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3) 프랑켄슈타인

D-29
바로 저 별들이 내 승리의 목격자요 증인들입니다. 길들여지지 않았으되 순종적인 저 자연 위로 계속 나아가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사나이의 굳센 가슴과 단호한 의지를 무엇이 막을 수가 있단 말입니까?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39,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사랑하는 누님, 저번 편지에서 말했지요. 망망대해에서 친구를 찾을 수 없을 거라고. 그러나 이제 한 사람 찾은 것 같습니다. 그의 정신이 불행으로 인해 망가지기 전이었다면 나는 그를 내 마음의 형제로 두게 되어 행복했을 겁니다. 이 이방인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종종 일기에 쓸 생각입니다. 기록할 만한 새로운 사건이 있다면요.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45,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프랑켄슈타인이 구조되어 월턴의 배에 탔습니다. 월턴은 극진히 보살피고, 망망대해에서 친구를 찾았다고 좋아합니다. 이제 곧 프랑켄슈타인의 회고가 시작되겠지요.
그는 내 사업 관해 자주 나와 의견을 나누고, 나는 그에게 숨김없이 내 계획을 말하지요. … 그가 공감해주면 나는 쉽게 감동해서 내 마음속의 말을 털어놓고, … 열정을 드러냈으며, …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라면 나의 부와 내 존재, 내 모든 희망을 기꺼이 희생하겠다고 말합니다. 우리 인류에게 적대적인 자연에 대한 지배력을 누리고 전달하기 위해서 내가 찾는 지식을 얻기만 한 다면 한 인간의 생사는 사소한 대가일 뿐이라고요. 그런 말을 듣던 그의 표정에 어두운 그늘이 점점 짙어지더군요. 처음에 는 감정을 억누르려 애쓰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두 손으로 눈을 가렸고, 이윽고 그 손가락 사이로 떨어지는 눈물을 보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가슴을 들썩이며 신음을 터뜨렸습니다. 난 말을 멈추었지요. 그가 어색한 억양으로 길게 말을 시작했기 때문이지요. 「불행한 사람! 당신도 나 같은 광기를 지닌 거요? 당신 역시 그 도취의 한 모금에 취한 거요? 들어 보시오, 내 이야기를 들려줄 테니. 그림 당신은 입술에 댄 그 잔을 내던지게 될 거요!!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45-46,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프랑켄슈타인이 월턴에게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게 되는 계기가, 월턴에게서 자신과 같은 광기를 발견해서였네요.
나는 제네바 출신이다. 우리 가문은 제네바 공화국에서도 유명한 집안에 속했다.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51,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이 소설의 씨앗이 맺힌 곳이 제네바이기도 하지만, 프랑켄슈타인을 제네바공화국 출신으로 설정한 것에 다른 의도가 있었던 걸까요? 제네바공화국이 어떤 나라였는지 찾아보니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네요. 제네바공화국은 스위스 레만호수 근처의 도시국가(1536~1815)였다고 합니다. 원래 신성로마제국의 일부였는데, 15세기 들어 시민들의 자치권이 확대되다가, 프로테스탄트 종교개혁을 받아들이면서 주교의 지배에서 독립했고, 독립 이후에는 칼뱅을 맞아들여 유럽 개신교의 중심지가 되었다고 합니다. 1798년까지는 소규모 과두 공화정 체제를 유지하면서 소수 귀족, 부르주아 가문이 정치를 독점했고, 그래서 시민 계층과 갈등도 많았다고 합니다. 유명한 장-자크 루소가 제네바 출신인데, 이 도시의 공화주의 전통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나봅니다. 1798년에 프랑스에 합병이 되면서 제네바공화국 시절이 끝났고, 나폴레옹 몰락 후 1815년에 스위스 연방으로 편입되었다고 합니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기에 이런 과도기가 포함되어 있겠네요. 프랑켄슈타인이 가지고 있는 맹목적이고 비극적인 계몽주의적 사상이 출신 국가를 통해서도 설명이 되는 것 같습니다. *첨부한 이미지 출처 1792년 지도: https://en.wikipedia.org/wiki/Republic_of_Geneva 현재 지도: https://www.britannica.com/place/Geneva-Switzerland
저는 제네바에 예전에 2년간 산 적이있어서 이 책 읽으면서 아는 지명 나오면 반갑고 그러네요. 흥미롭게 읽고 있습니다.
와~ 제네바에 2년이나요?! 정말 부럽습니다. 생생한 제네바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
소녀는 그 여자 딸이 아니라 밀라노의 한 귀족 딸이었다. 소녀의 어머니는 독일 사람이었으나 소녀를 낳으면서 세상을 떠났다. 그 후 젖먹이 아이는 이 착한 사람들에게 맡겨졌다. … 이들에게 아이를 맡긴 아버지는 고대 이탈리아의 영광을 추억하면서 자라난 사람들, 즉 <분노의 영원한 노예들> 단원으로 이탈리아의 독립을 위해 몸을 바쳤다. … 밀라노에서 돌아온 아버지는 우리 집 거실에서 그림 속 천사보다 더 예쁜 아이가 아들과 놀고 있는 것을 보았다. … 아버지가 승낙하자 어머니는 시골 양부모를 찾아가 양육권을 넘겨 달라고 설득했다. … 우리는 서로를 사촌이란 이름으로 친근하게 불렀다. 어떤 단어, 어떤 표현으로도 그녀가 나에게 의미하는 관계를 담아낼 수 없었다. 나에게 그녀는 누이 이상이었다. 죽을 때까지 오직 나만의 것이어야 했으니까.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56-57,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엘리자베트는 이탈리아 여행 중 어머니의 눈에 띄어 입양하게 되는군요. 저는 사촌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각주에 따르면 1818년 초판에서는 아버지 여동생의 딸로 설정되어 있었다고 하네요. p.56에 나오는 〈분노의 영원한 노예들〉은 이탈리아 독립/통일 운동과 관련된 단체로 보입니다. 소설의 배경 시기에 이탈리아는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고 있었는데, 나폴레옹 전쟁(1796~1815) 동안 프랑스 지배 아래 잠시 통합되었다가, 이후 1815~1871년 사이에 본격적인 독립/통일 운동이 일어났어요. 당시 ‘카르보나리' 같은 비밀결사들이 있었는데, 그런 역사를 바탕으로 가상의 단체를 만든 것 같습니다. 19~20세기 이탈리아 역사가 아주 복잡하네요. 이탈리아 통일 왕국은 1861년에 수립, 1871년에 완성되었고, 2차 대전 후 1946년 국민투표로 왕정이 폐지되고 이탈리아 공화국이 성립되었습니다. https://www.britannica.com/event/Risorgimento http://www.atla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42
나보다 일곱 살 어린 남동생이 태어나면서 부모님은 유랑 생활을 완전히 접고 고향에 정착했다. 우리에겐 제네바에 집 한 채가 있었고 벨리브에도 별장이 있었다. 제네바 호수의 동쪽 호반에 자리 잡은, 제네바에서 5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이었다. 우리는 주로 벨리브 별장에서 지냈고 부모님은 세상과 거의 인연을 끊다시피 했다. 나는 사람 많은 곳을 꺼리고 몇몇 하고만 아주 친하게 지내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대체로 학교 친구들한테는 관심이 없었지만, 그중 한 친구와는 아주 돈독한 우정을 쌓았다. 앙리 클레르발은 제네바의 한 상인 아들이었다. 그는 남다른 재능과 취미를 가진 소년으로 모험과 역경, 심지어는 짜릿한 위험까지도 좋아했다. 그는 기사도와 모험을 다룬 책들에 푹 빠져 있었다.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58,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소설에 나오는 벨리브 별장의 모델이 빌라 디오다티일까요? 메리 셸리의 실제 경험과 소설을 자꾸만 맞춰보게 되네요. ^^;;;
오. 그러게요. 위키피디아 읽다가 예전에 빌라 디오다티가 빌라 벨리브로 불렸다는 내용을 봤어요. Originally called the "Villa Belle Rive", Byron named it the Villa Diodati after the family that owned it. https://en.wikipedia.org/wiki/Villa_Diodati
오~ 아래 origin 항목에 딱 있었군요! @.@ 감사합니다, @모시모시 님! ^^ 메리 셸리는 자신의 경험을 소설 속에 정말 충실하게 반영해둔 것 같습니다. 독자로서는 읽는 재미, 찾아보는 재미가 있네요!
자연 철학은 내 운명을 조종해 온 정신이다. … 열세 살 되던 해, 우리 모두는 토농 근처의 온천장으로 놀러 갔는데 날씨가 험악했기에 온종일 여관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그 집에서 나는 우연히 코르넬리우스 아그리파의 책을 발견했다. … 현대 철학자들이 치열한 노력 끝에 대단한 발견을 이루어 낸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공부한 것들은 늘 불만스럽고 흡족하지 못한 느낌이었다. … 배운 것이 없는 농부는 자기 주변의 자연을 관찰하고 그 실용적인 쓰임새를 익힌다. 많이 배운 철학자라도 그 농부보다 더 아는 것이 별로 없다. 그는 자연의 얼굴에 덮인 베일을 부분저긍로 들춰냈을 뿐, 자연의 영원한 이목구비는 여전히 경이롭고 신비하게 남아있다. 철학자는 사물을 절단하고 해부하고 이름을 붙인다. 그러나 궁극적인 원인은 고사하고 2차적, 3차적인 원인들도 절대 알지 못한다.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61-62,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내 모든 관심은 생명의 영약에 집중되었다. … 내가 인체에서 병을 몰아낼 수 있다면, 갑작스러운 사고사를 제외한 모든 병에 끄떡없게 만들 수만 있다면 얼마나 큰 영광이겠는가! … 내가 열다섯 살 때즘, 우리 가족이 벨리브 근처에 있는 집으로 이사해서 살던 시기에, 정말 무섭도록 사나운 폭풍우가 몰아닥친 적이 있었다. … 나는 폭풍이 계속되는 동안 호기심과 설렘으로 그 진행을 지켜보았다. 우리 집에서 18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던 아름다운 떡갈나무 고목이 갑자기 섬광을 내뿜는 것 아닌가. … 어떤 것이 그렇게 완전히 파괴된 모습을 보기는 처음이었다.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63-64,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프랑켄슈타인이 연금술/자연마술에 어떻게 빠져들었고, 수학과 자연철학으로 어떻게 넘어갔고, 전기의 강력한 힘을 처음으로 느끼게 되는 과정이 pp.60~65까지 빠른 속도로 설명되고 있네요.
그가 공감해 주면 나는 쉽게 감동해서 내 마음속의 말을 털어놓고, 내 영혼의 타오르는 열정을 드러냈으며, 또 몸이 달아오를 정도로 열에 들떠,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라면 나의 부와 내 존재, 내 모든 희망을 기꺼이 희생하겠다고 말합니다. 우리 인류에게 적대적인 자연에 대한 지배력을 누리고 전달하기 위해서 내가 찾는 지식을 얻기만 한다면 한 인간의 생사는 사소한 대가일 뿐이라고요. 그런 말을 듣던 그의 표정에 어두운 그늘이 점점 짙어지더군요. 처음에는 감정을 억누르려 애쓰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두 손으로 눈을 가렸고, 이윽고 그 손가락 사이로 떨어지는 눈물을 보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가슴을 들썩이며 신음을 터뜨렸습니다. 난 말을 멈추었지요. 그가 어색한 억양으로 길게 말을 시작했기 때문이지요. 「불행한 사람! 당신도 나 같은 광기를 지닌 거요? 당신 역시 그 도취의 한 모금에 취한 거요? 들어 보시오, 내 이야기를 들려줄 테니. 그럼 당신은 입술에 댄 그 잔을 내던지게 될 거요!」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나에게 세계란 밝혀내고 싶은 비밀이었다. 호기심, 숨겨진 자연의 법칙을 알아내려는 부단한 연구, 그리고 마침내 그 법칙이 내 앞에 펼쳐졌을 때 느낀 날아갈 듯한 기쁨, 이런 것들이 내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감정이다. […] 내가 알고 싶어 한 것은 하늘과 땅의 비밀이었다. 그것이 사물의 외면적 실체든 자연의 내면적 정신이든, 또는 날 점령하고 있는 신비한 영혼이든, 내가 품었던 질문들은 형이상학적인 것, 또는 고차원적 의미에서 세계의 물리적 비밀에 관한 것이었다.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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