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3) 프랑켄슈타인

D-29
「꺼져! 약속은 지키지 않겠다. 너처럼 흉측하고 사악한 존재는 절대 다시 만들 수 없어.」 「넌 노예야. 그렇게 설득했건만 넌 내가 애써 겸손 떨 가치도 없음을 스스로 입증하고 말았어. 내 능력을 잊지 마. 넌 지금 스스로 비참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난 네가 햇빛도 싫어할 만큼 더 비참하게 만들 수 있어. 넌 나를 만들었지만 네 주인은 나야. 어서 복종해!」 「우유부단하던 내 과거는 지나갔다. 어디 네 마음대로 해 보아라. 하지만 네가 아무리 위협해도 난 두 번 다시 그 사악한 짓을 하지 않을 테다. 오히려 네 악행의 동반자를 만들어 주지 않겠다는 내 결심만 굳어질 뿐이지. 내가 맨정신으로, 죽음과 참극을 즐길 악마를 세상에 풀어놓을 것 같으냐? 어림없다! 내 결심은 흔들리지 않는다. 아무리 협박해도 네 말은 내 분노를 부채질할 뿐이야.」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222,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네 주인인 나”라는 말은 정말 무서운 말인 것 같습니다. 인류가 과학기술을 만드는 게 아니라 과학기술이 주인이 되어 인류가 끌려가는 형국을 메리 셸리는 보여주려 한 걸까요?
… 나는 억지로 용기를 내어 연구실 문을 열었다. 내가 파괴해 버린, 반쯤 완성되었던 존재의 잔해가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마치 산 사람의 살을 난도질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방으로 들어갔다. 떨리는 손으로 기구들을 밖으로 옮겼지만, 이대로 떠나면 농부들의 공포와 의심을 살 것이고, 그래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쓰레기들을 바구니에 담아 돌을 가득 채운 후, 한밤중에 배에 싣고 가 바다에 버리기로 했다. 그러고는 해변에 앉아 화학 기구들을 씻고 정리하며 시간을 보냈다.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226,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프랑켄슈타인이 누명을 쓰게 되는 이유가 되는 장면입니다. 바로 다음날 클레르발이 죽은 상태로 발견이 되죠. 메리 셸리가 추리물을 썼어도 재밌었을 것 같아요.
내가 완수한 그 일, 참으로 감각과 이성을 지닌 동물을 창조해 낸 업적을 생각하면 나 자신을 평범한 과학자로 볼 수가 없었어. 그러나 내가 연구를 시작할 때 힘이 되어 주었던 그 생각은 결국 나를 먼지 구덩이 속에 밀어 넣고 말았네. 나의 모든 생각과 희망은 무위로 돌아갔고, 전능함을 갈망했던 대천사장처럼 나는 영원한 지옥에 묶인 신세가 되었어. 내 상상력은 무궁무진했고 분석력과 응용력도 탁월했지. 이런 자질이 결합되어 나는 인간을 창조한다는 생각을 떠올렸고 실행하게 된 거야. 지금도 그 일이 성공하기 전의 공상들을 떠올리면 그 열정이 되살아난다네. 나는 그 공상 속에서 천국을 밟았고 내 능력 속에서 기뻐했으며 결과를 기대하며 기쁨에 타올랐지. 어릴 적부터 나는 높은 이상과 고결한 야망에 젖어 있었어. 그러나 지금 나는 얼마나 몰락했는가! 아! 친구여, 자네가 옛날의 나를 안다면 이렇게 타락해 버린 나를 알아보지 못했을 거야. 나는 절망이 뭔지 몰랐다네. 내겐 화려한 운명이 펼쳐질 것 같았지. 내가 절대, 다시는 일어설 수 없다는 걸 확신할 때까지는.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당신, 프랑켄슈타인을 친구라 부르는 당신은 나의 죄와 그의 불행에 관해 들어서 아나 보군. 그가 당신한테 얼마나 자세히 말했는지 모르지만 내가 무력한 열정 속에서 헛되이 보낸 비참하고 긴 시간들을 요약하지는 못했을 거요. 왜냐하면 나는 그의 희망을 무너뜨렸지만 나 자신의 욕망은 만족시키지 못했으니까. 욕망은 식을 줄 모르고 타오르기만 했소. 그래도 나는 사랑과 우정을 갈망했고 여전히 배척당했소. 그건 부당하지 않은 거요? 인간들은 모두 나에게 죄를 저지르는데 왜 나만 죄인 취급을 받아야 하오? […] 나, 흉측하고 버림받은 이 기형아는 멸시당하고 따돌림 받고 짓밟힐 운명이고, 그 부당함을 생각하면 지금도 피가 끓어오르오.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나는 내 창조자를, 인간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도록 선택된 자를 불행하게 만드는 데 내 삶을 바쳤소. 나는 그를 회복할 수 없는 파멸로 몰아붙였소. 저기 그가, 창백하고 싸늘하게 죽어서 누워 있소. 당신은 내가 밉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내가 나 자신을 미워하는 만큼은 아닐 거요. 이게 그 일들을 저지른 손이오.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어떤 호기심 많고 불경스러운 못난이가 나와 같은 존재를 다시 만드는 일이 없도록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을 테요. 나는 죽을 거요. 그러면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고뇌를 더는 느끼지도 않을 거고, 만족시킬 수도 없고 가시지도 않는 감정의 포로가 되는 일도 더는 없겠지요. 나를 만들어 준 사람은 이제 죽었소. 그리고 이제 내가 죽으면 우리 둘에 대한 기억도 곧 잊힐 거요. 나는 더는 태양이나 별을 보지 못하고 뺨에 와 닿는 바람도 느끼지 못할 거요. 빛과 느낌, 감각도 사라질 테고,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내 행복을 찾게 될 것이오. 몇 해 전, 이 세상의 모습이 맨 처음 내 앞에 펼쳐졌을 때, 여름의 유쾌한 온기를 느끼고 나뭇잎들이 스치는 소리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었을 때, 그것들이 나의 전부였을 때 울다가 죽었으면 좋았을 것을. 이제는 죽음만이 나의 유일한 위안이라오. 죄악으로 얼룩지고 괴로운 가책에 만신창이가 된 지금, 죽음밖에 달리 어디서 쉴 수 있단 말이오?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난 의기양양하게 화장용 장작 더미에 올라가 살을 태우는 고통스러운 불꽃 속에서 기뻐 날뛰리다. 화염이 꺼지면 나의 재가 바람에 실려 바다로 갈 것이오. 내 영혼은 평화로이 잠들 것이오. 혹시 영혼이 생각을 한다 해도 괴로운 생각은 아니겠지요.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그는 자신의 가치와 자기 정신이 얼마나 몰락했는지 아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보다 젊었을 때는 나 자신이 굉장히 크게 성공할 운명이라고 믿었다네. 그런 감정은 확고했지만 한편으로는 빛나는 성공에 필요한 냉철한 판단력도 지녔네. 나에 대한 이런 자부심은 나머지 감정들이 억눌릴 때에 나를 지탱해 주었지. 인류를 위해 유용하게 쓰일 능력들을 쓸데없는 슬픔에 젖어 던져 버린다는 것은 죄악으로 여겼기 때문이야. 내가 완수한 그 일, 참으로 감각과 이성을 지닌 동물을 창조해 낸 업적을 생각하면 나 자신을 평범한 과학자로 볼 수가 없었어. 그러나 내가 연구를 시작한 때 힘이 되어 주었던 그 생각은 결국 나를 먼지 구덩이 속에 밀어 넣고 말았네. 나의 모든 생각과 희망은 무위로 돌아갔고, 전능함을 갈망했던 대천사장처럼 나는 영원한 지옥에 묶인 신세가 되었어.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276,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나와 함께 공감하고 나를 사랑해 줄 사람을 찾아왔어요. 이 황량한 바다에서 그런 사람을 찾았는데, 드디어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가치를 알자마자 그를 잃을까 봐 노심초사하다니요. 나는 그를 삶과 화해시키고 싶지만 그는 강하게 거절합니다. 「고맙네. 월턴, 이 불쌍한 인간에게 친절을 베풀어 줘서. 자네는 새로운 관계와 애정을 이야기하지만 떠난 사람들을 누가 대신할 수 있다고 보나? 나한테 클레르발이 되어 줄 사람이, 또는 엘리자베트가 되어 줄 여자가 있을 수 있을까? 더욱 뛰어나고 멋있는 사람이라면 우리의 애정에 별로 감동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어린 시절의 우정은 나중에 사귄 어떤 친구한테서도 얻을 수 없는 강력한 힘을 준다네. …」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277,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그는 선원들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지요. 「그게 무슨 소리요? 당신네들은 선장한테 무슨 요구를 하는 거요? 그렇게 쉽게 계획을 포기한단 말이오? 당신네들은 이 항해가 영예로운 탐험이라고 하지 않았소? 무엇 때문에 이 일이 영예롭소? 남쪽 바다에서처럼 뱃길이 순탄하고 잔잔해서가 아니라 위험과 공포가 있기 때문이고, 이것은 바로 여러분이 맞서 싸워 이겨 내야 할 난관이었소. 그렇기 때문에 이 항해가 영예롭고 훌륭한 과업이었던 것이오. 그래서 앞으로 여러분은 인류에 공헌한 사람으로 존경받고 여러분의 이름은 명예를 위해 죽음에 맞선 용감한 사람으로 추앙받을 것이었소. 그런데 지금은 어떤지 보시오. 이제 처음으로 위험을 상상하면서 여러분의 용기를 시험하는 강력하고 무서운 심판대에서 겁을 집어먹고 추위와 위험 앞에 무력한 남자들로 기억되는 데 만족하고 있소. 실제로 그렇게 가련한 남자들은 추위를 느껴서 따뜻한 불가를 찾아 돌아갔소. 사실, 그러려면 이런 준비가 필요 없었소. 그리고 스스로 겁쟁이임을 증명하려고 당신네 선장을 이렇게 멀리까지 끌고 와서 실패하게 만들어 망신을 줄 필요도 없었소. 아! 사나이가 되시오. 아니 그 이상이 되시오. 목표를 굳게 새기고 바위처럼 흔들리지 마시오. 이 빙산은 여러분의 마음과 똑같은 것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오. 빙산은 변하기 쉽고 여러분이 물러서지 않는 한 버티지도 못합니다. 여러분의 이마에 지울 수 없는 오명을 새긴 채 가족들에게 돌아가는 일은 없도록 하시오. 싸워서 정복한, 그리고 적에 맞서 물러서지 않은 영웅이 되어 돌아가시오.」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281,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프랑켄슈타인은 왜 선원들을 향해 이런 일장연설을 하는 걸까요? 자기기만일까요? 위험을 무릅쓰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라는 말은 선원들을 향한 것이지만, 동시에 자신의 삶을 정당화하려는 몸부림처럼 보입니다. 바로 그 불굴의 의지가 그를 파멸로 이끈 아이러니인데요. 프랑켄슈타인은 사랑하는 모든 사람을 잃었고, 삶의 의미도 잃었으며, 자신의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죽음을 눈앞에 두고 괴물을 쫓는 처지입니다. 사실 괴물을 죽인다고 해서 바로잡힐 수 있는 것이 남아있지도 않은 것 같지만요. 이런 상태에서 타인에게 "영예를 위해 물러서지 말라"고 외치는 것은, 스스로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남에게 설교하는 격이죠. 선원들이 돌아가자는 것은 겁쟁이의 선택이 아니라 오히려 더 인간적이고 분별력 있고 현명한 결정인데 말입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앞서 월턴에게 자신의 남은 과제(괴물을 죽이는 것)까지 완수해달라고 부탁까지 한 바 있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은 끝까지 자신의 과오와 비극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말은 숭고하게 (낭만주의적으로?!) 풀어놓지만, 그 안에 유치하고 고루한 명예와 성공을 향한 야망 뿐인 듯 보입니다. 프랑켄슈타인의 말로가 참으로 씁쓸합니다.
오. 말씀하셔서 생각해보니 그러네요. 전 이 부분에서 모비딕의 애이햅 선장이 겹쳐보였어요. 그도 모비딕 이라는 목표를 죽이기 위해, 그리고 복수를 위해 맹목적으로 항해한다는 점이 비슷해 보여요. 애이햅이든 프랑켄슈타인이든 모두 목표를 이루지못했으며, 마지막은 자신의 죽음이었다는 면에서 말로가 비슷하네요.
3주간의 『프랑켄슈타인』 읽기 모임이 오늘로 마감됩니다. 소설이 3부로 구성돼 있어서 4주가 아니라 3주로 했는데요, 읽어내기가 조금 버거운 면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바쁘신 와중에 읽으시고 감상과 의견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읽을 때마다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되는, 고전 특유의 장점을 잘 갖춘 소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영화로도 많이 제작됐고 영화마다 주제가 다른데요. 흔히 소설을 읽고 나면 영화에 실망하게 된다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더 자유롭게 영화를 해석하고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은 소설 집필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흥미로운 서사를 가지고 있어서, 우리는 두 배로 즐길 수 있게 됐고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은 계몽주의 시대에 낭만주의가 반기를 들고, 과학기술이 급격하게 발달하던 시기에, 그 모든 과정을 한 걸음 떨어져서 메타적인 시각으로 관조하고 통합한 자신만의 고민을 소설이라는 형식에 담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불과 20년, 실질적으로는 10년 남짓의 삶 속에서 메리 셸리가 공부하고 경험하고 느끼고 고민해온 것이 얼마나 충실하고 진실하고 깊고 넓은 것이었는지, 이 소설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메리 셸리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이번에 하게 되었습니다. 모임을 통해서 『프랑켄슈타인』을 더 깊게 이해하게 되었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의 4회차 책은 『웨이스트 타이드』(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2024, 에디토리얼)입니다. 잠시 휴식 기간을 가진 후 6월에 다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모임에 참여해주신 분들께 다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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