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3) 프랑켄슈타인

D-29
그는 선원들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지요. 「그게 무슨 소리요? 당신네들은 선장한테 무슨 요구를 하는 거요? 그렇게 쉽게 계획을 포기한단 말이오? 당신네들은 이 항해가 영예로운 탐험이라고 하지 않았소? 무엇 때문에 이 일이 영예롭소? 남쪽 바다에서처럼 뱃길이 순탄하고 잔잔해서가 아니라 위험과 공포가 있기 때문이고, 이것은 바로 여러분이 맞서 싸워 이겨 내야 할 난관이었소. 그렇기 때문에 이 항해가 영예롭고 훌륭한 과업이었던 것이오. 그래서 앞으로 여러분은 인류에 공헌한 사람으로 존경받고 여러분의 이름은 명예를 위해 죽음에 맞선 용감한 사람으로 추앙받을 것이었소. 그런데 지금은 어떤지 보시오. 이제 처음으로 위험을 상상하면서 여러분의 용기를 시험하는 강력하고 무서운 심판대에서 겁을 집어먹고 추위와 위험 앞에 무력한 남자들로 기억되는 데 만족하고 있소. 실제로 그렇게 가련한 남자들은 추위를 느껴서 따뜻한 불가를 찾아 돌아갔소. 사실, 그러려면 이런 준비가 필요 없었소. 그리고 스스로 겁쟁이임을 증명하려고 당신네 선장을 이렇게 멀리까지 끌고 와서 실패하게 만들어 망신을 줄 필요도 없었소. 아! 사나이가 되시오. 아니 그 이상이 되시오. 목표를 굳게 새기고 바위처럼 흔들리지 마시오. 이 빙산은 여러분의 마음과 똑같은 것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오. 빙산은 변하기 쉽고 여러분이 물러서지 않는 한 버티지도 못합니다. 여러분의 이마에 지울 수 없는 오명을 새긴 채 가족들에게 돌아가는 일은 없도록 하시오. 싸워서 정복한, 그리고 적에 맞서 물러서지 않은 영웅이 되어 돌아가시오.」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281,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프랑켄슈타인은 왜 선원들을 향해 이런 일장연설을 하는 걸까요? 자기기만일까요? 위험을 무릅쓰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라는 말은 선원들을 향한 것이지만, 동시에 자신의 삶을 정당화하려는 몸부림처럼 보입니다. 바로 그 불굴의 의지가 그를 파멸로 이끈 아이러니인데요. 프랑켄슈타인은 사랑하는 모든 사람을 잃었고, 삶의 의미도 잃었으며, 자신의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죽음을 눈앞에 두고 괴물을 쫓는 처지입니다. 사실 괴물을 죽인다고 해서 바로잡힐 수 있는 것이 남아있지도 않은 것 같지만요. 이런 상태에서 타인에게 "영예를 위해 물러서지 말라"고 외치는 것은, 스스로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남에게 설교하는 격이죠. 선원들이 돌아가자는 것은 겁쟁이의 선택이 아니라 오히려 더 인간적이고 분별력 있고 현명한 결정인데 말입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앞서 월턴에게 자신의 남은 과제(괴물을 죽이는 것)까지 완수해달라고 부탁까지 한 바 있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은 끝까지 자신의 과오와 비극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말은 숭고하게 (낭만주의적으로?!) 풀어놓지만, 그 안에 유치하고 고루한 명예와 성공을 향한 야망 뿐인 듯 보입니다. 프랑켄슈타인의 말로가 참으로 씁쓸합니다.
오. 말씀하셔서 생각해보니 그러네요. 전 이 부분에서 모비딕의 애이햅 선장이 겹쳐보였어요. 그도 모비딕 이라는 목표를 죽이기 위해, 그리고 복수를 위해 맹목적으로 항해한다는 점이 비슷해 보여요. 애이햅이든 프랑켄슈타인이든 모두 목표를 이루지못했으며, 마지막은 자신의 죽음이었다는 면에서 말로가 비슷하네요.
3주간의 『프랑켄슈타인』 읽기 모임이 오늘로 마감됩니다. 소설이 3부로 구성돼 있어서 4주가 아니라 3주로 했는데요, 읽어내기가 조금 버거운 면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바쁘신 와중에 읽으시고 감상과 의견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읽을 때마다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되는, 고전 특유의 장점을 잘 갖춘 소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영화로도 많이 제작됐고 영화마다 주제가 다른데요. 흔히 소설을 읽고 나면 영화에 실망하게 된다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더 자유롭게 영화를 해석하고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은 소설 집필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흥미로운 서사를 가지고 있어서, 우리는 두 배로 즐길 수 있게 됐고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은 계몽주의 시대에 낭만주의가 반기를 들고, 과학기술이 급격하게 발달하던 시기에, 그 모든 과정을 한 걸음 떨어져서 메타적인 시각으로 관조하고 통합한 자신만의 고민을 소설이라는 형식에 담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불과 20년, 실질적으로는 10년 남짓의 삶 속에서 메리 셸리가 공부하고 경험하고 느끼고 고민해온 것이 얼마나 충실하고 진실하고 깊고 넓은 것이었는지, 이 소설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메리 셸리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이번에 하게 되었습니다. 모임을 통해서 『프랑켄슈타인』을 더 깊게 이해하게 되었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의 4회차 책은 『웨이스트 타이드』(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2024, 에디토리얼)입니다. 잠시 휴식 기간을 가진 후 6월에 다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모임에 참여해주신 분들께 다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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