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12.신이 되기는 어렵다 - 스트루가츠키 형제

D-29
대화가 이렇게 끝났다. 언제나 똑같다. 상대를 시험하고 양의적인 비유를 조심스레 주고받고…… 일주일 내내 쓰레기 같은 놈들과 거짓 대화를 하는 데 영혼을 바치면서 정작 진짜 인간을 만나면 대화할 시간이 없다. 숨겨 주고 목숨을 구해서 안전한 장소로 보내야 하고, 그는 자신이 대화를 나눈 상대가 친구였는지 변덕스러운 괴짜였는지 모르는 채 떠난다. 그런데 나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지 않나. 그가 뭘 원하는지, 뭘 할 수 있는지, 뭘 위해 사는지……
신이 되기는 어렵다 p.45,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은화님의 대화: 메트로 시리즈를 아시는군요! 바로 이전 회차에 읽었던 <노변의 피크닉>이 게임과 소설로 유명한 메트로 시리즈와 스토커 시리즈에 큰 영향을 줬다고 하더라고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현상과의 조우, 뒤틀려서 영향을 받는 인간과 현실 세계 등이 이전 작품에도 중요하게 나오고요. 나중에 한 번 시간이 되실 때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메트로 시리즈와 스토커 시리즈 둘 다요...?! 둘다 유명한 시리즈고, 동구권 특유의 음울하면서도 진득한 질감이 인상 깊었는데 <노변의 피크닉>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니 흥미가 가네요. 책 소개문을 읽어보니 확실히 스토커 시리즈의 느낌이 나고요. 기억해두었다가 꼭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난 가장 끔찍한 게 뭔지 깨닫는 데 15년 걸렸어. 인간의 모습을 잃는 게 끔찍한 걸세, 안톤. 영혼을 더럽히고 잔인해지는 것."
신이 되기는 어렵다 64쪽,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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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도 참여하려고 오늘 책을 빌렸어요. ^^ 찬찬히 읽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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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ain님의 대화: 안녕하세요. 저도 참여하려고 오늘 책을 빌렸어요. ^^ 찬찬히 읽어나가겠습니다.
안녕하세요 @ifrain 님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독서 경험이 되셨으면 합니다 😄
"읽고 쓰기, 읽고 쓰기에서 모든 문제가 발생한다네, 형제들! 글쎄 행복은 돈에 있는 게 아니고 농민도 사람이라는 거야. 갈수록 더하다니까. 혐오스러운 시들이야. 폭동도 불러일으킬……"
신이 되기는 어렵다 p.46,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그 시각 화재로 인한 빛과 불꽃에 물든 아르카나르 왕국의 들판과 길, 오솔길을 따라 지치고 겁먹고 절망에 살해당했음에도 단 하나의 믿음을 경찰관도 같이 굳게 지키는 자들이 땀범벅에 먼지를 뒤집어쓴 채 모두에게 물어뜯기고 피가 날 때까지 맞은 다리로 검문을 피해서 도망치고 걷고 방황하고 있었다. 병으로 죽어 가고 무지에 찌든 민중을 고치고 교육할 능력이 있고, 또 교육하려 한다는 이유로 법의 테두리 밖으로 밀려난 수백 명의 불행한 자들, 아름다움을 모르는 민중의 삶을 풍요롭게 해 주고자 신처럼 진흙과 돌로 두 번째 자연을 창조한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악의 힘에 겁먹은 약한 민중을 위해 자연의 비밀을 탐구하고 밝혀내려 한다는 이유로 법의 테두리 밖으로 밀려난 자들…… 의지할 데 없고 선량하며 교활하지 못한,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보다 한참 앞선 자들이었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47,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사다새님의 문장 수집: ""난 가장 끔찍한 게 뭔지 깨닫는 데 15년 걸렸어. 인간의 모습을 잃는 게 끔찍한 걸세, 안톤. 영혼을 더럽히고 잔인해지는 것.""
"지구는 천 년 하고도 또 천 파섹 떨어져 있으니."
신이 되기는 어렵다 p.65,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은화님의 문장 수집: ""지구는 천 년 하고도 또 천 파섹 떨어져 있으니.""
1파섹은 대략 3.26광년이라고 합니다. 1000파섹이면 약 3,260광년이 되겠죠. 그리고 1광년의 거리는 찾아보니... 여기에 굳이 옮겨 적어도 머리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숫자는 아니더군요. 하지만 이 문장을 통해 지구와 주인공이 발 딛고 있는 행성이 얼마나 동떨어진 곳인지를 공간만이 아니라 시간의 좌표로도 알려주는 것이 인상 깊네요. 저에게는 천 파섹보다 천 년이라는 시간대의 차이가 더 아득하게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그나마 인간이 받아들이고 인지할 수 있는 정도의 단위라 그런지도 모르겠지만요.
은화님의 대화: 책 준비는 다들 되셨나요? 오늘 업무 시간 중에 도서관을 검색해보니 딱 한 권이 있었네요.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았는지 보존서고로 지정되어 있더라고요. 책도 거의 새것처럼 깔끔한 걸 보니 손을 많이 타지 않은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상호대차나 보존서고를 신청해서 받아봤을 때 책 상태가 많이 훼손되어 있으면 기분이 좋지 않아서 조마조마했는데 다행이었습니다 😃
쪼끔 늦었지만 오늘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왔습니다. (역시 책 상태가 깨끗하네요 ㅎㅎ) 지난 모임에서 같이 읽은 <노변의 피크닉>이 넘 좋았어요. 이번 작품도 기대됩니다.
은화님의 대화: 1파섹은 대략 3.26광년이라고 합니다. 1000파섹이면 약 3,260광년이 되겠죠. 그리고 1광년의 거리는 찾아보니... 여기에 굳이 옮겨 적어도 머리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숫자는 아니더군요. 하지만 이 문장을 통해 지구와 주인공이 발 딛고 있는 행성이 얼마나 동떨어진 곳인지를 공간만이 아니라 시간의 좌표로도 알려주는 것이 인상 깊네요. 저에게는 천 파섹보다 천 년이라는 시간대의 차이가 더 아득하게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그나마 인간이 받아들이고 인지할 수 있는 정도의 단위라 그런지도 모르겠지만요.
저도 이 표현이 굉장히 인상깊었어요. 현지에서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지구와의 물리적 거리보다 시간(문명)적 거리가 더 강하게 와닿을 수 밖에 없겠죠. 천년이란 인간이 직접 경험할 수는 없어도, 그럭저럭 인지하고 이해할 수 있는 범주 내의 시간이기도 하고요. 전혀 무관계한 작품이긴 한데,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쓴 책인 <술탄과 황제>도 떠오르네요. 첫 문장이 이랬거든요. “천년보다도 더 긴 하루였다.”
사다새님의 대화: 저도 이 표현이 굉장히 인상깊었어요. 현지에서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지구와의 물리적 거리보다 시간(문명)적 거리가 더 강하게 와닿을 수 밖에 없겠죠. 천년이란 인간이 직접 경험할 수는 없어도, 그럭저럭 인지하고 이해할 수 있는 범주 내의 시간이기도 하고요. 전혀 무관계한 작품이긴 한데,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쓴 책인 <술탄과 황제>도 떠오르네요. 첫 문장이 이랬거든요. “천년보다도 더 긴 하루였다.”
저도 시간에 관한 문장 중 재밌어서 수집했던 문구가 있어서 가져와 봅니다. 아서 C. 클라크의 <낙원의 샘>에서 나오는데요. 148p "피라미드도 잊지 마시죠." 압둘라 대통령이 웃었다. "그걸 뭐라고 불렀더라? 인류 역사상 최고의 투자?" "정확합니다. 4천년이 지난 지금도 관광수익이 나고 있으니까요."
이 행성을 통틀어 나 혼자만 무서운 그림자가 이 나라를 덮치는 걸 보고 있다. 하지만 이걸 보면서도, 그러면서도 이게 무엇의 그림자고 왜 생겨났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66,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사다새님의 대화: 아직 2장을 읽는 중이지만, 주인공인 안톤과 많이 친해졌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느낍니다.) 결정적인 계기는 오랜 아르카나르 생활로 소위 '인류애'를 잃어가는 독백이었어요. '휴머니즘의 우물이 말라가고 있다', '솔직히 저들이 인간인가? 시간이 지난들 저들이 인간이 될까?' 이런 말들이요. 제가 한창 CS직을 할 때의 마음이 이랬거든요. 저는 분명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에게 친절해지고 싶은데, 종종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을 응대할 상황이 오면 저 말대로 영혼이 고갈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부분을 거치면서 피식 웃기도 하고, 좀 더 집중도가 올라간 기분도 들었습니다. 프롤로그는 어떤 의미에 거대한 요약, 복선, 미장셴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안톤이 거기서 인용하던 <햄릿>의 대사를 찾아봤는데, 이게 알고 보니 그 유명한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와 이어지는 대사라 하더라고요. 해석하면 "그리고 위대하고 중요한 계획들은 이 걱정에 흐름이 뒤틀려, 행동이라는 이름을 잃어버린다." 쯤 될 것입니다. 투르게네프는 인간을 돈키호테형 인간과 햄릿형 인간으로 구분했는데, 햄릿형 인간은 생각과 고민 때문에 제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부류예요. 그리고 제가 보기에, 2장까지만 보면 안톤과 같은 연구원들은 햄릿형 인간입니다. 아르카나르에 실제 역사라면 있을 수 없는 파시즘이 태동하고 있는데도 역사의 흐름에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죠. 이것이 계속 유지될지, 아니면 깨질지를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감상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화살 맞추기 놀이에서 안톤이 화살을 못 맞춘, 또는 일부러 빗나가게 한 상황을 생각해 보면... 아마도 언젠가는 그의 결단이나 결심에 대한 암시일 수도 있겠네요.
"맙소사, 이야기를 지어낸다니까! 세상이 둥글다고 말이야! 내 세상은 네모니까 혼란스럽게 좀 하지 말았으면……!" "읽고 쓰기, 읽고 쓰기에서 모든 문제가 발생한다네, 형제들! 글쎄 행복은 돈에 있는 게 아니고 농민도 사람이라는 거야. 갈수록 더하다니까. 혐오스러운 시들이야. 폭동도 불러일으킬……" "그놈들을 다 말뚝에 박아야지, 형제들……! 나였으면? 직접 물어봤을걸. 글을 읽을 수 있다고? 네놈을 말뚝에 박겠다! 시를 쓴다고? 말뚝에 박아 주지! 도표를 읽을 줄 안다고? 너무 많은 걸 아니까 말뚝행이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46쪽,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하루 동안 쌓인 증오를 풀어 버리고 싶은데, 그래봤자일 것 같다. 인도적으로 모두를 용서하고 신들처럼 초연히 있어야 한다. 그들이 서로 난도질하고 모욕하더라도 우리는 신처럼 초연할 것이다. 신은 서두르지 않는다. 신들 앞에는 영원이 있으므로……
신이 되기는 어렵다 p.44,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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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내내 쓰레기 같은 놈들과 거짓 대화를 하는 데 영혼을 바치면서 정작 진짜 인간을 만나면 대화할 시간이 없다. 숨겨 주고 목숨을 구해서 안전한 장소로 보내야 하고, 그는 자신이 대화를 나눈 상대가 친구였는지 변덕스러운 괴짜였는지 모르는 채 떠난다. 그런데 나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지 않나. 그가 뭘 원하는지, 뭘 할 수 있는지, 뭘 위해 사는지……
신이 되기는 어렵다 p.45,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글을 읽을 수 있다고? 네놈을 말뚝에 박겠다! 시를 쓴다고? 말뚝에 박아 주지! 도표를 읽을 줄 안다고? 너무 많은 걸 아니까 말뚝행이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46,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ifrain님의 문장 수집: " 하루 동안 쌓인 증오를 풀어 버리고 싶은데, 그래봤자일 것 같다. 인도적으로 모두를 용서하고 신들처럼 초연히 있어야 한다. 그들이 서로 난도질하고 모욕하더라도 우리는 신처럼 초연할 것이다. 신은 서두르지 않는다. 신들 앞에는 영원이 있으므로……"
책 제목 <신이 되기는 어렵다>를 연상하게 하는 문장이네요. 혼자 읽을 땐 별 생각 없이 그냥 보고 넘겼는데요, 이렇게 수집해주신 문장을 다시 읽으니 이 대목이 아주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그런데 솔직히, 저들이 인간인가? 시간이 지난들 저들이 인간이 될까?’
신이 되기는 어렵다 p.73,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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