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Kiara 님! 정말 반갑습니다~
소설을 이미 읽으셨군요! 『프랑켄슈타인』은 다시 읽게 하는 깊은 맛!이 있는 소설인가 봅니다.
매번 함께 모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3) 프랑켄슈타인
D-29

르구인

르구인
“ 다만 한 가지 빠진 것이 있어 아직까지 흡족하지 않네요. … 바로 친구입니다. 내가 성공에 열광할 때 같이 기뻐해 주고, 내가 낙심해서 괴로워할 때 나를 격려해 줄 친구가 없습니다. 그래서 내 생각을 종이 위에 옮기기로 했어요. …
나와 더불어 느끼고 눈빛만으로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동료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누님은 이런 나더러 몽상적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벗이 없다는 사실이 나로서는 정말 비통합니다. 상냥하면서도 용기 있고, 마음이 넓은 만큼 교양이 있고, 나와 취향이 비슷하고, 내 계획에 동조하거나 수정해 줄 사람이 주변에 한 명도 없어요. 그런 친구라면 이 모자란 동생의 단점을 메워 주련만!
난 일할 때 너무 덤벼들고 난관에 부닥치면 참을성이 부족한 편이지요. 그러나 그보다 더 큰 불행으로 다가오는 건 내가 독학했다는 사실입니다. 열네 살이 될 때까지 공공 목초지를 제멋대로 뛰어다녔고, 토머스 삼촌의 항해 서적 외에는 읽은 책이 없었어요. ”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32,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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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 그리고 그 나이에야 비로소 우리 나라의 유명한 시인들을 알게 되었지요. 하지만 내가 모국어뿐 아니 라 여러 언어를 배울 필요성이 있다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내 능력을 굳게 믿으며 그 안에서 중요한 이점들을 끌어내는 힘이 사라진 뒤였습니다.
지금 내 나이 스물여덟이지만 열다 섯 살 학생들보다 훨씬 무식합니다. 그 시간 동안 내가 많은 생각을 하고 웅대한 꿈을 키워 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 생각과 꿈은 (화가들이 이런 말을 쓰지요) 조화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나를 몽상적이라고 경멸하지 않을 만큼 이해력이 있으면서도 내 마음을 잡아 주려고 노력할 만큼 다정한 친구가 절실히 필요해요.
하긴, 그래 봤자 쓸데없는 넋두리겠지요. 망망대해에서, 하다못해 이곳 아르한겔스크의 상인들이나 뱃사람들 중에서 그런 친구를 찾을 리 만무하니까요. 그러나 이들의 우락부락 한 가슴에도 어떤 기상, 인간 본성의 찌꺼기와는 사뭇 다른 감정들이 고동치고 있습니다. ”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32,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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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처음 읽을 때는 이 부분이 그저 초반 배경 설명, 프랑켄슈타인이 등장하기 위한 복선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조금 달리 보이네요.
프랑켄슈타인에게도 클레르발이라는 친구가 있기는 했지만, 자신의 연구와 일에 관해서는 전혀 소통이 없었죠. 그에게 소통하고자 하는 필요나 욕구가 있었는지, 읽어가면서 잘 살펴봐야겠어요.
프랑켄슈타인과 선장 월턴은 여러 면에서 닮아 보이지만, 소통할 친구 혹은 동료를 필요로 하는가라는 점에서는 다른 것 같아요. 그 차이가 두 사람의 결말을 차이나게 한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프랑켄슈타인과 월턴, 프랑켄슈타인과 괴물은 서로 닮았으면서도 전혀 다른 면을 가진 쌍처럼 느껴지네요. 메리 셸리가 이 세 사람과 엘리자베스에게 자신의 성격과 경험, 이야기를 하나씩 나눠준 것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르구인
“ 이제 나는 누구도 가본 적 없는 곳, <안개와 눈의 땅>으로 떠납니다. 하지만 앨버트로스는 한 마리도 죽이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내 안전에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또는 <노수부>처럼 찌들어 탄식하면서 누님께 돌아갈까 봐 걱정하지는 마세요. …
내 영혼 속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건 나도 알지 못합니다. 나는 실질적으로 부지런한 성격이지요. 한마디로 성실합니다. 끈기와 근면성으로 실천하는 노동자라고나 할까요? 그러나 그것 말고도 경이로운 것에 대한 사랑, 경이로운 것에 대한 믿음이 한데 얽혀 이런 계획을 세우게 되었고, 바로 그 계획이 남들이 가는 평범한 길이 아닌, 내가 탐사하려는 험한 바다와 미지의 땅으로 나를 재촉합니다. ”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36,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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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편지 1, 2에서 이 소설의 전체적인 주제를 하나하나 펼쳐놓는 것 같습니다.
'노수부'는 새뮤얼 콜리지의 서사시 『노수부의 노래』(1797~1798)에서 왔다고 각주에 설명돼있네요.
원제는 "The Rime of the Ancient Mariner"인데, 왜 '노수부'라고 했을까요? '노'(old)가 아니라 '고대의 뱃사람'이라고 해야할 것 같은데요.
이 시는 서사시라 줄거리가 있네요. 어려움에 처한 뱃사람들이 자신들을 도와준 길조 앨버트로스를 아무 이유도 없이 죽인 후 고난을 겪는다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앨버트로스를 죽이는 것이, 자연의 한계를 넘어 침범하고 파괴한다는 걸 의미하겠죠? 선장 월턴 자신은 그런 짓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는군요.
콜리지는 메리 셸리의 아버지 고드윈와 가까운 사이였고 집으로 자주 찾아와 시를 읽어주기도 했는데, 어린 메리 셸리는 콜리지의 시 낭독을 몰래 숨어서 듣기도 했다고 하네요.
https://www.publicbooks.org/magnificent-wreck-samuel-taylor-coleridge-at-250/
그림은 귀스타브 도레의 그림입니다. 마치 유령선처럼 무섭네요.
https://en.wikipedia.org/wiki/The_Rime_of_the_Ancient_Mariner


르구인
“ 바로 저 별들이 내 승리의 목격자요 증인들입니다. 길들여지지 않았으되 순종적인 저 자연 위로 계속 나아가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사나이의 굳센 가슴과 단호한 의지를 무엇이 막을 수가 있단 말입니까? ”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39,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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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 사랑하는 누님, 저번 편지에서 말했지요. 망망대해에서 친구를 찾을 수 없을 거라고. 그러나 이제 한 사람 찾은 것 같습니다. 그의 정신이 불행으로 인해 망가지기 전이었다면 나는 그를 내 마음의 형제로 두게 되어 행복했을 겁니다.
이 이방인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종종 일기에 쓸 생각입니다. 기록할 만한 새로운 사건이 있다면요. ”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45,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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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프랑켄슈타인이 구조되어 월턴의 배에 탔습니다. 월턴은 극진히 보살피고, 망망대해에서 친구를 찾았다고 좋아합니다. 이제 곧 프랑켄슈타인의 회고가 시작되겠지요.

르구인
“ 그는 내 사업 관해 자주 나와 의견을 나누고, 나는 그에게 숨김없이 내 계획을 말하지요. … 그가 공감해주면 나는 쉽게 감동해서 내 마음속의 말을 털어놓고, … 열정을 드러냈으며, …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라면 나의 부와 내 존재, 내 모든 희망을 기꺼이 희생하겠다고 말합니다.
우리 인류에게 적대적인 자연에 대한 지배력을 누리고 전달하기 위해서 내가 찾는 지식을 얻기만 한 다면 한 인간의 생사는 사소한 대가일 뿐이라고요.
그런 말을 듣던 그의 표정에 어두운 그늘이 점점 짙어지더군요. 처음에 는 감정을 억누르려 애쓰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두 손으로 눈을 가렸고, 이윽고 그 손가락 사이로 떨어지는 눈물을 보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가슴을 들썩이며 신음을 터뜨렸습니다. 난 말을 멈추었지요. 그가 어색한 억양으로 길게 말을 시작했기 때문이지요.
「불행한 사람! 당신도 나 같은 광기를 지닌 거요? 당신 역시 그 도취의 한 모금에 취한 거요? 들어 보시오, 내 이야기를 들려줄 테니. 그림 당신은 입술에 댄 그 잔을 내던지게 될 거요!! ”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45-46,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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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프랑켄슈타인이 월턴에게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게 되는 계기가, 월턴에게서 자신과 같은 광기를 발견해서였네요.

르구인
나는 제네바 출신이다. 우리 가문은 제네바 공화국에서도 유명한 집안에 속했다.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51,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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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이 소설의 씨앗이 맺힌 곳이 제네바이기도 하지만, 프랑켄슈타인을 제네바공화국 출신으로 설정한 것에 다른 의도가 있었던 걸까요? 제네바공화국이 어떤 나라였는지 찾아보니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네요.
제네바공화국은 스위스 레만호수 근처의 도시국가(1536~1815)였다고 합니다. 원래 신성로마제국의 일부였는데, 15세기 들어 시민들의 자치권이 확대되다가, 프로테스탄트 종교개혁을 받아들이면서 주교의 지배에서 독립했고, 독립 이후에는 칼뱅을 맞아들여 유럽 개신교의 중심지가 되었다고 합니다.
1798년까지는 소규모 과두 공화정 체제를 유지하면서 소수 귀족, 부르주아 가문이 정치를 독점했고, 그래서 시민 계층과 갈등도 많았다고 합니다. 유명한 장-자크 루소가 제네바 출신인데, 이 도시의 공화주의 전통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나봅니다.
1798년에 프랑스에 합병이 되면서 제네바공화국 시절이 끝났고, 나폴레옹 몰락 후 1815년에 스위스 연방으로 편입되었다고 합니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기에 이런 과도기가 포함되어 있겠네요. 프랑켄슈타인이 가지고 있는 맹목적이고 비극적인 계몽주의적 사상이 출신 국가를 통해서도 설명이 되는 것 같습니다.
*첨부한 이미지 출처
1792년 지도: https://en.wikipedia.org/wiki/Republic_of_Geneva
현재 지도: https://www.britannica.com/place/Geneva-Switzerland



모시모시
저는 제네바에 예전에 2년간 산 적이있어서 이 책 읽으면서 아는 지명 나오면 반갑고 그러네요. 흥미롭게 읽고 있습니다.

르구인
와~ 제네바에 2년이나요?! 정말 부럽습니다. 생생한 제네바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

르구인
“ 소녀는 그 여자 딸이 아니라 밀라노의 한 귀족 딸이었다. 소녀의 어머니는 독일 사람이었으나 소녀를 낳으면서 세상을 떠났다. 그 후 젖먹이 아이는 이 착한 사람들에게 맡겨졌다. … 이들에게 아이를 맡긴 아버지는 고대 이탈리아의 영광을 추억하면서 자라난 사람들, 즉 <분노의 영원한 노예들> 단원으로 이탈리아의 독립을 위해 몸을 바쳤다. …
밀라노에서 돌아온 아버지는 우리 집 거실에서 그림 속 천사보다 더 예쁜 아이가 아들과 놀고 있는 것을 보았다. … 아버지가 승낙하자 어머니는 시골 양부모를 찾아가 양육권을 넘겨 달라고 설득했다. …
우리는 서로를 사촌이란 이름으로 친근하게 불렀다. 어떤 단어, 어떤 표현으로도 그녀가 나에게 의미하는 관계를 담아낼 수 없었다. 나에게 그녀는 누이 이상이었다. 죽을 때까지 오직 나만의 것이어야 했으니까. ”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56-57,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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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엘리자베트는 이탈리아 여행 중 어머니의 눈에 띄어 입양하게 되는군요. 저는 사촌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각주에 따르면 1818년 초판에서는 아버지 여동생의 딸로 설정되어 있었다고 하네요.
p.56에 나오는 〈분노의 영원한 노예들〉은 이탈리아 독립/통일 운동과 관련된 단체로 보입니다. 소설의 배경 시기에 이탈리아는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고 있었는데, 나폴레옹 전쟁(1796~1815) 동안 프랑스 지배 아래 잠시 통합되었다가, 이후 1815~1871년 사이에 본격적인 독립/통일 운동이 일어났어요. 당시 ‘카르보나리' 같은 비밀결사들이 있었는데, 그런 역 사를 바탕으로 가상의 단체를 만든 것 같습니다.
19~20세기 이탈리아 역사가 아주 복잡하네요. 이탈리아 통일 왕국은 1861년에 수립, 1871년에 완성되었고, 2차 대전 후 1946년 국민투표로 왕정이 폐지되고 이탈리아 공화국이 성립되었습니다.
https://www.britannica.com/event/Risorgimento
http://www.atla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42

르구인
“ 나보다 일곱 살 어린 남동생이 태어나면서 부모님은 유랑 생활을 완전히 접고 고향에 정착했다. 우리에겐 제네바에 집 한 채가 있었고 벨리브에도 별장이 있었다. 제네바 호수의 동쪽 호반에 자리 잡은, 제네바에서 5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이었다. 우리는 주로 벨리브 별장에서 지냈고 부모님은 세상과 거의 인연을 끊다시피 했다.
나는 사람 많은 곳을 꺼리고 몇몇 하고만 아주 친하게 지내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대체로 학교 친구들한테는 관심이 없었지만, 그중 한 친구와는 아주 돈독한 우정을 쌓았다. 앙리 클레르발은 제네바의 한 상인 아들이었다. 그는 남다른 재능과 취미를 가진 소년으로 모험과 역경, 심지어는 짜릿한 위험까지도 좋아했다. 그는 기사도와 모험을 다룬 책들에 푹 빠져 있었다. ”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58,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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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소설에 나오는 벨리브 별장의 모델이 빌라 디오다티일까요? 메리 셸리의 실제 경험과 소설을 자꾸만 맞춰보게 되네요. ^^;;;




모시모시
오. 그러게요. 위키피디아 읽다가 예전에 빌라 디오다티가 빌라 벨리브로 불렸다는 내용을 봤어요.
Originally called the "Villa Belle Rive", Byron named it the Villa Diodati after the family that owned it.
https://en.wikipedia.org/wiki/Villa_Dioda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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