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UN, IPCC 이런 데서 보고서를 낼 때, 여러 분야의 과학자, 전문가들이 협업을 하면서 그나마 조금은 통합, 종합이 이뤄지는 것 같기는 한데, 여전히 어려운 것 같습니다. 나누기는 쉬운 데 합치기는 어렵네요. -,-;
[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3) 프랑켄슈타인
D-29

르구인

르구인
“ 나는 납골소에서 뼈를 구해 왔고, 부정한 손으로 인간 신체의 엄청난 비밀을 훼손시켰다. 집 꼭대기에 있는, 난간과 계단을 사이 에 두고 다른 방들과 분리된 외딴 방, 아니 감방 같은 곳에서 나는 추잡한 창조 작업을 계속해 나갔다. … 해부실과 도살장은 많은 재료를 대주는 창고였다. ”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81,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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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프랑켄슈타인은 묘지에서도 재료를 구한 것 같습니다. 영국에서 해부가 합법화된 게 1540년이라고 합니다. 18~19세기에 영국에서 해부학이 급성장하면서 시체 도굴꾼이 극성을 부렸다고 하고요.
당시에 의학용 시체는 처형된 범죄자에 한해 공급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체 도굴단’(resurrection men), 즉 무덤을 파헤쳐서 파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공동묘지에 묻히는 가난한 사람들은 죽은 후의 몸까지도 경제적 거래의 대상이 되는 시대였던 거죠.
이후 1832년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새로운 해부법을 만들고, 구빈원에서 사망한 사람들의 시신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등 해부 가능한 시신의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조정했다고 합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기에 시체도굴꾼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프랑켄슈타인도 이들에게서 시체를 샀을 수 있겠네요. 소설에는 명시적으로 나오지는 않습니다.
그림 : ’The resurrection men’. Hablot Knight Browne. 1847.
https://en.wikipedia.org/wiki/Resurrectionists_in_the_United_Kingdom


르구인
“ 을씨년스럽던 11월 어느 밤, 치열한 노고의 결실을 보게 되었다. 나는 거의 고통스러울 만큼의 초조함을 느끼며, 이제 내 발 앞에 놓인 생명 없는 물체에 존재의 불꿏을 일으키려고 주변에 놓인 생명의 기구들을 가져왔다.
이미 새벽 1시였다. 음산한 빗줄기가 창유리를 두드리고 초는 거의 다 타들어 갈 때였다. 반은 꺼져 버린 희미한 빛 속에서, 그것이 흐리멍덩한 노란 눈을 뜨는 게 보였다. 그것은 거칠게 숨을 쉬면서 발작적으로 사지를 꿈틀거렸다.
이 참극을 보았을 때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까. 아니 그토록 엄청난 고통과 정성을 쏟아 만든 괴물을 어떻게 묘사할 수 있을까? ”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83-84,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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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자신이 2년 이상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매달려 만들어낸 일이 완수되자, 프랑켄슈타인은 그것을 '참극'이라고 부르네요.
생명이 없을 때는 '아름다운 외모의 특징들'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게 어째서 생명이 생기고나자 흉측하고 공포스럽고 역겨운 존재가 됐을까요?

모시모시
저도 이 대목 읽다가 좀 갸웃했어요.
생명이 있을때나 없을때나 외모가 추하다는 건 변함이 없었을텐데, 얼기설기 만든 육체에 생명을 불어넣으려고 애쓸때는 언제고, 눈뜨자마자 끔찍하다고 괴물이라고 하니... 참... 괴물은 무슨 죄람...

르구인
그렇죠?! 부분을 합치면 뭔가 완전히 다른 것이 나오리라 기대했을까요? 혹은 전혀 기대하지 않은 것이 나왔기 때문일 것 같기도 합니다.
프랑켄슈타인이 자신이 한 일에 감당을 못하고 놀라고 외면하게 된 첫 번째 순간은 괴물이 눈을 뜨는 장면인 것 같아요. 눈을 뜨고 숨을 쉬고 움직이자 곧 '참극'이라고 했거든요. 생명을 물질로만 다루다가 괴물의 '눈'을 통해 괴물이 '의식'을 가진 존재임을 느끼고 놀란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르구인
🌿 『프랑켄슈타인』 3주 완독 계획 (2026년 4월 27일 ~ 5월 17일)
• 2주차 (05.04. 월 ~ 05.10. 일): 제2부. pp.125-197.
『프랑켄슈타인』 읽기 2주차가 (어제) 시작되었습니다. 하루 밀려 공지 올립니다. ^^;
1부는 월턴 선장의 편지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곧 프랑켄슈타인이 월턴 일행에 의해 구조되고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처럼 야망과 욕망으로 경계를 넘으려 하는 월턴을 보고 그를 말리기 위해 자신의 비극을 이야기해줍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제네바의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고, 어릴 때부터 자연철학에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잉골슈타트 대학에서 생명의 원리를 탐구하던 그는 결국 시체 조각들로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막상 피조물이 눈을 뜨자 공포에 질려 도망치고, 피조물은 홀로 사라집니다. 이후 프랑켄슈타인은 신경쇠약으로 오랫동안 앓다가 회복하고 제네바로 돌아오려 하는데, 그 전에 남동생 윌리엄이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윌리엄의 살인범이 그임을 직감하지만 침묵합니다. 결국 억울한 누명을 쓴 하녀 유스틴이 처형되면서 1부가 끝났습니다.
2부에서는 액자 속으로 한 단계 더 들어갑니다. 괴물이 스스로 세상과 말과 감정을 배우고, 동시에 그 과정에서 증오도 쌓아가는 이야기를 자신을 창조한 프랑켄슈타인에게 전합니다. 지금까지는 프랑켄슈타인의 시선으로만 피조물을 보았는데, 2부에서는 피조물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합니다. 가난한 농가 가족을 몰래 관찰하며 언어와 감정을 익히는 장면을 따라가다 보면, 이 존재가 처음부터 괴물이었는지 아니면 괴물로 만들어졌는지 물을 수 밖에 없게 됩니다.
* 2부를 읽어나가시면서 함께 생각해보면 좋을 질문들을 제안합니다.
- 1부에서 프랑켄슈타인은 생명 창조에 열에 들떠 있으면서도, 날씨나 자연을 묘사하는 장면들이 종종 등장합니다. 2부에서 괴물이 숲과 계절을 바라보는 장면을 읽으면서 두 사람이 같은 자연을 전혀 다르게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드셨나요? 어떤 차이가 느껴졌나요?
- 프랑켄슈타인은 생명을 만들고 나서 도망쳤습니다. 이 부분은 언뜻 이해가 되면서도 안 되기도 합니다. 그는 왜 자신이 만든 괴물에 생명이 깃들자 겁을 집어먹고 외면하고, 책임을 회피한 걸까요?
연휴가 있는 화창한 봄날, 즐거운 책읽기 되시기 바랍니다. *^^*

모시모시
“ 이런 대화가 오가는 동안 나는 감방 구석에 물러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야 나를 사로잡은 끔찍한 고통을 숨길 수 있었으니까요. 절망이라니! 누가 감히 절망을 말한단 말입니까? 이튿날이면 생과 사의 문턱을 넘게 될 가엾은 희생자 유스틴도 나만큼 깊고 쓰린 고통을 느끼지는 못할 겁니다. ”
『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 지음, 박아람 옮김

프랑켄슈타인생명의 원천과 인체의 구조에 천착했던 과학자 ‘프랑켄슈타인’은 시체에 생명을 불어넣는 방법을 알아내면서 거대하고 흉측한 괴물을 창조해낸다. 스스로도 통제할 수 없는 능력을 지니게 된 괴물은 자신을 책임지지 않고 냉소하는 창조자에 대한 증오에 휩싸여 끔찍한 복수를 감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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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모시
감옥에서 누명을 쓰고 죽게생긴 유스틴과 엘리자베스가 나누는 절절한 대화를 들으며 프랑켄슈타인이 하는 생각인데... 이 순간에도 자기가 제일 괴롭다고 하는건(미친 사람이라는 소리 들을 각오하고 자신의 생각을 법정에서 말하든지!!) ... 자아 비대증이나 나르시시즘이라 불러야할까요...;;;;; 주인공의 성격적 특성을 생각하게합니다. 지금까진 지독하게 자기 중심적인것 같아요;;;;

르구인
네, 좀 그런 것 같죠?! 죽을 사람 앞에서 자기가 더 고통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건 설정일까요? 이런 성격이 형성된 배경 같은 건, 앞부분에서 딱히 눈에 안 띈 것 같은데요.
동생이 늦게 생겨서일까요? 동생이 태어나기 전까지 사랑을 독차지했다는 말은 나왔었는데 말이죠.

르구인
“ 다음 날은 계곡을 돌아다녔다. 나는 빙하 속에서 솟아나는 아르베롱강의 발원지 옆에 섰다. 빙하는 산꼭대기에서부터 느린 속도로 흘러와 계곡을 가로막고 있었다. 거대한 산맥의 가파른 경사면이 펼쳐졌다. 빙하의 얼음벽이 머리 위로 높이 걸렸고 소나무 몇 그루가 드문드문 보였다.
자연이라는 제국의 장대한 현실에는 엄숙한 침묵이 내렸고 거센 물살 소리, 거대한 빙하 조각이 추락하면서 내는 소리, 눈사태가 우르릉 거리는 소리, 빙하가 균열을 일으키는 소리들만이 얼음이 쌓인 산맥을 따라 울리면서 침묵을 깨뜨렸다. 쌓인 얼음은 변하지 않는 법칙의 조용한 작용에 따라, 산맥의 손안에 놓인 장난감에 지 나지 않은 것처럼 언제든 이내 갈라지고 깨어져 나갔다. 이 숭고하고 장엄한 장면은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최고의 위안이었다. …
깨끗한 순백의 눈으로 덮인 산꼭대기, 반짝이는 뾰족 봉우리, 소나무 숲, 울퉁불퉁 맨살을 드러낸 계곡, 구름을 뚫고 솟아오르던 독수리. 모든 것이 내 주위에 모여 평화를 누리라고 말했다. ”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134,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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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이 부분을 읽으면 그림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이 생각납니다. 배경이 빙하도 아니고 느낌도 다르기는 하지만, 왠지 이 그림이 항상 떠오르네요.
프랑켄슈타인은 스스로 한 일을 감당하지 못하고 도망쳤으면서, 여전히 정복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그림도 마침 1818년경에 그려진 그림이네요. 『프랑켄슈타인』이 출간된 해!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 1818년경)
https://l.muz.kr/IDhj
이 그림의 배경은 독일 작센과 체코 보헤미아 사이에 있는 엘베 사암 산맥의 풍경에서 따와서 작가가 요소들을 재배치한 것이라고 하네요. 링크로 가시면 산은 어디서 바위는 어디서 따왔는지 설명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시에는 첨부한 그림처럼 샤모니 계곡의 빙하를 하이킹 하는 관광을 했었나 봅니다. (1902-1904) 요즘도 빙하 트래킹 관광이 있는 것 같은데, 검색해보니 빙하가 많이 녹았네요. ㅠㅠ
https://l.muz.kr/5PAr
https://en.wikipedia.org/wiki/Chamonix



르구인
가디언 지에서 8년 전에 나온 기사인데요, 메리 셸리와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수치, 통계, 지도 같은 것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입니다.
다른 내용은 재미로 보시면 될 것 같고요. 지도는 책 읽어가시면서 참고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Mary Shelley's Frankenstein – in charts”
https://www.theguardian.com/books/gallery/2018/jan/13/mary-shelleys-frankenstein-in-charts


모시모시
우와 이 기사 진짜 유익하고 재미나네요. 감사합니다.

르구인
『프랑켄슈타인』 200주년 기념으로 나온 기사인가 봅니다. 찾아 보니 1818년 1월 1일에 초판이 나왔고, 이 가디언 기사는 2018년 1월 13일 기사네요. ^^

향팔
지식을 얻는 것이 얼 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자기 존재가 허락하는 것보다 더 위대해지려고 갈망하는 사람보다 자기 고향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더 행복한지를.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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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위대해지기를 갈망하는 사람에게 특히 '지식'이 위험한 것 같아요. 그런 갈망이 없는 사람이, 나름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해 사용해도 지식이 어떻게 작동할지 장담할 수 없는데 말이죠. 자신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 지식을 이용하려 한다면 말할 것도 없겠죠.
'지식'이라는 것에 담긴 딜레마라고 해야할까요? 지식은 도구가 돼도 목적이 돼도 뭔가 마뜩찮은 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통해 반복적으로 다뤄지는 것도, 이게 인류의 영원한 숙제이기 때문이겠죠?!

모시모시
저는 드디어 2부로 진입했습니다.
프랑켄슈타인과 피조물이 드디어 대면하게 되었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의 첫 마디는 "이 악마야!"
피조물의 첫 마디는 "이런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소. 인간은 누구나 흉측한 자들을 미워하니까" 이군요.
작가는 피조물의 입을 통해 인간 세상의 부조리함을 마구 드러내네요.

르구인
그렇죠?! 괴물의 말이 어찌나 구구절절 옳고 공감이 가는지요. 메리 셸리가 괴물의 입을 통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게 하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그래서 2부를 읽다보면, 메리 셸리의 페르소나는 프랑켄슈타인이 아니라 괴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독학을 하는 것도 그렇고, 떠돌아다니는 것도 그렇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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