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3) 프랑켄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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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부분을 합치면 뭔가 완전히 다른 것이 나오리라 기대했을까요? 혹은 전혀 기대하지 않은 것이 나왔기 때문일 것 같기도 합니다. 프랑켄슈타인이 자신이 한 일에 감당을 못하고 놀라고 외면하게 된 첫 번째 순간은 괴물이 눈을 뜨는 장면인 것 같아요. 눈을 뜨고 숨을 쉬고 움직이자 곧 '참극'이라고 했거든요. 생명을 물질로만 다루다가 괴물의 '눈'을 통해 괴물이 '의식'을 가진 존재임을 느끼고 놀란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 『프랑켄슈타인』 3주 완독 계획 (2026년 4월 27일 ~ 5월 17일) • 2주차 (05.04. 월 ~ 05.10. 일): 제2부. pp.125-197. 『프랑켄슈타인』 읽기 2주차가 (어제) 시작되었습니다. 하루 밀려 공지 올립니다. ^^; 1부는 월턴 선장의 편지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곧 프랑켄슈타인이 월턴 일행에 의해 구조되고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처럼 야망과 욕망으로 경계를 넘으려 하는 월턴을 보고 그를 말리기 위해 자신의 비극을 이야기해줍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제네바의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고, 어릴 때부터 자연철학에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잉골슈타트 대학에서 생명의 원리를 탐구하던 그는 결국 시체 조각들로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막상 피조물이 눈을 뜨자 공포에 질려 도망치고, 피조물은 홀로 사라집니다. 이후 프랑켄슈타인은 신경쇠약으로 오랫동안 앓다가 회복하고 제네바로 돌아오려 하는데, 그 전에 남동생 윌리엄이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윌리엄의 살인범이 그임을 직감하지만 침묵합니다. 결국 억울한 누명을 쓴 하녀 유스틴이 처형되면서 1부가 끝났습니다. 2부에서는 액자 속으로 한 단계 더 들어갑니다. 괴물이 스스로 세상과 말과 감정을 배우고, 동시에 그 과정에서 증오도 쌓아가는 이야기를 자신을 창조한 프랑켄슈타인에게 전합니다. 지금까지는 프랑켄슈타인의 시선으로만 피조물을 보았는데, 2부에서는 피조물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합니다. 가난한 농가 가족을 몰래 관찰하며 언어와 감정을 익히는 장면을 따라가다 보면, 이 존재가 처음부터 괴물이었는지 아니면 괴물로 만들어졌는지 물을 수 밖에 없게 됩니다. * 2부를 읽어나가시면서 함께 생각해보면 좋을 질문들을 제안합니다. - 1부에서 프랑켄슈타인은 생명 창조에 열에 들떠 있으면서도, 날씨나 자연을 묘사하는 장면들이 종종 등장합니다. 2부에서 괴물이 숲과 계절을 바라보는 장면을 읽으면서 두 사람이 같은 자연을 전혀 다르게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드셨나요? 어떤 차이가 느껴졌나요? - 프랑켄슈타인은 생명을 만들고 나서 도망쳤습니다. 이 부분은 언뜻 이해가 되면서도 안 되기도 합니다. 그는 왜 자신이 만든 괴물에 생명이 깃들자 겁을 집어먹고 외면하고, 책임을 회피한 걸까요? 연휴가 있는 화창한 봄날, 즐거운 책읽기 되시기 바랍니다. *^^*
이런 대화가 오가는 동안 나는 감방 구석에 물러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야 나를 사로잡은 끔찍한 고통을 숨길 수 있었으니까요. 절망이라니! 누가 감히 절망을 말한단 말입니까? 이튿날이면 생과 사의 문턱을 넘게 될 가엾은 희생자 유스틴도 나만큼 깊고 쓰린 고통을 느끼지는 못할 겁니다.
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 지음, 박아람 옮김
프랑켄슈타인생명의 원천과 인체의 구조에 천착했던 과학자 ‘프랑켄슈타인’은 시체에 생명을 불어넣는 방법을 알아내면서 거대하고 흉측한 괴물을 창조해낸다. 스스로도 통제할 수 없는 능력을 지니게 된 괴물은 자신을 책임지지 않고 냉소하는 창조자에 대한 증오에 휩싸여 끔찍한 복수를 감행한다.
감옥에서 누명을 쓰고 죽게생긴 유스틴과 엘리자베스가 나누는 절절한 대화를 들으며 프랑켄슈타인이 하는 생각인데... 이 순간에도 자기가 제일 괴롭다고 하는건(미친 사람이라는 소리 들을 각오하고 자신의 생각을 법정에서 말하든지!!) ... 자아 비대증이나 나르시시즘이라 불러야할까요...;;;;; 주인공의 성격적 특성을 생각하게합니다. 지금까진 지독하게 자기 중심적인것 같아요;;;;
네, 좀 그런 것 같죠?! 죽을 사람 앞에서 자기가 더 고통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건 설정일까요? 이런 성격이 형성된 배경 같은 건, 앞부분에서 딱히 눈에 안 띈 것 같은데요. 동생이 늦게 생겨서일까요? 동생이 태어나기 전까지 사랑을 독차지했다는 말은 나왔었는데 말이죠.
다음 날은 계곡을 돌아다녔다. 나는 빙하 속에서 솟아나는 아르베롱강의 발원지 옆에 섰다. 빙하는 산꼭대기에서부터 느린 속도로 흘러와 계곡을 가로막고 있었다. 거대한 산맥의 가파른 경사면이 펼쳐졌다. 빙하의 얼음벽이 머리 위로 높이 걸렸고 소나무 몇 그루가 드문드문 보였다. 자연이라는 제국의 장대한 현실에는 엄숙한 침묵이 내렸고 거센 물살 소리, 거대한 빙하 조각이 추락하면서 내는 소리, 눈사태가 우르릉 거리는 소리, 빙하가 균열을 일으키는 소리들만이 얼음이 쌓인 산맥을 따라 울리면서 침묵을 깨뜨렸다. 쌓인 얼음은 변하지 않는 법칙의 조용한 작용에 따라, 산맥의 손안에 놓인 장난감에 지나지 않은 것처럼 언제든 이내 갈라지고 깨어져 나갔다. 이 숭고하고 장엄한 장면은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최고의 위안이었다. … 깨끗한 순백의 눈으로 덮인 산꼭대기, 반짝이는 뾰족 봉우리, 소나무 숲, 울퉁불퉁 맨살을 드러낸 계곡, 구름을 뚫고 솟아오르던 독수리. 모든 것이 내 주위에 모여 평화를 누리라고 말했다.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134,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이 부분을 읽으면 그림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이 생각납니다. 배경이 빙하도 아니고 느낌도 다르기는 하지만, 왠지 이 그림이 항상 떠오르네요. 프랑켄슈타인은 스스로 한 일을 감당하지 못하고 도망쳤으면서, 여전히 정복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그림도 마침 1818년경에 그려진 그림이네요. 『프랑켄슈타인』이 출간된 해!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 1818년경) https://l.muz.kr/IDhj 이 그림의 배경은 독일 작센과 체코 보헤미아 사이에 있는 엘베 사암 산맥의 풍경에서 따와서 작가가 요소들을 재배치한 것이라고 하네요. 링크로 가시면 산은 어디서 바위는 어디서 따왔는지 설명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시에는 첨부한 그림처럼 샤모니 계곡의 빙하를 하이킹 하는 관광을 했었나 봅니다. (1902-1904) 요즘도 빙하 트래킹 관광이 있는 것 같은데, 검색해보니 빙하가 많이 녹았네요. ㅠㅠ https://l.muz.kr/5PAr https://en.wikipedia.org/wiki/Chamonix
가디언 지에서 8년 전에 나온 기사인데요, 메리 셸리와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수치, 통계, 지도 같은 것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입니다. 다른 내용은 재미로 보시면 될 것 같고요. 지도는 책 읽어가시면서 참고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Mary Shelley's Frankenstein – in charts” https://www.theguardian.com/books/gallery/2018/jan/13/mary-shelleys-frankenstein-in-charts
우와 이 기사 진짜 유익하고 재미나네요. 감사합니다.
『프랑켄슈타인』 200주년 기념으로 나온 기사인가 봅니다. 찾아보니 1818년 1월 1일에 초판이 나왔고, 이 가디언 기사는 2018년 1월 13일 기사네요. ^^
지식을 얻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자기 존재가 허락하는 것보다 더 위대해지려고 갈망하는 사람보다 자기 고향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더 행복한지를.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위대해지기를 갈망하는 사람에게 특히 '지식'이 위험한 것 같아요. 그런 갈망이 없는 사람이, 나름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해 사용해도 지식이 어떻게 작동할지 장담할 수 없는데 말이죠. 자신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 지식을 이용하려 한다면 말할 것도 없겠죠. '지식'이라는 것에 담긴 딜레마라고 해야할까요? 지식은 도구가 돼도 목적이 돼도 뭔가 마뜩찮은 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통해 반복적으로 다뤄지는 것도, 이게 인류의 영원한 숙제이기 때문이겠죠?!
저는 드디어 2부로 진입했습니다. 프랑켄슈타인과 피조물이 드디어 대면하게 되었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의 첫 마디는 "이 악마야!" 피조물의 첫 마디는 "이런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소. 인간은 누구나 흉측한 자들을 미워하니까" 이군요. 작가는 피조물의 입을 통해 인간 세상의 부조리함을 마구 드러내네요.
그렇죠?! 괴물의 말이 어찌나 구구절절 옳고 공감이 가는지요. 메리 셸리가 괴물의 입을 통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게 하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그래서 2부를 읽다보면, 메리 셸리의 페르소나는 프랑켄슈타인이 아니라 괴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독학을 하는 것도 그렇고, 떠돌아다니는 것도 그렇고요.
이 경이로운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이상한 감정에 휩싸였어요. 인간이란 정말 그토록 강하고 훌륭한 덕성을 갖추었으며 아름다운데, 동시에 어떻게 그토록 사악하고 부도덕할 수 있단 말인가? 어떤 때는 온갖 사악한 원칙을 물려받은 자손에 불과한 듯하다가도, 또 다른 때는 고결함과 신성함을 모두 담고 있는 듯 보이기도 했소.
프랑켄슈타인 (무삭제 완역본) -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메리 셸리 지음, 오수원 옮김
『ㅇㅇㅇ의 말』 책 시리즈의 하나로 『괴물의 말』이란 책으로 따로 내도 될 것 같습니다. 물론 다 메리 셸리가 하고 싶었던 말이겠죠. 결국은 『메리 W. 셸리의 말』이 되겠네요. 한 가지 잘 이해되지 않는 것은 괴물의 잔혹성인데요. 어떻게 그렇게 쉽게 사람을 헤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혹시 프랑켄슈타인처럼 괴물도 소통없이 혼자 지내서일까 싶기도 합니다. 이 소설에 담긴 여러 주제 중 하나가 '소통'인가? 여러 사람들과 섞이며 쌓아가는 경험인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어떻게 하면 당신 마음이 움직일까? 아무리 빌어도 당신은 자기 피조물에게, 이렇게 당신의 친절과 동정을 애원하는 나에게 따뜻한 눈길을 주지 않겠다는 말이오? 프랑켄슈타인 믿어 주시오. 나는 착하게 살려고 했소. 내 영혼은 사랑과 인간애로 빛났소 하지만 나는 혼자, 처절하게 혼자가 아니오? 내 창조자인 당신조차 나를 미워하는데 나에게 아무 빚도 없는 당신의 동료 인간들에게 내가 무얼 바랄 수 있겠소? 그들은 날 멸시하고 미워하오. 인적 없는 산과 황량한 빙하가 내 피신처요. 나는 여기서 많은 날을 방황했소. 내가 유일하게 편안함을 느끼고 사람들이 유일하게 탐하지 않는 얼음 동굴이 내 집이오. 내가 저 황량한 하늘을 찬양하는 것도 당신들 인간보다 하늘이 내게 더 친절하기 때문이오.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140,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어느 날 추위에 떨다가 떠돌이 거지들이 남기고 간 불을 발견했는데 불이 주는 따스한 온기가 얼마나 기쁘던지. 반가운 마음에 뻘건 잉걸불에 손을 내밀었다가 화들짝 물러나면서 비명을 질렀소. 정말 이상했소. 똑같은 것이 그렇게 정반대의 결과를 만들어 내다니!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144,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괴물이 불을 발견하는 장면이 정말 인상적이네요. 이 소설의 핵심을 보여주는 가장 짧은 문장을 찾으라고 하면 이 부분을 저는 꼽겠습니다(현재까지는). 소설의 원제가 'Frankenstein, or the Modern Prometheus'이기도 하고요. 온기와 뜨거움, 생명과 파괴, 이상함, 이해할 수 없음, 스스로 알아내야 하는 것, 불(지식, 앎, 세계)이 무엇인지 알려고 할 때 따라오는 화상이라는 결과(자신과 세계의 파괴 혹은 파국, 예측 불가능한 결과 등). 처음 읽을 때는 이 부분을 지나쳐버렸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네요. 이번에 처음 읽는 것 같습니다.(-.-)
점차 나는 중요한 것들을 발견하게 되었소. 이 사람들에게는 구분되는 소리로 서로의 경험이나 감정을 전달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거요. 그들이 소리 내는 말들은 때로 듣는 사람의 마음과 표정에 기쁨이나 고통, 미소와 슬픔을 자아냈소. 이것은 참으로 굉장한 과학이었기에 나도 그걸 배우고 싶어 견딜 수 없었소. 그러나 그 소리를 따라 하려고 할 때마다 번번이 실패했소. … 그러나 내 헛간을 비춰 주는 달의 주기가 여러 번 바뀌는 동안 엄청난 노력을 쏙은 끝에 마침내 그들의 대화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몇몇 사물의 이름을 터득했소. 내가 배우고 연습한 단어는 <불>, <우유>, <빵>, <땔감>이었소. 그리고 오두막 사람들의 이름도 알게 되었고. 젊은이와 소녀는 몇 개의 이름으로 불렀지만 노인을 부르는 말은 오직 <아버지> 하나였소. 소녀는 <누이>나 <아가타>, 청년은 <펠릭스> 나 <오빠>. 또는 <아들>로 불렸소. 그 소리와 짝을 이룬 개념을 터득하고 그걸 발음하게 되었을 때의 기쁨은 당신이 짐작하지 못할 거요. 그 밖에 아직 이해하지도 못하고 어디 쓰는 지도 알 수 없던 <좋은>, <사랑하는>, <불행한> 같은 단어도 들어서 구분할 줄 알게 되었소.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153-154,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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