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3) 프랑켄슈타인

D-29
문장 수집인데 대화로 잘못 올려서, 따로 올렸습니다. ^^; (문장수집으로 바꾸거나 삭제는 안 되네요.)
그런 생각들로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오. 아무리 떨쳐 내려고 애써도 지식이 늘수록 내 서러움은 더해만 갔소. 아, 내 고향 숲에 영원히 남아 있었더라면, 배고프고 목마르고 더운 것 외에는 알지도 느끼지도 못했더라면! 지식이란 참으로 묘한 것이오! 일단 머리에 들어온 후엔 바위에 이끼가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으니 말이오.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163,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이제 오두막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는 모두가 나에게 새롭고 놀라운 것을 열어 주었소, 펠릭스가 아라비아 여인은 가르 치는 내용을 엿들으면서 인간 사회의 이상한 구조를 해해해나갔소. 부의 분할, 거대한 부와 비참한 가난, 그리고 계급과 가문, 귀족에 관해서도 알게 되었소. 그런 이야기들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소. 당신네 인간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부와 결부된 고귀하고 순수한 혈 통이었소. 인간은 이런 이점 중 하나만 지녀도 존경을 받지만 둘 중 하나도 없으면 극히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랑자와 노예 취급을 받으며, 선택받은 몇몇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낭비하는 운명을 지고 있었소! 그렇다면 나는? 비록 나의 탄생과 창조자에 대해선 전혀 아는 바가 없었지만, 내게는 돈도 친구도 아무런 재산도 없다는 것쯤은 알았소. 게다가 소름끼치도록 흉측하고 역겨운 모습을 하고 있었소. 심지어 인간과 똑같은 존재도 아니었소. 나는 그들보다 민첩하고 더욱 거친 음식으로도 연명할 수 있었소. 극한 더위와 추위를 별탈 없이 견디고 몸집은 그들보다 훨씬 컸소. 주변을 둘러봐도 나와 같은 존재는 보지도 듣지도 못했소. 그렇다면 나는, 보기만 해도 모든 인간이 달아나고 외면하는 이 세상의 오점, 괴물이란 말인가?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163,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괴물이 드 라세 가족을 지켜보면서 인간 사회의 구조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군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바로 그런 이상한 사회에서 자신이 들어갈 잘는 없다는 걸 느끼고 절망하네요. 세상을, 사람들을 알아갈수록 세상도 자신도 혐오하게 되는군요.
사피는 자기 어머니가 아랍인 기독교도였는데 튀르키예인들에게 붙잡혀 노예가 되었다고 했소. 미모가 출중했던 그녀는 사피 아버지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와 결혼하게 되었소. 그 처녀는 들뜬 말투로 자기 어머니 얘기를 했는데, 자유인으로 태어난 어머니는 자기를 옭아맨 구속을 경멸했소. 그녀는 딸에게 기독교의 교리를 가르쳤고 이슬람교도 여자들에게는 금지되었던 독립 정신을 깨우치고 더 높은 지성을 닦도록 이끌어 주었소. 그 부인은 죽었지만 가르침은 사피의 마음에 영원히 새겨졌소. 원대한 사고와 고귀한 덕의 실천이 몸에 밴 사피는 다시 아시아로 돌아가 하렘의 벽에 갇혀서, 자기 성격에 어울리지도 않을 유치한 오락이나 하며 지내리라 생각하니 지긋지긋했소. 그런데 기독교도와 결혼해서 여자를 사회 성원으로 받아 주는 나라에서 산다는 상상은 그녀를 매혹했던 것이오.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167,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사피에게도 메리 셸리 자신의 이야기가 반영이 돼있네요. 그런데 기독교 사회에 살았던 메리 셸리의 어머니도 자신을 옭아매는 구속을 끊기 위해 평생을 싸웠죠. 『여성의 권리 옹호』를 쓴 메리 울스턴크래프트가 바로 메리 셸리의 어머니인데, 당대의 규범에 정면으로 맞선 인물이었습니다. https://l.muz.kr/UCQu 메리 셸리는 그런 어머니의 딸로 태어났고, 어머니의 모습을 사피의 어머니에게 반영한 게 아닐까요? 이런 글을 써내는 순간 메리 셸리의 마음이 어땠을지… 마음이 좀 짠…해져오네요.
그 헛간에 도착하고 얼마 후에, 나는 당신 실험실에서 가져온 옷 주머니에서 종이를 몇 장 발견했소. 처음엔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나중에 거기 적힌 것들의 특징을 해독할 수 있게 되자 부지런히 그것을 연구하기 시작했소. 그것은 내가 만들어지기 전 넉 달 동안 당신이 쓴 일지였소. 당신은 작업의 모든 과정을 그 종이에다 빠짐없이 기록했소. 집안일에 대한 이야기도 섞여 있었소. 당신은 이제야 그 종이들이 기억나나 보군. 이게 그것이오. 내 저주받은 탄생에 얽힌 모든 것이 들어 있는 기록. 나의 존재를 만들어 낸 역겨운 상황들이 눈에 선하게 그려져 있소. 내게 주어진 징그럽고 혐오스러운 모습을 자세히 묘사한 글에는 당신의 공포가 생생히 드러나고 나 역시 씻을 수 없는 참담함을 느꼈소. 그 글을 읽으면서 토 할 것만 같았소. 『생명을 받은 그 지긋지긋한 날!」 나는 괴로워 소리쳤소. 「저주받을 창조자! 당신조차 역겨워 고개를 돌릴 소름 끼치는 괴물을 왜 만들었는가? 신은 자신의 형상을 본떠 인간을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만들었건만 내 모습은 추잡한 인간의 모습이고, 인간과 비슷하기 때문에 더욱 끔찍해졌구나. 사탄에게는 칭찬해 주고 용기를 줄 동료 악마들이라도 있었지만, 나는 철저히 혼자이고 미움을 받는 존재로군.』 이런 것들이 내가 절망과 고독 속에서 생각한 내용이오.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174,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자신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괴물이 알게 되는 장면은 여러 소설이나 영화에서 자주 오마주 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자연스러운 과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어떤 불순한 목적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자신의 존재 자체의 의미가 축소되고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스스로 목격하는 순간은,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 『프랑켄슈타인』 - 3주차 (05.11. 월 ~ 05.17. 일): 제3부. pp.201-293. 🎉 2부에서는 괴물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드 라세 가족을 몰래 관찰하며 언어와 감정을 익히던 그 존재가, 마침내 세상과 직접 부딪히려 했을 때 돌아온 것은 공포와 거부였습니다. 사피의 이야기, 그리고 자신을 창조한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분노와 갈망까지, 괴물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누가 진짜 괴물인지 판단하기 어려워집니다. 3부에서는 모든 것이 한 곳으로 모입니다. 괴물의 요구, 프랑켄슈타인의 선택, 그리고 프랑켄슈타인의 결말과 월턴의 결말이 만납니다. * 3부를 읽어나가시면서 함께 생각해보면 좋을 질문들을 제안합니다. - 괴물은 자신과 같은 존재, 즉 동반자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합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처음에 수락하지만 결국 거부합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들어주는 것과 거부하는 것, 어느 쪽이 더 옳다고 느껴지셨나요? - 소설의 끝에서 프랑켄슈타인과 괴물, 그리고 월턴의 모습을 비교해보면 좋겠습니다. 각자 스스로의 선택이기도 하고 자신의 선택 자체가 가진 힘에 의해 마지막까지 끌려온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주도 즐거운 독서 되세요! *^^*
동반자를 만드는 것을 거절할 것 같아요. 일견 처음에는 피조물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것도 내가 벌인 일이니..)에서 만들어주는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생명을 또 하나 창조한다는 것에 대한 윤리적 거부감(이것이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는지 알면서!! 한 번 더 이걸 한다구??), 문제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것 같은 느낌(진짜 자손이라도 생산한다면??), 새로운 피조물이 얌전히 프랑켄슈타인과 이전 피조물의 타협(인간 세상에서 멀리 떠나살겠다는 약속)을 지킬거라는 보장이 없는 점 등등 감히 동반자를 만들어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정적으로는 피조물의 처절한 외로움을 고백하는 말에 더 동감하게되긴 해요. 애초에 책임지지도 못할 걸 왜 만들어가지고 ㅠㅠ
그렇죠, 프랑켄슈타인이 처한 상황이 딜레마 상황인 것 같습니다. 만들어준다면 그건 기술의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는 꼴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안 만들어준다면 그건 또 문제를 방치하는 셈이 되고. 괴물이 자신의 짝으로 괴물을 만들어달라는 것도,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자신과 비슷하지 않으면 소통하고 교감할 수 없다는 걸, 사람들로부터 배척당하면서 절감한 거겠죠.
저도 @모시모시 님과 같은 생각이에요. 불행한 존재를 세상에 하나 더 추가할 수는 없으니…
저주스러운 창조자! 어째서 당신조차 역겨워 등을 돌릴 만큼 흉악한 괴물을 빚었습니까? 신은 연민을 갖고 자기 모습을 따라 아름답고 매혹적인 존재로 인간을 창조했소. 그러나 내 모습은 당신의 추악한 부분을 닮았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끔찍하오. 사탄에게는 그를 숭배하고 격려해줄 동료 악마들이 있었지만, 나는 고독할 뿐 아니라 혐오의 대상일 뿐이오.”
프랑켄슈타인 (무삭제 완역본) -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메리 셸리 지음, 오수원 옮김
가끔 프랑켄슈타인에게 피조물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자세한 내용을 알아내려고 할 때도 있었어. 하지만 그 문제에 관해서는 그야말로 난공불락이더군. “벗이여, 제정신이 아닌 겁니까?” 그는 이렇게 말하더군. “그런 무분별한 호기심으로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 같나요? 세상에 악마 같은 원수를 만들어주려는 겁니까? 그렇지 않다면 무슨 의도로 그런 질문을 하는 거죠? 부디 마음을 가라앉히고 평정을 찾으십시오! 내 불행에서 교훈을 얻고 불행을 자초하지 말아요.”
프랑켄슈타인 (무삭제 완역본) -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메리 셸리 지음, 오수원 옮김
괴물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이 없어서 이상하기도 하고 답답했는데, 그게 일부러 말하지 않았던 거였어요!
저도 만드는 방법 없이 이렇게 표현한 부분에서 좀 웃었어요. 중간에 "그러고 보니 이야기의 흥미가 절정에 달한 대목에서 깜박 설교를 하고 있었군. 당신 표정을 보니 이야기를 계속해야겠다." <-이런 부분도 재미있었고요.
최근 며칠간 생애 최후의 나날을 보내면서 과거의 내 행적을 되짚어 보았습니다. 흠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뜨거운 광기로 분별을 잃은 상태에서 이성적인 존재를 창조했으니, 내 힘닿는 한 그에게 행복과 안녕을 보장해주어야 했습니다. 그게 제 의무였으니까요. 하지만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있었습니다. 동포 인류에 대한 의무 말입니다. 그 의무가 내게는 더 중요한 관심사였습니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의 행복과 불행이 거기 달려 있었으니까요.
프랑켄슈타인 (무삭제 완역본) -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메리 셸리 지음, 오수원 옮김
나는 내 불행에 공감해줄 사람을 찾는 게 아니오. 그런 사람은 없을 테니까. 처음에 공감을 구했던 것은 미덕에 대한 애정, 나의 온몸과 마음에서 흘러넘치던 행복과 사랑의 감정, 동참하고 싶은 마음을 알아달라는 것이었소. 그러나 이제 그때의 미덕은 내게 그림자에 불과하게 되었고 행복과 애정은 쓰고 혐오스러운 절망으로 변했으니, 이제 와서 무슨 공감을 구하겠소? 고통이 지속한다 해도 혼자서 견뎌내는 데 나는 만족하오. 죽는다 해도, 혐오와 불명예가 기억을 짓누르고 있다는 사실에 불만이 없소.
프랑켄슈타인 (무삭제 완역본) -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메리 셸리 지음, 오수원 옮김
어린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면 나는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느낀다. 불행이 내 마음을 더럽히고, 널리 세상에 도움이 되겠다는 밝은 꿈을 오로지 나 자신에 대한 우울하고 편협한 생각으로 바꾸어놓기 전의 일이니까. 그러나 어린 시절의 그림을 하나씩 그려나가면서,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 한 발 한 발 훗날의 불행으로 나를 이끈 사건들을 절대 생략해서는 안 된다.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그런 그는 지금 어디 있단 말인가?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은 영영 사라져 버린 걸까? 그 정신, 아름답고 방대한 상상력과 생각으로 넘치던 정신, 그것을 만든 이의 생명력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냈던 정신은 사라져 버린 걸까? 이제는 오직 내 기억 속에만 남은 걸까? 아니, 그렇지 않다. 성스럽게 빚어져 아름다움을 빛내던 너의 육신은 비록 스러졌지만 네 영혼은 아직도 이 불행한 친구를 찾아와 위로해 준다.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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