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주여, 제가 부탁했습니까, 진흙에서 저를 빚어 사람으로 만들어 달라고? 제가 애원했습니까, 어둠에서 절 끌어내 달라고?
─ 『실낙원』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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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저도 이 권두언에 멈칫... 이 짧은 구절에, 깊은 처절함이 느껴졌습니다.
르구인
“ 그곳은 눈과 얼음이 유배당한 땅입니다. 이렇게 고요한 바다 너머로 항해하다 보면 지금까지 지상에서 발견된 어느 곳보다 경이롭고 아름다운 땅에 도착하겠지요. 그곳의 산물과 자태는 감히 견줄 데가 없을 겁니다. 천상의 현상들이 고스란히 그 미발견의 오지에 펼쳐질 테니까.
영원한 빛의 나라에서라면 기대하지 못할 일이 뭐가 있을까요? 어쩌면 바늘을 끌어당기는 경이로운 힘을 발견할지도 모르고, ... 나는 아무도 가본 적 없는 세상의 한 부분을 보면서 목마른 호기심을 실컷 충족시키고, 지금껏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땅에 내 발자국을 남기게 될 테고요. ”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28,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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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이 당시만 해도 지구 자기장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었네요. 찾아보니 100년 후 1919년에야 행성 내부에 전기전도성이 있는 유체의 움직임 때문이라는 게(다이나모 이론) 밝혀졌네요.
https://tinyurl.com/26egtddo
월턴의 이 편지를 보니, 프랑켄슈타인이 독일의 대학에서 공부하는 동안 가족들에게 보냈음직한 편지와 내용이 비슷했을 것 같습니다만, 프랑켄슈타인은 월턴과 달리 자신의 공부나 포부를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혼자 꽁꽁 싸매고 있는 스타일.
Kiara
안녕하세요,
<마션> <로빈슨 크루소>에 이어 <프랑켄슈타인> 벌써 세번째입니다!! 즐겁게 참여하고 있어요.
저는 문학동네 세계문학으로 <프랑켄슈타인>을 읽었고요, 이번에는 @모시모시 님처럼 현대지성 판으로 읽어보려고 합니다!! 책도 영화도 넘넘 좋아하고요, 그 당시에 이런 책을 썼을 정도니, 메리 셸리 작가님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
프랑켄슈타인 (무선)'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4권. 19세기 천재 작가 메리 셸리가 열아홉의 나이에 놀라운 상상력으로 탄생시킨 과학소설의 고전. 무생물에 생명을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낸 물리학자 프랑켄슈타인이 시체로 만든 괴물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인간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괴물은 추악한 자신을 만든 창조주에 대한 증오심에서 복수를 꾀한다.
프랑켄슈타인 (무삭제 완역본) - 현대판 프로메테우스역사상 최초로 SF 장르의 문을 활짝 열어준 책. 작가는 산업혁명 당시 큰 관심사였던 갈바니의 생체전기 실험을 참고했고, 전기 · 화학 · 해부학 · 생리학 등의 발달과 당시 과학자들의 생명 창조에 관한 고민을 토대로, 자신의 여행 경험을 작품에 녹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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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안녕하세요, @Kiara 님! 정말 반갑습니다~
소설을 이미 읽으셨군요! 『프랑켄슈타인』은 다시 읽게 하는 깊은 맛!이 있는 소설인가 봅니다.
매번 함께 모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르구인
“ 다만 한 가지 빠진 것이 있어 아직까지 흡족하지 않네요. … 바로 친구입니다. 내가 성공에 열광할 때 같이 기뻐해 주고, 내가 낙심해서 괴로워할 때 나를 격려해 줄 친구가 없습니다. 그래서 내 생각을 종이 위에 옮기기로 했어요. …
나와 더불어 느끼고 눈빛만으로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동료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누님은 이런 나더러 몽상적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벗이 없다는 사실이 나로서는 정말 비통합니다. 상냥하면서도 용기 있고, 마음이 넓은 만큼 교양이 있고, 나와 취향이 비슷하고, 내 계획에 동조하거나 수정해 줄 사람이 주변에 한 명도 없어요. 그런 친구라면 이 모자란 동생의 단점을 메워 주련만!
난 일할 때 너무 덤벼들고 난관에 부닥치면 참을성이 부족한 편이지요. 그러나 그보다 더 큰 불행으로 다가오는 건 내가 독학했다는 사실입니다. 열네 살이 될 때까지 공공 목초지를 제멋대로 뛰어다녔고, 토머스 삼촌의 항해 서적 외에는 읽은 책이 없었어요. ”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32,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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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 그리고 그 나이에야 비로소 우리 나라의 유명한 시인들을 알게 되었지요. 하지만 내가 모국어뿐 아니 라 여러 언어를 배울 필요성이 있다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내 능력을 굳게 믿으며 그 안에서 중요한 이점들을 끌어내는 힘이 사라진 뒤였습니다.
지금 내 나이 스물여덟이지만 열다 섯 살 학생들보다 훨씬 무식합니다. 그 시간 동안 내가 많은 생각을 하고 웅대한 꿈을 키워 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 생각과 꿈은 (화가들이 이런 말을 쓰지요) 조화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나를 몽상적이라고 경멸하지 않을 만큼 이해력이 있으면서도 내 마음을 잡아 주려고 노력할 만큼 다정한 친구가 절실히 필요해요.
하긴, 그래 봤자 쓸데없는 넋두리겠지요. 망망대해에서, 하다못해 이곳 아르한겔스크의 상인들이나 뱃사람들 중에서 그런 친구를 찾을 리 만무하니까요. 그러나 이들의 우락부락 한 가슴에도 어떤 기상, 인간 본성의 찌꺼기와는 사뭇 다른 감정들이 고동치고 있습니다. ”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32,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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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처음 읽을 때는 이 부분이 그저 초반 배경 설명, 프랑켄슈타인이 등장하기 위한 복선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조금 달리 보이네요.
프랑켄슈타인에게도 클레르발이라는 친구가 있기는 했지만, 자신의 연구와 일에 관해서는 전혀 소통이 없었죠. 그에게 소통하고자 하는 필요나 욕구가 있었는지, 읽어가면서 잘 살펴봐야겠어요.
프랑켄슈타인과 선장 월턴은 여러 면에서 닮아 보이지만, 소통할 친구 혹은 동료를 필요로 하는가라는 점에서는 다른 것 같아요. 그 차이가 두 사람의 결말을 차이나게 한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프랑켄슈타인과 월턴, 프랑켄슈타인과 괴물은 서로 닮았으면서도 전혀 다른 면을 가진 쌍처럼 느껴지네요. 메리 셸리가 이 세 사람과 엘리자베스에게 자신의 성격과 경험, 이야기를 하나씩 나눠준 것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르구인
“ 이제 나는 누구도 가본 적 없는 곳, <안개와 눈의 땅>으로 떠납니다. 하지만 앨버트로스는 한 마리도 죽이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내 안전에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또는 <노수부>처럼 찌들어 탄식하면서 누님께 돌아갈까 봐 걱정하지는 마세요. …
내 영혼 속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건 나도 알지 못합니다. 나는 실질적으로 부지런한 성격이지요. 한마디로 성실합니다. 끈기와 근면성으로 실천하는 노동자라고나 할까요? 그러나 그것 말고도 경이로운 것에 대한 사랑, 경이로운 것에 대한 믿음이 한데 얽혀 이런 계획을 세우게 되었고, 바로 그 계획이 남들이 가는 평범한 길이 아닌, 내가 탐사하려는 험한 바다와 미지의 땅으로 나를 재촉합니다. ”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36,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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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편지 1, 2에서 이 소설의 전체적인 주제를 하나하나 펼쳐놓는 것 같습니다.
'노수부'는 새뮤얼 콜리지의 서사시 『노수부의 노래』(1797~1798)에서 왔다고 각주에 설명돼있네요.
원제는 "The Rime of the Ancient Mariner"인데, 왜 '노수부'라고 했을까요? '노'(old)가 아니라 '고대의 뱃사람'이라고 해야할 것 같은데요.
이 시는 서사시라 줄거리가 있네요. 어려움에 처한 뱃사람들이 자신들을 도와준 길조 앨버트로스를 아무 이유도 없이 죽인 후 고난을 겪는다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앨버트로스를 죽이는 것이, 자연의 한계를 넘어 침범하고 파괴한다는 걸 의미하겠죠? 선장 월턴 자신은 그런 짓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는군요.
콜리지는 메리 셸리의 아버지 고드윈와 가까운 사이였고 집으로 자주 찾아와 시를 읽어주기도 했는데, 어린 메 리 셸리는 콜리지의 시 낭독을 몰래 숨어서 듣기도 했다고 하네요.
https://www.publicbooks.org/magnificent-wreck-samuel-taylor-coleridge-at-250/
그림은 귀스타브 도레의 그림입니다. 마치 유령선처럼 무섭네요.
https://en.wikipedia.org/wiki/The_Rime_of_the_Ancient_Mariner
르구인
“ 바로 저 별들이 내 승리의 목격자요 증인들입니다. 길들여지지 않았으되 순종적인 저 자연 위로 계속 나아가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사나이의 굳센 가슴과 단호한 의지를 무엇이 막을 수가 있단 말입니까? ”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39,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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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 사랑하는 누님, 저번 편지에서 말했지요. 망망대해에서 친구를 찾을 수 없을 거라고. 그러나 이제 한 사람 찾은 것 같습니다. 그의 정신이 불행으로 인해 망가지기 전이었다면 나는 그를 내 마음의 형제로 두게 되어 행복했을 겁니다.
이 이방인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종종 일기에 쓸 생각입니다. 기록할 만한 새로운 사건이 있다면요. ”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45,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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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프랑켄슈타인이 구조되어 월턴의 배에 탔습니다. 월턴은 극진히 보살피고, 망망대해에서 친구를 찾았다고 좋아합니다. 이제 곧 프랑켄슈타인의 회고가 시작되겠지요.
르구인
“ 그는 내 사업 관해 자주 나와 의견을 나누고, 나는 그에게 숨김없이 내 계획을 말하지요. … 그가 공감해주면 나는 쉽게 감동해서 내 마음속의 말을 털어놓고, … 열정을 드러냈으며, …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라면 나의 부와 내 존재, 내 모든 희망을 기꺼이 희생하겠다고 말합니다.
우리 인류에게 적대적인 자연에 대한 지배력을 누리고 전달하기 위해서 내가 찾는 지식을 얻기만 한 다면 한 인간의 생사는 사소한 대가일 뿐이라고요.
그런 말을 듣던 그 의 표정에 어두운 그늘이 점점 짙어지더군요. 처음에 는 감정을 억누르려 애쓰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두 손으로 눈을 가렸고, 이윽고 그 손가락 사이로 떨어지는 눈물을 보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가슴을 들썩이며 신음을 터뜨렸습니다. 난 말을 멈추었지요. 그가 어색한 억양으로 길게 말을 시작했기 때문이지요.
「불행한 사람! 당신도 나 같은 광기를 지닌 거요? 당신 역시 그 도취의 한 모금에 취한 거요? 들어 보시오, 내 이야기를 들려줄 테니. 그림 당신은 입술에 댄 그 잔을 내던지게 될 거요!! ”
프랑켄슈타인이 월턴에게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게 되는 계기가, 월턴에게서 자신과 같은 광기를 발견해서였네요.
르구인
나는 제네바 출신이다. 우리 가문은 제네바 공화국에서도 유명한 집안에 속했다.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51,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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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이 소설의 씨앗이 맺힌 곳이 제네바이기도 하지만, 프랑켄슈타인을 제네바공화국 출신으로 설정한 것에 다른 의도가 있었던 걸까요? 제네바공화국이 어떤 나라였는지 찾아보니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네요.
제네바공화국은 스위스 레만호수 근처의 도시국가(1536~1815)였다고 합니다. 원래 신성로마제국의 일부였는데, 15세기 들어 시민들의 자치권이 확대되다가, 프로테스탄트 종교개혁을 받아들이면서 주교의 지배에서 독립했고, 독립 이후에는 칼뱅을 맞아들여 유럽 개신교의 중심지가 되었다고 합니다.
1798년까지는 소규모 과두 공화정 체제를 유지하면서 소수 귀족, 부르주아 가문이 정치를 독점했고, 그래서 시민 계층과 갈등도 많았다고 합니다. 유명한 장-자크 루소가 제네바 출신인데, 이 도시의 공화주의 전통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나봅니다.
1798년에 프랑스에 합병이 되면서 제네바공화국 시절이 끝났고, 나폴레옹 몰락 후 1815년에 스위스 연방으로 편입되었다고 합니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기에 이런 과도기가 포함되어 있겠네요. 프랑켄슈타인이 가지고 있는 맹목적이고 비극적인 계몽주의적 사상이 출신 국가를 통해서도 설명이 되는 것 같습니다.
*첨부한 이미지 출처
1792년 지도: https://en.wikipedia.org/wiki/Republic_of_Geneva
현재 지도: https://www.britannica.com/place/Geneva-Switzerland
모시모시
저는 제네바에 예전에 2년간 산 적이있어서 이 책 읽으면서 아는 지명 나오면 반갑고 그러네요. 흥미롭게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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