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3) 프랑켄슈타인

D-29
올려주신 문장에 괴물의 존재적 고뇌라고 할까 그런 것이 처절하게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 『프랑켄슈타인』에서 몇 개 씬이 생각나 찾아보니, 여러 이전 작품들을 오마주하고 재창조해낸 장면인 듯 하네요. 진흙벌판에서 괴물이 괴로워하는 장면은 오래된 영화 『프로메테우스』에서도 가져온 것 같고요. https://www.threads.com/@cinemagic.universe/post/DQ1ygUtk0Pi/engineer-x-the-creature-prometheus-frankenstein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일본 예술에도 관심이 많다고 하는데요. 괴물 몸의 이음새를 보면 일본의 긴츠키 공예가 생각납니다. 깨진 혹은 깨뜨린 도자기를 이어붙이는 건데, 델 토로 감독의 괴물은 바느질한 듯 꿰맨 자국이 아니라 땜질한 것처럼 이어붙인 모습이거든요. https://en.wikipedia.org/wiki/Kintsugi 그리고 일본의 ‘부토’(Butoh) 댄스의 모습을 이번 프랑켄슈타인 영화에 많이 반영한 것 같습니다. 부토 댄스는 1950년대 전후 일본의 분위기 속에서 만들어진 일본 고유의 댄스 장르라고 합니다. 좀 무섭네요. ^^; 부토 댄스 https://en.wikipedia.org/wiki/Butoh https://atmos.earth/art-and-culture/the-dance-of-darkness-inside-the-world-of-japanese-butoh/
『실낙원』과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한 권 그리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었소. 이 귀중한 보물들을 얻게 되어 무척 기뻤소. 이제 내 친구들이 일상의 일에 몰입할 동안 나는 이 책들을 공부하고 지적 능력을 닦았소. 이 책들이 나에게 미친 영향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책들은 내 마음속에 새로운 심상과 감정을 한없이 일으켜, 가끔 환희에 이를 만큼 내 마음을 고양하기도 했지만 대개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기 일쑤였소.
프랑켄슈타인 (무삭제 완역본) -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메리 셸리 지음, 오수원 옮김
괴물이 최초로 접 한 책 세 권 입니다. 메리 셸리가 공들여 골랐을 거 같은데. 각각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괴물이 설명하는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인간의 종교적, 지적, 감성적 바탕을 닦는 데 필요한 책으로 고른 것 같습니다. 저는 『프랑켄슈타인』을 처음 읽었을 때 이 셋 중에 베르테르만 읽은 상태였는데, 지금도 그렇네요. ^^; 올해 안에 나머지 두 권을 구경이라도 해봐야겠어요.
그 놀라운 이야기들을 듣다 보니 이상한 생각이 들었소. 인간이란 그렇게 강인하고 덕과 품위를 지녔으면서도, 그렇게 악하고 비열한 존재란 말인가? 어떤 때는 사악한 원리의 소산인 듯하다가 어떤 때는 고결하고 신과 같은 존재로 비춰지기도 했소. 위대하고 덕을 지닌 인간이 되는 것은 이성을 지닌 존재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예 같았소. 많은 기록에 나타났듯이 비열하고 사악한 인간은 가장 비천한 존재, 눈먼 두더지나 유순한 벌레보다도 못한 존재처럼 느껴졌소. 어떻게 인간이 같은 인간을 죽일 수 있는지, 심지어 법이나 정부가 왜 있는지 이해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소, 죄악과 살육에 관해 자세히 듣고서 비로소 궁금증이 풀렸지만 나는 역겹고 혐오스러워 고개를 돌렸소.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162,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문장 수집인데 대화로 잘못 올려서, 따로 올렸습니다. ^^; (문장수집으로 바꾸거나 삭제는 안 되네요.)
그런 생각들로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오. 아무리 떨쳐 내려고 애써도 지식이 늘수록 내 서러움은 더해만 갔소. 아, 내 고향 숲에 영원히 남아 있었더라면, 배고프고 목마르고 더운 것 외에는 알지도 느끼지도 못했더라면! 지식이란 참으로 묘한 것이오! 일단 머리에 들어온 후엔 바위에 이끼가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으니 말이오.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163,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이제 오두막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는 모두가 나에게 새롭고 놀라운 것을 열어 주었소, 펠릭스가 아라비아 여인은 가르 치는 내용을 엿들으면서 인간 사회의 이상한 구조를 해해해나갔소. 부의 분할, 거대한 부와 비참한 가난, 그리고 계급과 가문, 귀족에 관해서도 알게 되었소. 그런 이야기들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소. 당신네 인간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부와 결부된 고귀하고 순수한 혈 통이었소. 인간은 이런 이점 중 하나만 지녀도 존경을 받지만 둘 중 하나도 없으면 극히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랑자와 노예 취급을 받으며, 선택받은 몇몇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낭비하는 운명을 지고 있었소! 그렇다면 나는? 비록 나의 탄생과 창조자에 대해선 전혀 아는 바가 없었지만, 내게는 돈도 친구도 아무런 재산도 없다는 것쯤은 알았소. 게다가 소름끼치도록 흉측하고 역겨운 모습을 하고 있었소. 심지어 인간과 똑같은 존재도 아니었소. 나는 그들보다 민첩하고 더욱 거친 음식으로도 연명할 수 있었소. 극한 더위와 추위를 별탈 없이 견디고 몸집은 그들보다 훨씬 컸소. 주변을 둘러봐도 나와 같은 존재는 보지도 듣지도 못했소. 그렇다면 나는, 보기만 해도 모든 인간이 달아나고 외면하는 이 세상의 오점, 괴물이란 말인가?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163,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괴물이 드 라세 가족을 지켜보면서 인간 사회의 구조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군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바로 그런 이상한 사회에서 자신이 들어갈 잘는 없다는 걸 느끼고 절망하네요. 세상을, 사람들을 알아갈수록 세상도 자신도 혐오하게 되는군요.
사피는 자기 어머니가 아랍인 기독교도였는데 튀르키예인들에게 붙잡혀 노예가 되었다고 했소. 미모가 출중했던 그녀는 사피 아버지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와 결혼하게 되었소. 그 처녀는 들뜬 말투로 자기 어머니 얘기를 했는데, 자유인으로 태어난 어머니는 자기를 옭아맨 구속을 경멸했소. 그녀는 딸에게 기독교의 교리를 가르쳤고 이슬람교도 여자들에게는 금지되었던 독립 정신을 깨우치고 더 높은 지성을 닦도록 이끌어 주었소. 그 부인은 죽었지만 가르침은 사피의 마음에 영원히 새겨졌소. 원대한 사고와 고귀한 덕의 실천이 몸에 밴 사피는 다시 아시아로 돌아가 하렘의 벽에 갇혀서, 자기 성격에 어울리지도 않을 유치한 오락이나 하며 지내리라 생각하니 지긋지긋했소. 그런데 기독교도와 결혼해서 여자를 사회 성원으로 받아 주는 나라에서 산다는 상상은 그녀를 매혹했던 것이오.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167,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사피에게도 메리 셸리 자신의 이야기가 반영이 돼있네요. 그런데 기독교 사회에 살았던 메리 셸리의 어머니도 자신을 옭아매는 구속을 끊기 위해 평생을 싸웠죠. 『여성의 권리 옹호』를 쓴 메리 울스턴크래프트가 바로 메리 셸리의 어머니인데, 당대의 규범에 정면으로 맞선 인물이었습니다. https://l.muz.kr/UCQu 메리 셸리는 그런 어머니의 딸로 태어났고, 어머니의 모습을 사피의 어머니에게 반영한 게 아닐까요? 이런 글을 써내는 순간 메리 셸리의 마음이 어땠을지… 마음이 좀 짠…해져오네요.
그 헛간에 도착하고 얼마 후에, 나는 당신 실험실에서 가져온 옷 주머니에서 종이를 몇 장 발견했소. 처음엔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나중에 거기 적힌 것들의 특징을 해독할 수 있게 되자 부지런히 그것을 연구하기 시작했소. 그것은 내가 만들어지기 전 넉 달 동안 당신이 쓴 일지였소. 당신은 작업의 모든 과정을 그 종이에다 빠짐없이 기록했소. 집안일에 대한 이야기도 섞여 있었소. 당신은 이제야 그 종이들이 기억나나 보군. 이게 그것이오. 내 저주받은 탄생에 얽힌 모든 것이 들어 있는 기록. 나의 존재를 만들어 낸 역겨운 상황들이 눈에 선하게 그려져 있소. 내게 주어진 징그럽고 혐오스러운 모습을 자세히 묘사한 글에는 당신의 공포가 생생히 드러나고 나 역시 씻을 수 없는 참담함을 느꼈소. 그 글을 읽으면서 토 할 것만 같았소. 『생명을 받은 그 지긋지긋한 날!」 나는 괴로워 소리쳤소. 「저주받을 창조자! 당신조차 역겨워 고개를 돌릴 소름 끼치는 괴물을 왜 만들었는가? 신은 자신의 형상을 본떠 인간을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만들었건만 내 모습은 추잡한 인간의 모습이고, 인간과 비슷하기 때문에 더욱 끔찍해졌구나. 사탄에게는 칭찬해 주고 용기를 줄 동료 악마들이라도 있었지만, 나는 철저히 혼자이고 미움을 받는 존재로군.』 이런 것들이 내가 절망과 고독 속에서 생각한 내용이오.
프랑켄슈타인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p.174,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자신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괴물이 알게 되는 장면은 여러 소설이나 영화에서 자주 오마주 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자연스러운 과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어떤 불순한 목적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자신의 존재 자체의 의미가 축소되고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스스로 목격하는 순간은,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 『프랑켄슈타인』 - 3주차 (05.11. 월 ~ 05.17. 일): 제3부. pp.201-293. 🎉 2부에서는 괴물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드 라세 가족을 몰래 관찰하며 언어와 감정을 익히던 그 존재가, 마침내 세상과 직접 부딪히려 했을 때 돌아온 것은 공포와 거부였습니다. 사피의 이야기, 그리고 자신을 창조한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분노와 갈망까지, 괴물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누가 진짜 괴물인지 판단하기 어려워집니다. 3부에서는 모든 것이 한 곳으로 모입니다. 괴물의 요구, 프랑켄슈타인의 선택, 그리고 프랑켄슈타인의 결말과 월턴의 결말이 만납니다. * 3부를 읽어나가시면서 함께 생각해보면 좋을 질문들을 제안합니다. - 괴물은 자신과 같은 존재, 즉 동반자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합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처음에 수락하지만 결국 거부합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들어주는 것과 거부하는 것, 어느 쪽이 더 옳다고 느껴지셨나요? - 소설의 끝에서 프랑켄슈타인과 괴물, 그리고 월턴의 모습을 비교해보면 좋겠습니다. 각자 스스로의 선택이기도 하고 자신의 선택 자체가 가진 힘에 의해 마지막까지 끌려온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주도 즐거운 독서 되세요! *^^*
동반자를 만드는 것을 거절할 것 같아요. 일견 처음에는 피조물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것도 내가 벌인 일이니..)에서 만들어주는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생명을 또 하나 창조한다는 것에 대한 윤리적 거부감(이것이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는지 알면서!! 한 번 더 이걸 한다구??), 문제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것 같은 느낌(진짜 자손이라도 생산한다면??), 새로운 피조물이 얌전히 프랑켄슈타인과 이전 피조물의 타협(인간 세상에서 멀리 떠나살겠다는 약속)을 지킬거라는 보장이 없는 점 등등 감히 동반자를 만들어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정적으로는 피조물의 처절한 외로움을 고백하는 말에 더 동감하게되긴 해요. 애초에 책임지지도 못할 걸 왜 만들어가지고 ㅠㅠ
그렇죠, 프랑켄슈타인이 처한 상황이 딜레마 상황인 것 같습니다. 만들어준다면 그건 기술의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는 꼴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안 만들어준다면 그건 또 문제를 방치하는 셈이 되고. 괴물이 자신의 짝으로 괴물을 만들어달라는 것도,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자신과 비슷하지 않으면 소통하고 교감할 수 없다는 걸, 사람들로부터 배척당하면서 절감한 거겠죠.
저도 @모시모시 님과 같은 생각이에요. 불행한 존재를 세상에 하나 더 추가할 수는 없으니…
저주스러운 창조자! 어째서 당신조차 역겨워 등을 돌릴 만큼 흉악한 괴물을 빚었습니까? 신은 연민을 갖고 자기 모습을 따라 아름답고 매혹적인 존재로 인간을 창조했소. 그러나 내 모습은 당신의 추악한 부분을 닮았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끔찍하오. 사탄에게는 그를 숭배하고 격려해줄 동료 악마들이 있었지만, 나는 고독할 뿐 아니라 혐오의 대상일 뿐이오.”
프랑켄슈타인 (무삭제 완역본) -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메리 셸리 지음, 오수원 옮김
가끔 프랑켄슈타인에게 피조물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자세한 내용을 알아내려고 할 때도 있었어. 하지만 그 문제에 관해서는 그야말로 난공불락이더군. “벗이여, 제정신이 아닌 겁니까?” 그는 이렇게 말하더군. “그런 무분별한 호기심으로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 같나요? 세상에 악마 같은 원수를 만들어주려는 겁니까? 그렇지 않다면 무슨 의도로 그런 질문을 하는 거죠? 부디 마음을 가라앉히고 평정을 찾으십시오! 내 불행에서 교훈을 얻고 불행을 자초하지 말아요.”
프랑켄슈타인 (무삭제 완역본) -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메리 셸리 지음, 오수원 옮김
괴물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이 없어서 이상하기도 하고 답답했는데, 그게 일부러 말하지 않았던 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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