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47. 달밤에 낭독, 입센 1탄 <인형의 집>

D-29
ㅎㅎ 저도 욱!! 한 대사인데~~~ 헬메르 선을 아주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습니다!!^^;;
입센의 작품 중 『페르 귄트』는 문학뿐 아니라 음악으로도 유명한데요, 19세기 후반 유럽 '개인'과 '자아'에 대한 자각이 폭발하던 시기, 위인도 악당도 아닌 페르 귄트의 어정쩡한? 삶에 대해 단추공은 이도저도 아닌 그, 자기 삶의 주인이 아닌 그를 주물에 넣어 녹여 버리자고 합니다 『파우스트』나 『신곡』 못지 않게 심오한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페르 귄트』를 읽지 못해 완독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요, 이번에 『인형의 집』을 읽으며 더욱 읽고 싶어졌습니다 스페인 극작가 안토니오 부예로 바예호의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라는 작품이 있는데, 페르 귄트와 단추공을 주요 소재로 삼은 인상적인 무대로 본 적이 있거든요 『인형의 집』이 페미니즘 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동시에, 입센이 여성 문제뿐 아니라 사회(전체주의)와 개인(자아)의 갈등에 대해서도 집필했다고 하니 더욱 관심이 가네요
페르 귄트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 어느 계단의 이야기 - 희곡잊혀져 가는 세계의 문학 걸작들을 번역.지원하는 '대산세계문학총서' 아홉번째 권이다. 여기에는 20세기 스페인 희곡사에 한 획을 그은 안토니오 부에로 바예호의 초창기 작품인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와 '어느 계단 이야기'가 수록되었다.
근데 린데 부인이 등장하고 노라의 대사들을 보니 노라도 필터가 없는지 선 넘는 말을 여러 번 하네요. 아 주책 ㅠㅠ
저도 동감!! 4장의 노라를 향한 헬메르 대사도 화가 나지만 노라도 친구인 린데부인에게 저렇게 필터링 없이 말을 해도 되나 이해가 안되더라구요!!😅😅
헬메르 : (자기 방 안에서) 거기 밖에서 지저귀는 건 종달새인가? 노라 : (상자를 여는 중이다.) 예, 그래요. 헬메르 : 거기서 바스락대는 건 다람쥐인가? 노라 : 예! (중략) 헬메르 : 샀다고 그랬어? 저기 저것 모두? 낭비꾼 작은 새가 밖에 나가서 또 돈을 다 써 버렸다는 말인가? p.10-11 헬메르 : (따라간다.) 저런, 저런. 그렇다고 노래하는 종달새가 날개를 축 늘어뜨려서야 안 되지, 응? 저기 다람쥐가 기분이 상했네? (지갑을 연다.) 노라, 여기 뭐가 있을 것 같아? 노라 : (급히 몸을 돌린다.) 돈이요! p.12 헬메르 : 나의 사랑스러운 작은 노라, 아니라고는 못하겠지. (팔로 그녀를 안는다.) 낭비꾼 새는 귀엽지. 하지만 돈이 아주 많이 들어. 이런 새를 키우는 게 남자에게 얼마나 돈이 드는 일인지. p.14 헬메르 : 아, 사랑하는 노라, 그건 내가 일찍이 변호사로서 깨달은 거야. 일찍 인생을 망친 사람들은 거의 모두 어머니가 거짓말쟁이였지. 노라 : 왜 꼭 어머니인가요? 헬메르 : 어머니들에게서 가장 잘 옮으니까. 아버지들도 물론 같은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지. (중략) 노라 : (걱정 때문에 창백하다.) 내 예쁜 아이들을 망친다고! 가정에 독을 뿜는다고? (잠시 멈춘다. 고개를 든다.) 사실이 아니야. 영원히, 절대로 사실이 아니야. p.52-53
[그믐밤] 47. 달밤에 낭독, 입센 1탄 <인형의 집>
시작 부분과 마지막 부분에서 필사한 문장을 수집해 올려 보았습니다 시작부터 아내를 '종달새'나 '다람쥐'로 칭하는 것이 매우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마지막에 노라가 깨달았듯, '사랑하기 때문에' 하는 호칭이 아니라서요 외모나 성격이 귀엽다는 점에서만 그렇게 부르는 것이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즐기고 놀 뿐, 책임이 따르는 심오한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니까요 아이들의 주 양육자인 어머니가 특히 부정적인 영향의 책임자라는 편견과 막말도 아주 듣기 거북했습니다
저도 헬메르가 초반부터 '종달새'라든가 하며 노라를 지칭하는 모습이 사랑해서라는 느낌이 안들더라구요~그리고 부인 노라보고 '종달새'라며 인형 취급하면서 후반부에는 곤란한 일 터지니 책임지라고 흥분하는 헬메르 모습에 욱!! 했습니다 종달새가 어떻게 책임을 집니까??😡😡
헬메르 : 당신은 한심하기도 하지... 대체 무슨 일을 한 거요? (중략) 연극은 그만둬. 당신은 이 집 안에 머물러 있으면서 나에게 설명을 해야 해. 당신이 무슨 일을 한 건지 알아? 대답해! 알고 있는 거야? 노라 : (헬메르를 응시하며 굳어진 표정으로 말한다.) 예, 이제야 제대로 이해하기 시작하고 있어요. 헬메르 : (거실을 왔다 갔다 한다.) 아, 깨어난다는 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팔 년 내내... 나의 기쁨이며 자랑이던 그녀가 사기꾼이며 거짓말쟁이, 아니, 그보다 더한 범죄자였다니! 이 모든 것이 사실은 이렇게 흉한 일이었다니!, 아, 아! 노라 : (침묵하며 계속 그를 응시한다.) 헬메르 :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어야 하는 건데, 내가 예측을 했어야 하는데. 당신 아버지의 경박한 성향... 그래! 당신 아버지의 경박한 성향을 당신도 물려받았지. 중교도, 윤리도, 책임감도 없어. (중략) 당신은 나의 행복을 모두 부서뜨렸어. 나의 모든 미래를 당신이 망가뜨렸지. p.108-109 헬메르 : 숄을 풀어. 그거 벗으라니까! (중략) 당신은 계속 이 집에 있어야 해. 당연히 그렇지. 하지만 당신에게 아이들을 키울 권리를 줄 수 없어. 당신에게 그건 맡기지 못하겠어. p.110 헬메르 : 당신은 아내의 도리 그대로 나를 사랑했어. 통찰력이 부족해서 수단에 대해 옳은 판단을 내리지 못했을 뿐이지. (중략) 여자인 당신의 무력함이 당신을 두 배로 매력적으로 만들지 않는다면, 나는 남편이 되어서는 안 될 거야. p.112 헬메르 : 아, 노라. 당신은 남자의 마음을 몰라. 자기 아내를 용서했다는 걸 마음속에 품고 있는 건 남자에게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달콤하고 만족스러운 일이지. 자기 아내를 진심으로, 거짓 없이 용서했다는 것 말이야. 그럼으로써 여자는 두 배로 그의 소유물이 되니까. 그는 아내를 이 세상에 다시 낳아 준 거야. 아내는 어떻게 보면 그의 아내이면서 그의 아이이기도 하지. 힘없고 무력한 존재인 당신은 앞으로 나에게 그런 존재가 될 거야. 나에게 마음을 열기만 하면 나는 당신의 의지와 양심이 되겠소. p.113 헬메르 : 나보고 당신에게 끊임없이 걱정거리를 이야기하란 말인가? 당신은 나에게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을 텐데? p.114 노라 : (머리를 흔든다.) 당신들은 나를 사랑한 적이 없어요. 당신들은 나에 대해 애정을 갖는 게 즐겁다고 생각했을 뿐이죠. (중략) 내가 아빠 집에 있었을 때는 아빠가 내게 당신의 생각을 말씀하셨고, 그럼 나도 똑같이 그렇게 생각했죠. 그리고 내 생각이 달랐을 때는 나는 그 생각을 숨겼어요. 아버지가 좋아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아버지는 나를 인형 아기라고 불렀고, 내가 인형을 갖고 놀듯이 나를 가지고 노셨어요. (중략) 내 말은, 나는 그렇게 아빠 손에서 당신 손으로 넘어갔다는 거예요. 당신은 모든 것을 당신 취향대로 꾸몄고, 그래서 나는 당신의 취향을 내 것으로 만들게 됐죠. 아니면 그런 척했던 것이었거나요. 나도 잘 모르겠어요. 두 가지 모두였던 것 같아요. 이랬다 저랬다 했지요. 알고 보니 나는 여기서 가난하게 살았던 것 같네요. 그날 벌어 그날 사는 거죠. 토르발, 나는 당신에게 재주를 부리는 것으로 먹고 살았던 거예요. 하지만 당신이 그렇게 원했던 거죠. 당신과 아버지는 내게 큰 잘못을 했어요. 당신들은 내가 아무것도 되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이 있어요. 헬메르 : 노라, 말도 안 돼. 당신은 감사할 줄도 모르는군. 당신은 이곳에서 행복하지 않았나? 노라 : 아니요. 행복한 적은 없었어요. 행복한 줄 알았죠. 하지만 한 번도 행복한 적은 없었어요. p.116 헬메르 : 당신 미쳤군! 내가 허락하지 않을 거야! 내가 그것을 금지할 거야! 노라 : 이제는 내게 무엇을 금지해도 소용없어요. p.117 헬메르 : 아, 눈이 멀고 경험도 없는 당신! (중략) 집과 남편과 가정을 버리다니! 그리고 사람들이 뭐라고 할지는 생각도 안 하다니! (중략) 그렇게 당신의 거룩한 의무를 저버릴 수 있다니. (중략) 남편과 아이들에 대한 책임이 아닌가! (중략) 당신은 우선적으로 아내이며 어머니야. 노라 : 나는 내가 우선적으로 당신과 마찬가지로 인간이라고 믿어요. 최소한, 그렇게 되려고 노력할 거예요. p.118 헬메르 : 나는 기꺼이 밤낮으로 당신을 위해 일하겠어. 노라, 당신을 위해 걱정하고 염려할 거야. 하지만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명예를 희생하는 사람은 없어. 노라 : 수십만 명의 여자가 그렇게 했어요. p.121-122
[그믐밤] 47. 달밤에 낭독, 입센 1탄 <인형의 집>
주말에 본 낭독 음악극 <마녀들의 편지>에서도 『인형의 집』 가운데 몇 부분을 낭독했는데요, 헬메르가 노라 아버지를 탓하는 장면, 노라가 아빠와 남편에 대해 각성하는 장면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숄을 벗으라고 하거나, 여길 나가지 못한다고 가로막는 모습이 상당히 폭압적이에요 현대까지도 데이트 폭력 같은 상황에서 여성의 언행을 남성이 제어하는 일들이 이런 과거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혼식에서 아버지가 사위에게 딸을 건네주는 행위도 마찬가지고요
우리말에서도 아내와 남편 사이 또는 연인 사이에서 남성이 여성에게 반말을 하고 여성은 남성에게 경어를 쓰는 경우가 많이 보여졌고, (특히 어떤 경계를 넘어서고 나면 = 신중하게 사귀던 사이에서 함께 밤을 보내고 나면) 책의 번역이나 영화 자막에서도 마찬가지의 하대와 존대가 흔했지요 요즘에도, 결혼에 의한 동등한 배우자 관계가 된 이후에도, 아내가 남편에게 '오빠'라고 호칭하거나, 남편을 '신랑'이라고 지칭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반대로 남편이 신혼 이후의 아내를 '신부'라고 지칭하는 경우는 없더군요) 언어가 관계를 대변하곤 하는데, 노라와 헬메르의 대화를 보니 참 씁쓸하네요
맞습니다. <인형의 집>에서도 노라는 남편인 헬메르에게 경어를 쓰는데 헬메르는 아내인 노라에게 그냥 말을 편하게 놓네요. 원전에서 이런 식으로 쓰여진 건 아닐 것 같은데...좀 궁금해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종달새, 다람쥐에 이어 '사랑스러운 카프리 아가씨'라는 표현도 나오네요. 카프리가 무슨 뜻으로 쓰여졌는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이탈리아 남부에 있는 휴양지라고 하네요. 결혼 초기에 헬메르의 병을 고치기 위해 둘이 같이 이탈리아로 요양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노라는 그곳에서 타란텔라 춤을 배웠나 봅니다.
이 지점이 참 옛날 생각나는데 저와 남편은 오랫동안 대학때부터 친구였는데 결혼과 동시에 저만 호칭변경의 의무가 시댁으로 부터 부여된 과거가 또 떠오르는군요!! 그때도 화났지만 참아야하는 분위기라서😡😡
헬메르:  그럼 고민이 있을 때마다 당신을 끌어들여야 했을까? 말해 봐야 당신은 감당도 못할 텐데? 노라:  난 감당하고 못하고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어떤 일이건 함께 앉아서 진지하게 얘기하려고 한 적이 없었다는 걸 말하는 거라고요.
[그믐밤] 47. 달밤에 낭독, 입센 1탄 <인형의 집>
노라:  그런 건 신경 안 써요. 내가 아는 건 스스로를 위해 무슨 일이 있어도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뿐이에요.
[그믐밤] 47. 달밤에 낭독, 입센 1탄 <인형의 집>
헬메르:  어린애 같은 얘길 하는군. 당신은 자신이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 모르고 있어. 노라: 그래요, 몰라요. 하지만 앞으로 알아 갈 거예요. 세상과 나 둘 중 어느 쪽이 옳은지 확인해 봐야겠어요. 헬메르:  당신은 아파, 노라. 열이 있는 거야. 당신 지금 제정신이 아니라고. 노라:  오늘 밤만큼 정신이 또렷하고 차분했던 적은 없어요.
[그믐밤] 47. 달밤에 낭독, 입센 1탄 <인형의 집>
금요일의 그믐밤을 앞두고 작품의 뒷부분을 다시 한번 훑어보았어요. 다소 뻔한 이야기가 아닐까 라는 저의 예상을 깨고 이 작품은 꽤나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약간 억지스러운 우연이 등장하기는 합니다만 이는 당시 시대 창작물의 한계로 느껴지기도 하고요. 두 시간 정도면 작품을 충분히 읽으실 수 있으니 아직 다 못 접하신 분들도 용기 내어 읽어 주시고, 금요일 15일, 저녁 8시 29분에 반갑게 뵙겠습니다. ^^
우와 드디어 어릴 때부터 제목만 주워섬기던 《인형의 집》을 읽었네요! 초반에 다람쥐니 종달새니 하는 말과 철딱서니 없음을 넘어서 넋 나간 것 같아 보이는 노라 캐릭터에 헉했는데, 3막에서 노라의 대오각성이 언발란스하단 느낌이 없쟎치만 그 당시에 남성 작가가 이런 대사를 쓸 수 있었다는 데에 또 한번 놀랐습니다. 사진 속 입센은 퓨리턴 목사님 같은 느낌인데 말입니다...;;; 저 또한 기대 이상으로 재밌어서 또또 한번 놀랐네요! 그믐밤이란 계기가 없었다면 언제까지 제목으로만 남았을지 모를 작품이었을 텐데, 이런 계기를 마련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저도 유명한 이 작품을 이번에 읽었어요 그믐의 <달밤의 낭독> 감사합니다~ 솔직히 100년 전 작품이라 재미가 없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후반부로 갈수록 갈등이 롤러코스터네요!! 당시 여성의 지위는 거의 소유물 느낌이었을텐데 그래도 당시 여성의 위치와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입센의 글에 감탄하게 됩니다 <인형의 집>을 읽는동안 현 시대의 여성의 모습과 가정 내의 저의 모습에도 성찰하게 되네요^^;; 입센의 다음 작품도 기대됩니다!! @SooHey 님 혹시 오늘 참여하실까요??^^
네넹~ 이따 뵐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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