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12.신이 되기는 어렵다 - 스트루가츠키 형제

D-29
메트로 시리즈를 아시는군요! 바로 이전 회차에 읽었던 <노변의 피크닉>이 게임과 소설로 유명한 메트로 시리즈와 스토커 시리즈에 큰 영향을 줬다고 하더라고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현상과의 조우, 뒤틀려서 영향을 받는 인간과 현실 세계 등이 이전 작품에도 중요하게 나오고요. 나중에 한 번 시간이 되실 때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메트로 시리즈와 스토커 시리즈 둘 다요...?! 둘다 유명한 시리즈고, 동구권 특유의 음울하면서도 진득한 질감이 인상 깊었는데 <노변의 피크닉>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니 흥미가 가네요. 책 소개문을 읽어보니 확실히 스토커 시리즈의 느낌이 나고요. 기억해두었다가 꼭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방금 대출을 무사히 잘 해왔습니다. 이제 슬슬 읽어볼까요.
안녕하세요 @밥심 님, 이번에도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형제 작가들이 어떤 감동을 줄지 기대되네요.
저도 도서관에서 빌려보았습니다. 두근두근
5/9 - 와. 하루 만에 2장까지 거의 다 읽었습니다. 역시 러시아 문학의 최대 진입장벽은 애칭인 것 같아요. 전쟁과 평화를 읽을 때 저를 괴롭혔던 애칭이(결국 도중에 포기했습니다.) 프롤로그부터 살짝 나와서 아예 메모를 하며 읽었습니다. 이걸 넘으니 훨씬 수월해졌네요. 좀더 상세한 감상은 혹시 모르니 스포일러로 달아두겠습니다.
아직 2장을 읽는 중이지만, 주인공인 안톤과 많이 친해졌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느낍니다.) 결정적인 계기는 오랜 아르카나르 생활로 소위 '인류애'를 잃어가는 독백이었어요. '휴머니즘의 우물이 말라가고 있다', '솔직히 저들이 인간인가? 시간이 지난들 저들이 인간이 될까?' 이런 말들이요. 제가 한창 CS직을 할 때의 마음이 이랬거든요. 저는 분명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에게 친절해지고 싶은데, 종종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을 응대할 상황이 오면 저 말대로 영혼이 고갈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부분을 거치면서 피식 웃기도 하고, 좀 더 집중도가 올라간 기분도 들었습니다. 프롤로그는 어떤 의미에 거대한 요약, 복선, 미장셴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안톤이 거기서 인용하던 <햄릿>의 대사를 찾아봤는데, 이게 알고 보니 그 유명한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와 이어지는 대사라 하더라고요. 해석하면 "그리고 위대하고 중요한 계획들은 이 걱정에 흐름이 뒤틀려, 행동이라는 이름을 잃어버린다." 쯤 될 것입니다. 투르게네프는 인간을 돈키호테형 인간과 햄릿형 인간으로 구분했는데, 햄릿형 인간은 생각과 고민 때문에 제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부류예요. 그리고 제가 보기에, 2장까지만 보면 안톤과 같은 연구원들은 햄릿형 인간입니다. 아르카나르에 실제 역사라면 있을 수 없는 파시즘이 태동하고 있는데도 역사의 흐름에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죠. 이것이 계속 유지될지, 아니면 깨질지를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감상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화살 맞추기 놀이에서 안톤이 화살을 못 맞춘, 또는 일부러 빗나가게 한 상황을 생각해 보면... 아마도 언젠가는 그의 결단이나 결심에 대한 암시일 수도 있겠네요.
저는 지원부서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그나마 상대적으로 사람을 직접 상대할 일이 적은 편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 관계 때문에 고민을 겪고 있는데요. 마침 모임 참여자 분들이 올려주시는 문장 수집을 보니 다들 비슷한 문장을 많이 올리시는 걸 보며 사람 생각이 비슷하구나 싶었습니다 ㅎㅎ 45p에서 안톤이 하루 종일 부정적 감정과 경험에 절여져 있다가 처음으로 사람다운 사람을 만나 대화를 갈구하는 부분이라든지, 72~73p에서 주인공이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을 것만 같은 좌절감을 묘사하는 부분도 그렇고요. '저게 나랑 같은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경험을 누구나 살면서 한 번 이상은 겪으니까요. 인간에 대한 믿음 하니 임레 케르테스 작가의 <운명>이란 작품에서 나온 말이 떠오르는데요. '사람들이 결국 개개인을 다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이 실제로 그 아이를 증오하거나 개인으로서의 그 아이를 증오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유대인’이라는 개념 자체를 증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아이 역시 전에 그것에 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그것이 본질적으로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고 했다.' - <운명>, p.42~43 우리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또한 혐오하는 것은 개인으로서의 경험을 통해서도 발생하지만, 구분하고 유형화 하는 집단으로서도 누군가를 판단하게 되죠. 한 개인은 개인으로서의 정체성도 유지하지만, 동시에 어떤 식으로든 어느 집단에 속하게 마련이기에 집단으로서의 성격도 부여되고요. 결국 개인에 대한 판단은 집단에 대한 판단과 불가분이죠. 안톤은 한 명 한 명을 개인으로서 마주할 기회는 얼마 없는 반면, 한 계급이 다른 계급을 핍박하고 또 핍박받는 자들이 스스로의 무지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집단으로서 인간을 바라봐야 하기에 믿음이 흔들리는 것 같습니다.
이들은 절벽을 타고 올랐다. 파시카가 절벽 끝에 서서 나려다보았다. 아래로 푸르른 호수와 노란빛이 도는 황량한 모래언덕, 모래사장에 놓인 배, 연안의 기름기가 도는 잔잔한 수면에 퍼지는 동그란 파문이 보였다. 아까 그 잉어가 헤엄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14~15,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숲에는 소나무가 성기게 나 있었고 땅에 떨어진 솔잎에 발이 미끄러졌다. 곧게 자란 나무들 사이로 햇빛이 비스듬히 쏟아져 온 땅이 점들로 뒤덮여 있었다. 송진과 호수, 그리고 땅딸기 냄새가 났다. 하늘 어디에선가 보이지 않는 새들이 지저귀었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15,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숲과 풍경의 묘사가 아름다워서 수집했습니다. 주홍빛이 감도는 솔잎길이 생각나네요.
물색이 신비로워요. 약간은 서늘한 느낌..
보통 자연에 대한 묘사가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작품 속 세상은 그만큼 비참함이 대비되어 보이더라고요. 왠지 이번 소설도 벌써부터 내용을 읽어 보니 이후의 전개도그러지 않을까 싶어 살짝 기분이 묘하네요.
이 책에서의 자연은 좀 더 정돈되지 않은 원초적인 느낌에 가까운 묘사랄까요..
이들은 오솔길로 나왔다. 오솔길은 아래로 향했고 숲은 점점 어두워졌다. 양치식물과 습기를 머금은 키 큰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소나무 줄기는 이끼와 지의류로 하얗게 덮여 있었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19,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 탁한 초록빛 혼돈 속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20,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오솔길은 높은 녹색 벽 사이에 깔린 어둑한 회색 회랑 같았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24,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어스름한 길옆으로 연기가 얼어붙은 덩어리 같은 덤불들이 펼쳐졌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33,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Glowing Ferns[거대 양치류](1994년) 유채, 보드, 11x17 1/2인치 <Dinotopia : The World Beneath (다이노토피아 :지하세계로의 여행> 게재 집에 큰아이가 보는 책이 있어서 열어봤더니 마침 ‘양치식물’이 등장하는 그림이 있네요. 저자닌 제임스 거니James Gurney는 다이노토피아Dinotopia 시리즈로 유명하신 분이고요. 제임스 거니는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고고학을 전공해 인류학 학사를 받았고.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의 아트 컬리지에서 두 학기 동안 삽화도 전공했어요. 과학소설 및 판타지 소설책 70권 이상에 표지를 그렸다고 하빈다. 1996년에는 미국 우정청을 위해 공룡의 세계The Wolrd of Dinosaurs 등 우표 도안을 만들기도 했어요. 고고학적 재현을 연구해온 그는 2년 동안 ‘다이노토피아: 공룡나라 여행’의 글과 삽화를 맡았습니다. 1992년 출간된 이 책으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고 휴고상, 세계 판타지 문학상, 체슬리상, 스펙트럼상, 콜로라도 어린이 도서상 등을 수상했어요. 다이노토피아 시리즈에 등장한 그림 작품들은 스미소니언 협회의 국립 자연사박물관, 노먼 록웰 미술관, 왕립 타이렐 박물관에 전시되었고 미국과 유럽 등지의 미술관에서 순회 전시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 그믐에서 <지구의 짧은 역사>라는 과학책을 독서모임으로 진행했어요. 마침 공룡과 양치식물을 다룬 부분이 있어서 멈칫했습니다. ^^ 고생대의 석탄기의 양치식물은 지금의 양치식물과 달리 높이가 30m에 달하는 것이 있었죠. 그것들이 묻혀서 지금 우리가 쓰는 석탄이 되었고요. 중생대에 이르러 소나무, 은행나무 등의 겉씨식물이 등장하면서 양치식물의 높이가 좀 더 낮아져 초식공룡이었던 브라키오사우루스의 주식이 되기도 했죠. 지금 읽고 있는 <신이 되기는 어렵다>에 등장하는 자연 배경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자연 환경의 느낌과는 조금 다르다는 인상을 줍니다. 그래서 좀 더 자유로운 상상을 하게 되는 측면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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