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3) 프랑켄슈타인

D-29
그 헛간에 도착하고 얼마 후에, 나는 당신 실험실에서 가져온 옷 주머니에서 종이를 몇 장 발견했소. 처음엔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나중에 거기 적힌 것들의 특징을 해독할 수 있게 되자 부지런히 그것을 연구하기 시작했소. 그것은 내가 만들어지기 전 넉 달 동안 당신이 쓴 일지였소. 당신은 작업의 모든 과정을 그 종이에다 빠짐없이 기록했소. 집안일에 대한 이야기도 섞여 있었소. 당신은 이제야 그 종이들이 기억나나 보군. 이게 그것이오. 내 저주받은 탄생에 얽힌 모든 것이 들어 있는 기록. 나의 존재를 만들어 낸 역겨운 상황들이 눈에 선하게 그려져 있소. 내게 주어진 징그럽고 혐오스러운 모습을 자세히 묘사한 글에는 당신의 공포가 생생히 드러나고 나 역시 씻을 수 없는 참담함을 느꼈소. 그 글을 읽으면서 토 할 것만 같았소. 『생명을 받은 그 지긋지긋한 날!」 나는 괴로워 소리쳤소. 「저주받을 창조자! 당신조차 역겨워 고개를 돌릴 소름 끼치는 괴물을 왜 만들었는가? 신은 자신의 형상을 본떠 인간을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만들었건만 내 모습은 추잡한 인간의 모습이고, 인간과 비슷하기 때문에 더욱 끔찍해졌구나. 사탄에게는 칭찬해 주고 용기를 줄 동료 악마들이라도 있었지만, 나는 철저히 혼자이고 미움을 받는 존재로군.』 이런 것들이 내가 절망과 고독 속에서 생각한 내용이오.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174,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자신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괴물이 알게 되는 장면은 여러 소설이나 영화에서 자주 오마주 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자연스러운 과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어떤 불순한 목적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자신의 존재 자체의 의미가 축소되고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스스로 목격하는 순간은,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 『프랑켄슈타인』 - 3주차 (05.11. 월 ~ 05.17. 일): 제3부. pp.201-293. 🎉 2부에서는 괴물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드 라세 가족을 몰래 관찰하며 언어와 감정을 익히던 그 존재가, 마침내 세상과 직접 부딪히려 했을 때 돌아온 것은 공포와 거부였습니다. 사피의 이야기, 그리고 자신을 창조한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분노와 갈망까지, 괴물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누가 진짜 괴물인지 판단하기 어려워집니다. 3부에서는 모든 것이 한 곳으로 모입니다. 괴물의 요구, 프랑켄슈타인의 선택, 그리고 프랑켄슈타인의 결말과 월턴의 결말이 만납니다. * 3부를 읽어나가시면서 함께 생각해보면 좋을 질문들을 제안합니다. - 괴물은 자신과 같은 존재, 즉 동반자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합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처음에 수락하지만 결국 거부합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들어주는 것과 거부하는 것, 어느 쪽이 더 옳다고 느껴지셨나요? - 소설의 끝에서 프랑켄슈타인과 괴물, 그리고 월턴의 모습을 비교해보면 좋겠습니다. 각자 스스로의 선택이기도 하고 자신의 선택 자체가 가진 힘에 의해 마지막까지 끌려온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주도 즐거운 독서 되세요! *^^*
동반자를 만드는 것을 거절할 것 같아요. 일견 처음에는 피조물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것도 내가 벌인 일이니..)에서 만들어주는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생명을 또 하나 창조한다는 것에 대한 윤리적 거부감(이것이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는지 알면서!! 한 번 더 이걸 한다구??), 문제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것 같은 느낌(진짜 자손이라도 생산한다면??), 새로운 피조물이 얌전히 프랑켄슈타인과 이전 피조물의 타협(인간 세상에서 멀리 떠나살겠다는 약속)을 지킬거라는 보장이 없는 점 등등 감히 동반자를 만들어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정적으로는 피조물의 처절한 외로움을 고백하는 말에 더 동감하게되긴 해요. 애초에 책임지지도 못할 걸 왜 만들어가지고 ㅠㅠ
그렇죠, 프랑켄슈타인이 처한 상황이 딜레마 상황인 것 같습니다. 만들어준다면 그건 기술의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는 꼴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안 만들어준다면 그건 또 문제를 방치하는 셈이 되고. 괴물이 자신의 짝으로 괴물을 만들어달라는 것도,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자신과 비슷하지 않으면 소통하고 교감할 수 없다는 걸, 사람들로부터 배척당하면서 절감한 거겠죠.
저도 @모시모시 님과 같은 생각이에요. 불행한 존재를 세상에 하나 더 추가할 수는 없으니…
저주스러운 창조자! 어째서 당신조차 역겨워 등을 돌릴 만큼 흉악한 괴물을 빚었습니까? 신은 연민을 갖고 자기 모습을 따라 아름답고 매혹적인 존재로 인간을 창조했소. 그러나 내 모습은 당신의 추악한 부분을 닮았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끔찍하오. 사탄에게는 그를 숭배하고 격려해줄 동료 악마들이 있었지만, 나는 고독할 뿐 아니라 혐오의 대상일 뿐이오.”
프랑켄슈타인 (무삭제 완역본) -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메리 셸리 지음, 오수원 옮김
가끔 프랑켄슈타인에게 피조물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자세한 내용을 알아내려고 할 때도 있었어. 하지만 그 문제에 관해서는 그야말로 난공불락이더군. “벗이여, 제정신이 아닌 겁니까?” 그는 이렇게 말하더군. “그런 무분별한 호기심으로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 같나요? 세상에 악마 같은 원수를 만들어주려는 겁니까? 그렇지 않다면 무슨 의도로 그런 질문을 하는 거죠? 부디 마음을 가라앉히고 평정을 찾으십시오! 내 불행에서 교훈을 얻고 불행을 자초하지 말아요.”
프랑켄슈타인 (무삭제 완역본) -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메리 셸리 지음, 오수원 옮김
괴물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이 없어서 이상하기도 하고 답답했는데, 그게 일부러 말하지 않았던 거였어요!
저도 만드는 방법 없이 이렇게 표현한 부분에서 좀 웃었어요. 중간에 "그러고 보니 이야기의 흥미가 절정에 달한 대목에서 깜박 설교를 하고 있었군. 당신 표정을 보니 이야기를 계속해야겠다." <-이런 부분도 재미있었고요.
최근 며칠간 생애 최후의 나날을 보내면서 과거의 내 행적을 되짚어 보았습니다. 흠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뜨거운 광기로 분별을 잃은 상태에서 이성적인 존재를 창조했으니, 내 힘닿는 한 그에게 행복과 안녕을 보장해주어야 했습니다. 그게 제 의무였으니까요. 하지만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있었습니다. 동포 인류에 대한 의무 말입니다. 그 의무가 내게는 더 중요한 관심사였습니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의 행복과 불행이 거기 달려 있었으니까요.
프랑켄슈타인 (무삭제 완역본) -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메리 셸리 지음, 오수원 옮김
나는 내 불행에 공감해줄 사람을 찾는 게 아니오. 그런 사람은 없을 테니까. 처음에 공감을 구했던 것은 미덕에 대한 애정, 나의 온몸과 마음에서 흘러넘치던 행복과 사랑의 감정, 동참하고 싶은 마음을 알아달라는 것이었소. 그러나 이제 그때의 미덕은 내게 그림자에 불과하게 되었고 행복과 애정은 쓰고 혐오스러운 절망으로 변했으니, 이제 와서 무슨 공감을 구하겠소? 고통이 지속한다 해도 혼자서 견뎌내는 데 나는 만족하오. 죽는다 해도, 혐오와 불명예가 기억을 짓누르고 있다는 사실에 불만이 없소.
프랑켄슈타인 (무삭제 완역본) -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메리 셸리 지음, 오수원 옮김
어린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면 나는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느낀다. 불행이 내 마음을 더럽히고, 널리 세상에 도움이 되겠다는 밝은 꿈을 오로지 나 자신에 대한 우울하고 편협한 생각으로 바꾸어놓기 전의 일이니까. 그러나 어린 시절의 그림을 하나씩 그려나가면서,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 한 발 한 발 훗날의 불행으로 나를 이끈 사건들을 절대 생략해서는 안 된다.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그런 그는 지금 어디 있단 말인가?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은 영영 사라져 버린 걸까? 그 정신, 아름답고 방대한 상상력과 생각으로 넘치던 정신, 그것을 만든 이의 생명력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냈던 정신은 사라져 버린 걸까? 이제는 오직 내 기억 속에만 남은 걸까? 아니, 그렇지 않다. 성스럽게 빚어져 아름다움을 빛내던 너의 육신은 비록 스러졌지만 네 영혼은 아직도 이 불행한 친구를 찾아와 위로해 준다.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친구와 헤어지면서 나는 스코틀랜드의 외딴곳을 찾아가서 조용히 일을 마치기로 했다. 괴물이 나를 따라왔고, 내가 일을 끝내자마자 자기 배우자를 건네받으러 나타날 거라는 데 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나는 결심한 대로 북부 고지대를 가로질러 오크니 제도의 외딴곳을 내 작업 장소로 정했다. 그런 일에 꼭 어울리는 그 곳은 바위 덩어리나 다름없는 섬으로, 높은 쪽 절벽에 끊임없 이 파도가 부딪혔다. 척박한 땅에서는 몇 마리 불쌍한 소가 먹을 풀 약간과 주민들의 주식인 귀리가 겨우 자랄 뿐이었다. 주민이라고 해봐야 다섯 명, 앙상하고 수척한 몸은 그들의 형편없는 식사를 말해 주었다. 어쩌다 사치를 부릴 때 먹는 채소와 빵, 심지어는 마실 물까지 8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본토에서 조달되었다. 섬을 통틀어서 누추한 오두막 세 채가 고작이었고, 그나마 한 채는 내가 도착할 당시엔 비어 있었다. 그 집을 빌렸다. 두 칸짜리 그 집은 가난의 처참함이 어떤 것인지 보여 주었다. 초가지붕은 꺼졌고, 벽은 회칠이 안 되어 속을 드러냈으며, … 나는 집을 수리하도록 시키고, 가구 몇 점을 사들인 후 그 집에 들어갔는데, 분명 상당한 놀라움을 일으켰을 이 사건도 지독한 가난과 궁핍에 찌들어 무감각해진 이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실제로 내가 이들의 이목을 끌거나 방해받지도 않고, 음식과 옷을 약간 주어도 고맙다는 말을 거의 듣지 못한 것은, 인간의 가장 천박한 감정조차 무디게 만드는 고단한 삶 때문이었다.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217-218,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이 장면에서 오크니 제도의 외딴 섬 사람들을 묘사한 장면이 눈에 띄어서 가져와보았습니다. 가난이 만든 무감각. 가난과 궁핍은 외부 세계에 대한 호기심도 공감도, 고마움도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메리 셸리의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환경과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급진적인 사상가였다는 것과도 연결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괴물도 사람들로부터 거부와 폭력, 멸시를 당하면서 증오와 폭력성이 생겨난 것처럼, 인간도 자신의 환경과 처지에 따라 인성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닐까 싶네요. 오크니 제도는 스코틀랜드 북쪽에 있는 섬들인데, 상당히 황량하다고 하네요. 델 토로의 2025년 영화 『프랑켄슈타인』은 스토리는 많이 각색했지만, 소설의 장면들에서 풍기는 분위기를 잘 구현하려고 한 것 같아요. 사진: 『프랑켄슈타인』 기예르모 델 토로 (2025). 출처: IMDB 그리고 스코틀랜드는 메리 셸리가 어린 시절(14~15세) 지냈던 아버지 지인의 집이 있던 곳이기도 합니다. 던디라는, 에딘버러보다 좀 더 위쪽에 있는 바닷가 도시인데, 오크니제도와는 좀 거리가 있기는 하네요. 그 지인의 이름이 윌리엄 백스터인데, 『가여운 것들』(소설/영화)에서 벨라 백스터를 만든 사람의 이름이 고드윈 백스터죠. 아버지의 성과 스코틀랜드에 살던 지인의 성으로 이름을 만들었더라고요. 스코틀랜드의 환경과 그곳 사람들의 추억을 이 소설에 담은 듯 합니다.
거목의 재앙에 나는 극도로 경악했고, 천둥과 번개의 성격과 기원에 대해 아버지에게 열심히 여쭤보았다. 아버지는 “전기”라고 대답하며, 그 힘의 다양한 효과를 설명해주었다.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괴물을 정확히 어떻게 만들었다는 말은 없지만, 이렇게 곳곳에 복선 혹은 힌트를 남겨두고 있어요. 꼼꼼하신 메리 셸리. ^^
읽을수록 제가 알던 프랑켄슈타인 내용과 너무 달라 계속 놀라는 중입니다. 완전 다르다는 얘길 많이 들었음에도 이렇게나 다르다니... 기예르모 델 토로 영화도 봤는데...후반부가 궁금하네요
영화들은 대체로 『프랑켄슈타인』의 뼈대(?)만 가져와서 각 시대별로 감독별로 각색이 모두 제각각이죠. 변형과 재창조는 후대의 특권 아니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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