가모니(Sakyanumi) 부처님 을 따르고 있는, 정말로 거대하고 다양한 불교 가족이다. 우리의 다양성은 우리의 장점들 중의 하나라고 나는 믿는다. 그 다양성이 있기에 불교는 전 세계를 통해서 퍼져나갔고, 이 지구의 수십억 명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 고 있다"
불교에서 지혜와 방편의 결합에 관해 많이 얘기합니다. 여러 차원과 맥락에서 얘기가 되는데 불교의 전파에서도 지혜와 방편의 결합을 말하죠. 티벳 불교의 입장에선 견해의 측면에서 최고인 중관 귀류논증학파 이후로 새로운 지혜는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방편은 시공간에 따라 새로 갱신될 수 있다고 하죠. 그러나 견해 역시 전파되는 과정에선 변형이 불가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꼭 특정 설법자의 의도가 없더라도요.
"라마와 뚤꾸는 티베트 사회에서 존경 받는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그 칭호들이 단지 사회적 신분이 되어서 어떤 사람들을 뚤꾸나 린포체나 라마라고 부르는 것이 부패로 이어지기도 했다. 사람들이 칭호를 너무 높이 평가하는 것을 나는 안타깝게 여긴다. 불교는 사회적 신분에 대한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을 자신의 종교적 스승으로 받아 들이기 전에 그 사람의 자격과 자질을 점검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스승들은 칭호의 유무와 상관없이 열심히 수행해야 하고 존경 받을 자격을 갖춰야 한다" p.46 "한 국가 안에 많은 수행 전통들이 있을 수도 있고 하나의 수행 전통을 많은 나라들에서 수행할 수도 있다" p.49
‘라마’라는 말은 여러 맥락 안에서 쓰입니다. 한국어 ‘스승’이 여러 맥락에서 쓰이는 것과 비슷하죠. ‘자신의 인생 스승’과 같이 꽤 무겁게도 쓰입니다. 그 경우 관습적으로 7년 정도 지켜본 후 결정하라고 하죠. 또 한 번 나의 ‘라마’로 결정했으면, 절대 그에게서 허물을 보면 안 된다고 합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는 저도 아직 이해가 잘 안 갑니다. 제 나름대로는 뭔가를 배울 사람에게서 배울 것만 보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마지막 문장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허물없는 인간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매번 실망하며 차갑게 돌아서고는 했는데 그것 또한 제 견해가 영향을 끼친 것이고 제 마음속 무명과 번뇌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확히 어찌해야겠다는 모르겠으나 마음이 조금은 너그러워진듯 합니다.
부처님은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마음의 작용에 대해서 깊은 통찰을 하였다. 우리의 견해가 영향을 미쳐서 우리가 여러 가지 일을 겪는 것이고, 우리가 고통과 행복으로 떠밀리는 것은 다른 사람들 때문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의 무명(無明)과 번뇌 때문이라고 부처님은 가르쳤다. 해탈과 완전한 깨달음도 마음의 상태이지, 외부의 환경이 아니다.
달라이 라마의 불교 강의 달라이 라마.툽텐 최된 지음, 주민황 옮김
달라이라마 스님은 불교를 세 부분으로 나눠 말씀하셨습니다. 과학, 철학, 수행이죠. 이때 과학은 마음의 과학을 말합니다. 불교의 마음의 과학, 즉 불교 심리학은 마음의 종류와 각 마음들의 기능, 그리고 인식 대상들에 관해 주로 설명합니다.
승(乘)과 도(道)는 같은 뜻이다. 가끔은 이 말들을 일련의 점진적 정신수행을 가리키기 위해 사용할 때가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자연스러운 출리심(出離心)과 결합된 지혜로운 식(識)을 가리킨다.
달라이 라마의 불교 강의 달라이 라마.툽텐 최된 지음, 주민황 옮김
승과 도가 그저 비유적 의미에서의 수레와 길로만 쓰이는 게 아니라는 걸 처음 알았을 때 꽤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둘은 수행을 통해 성취한 특정 마음 상태 혹은 다음 성취로 넘어가기 위해 특정 기능, 주로 생각을 바꾸는 기능을 하는 마음입니다. “자연스러운 출리심(出離心)과 결합된 지혜로운 식(識)”은 논서에서 말하는 도의 정의입니다. “자연스러운”과 “결합된”이라는 번역어에 부연설명이 조금 필요해 보입니다. 먼저 출리심이 자연스러운 상태란 아무 노력이나 애씀 없이 출리심이 발현될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수행을 통해 성취한 견고한 상태이죠. “결합된”은 티벳어 “ཟིན་པའི(신배)”의 번역어입니다. 꼭 맞는 번역어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더 나은 대안도 당장 떠오르지 않네요. 어쨌든 속뜻은 ‘한쪽의 자성이 발전하면, 다른 한쪽의 자성도 발전하는’입니다. 이 경우엔 출리심과 지혜로운 식이 각각 다른 한쪽을 가리킵니다.
승과 도가 출리심을 통해 지혜로운 식을, 식을 통해 출리심을 단단히 한다는것을 뜻한다는 말인가요? 출리심으로 깨달음을 구하고 깨달음으로 출리심을 굳건히. "자연스러운 출리심과 결합된 지혜로운 식"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대충 넘긴 표현인데 핵심내용이었네요
이때 지혜로운 식은 티벳어 མཁྱེན་པ(캔바)의 번역어입니다. 직역하면 ‘앎’의 높임말이므로 ‘아심’ 정도가 되겠네요. 한자어로 ‘지知‘로 번역합니다. 도=승=지=현증=현관 모두 동의어입니다.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은 10장 도의 진행에서 다룹니다. 출리심과 지(지혜로운 식)가 서로 단단히 한다기 보다는 출리심이 지를 뒷받침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뒷받침 주체는 출리심, 뒷받침 대상은 지죠. 출리심은 ‘내가 윤회에서 벗어나겠다’는 마음입니다. 이 마음의 힘으로 지(지는 수행이기도 하죠)가 더 발전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또, 수행 단계가 더 높아져 출리심의 수준이 더 올라간다면 이 힘으로 지 역시 더 발전되는 것입니다.
자연스러운 출리심(出離心)과 결합된 지혜로운 식(識) 풀어써주신 글에서 많이 배웁니다. 항시 수행하는 마음을 가져야지 하면서도 일상생활에서 흔들리는 마음에서 자연스러운 출리심이 얼마나 어려운 지 매번 느끼게 됩니다. 지혜로운 앎, 역시 참 모르는 것을 배울 때마다 부족함을 느끼고, 또 얕게 아는 짧은 지식에 붙들려 판단과 평가에 치우치게 될 때마다 지혜로움은 무엇이고 어찌 얻을 수 있는가 고민하게 됩니다. 조금씩이나마 한걸음 한걸음 수행해보려는 마음만 남겨보려합니다.
수행도 공부도 먼 길이라 천천히 쉬엄쉬엄 가야 원하던 곳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연스러운 출리심이 결합된 지혜로운 식” 역시 꽤나 높은 수행의 단계를 성취해야 얻을 수 있습니다. 10장 도의 진행에서 다룰 내용이지만 살짝 말씀드리면 이때부터 아라한 혹은 부처까지 가는 5도 중 첫 단계인 자량도가 시작됩니다. 아직 성자라곤 할 수 없지만 일반 범부와도 구분되는 단계가 이 자량도와 그 다음 단계인 가행도입니다. 그 다음 단계인 견도부터는 그 단계에 이른 이를 성자라고 부르죠. 개인적으로 이번 독서모임이 불교에 관한 좋은 입문 정도가 되길 바랍니다. 현재 한국은 불교에 관해 학파와 종파, 전승의 구분없는 가르침들, 때론 불교가 아닌 거짓 가르침들까지 뒤섞여 들리는 시공간입니다. 불교에 관해 오해하고 이상한 독선에 빠지기 딱 좋은 환경이죠. 그래서 이번 독서모임의 목표는 최대한 오해없이 불교라 불리는 것들에 관해 큰 그림을 그리고 대략의 구분선을 긋는 것입니다. 저 혼자 하긴 어려운 일이니 많이 도와주세요😅🙏
저는 불교를 종교로 받아들인 것은 아니기에 윤회를 믿지않지만 고집멸도의 가르침을 깊이 새기며 윤회를 바라지 않을만큼 생을 온전히 살고 죽을때 완전히 죽자는 다짐을 합니다. 그러기위해 집착을 버려야하는거라 이해했고요. 의문은 불교교육하시는 스님께서 신묘장구다리니를 외우면 좋은 일이 일어날거라며 암송하라하시는데 이것 또한 집착아닌가요? 절에가서 무언가를 기원하는 절을 올리고 연등을 달고 하는것도요. 간절히 바라는것이 집착이 되지 않게 경계하면서 살라는 가르침으로 이해하면 되는것일까요? 저는 불교의 역사나 계파등에 관한 지식보다는 불교의 가르침 그 자체에 궁금증이 많아서요.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라는데 법에만 관심이 가서..많이 부족합니다. 귀한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불교에서 무조건 집착을 안 좋게 보지는 않습니다. 세속의 즐거움에 관한 집착과 멀리하기를 권장하죠. “내가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겠다”, “일체중생이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가 성불하겠다”와 같은 좋은 목적과 동기의 집착은 좋게 봅니다. 또 이런 좋은 목적이 아닌 부정적인 집착 역시 필요에 따라 활용하기도 합니다. 집착에서 비롯된 번뇌의 고통이 없다면 누구도 수행하고 공부하려 하지 않겠죠. 굳이 안 해도 편안한 상태니까요. 그래서 이런 맥락에서 집착이나 번뇌는 수행의 자양분이나 연료가 되기도 합니다.
다라니를 외는 것이나 연등 다는 것 역시 어떤 동기에서 어떤 목적을 갖고 하느냐에 따라 달리 평가할 수 있겠죠. 절에서 세속적 자기 자신만의 소원성취를 이유로 기도를 권하는 건 일반적으로 좋게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그저 자기 자신만 잘 되는 게 불교의 목적은 아니니까요. 그러나 세상엔 여러 성향과 수준의 사람들이 있고 그중 많은 경우는 이타행이나 불법의 심오한 측면보다는 세속적 즐거움에 더 관심이 많을 겁니다. 그런 사람들에게조차 조금이라도 불법과의 인연을 맺어주고자 하는 동기라면 소원성취를 위한 기도를 권하는 것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만한 하지 않을까요? 또 올바른 절과 승려라면, 재가신도에게 기도하고 본인의 소원을 빌기 전 일체중생이 윤회에서 벗어나는 서원을 먼저 하라고 알려줄 것입니다.
부끄럽게도 저 또한 다리니를 외우며 제 사사로운 바램들을 되내었기에 여쭤봤어요. 이타행과 불법의 심오한 측면들 역시 제게는 너무 버겨운 것임을 고백합니다. 말씀해주신대로 일체중생이 윤회에서 벗어나는 서원을 함께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자비의 부처님 및 정진하시는 스님들 존경합니다. 저는 그 경지에 도달하지 못하겠지만 이번생에서 최선은 다해보도록 할게요. 감사합니다.
부끄러울 일이 전혀 아니세요😅ㅎㅎ 누구나 처음에는 일체중생이니 뭐니 하는 큰 대의를 갖고 기도나 불교 공부를 시작하지 않겠죠. 저도 처음에는 지루함과 따분함을 해소하기 위해 가벼운 호기심 정도를 갖고 불교를 들춰 봤습니다.:)
산스끄리뜨 전승에 의하면, 그 수행자들이 특정한 목적을 이루려는 동기, 그들이 중요시하는 명상 대상, 그들이 목표를 이루는 데 필요한 공덕과 시간의 총량에 따라 삼승을 구분한다.
달라이 라마의 불교 강의 달라이 라마.툽텐 최된 지음, 주민황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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