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앉아서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듣습니다. 때때로 대화를 받아쓰는 시늉을 하면 겁에 질린 사람들이 다가와 친한 척을 하거나 돈을 내밀지요. 그들의 눈에서 그는 보고 싶은 것만을 봅니다. 개 같은 충성심, 정중한 공포, 황홀하고 무력한 증오." ”
『신이 되기는 어렵다』 p.40,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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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대화가 이렇게 끝났다. 언제나 똑같다. 상대를 시험하고 양의적인 비유를 조심스레 주고받고…… 일주일 내내 쓰레기 같은 놈들과 거짓 대화를 하는 데 영혼을 바치면서 정작 진짜 인간을 만나면 대화할 시간이 없다. 숨겨 주고 목숨을 구해서 안전한 장소로 보내야 하고, 그는 자신이 대화를 나눈 상대가 친구였는지 변덕스러운 괴짜였는지 모르는 채 떠난다. 그런데 나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지 않나. 그가 뭘 원하는지, 뭘 할 수 있는지, 뭘 위해 사는지…… ”
『신이 되기는 어렵다』 p.45,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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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새
"난 가장 끔찍한 게 뭔지 깨닫는 데 15년 걸렸어. 인간의 모습을 잃는 게 끔찍한 걸세, 안톤. 영혼을 더럽히고 잔인해지는 것."
『신이 되기는 어렵다』 64쪽,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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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지구는 천 년 하고도 또 천 파섹 떨어져 있으니."
『신이 되기는 어렵다』 p.65,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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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1파섹은 대략 3.26광년이라고 합니다. 1000파섹이면 약 3,260광년이 되겠죠. 그리고 1광년의 거리는 찾아보니... 여기에 굳이 옮겨 적어도 머리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숫자는 아니더군요. 하지만 이 문장을 통해 지구와 주인공이 발 딛고 있는 행성이 얼마나 동떨어진 곳인지를 공간만이 아니라 시간의 좌표로도 알려주는 것이 인상 깊네요.
저에게는 천 파섹보다 천 년이라는 시간대의 차이가 더 아득하게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그나마 인간이 받아들이고 인지할 수 있는 정도의 단위라 그런지도 모르겠지만요.
사다새
저도 이 표현이 굉장히 인상깊었어요. 현지에서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지구와의 물리적 거리보다 시간(문명)적 거리가 더 강하게 와닿을 수 밖에 없겠죠. 천년이란 인간이 직접 경험할 수는 없어도, 그럭저럭 인지하고 이해할 수 있는 범주 내의 시간이기도 하고요.
전혀 무관계한 작품이긴 한데,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쓴 책인 <술탄과 황제>도 떠오르네요. 첫 문장이 이랬거든요. “천년보다도 더 긴 하루였다.”
은화
저도 시간에 관한 문장 중 재밌어서 수집했던 문구가 있어서 가져와 봅니다. 아서 C. 클라크의 <낙원의 샘>에서 나오는데요.
148p
"피라미드도 잊지 마시죠." 압둘라 대통령이 웃었다.
"그걸 뭐라고 불렀더라? 인류 역사상 최고의 투자?"
"정확합니다. 4천년이 지난 지금도 관광수익이 나고 있으니까요."
밥심
<낙원의 샘> 재밌게 읽었던 소설입니다. 특히, 우주 엘리베이터 또는 궤도 엘리베이터에 대해 클라크가 상세히 묘사를 해서 더 흥미로웠죠. 소설에서 우주 엘리베이터의 시작점이자 공간적 배경으로 설정된 곳이 실제 클라크가 살았던 나라 스리랑카의 유적인 시기리야 록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시기리야 록을 찾아보고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사진이 시기리야 록입니다. 우주 엘리베이터는 한 때는 일본의 건설회사가 정말 개발할 것같은 횡보를 보이기도 했는데 요즘은 잠잠해졌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나노튜브를 써서 엘리베이터 케이블을 만들 수 있다고 하지만 그 어마어마한 길이의 케이블을 만들어서 설치한다는 것이 글쎄요, 아직도 믿기지는 않습니다.
은화
<낙원의 샘>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시기리야 바위를 설명하는 부분이 뭔가 익숙하다 싶어서 찾아본 기억이 떠오르네요. 제가 아주 어릴 때 집에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들이 있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취미로 구독 신청을 하신 잡지들을 버리지 않고 한동안 모아뒀거든요. 초등학생 때까지 무슨 내용인지는 모른 채 거기에 나오는 동식물과 풍경, 사람들의 온갖 사진과 그림을 보곤 했습니다. 그 중에 시기리야 바위와 그곳에 그려진 벽화도 나왔고요.
어린 나이였음에도 처음 보는 이국의 벽화가 인상 깊었는지 기억에 깊이 각인되어 있었는데 <낙원의 샘>을 읽다 궁금해서 찾아보곤 반가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소설 속의 스리랑카는 우주 엘리베이터를 가능케 하고자 실제보다 훨씬 더 적도에 가깝게, 즉 엘리베이터가 지구의 축과 수직에 가까워지도록 위치를 약간 바꿨다 하더군요. 독서를 시작할 때 읽은 초기의 과학소설 중 하나여서 그런지 몰라도 아서 클라크가 묘사한 스리랑카과 히말라야의 모습이 아주 감동적이었어요. 그때 수집해 둔 또 다른 문장이 기억나 적어 봅니다.
p.30
"명성은 박차일지니..." 라자싱헤는 생각에 잠긴 채 조용히 읊었다. 그다음이 어떻게 이어지더라? "고귀한 정신의 마지막 약점... 즐거움을 멸시하고, 수고로운 나날을 살아가게 한다."
“ "읽고 쓰기, 읽고 쓰기에서 모든 문제가 발생한다네, 형제들! 글쎄 행복은 돈에 있는 게 아니고 농민도 사람이라는 거야. 갈수록 더하다니까. 혐오스러운 시들이야. 폭동도 불러일으킬……" ”
『신이 되기는 어렵다』 p.46,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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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그 시각 화재로 인한 빛과 불꽃에 물든 아르카나르 왕국의 들판과 길, 오솔길을 따라 지치고 겁먹고 절망에 살해당했음에도 단 하나의 믿음을 경찰관도 같이 굳게 지키는 자들이 땀범벅에 먼지를 뒤집어쓴 채 모두에게 물어뜯기고 피가 날 때까지 맞은 다리로 검문을 피해서 도망치고 걷고 방황하고 있었다. 병으로 죽어 가고 무지에 찌든 민중을 고치고 교육할 능력이 있고, 또 교육하려 한다는 이유로 법의 테두리 밖으로 밀려난 수백 명의 불행한 자들, 아름다움을 모르는 민중의 삶을 풍요롭게 해 주고자 신처럼 진흙과 돌로 두 번째 자연을 창조한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악의 힘에 겁먹은 약한 민중을 위해 자연의 비밀을 탐구하고 밝혀내려 한다는 이유로 법의 테두리 밖으로 밀려난 자들…… 의지할 데 없고 선량하며 교활하지 못한,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보다 한참 앞선 자들이었다…… ”
『신이 되기는 어렵다』 p.47,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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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이 행성을 통틀어 나 혼자만 무서운 그림자가 이 나라를 덮치는 걸 보고 있다. 하지만 이걸 보면서도, 그러면서도 이게 무엇의 그림자고 왜 생겨났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66,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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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맙소사, 이야기를 지어낸다니까! 세상이 둥글다고 말이야! 내 세상은 네모니까 혼란스럽게 좀 하지 말았으면……!" "읽고 쓰기, 읽고 쓰기에서 모든 문제가 발생한다네, 형제들! 글쎄 행복은 돈에 있는 게 아니고 농민도 사람이라는 거야. 갈수록 더하다니까. 혐오스러운 시들이야. 폭동도 불러일으킬……" "그놈들을 다 말뚝에 박아야지, 형제들……! 나였으면? 직접 물어봤을걸. 글을 읽을 수 있다고? 네놈을 말뚝에 박겠다! 시를 쓴다고? 말뚝에 박아 주지! 도표를 읽을 줄 안다고? 너무 많은 걸 아니까 말뚝행이다!" ”
『신이 되기는 어렵다』 46쪽,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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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ain
“ 하루 동안 쌓인 증오를 풀어 버리고 싶은데, 그래봤자일 것 같다. 인도적으로 모두를 용서하고 신들처럼 초연히 있어야 한다. 그들이 서로 난도질하고 모욕하더라도 우리는 신처럼 초연할 것이다. 신은 서두르지 않는다. 신들 앞에는 영원이 있으므로…… ”
『신이 되기는 어렵다』 p.44,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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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책 제목 <신이 되기는 어렵다>를 연상하게 하는 문장이네요. 혼자 읽을 땐 별 생각 없이 그냥 보고 넘겼는데요, 이렇게 수집해주신 문장을 다시 읽으니 이 대목이 아주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ifrain
네, 저도 책 제목 때문에 이 부분을 눈여겨 보았어요. '신은 서두르지 않는다.'...
ifrain
“ 일주일 내내 쓰레기 같은 놈들과 거짓 대화를 하는 데 영혼을 바치면서 정작 진짜 인간을 만나면 대화할 시간이 없다. 숨겨 주고 목숨을 구해서 안전한 장소로 보내야 하고, 그는 자신이 대화를 나눈 상대가 친구였는지 변덕스러운 괴짜였는지 모르는 채 떠난다. 그런데 나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지 않나. 그가 뭘 원하는지, 뭘 할 수 있는지, 뭘 위해 사는지……
”
『신이 되기는 어렵다』 p.45,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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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ain
글을 읽을 수 있다고? 네놈을 말뚝에 박겠다! 시를 쓴다고? 말뚝에 박아 주지! 도표를 읽을 줄 안다고? 너무 많은 걸 아니까 말뚝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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