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3) 프랑켄슈타인

D-29
저도 만드는 방법 없이 이렇게 표현한 부분에서 좀 웃었어요. 중간에 "그러고 보니 이야기의 흥미가 절정에 달한 대목에서 깜박 설교를 하고 있었군. 당신 표정을 보니 이야기를 계속해야겠다." <-이런 부분도 재미있었고요.
최근 며칠간 생애 최후의 나날을 보내면서 과거의 내 행적을 되짚어 보았습니다. 흠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뜨거운 광기로 분별을 잃은 상태에서 이성적인 존재를 창조했으니, 내 힘닿는 한 그에게 행복과 안녕을 보장해주어야 했습니다. 그게 제 의무였으니까요. 하지만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있었습니다. 동포 인류에 대한 의무 말입니다. 그 의무가 내게는 더 중요한 관심사였습니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의 행복과 불행이 거기 달려 있었으니까요.
프랑켄슈타인 (무삭제 완역본) -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메리 셸리 지음, 오수원 옮김
나는 내 불행에 공감해줄 사람을 찾는 게 아니오. 그런 사람은 없을 테니까. 처음에 공감을 구했던 것은 미덕에 대한 애정, 나의 온몸과 마음에서 흘러넘치던 행복과 사랑의 감정, 동참하고 싶은 마음을 알아달라는 것이었소. 그러나 이제 그때의 미덕은 내게 그림자에 불과하게 되었고 행복과 애정은 쓰고 혐오스러운 절망으로 변했으니, 이제 와서 무슨 공감을 구하겠소? 고통이 지속한다 해도 혼자서 견뎌내는 데 나는 만족하오. 죽는다 해도, 혐오와 불명예가 기억을 짓누르고 있다는 사실에 불만이 없소.
프랑켄슈타인 (무삭제 완역본) -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메리 셸리 지음, 오수원 옮김
어린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면 나는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느낀다. 불행이 내 마음을 더럽히고, 널리 세상에 도움이 되겠다는 밝은 꿈을 오로지 나 자신에 대한 우울하고 편협한 생각으로 바꾸어놓기 전의 일이니까. 그러나 어린 시절의 그림을 하나씩 그려나가면서,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 한 발 한 발 훗날의 불행으로 나를 이끈 사건들을 절대 생략해서는 안 된다.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그런 그는 지금 어디 있단 말인가?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은 영영 사라져 버린 걸까? 그 정신, 아름답고 방대한 상상력과 생각으로 넘치던 정신, 그것을 만든 이의 생명력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냈던 정신은 사라져 버린 걸까? 이제는 오직 내 기억 속에만 남은 걸까? 아니, 그렇지 않다. 성스럽게 빚어져 아름다움을 빛내던 너의 육신은 비록 스러졌지만 네 영혼은 아직도 이 불행한 친구를 찾아와 위로해 준다.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친구와 헤어지면서 나는 스코틀랜드의 외딴곳을 찾아가서 조용히 일을 마치기로 했다. 괴물이 나를 따라왔고, 내가 일을 끝내자마자 자기 배우자를 건네받으러 나타날 거라는 데 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나는 결심한 대로 북부 고지대를 가로질러 오크니 제도의 외딴곳을 내 작업 장소로 정했다. 그런 일에 꼭 어울리는 그 곳은 바위 덩어리나 다름없는 섬으로, 높은 쪽 절벽에 끊임없 이 파도가 부딪혔다. 척박한 땅에서는 몇 마리 불쌍한 소가 먹을 풀 약간과 주민들의 주식인 귀리가 겨우 자랄 뿐이었다. 주민이라고 해봐야 다섯 명, 앙상하고 수척한 몸은 그들의 형편없는 식사를 말해 주었다. 어쩌다 사치를 부릴 때 먹는 채소와 빵, 심지어는 마실 물까지 8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본토에서 조달되었다. 섬을 통틀어서 누추한 오두막 세 채가 고작이었고, 그나마 한 채는 내가 도착할 당시엔 비어 있었다. 그 집을 빌렸다. 두 칸짜리 그 집은 가난의 처참함이 어떤 것인지 보여 주었다. 초가지붕은 꺼졌고, 벽은 회칠이 안 되어 속을 드러냈으며, … 나는 집을 수리하도록 시키고, 가구 몇 점을 사들인 후 그 집에 들어갔는데, 분명 상당한 놀라움을 일으켰을 이 사건도 지독한 가난과 궁핍에 찌들어 무감각해진 이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실제로 내가 이들의 이목을 끌거나 방해받지도 않고, 음식과 옷을 약간 주어도 고맙다는 말을 거의 듣지 못한 것은, 인간의 가장 천박한 감정조차 무디게 만드는 고단한 삶 때문이었다.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217-218,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이 장면에서 오크니 제도의 외딴 섬 사람들을 묘사한 장면이 눈에 띄어서 가져와보았습니다. 가난이 만든 무감각. 가난과 궁핍은 외부 세계에 대한 호기심도 공감도, 고마움도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메리 셸리의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환경과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급진적인 사상가였다는 것과도 연결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괴물도 사람들로부터 거부와 폭력, 멸시를 당하면서 증오와 폭력성이 생겨난 것처럼, 인간도 자신의 환경과 처지에 따라 인성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닐까 싶네요. 오크니 제도는 스코틀랜드 북쪽에 있는 섬들인데, 상당히 황량하다고 하네요. 델 토로의 2025년 영화 『프랑켄슈타인』은 스토리는 많이 각색했지만, 소설의 장면들에서 풍기는 분위기를 잘 구현하려고 한 것 같아요. 사진: 『프랑켄슈타인』 기예르모 델 토로 (2025). 출처: IMDB 그리고 스코틀랜드는 메리 셸리가 어린 시절(14~15세) 지냈던 아버지 지인의 집이 있던 곳이기도 합니다. 던디라는, 에딘버러보다 좀 더 위쪽에 있는 바닷가 도시인데, 오크니제도와는 좀 거리가 있기는 하네요. 그 지인의 이름이 윌리엄 백스터인데, 『가여운 것들』(소설/영화)에서 벨라 백스터를 만든 사람의 이름이 고드윈 백스터죠. 아버지의 성과 스코틀랜드에 살던 지인의 성으로 이름을 만들었더라고요. 스코틀랜드의 환경과 그곳 사람들의 추억을 이 소설에 담은 듯 합니다.
거목의 재앙에 나는 극도로 경악했고, 천둥과 번개의 성격과 기원에 대해 아버지에게 열심히 여쭤보았다. 아버지는 “전기”라고 대답하며, 그 힘의 다양한 효과를 설명해주었다.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괴물을 정확히 어떻게 만들었다는 말은 없지만, 이렇게 곳곳에 복선 혹은 힌트를 남겨두고 있어요. 꼼꼼하신 메리 셸리. ^^
읽을수록 제가 알던 프랑켄슈타인 내용과 너무 달라 계속 놀라는 중입니다. 완전 다르다는 얘길 많이 들었음에도 이렇게나 다르다니... 기예르모 델 토로 영화도 봤는데...후반부가 궁금하네요
영화들은 대체로 『프랑켄슈타인』의 뼈대(?)만 가져와서 각 시대별로 감독별로 각색이 모두 제각각이죠. 변형과 재창조는 후대의 특권 아니겠습니까? ^^;
살면서 일어나는 다양한 우연들도 사람의 감정만큼 변덕스럽지는 않다.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거목의 재앙에 나는 극도로 경악했고, 천둥과 번개의 성격과 기원에 대해 아버지에게 열심히 여쭤보았다. 아버지는 “전기”라고 대답하며, 그 힘의 다양한 효과를 설명해주었다.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어제 다 읽었어요! 다시 읽어도 감동적이고 메리 셸리 작가님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점점더 강해졌어요. 괴물의 마음도 너무 공감이 가고요. ㅠㅠ 처음에 읽었을 때는 문동세문으로 읽었고 이번에는 현대지성 버전으로 읽었는데 번역의 결이 조금 다르면서도 둘 다 좋더라고요. 내년에는 또 다른 번역으로 읽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ㅎㅎ 책 읽으면서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차일피일 미뤘던 "메리 셸리" 영화도 봤는데 프랑켄슈타인 집필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연표로만 보았던 메리 셸리의 삶이 조금더 구체적으로 다가오더라고요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문학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소녀 메리는 아버지의 제자인 낭만파 시인 퍼시와 운명적 사랑에 빠진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도피를 떠난 두 사람은 예상치 못한 위기를 겪게 된다. 비 내리는 어느 날, 시인 바이런의 집에 초대된 그들은 ‘무서운 이야기’를 만들어볼 것을 제안받고 메리는 그녀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괴물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는데…
프랑켄슈타인 (무선)'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4권. 19세기 천재 작가 메리 셸리가 열아홉의 나이에 놀라운 상상력으로 탄생시킨 과학소설의 고전. 무생물에 생명을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낸 물리학자 프랑켄슈타인이 시체로 만든 괴물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인간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괴물은 추악한 자신을 만든 창조주에 대한 증오심에서 복수를 꾀한다.
프랑켄슈타인 (무삭제 완역본) - 현대판 프로메테우스역사상 최초로 SF 장르의 문을 활짝 열어준 책. 작가는 산업혁명 당시 큰 관심사였던 갈바니의 생체전기 실험을 참고했고, 전기 · 화학 · 해부학 · 생리학 등의 발달과 당시 과학자들의 생명 창조에 관한 고민을 토대로, 자신의 여행 경험을 작품에 녹여냈다.
와~ 다 읽으셨군요! 감축드립니다! ^^ 매년 다시 읽으시는 건가요?! ㅎㅎ 저는 아직 남았습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데 말입니다. ㅎㅎ;;
와 여러번 읽으시다니! 저도 작품이 좋아서 아마 여러 번 읽을 것 같아요
메리셸리라는 영화도 있었네요. 보고싶네요. 모임에서 많이 배우고 갑니다.
며칠을 멍하니 지내며 기나긴 길을 달린 후 스트라스부르에 도착했고, 거기서 이틀 동안 클레르발을 기다렸다. 그가 왔다. 정말이지, 우리 두 사람은 어쩌면 그렇게 정반대일까! 그는 새로운 광경이 펼쳐질 때마다 활기를 띠었고, 지는 노을의 아름다움에 즐거워했으며, 아침 해가 새 하루를 여는 것을 볼 때는 더욱 행복해했다. 그는 나에게 수시로 색이 변하는 공경과 하늘을 가리켰다. 「이런 게 바로 살아 있다는 거야. 이렇게 나는 존재를 즐기노라! 그런데 프랑켄슈타인, 대체 무엇 때문에 풀이 죽어서 그렇게 울상이니?」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206-207,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이런 게 바로 살아있다는 거야."라는 클레르발의 말을, 프랑켄슈타인은 흘려 듣네요. 주변에 널려 있는 생명을 두고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이 '생명'을 '만들겠다', 내가 '창조자'가 되겠다고 한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네요.
천재들의 노고란 아무리 오도된 것이라도 결국은 인류의 선을 공고히 하는 데 쓰이기 마련이라네.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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