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12.신이 되기는 어렵다 - 스트루가츠키 형제

D-29
사다새님의 대화: 저도 이 표현이 굉장히 인상깊었어요. 현지에서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지구와의 물리적 거리보다 시간(문명)적 거리가 더 강하게 와닿을 수 밖에 없겠죠. 천년이란 인간이 직접 경험할 수는 없어도, 그럭저럭 인지하고 이해할 수 있는 범주 내의 시간이기도 하고요. 전혀 무관계한 작품이긴 한데,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쓴 책인 <술탄과 황제>도 떠오르네요. 첫 문장이 이랬거든요. “천년보다도 더 긴 하루였다.”
저도 시간에 관한 문장 중 재밌어서 수집했던 문구가 있어서 가져와 봅니다. 아서 C. 클라크의 <낙원의 샘>에서 나오는데요. 148p "피라미드도 잊지 마시죠." 압둘라 대통령이 웃었다. "그걸 뭐라고 불렀더라? 인류 역사상 최고의 투자?" "정확합니다. 4천년이 지난 지금도 관광수익이 나고 있으니까요."
이 행성을 통틀어 나 혼자만 무서운 그림자가 이 나라를 덮치는 걸 보고 있다. 하지만 이걸 보면서도, 그러면서도 이게 무엇의 그림자고 왜 생겨났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66,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사다새님의 대화: 아직 2장을 읽는 중이지만, 주인공인 안톤과 많이 친해졌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느낍니다.) 결정적인 계기는 오랜 아르카나르 생활로 소위 '인류애'를 잃어가는 독백이었어요. '휴머니즘의 우물이 말라가고 있다', '솔직히 저들이 인간인가? 시간이 지난들 저들이 인간이 될까?' 이런 말들이요. 제가 한창 CS직을 할 때의 마음이 이랬거든요. 저는 분명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에게 친절해지고 싶은데, 종종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을 응대할 상황이 오면 저 말대로 영혼이 고갈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부분을 거치면서 피식 웃기도 하고, 좀 더 집중도가 올라간 기분도 들었습니다. 프롤로그는 어떤 의미에 거대한 요약, 복선, 미장셴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안톤이 거기서 인용하던 <햄릿>의 대사를 찾아봤는데, 이게 알고 보니 그 유명한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와 이어지는 대사라 하더라고요. 해석하면 "그리고 위대하고 중요한 계획들은 이 걱정에 흐름이 뒤틀려, 행동이라는 이름을 잃어버린다." 쯤 될 것입니다. 투르게네프는 인간을 돈키호테형 인간과 햄릿형 인간으로 구분했는데, 햄릿형 인간은 생각과 고민 때문에 제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부류예요. 그리고 제가 보기에, 2장까지만 보면 안톤과 같은 연구원들은 햄릿형 인간입니다. 아르카나르에 실제 역사라면 있을 수 없는 파시즘이 태동하고 있는데도 역사의 흐름에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죠. 이것이 계속 유지될지, 아니면 깨질지를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감상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화살 맞추기 놀이에서 안톤이 화살을 못 맞춘, 또는 일부러 빗나가게 한 상황을 생각해 보면... 아마도 언젠가는 그의 결단이나 결심에 대한 암시일 수도 있겠네요.
"맙소사, 이야기를 지어낸다니까! 세상이 둥글다고 말이야! 내 세상은 네모니까 혼란스럽게 좀 하지 말았으면……!" "읽고 쓰기, 읽고 쓰기에서 모든 문제가 발생한다네, 형제들! 글쎄 행복은 돈에 있는 게 아니고 농민도 사람이라는 거야. 갈수록 더하다니까. 혐오스러운 시들이야. 폭동도 불러일으킬……" "그놈들을 다 말뚝에 박아야지, 형제들……! 나였으면? 직접 물어봤을걸. 글을 읽을 수 있다고? 네놈을 말뚝에 박겠다! 시를 쓴다고? 말뚝에 박아 주지! 도표를 읽을 줄 안다고? 너무 많은 걸 아니까 말뚝행이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46쪽,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하루 동안 쌓인 증오를 풀어 버리고 싶은데, 그래봤자일 것 같다. 인도적으로 모두를 용서하고 신들처럼 초연히 있어야 한다. 그들이 서로 난도질하고 모욕하더라도 우리는 신처럼 초연할 것이다. 신은 서두르지 않는다. 신들 앞에는 영원이 있으므로……
신이 되기는 어렵다 p.44,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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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내내 쓰레기 같은 놈들과 거짓 대화를 하는 데 영혼을 바치면서 정작 진짜 인간을 만나면 대화할 시간이 없다. 숨겨 주고 목숨을 구해서 안전한 장소로 보내야 하고, 그는 자신이 대화를 나눈 상대가 친구였는지 변덕스러운 괴짜였는지 모르는 채 떠난다. 그런데 나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지 않나. 그가 뭘 원하는지, 뭘 할 수 있는지, 뭘 위해 사는지……
신이 되기는 어렵다 p.45,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글을 읽을 수 있다고? 네놈을 말뚝에 박겠다! 시를 쓴다고? 말뚝에 박아 주지! 도표를 읽을 줄 안다고? 너무 많은 걸 아니까 말뚝행이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46,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ifrain님의 문장 수집: " 하루 동안 쌓인 증오를 풀어 버리고 싶은데, 그래봤자일 것 같다. 인도적으로 모두를 용서하고 신들처럼 초연히 있어야 한다. 그들이 서로 난도질하고 모욕하더라도 우리는 신처럼 초연할 것이다. 신은 서두르지 않는다. 신들 앞에는 영원이 있으므로……"
책 제목 <신이 되기는 어렵다>를 연상하게 하는 문장이네요. 혼자 읽을 땐 별 생각 없이 그냥 보고 넘겼는데요, 이렇게 수집해주신 문장을 다시 읽으니 이 대목이 아주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그런데 솔직히, 저들이 인간인가? 시간이 지난들 저들이 인간이 될까?’
신이 되기는 어렵다 p.73,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은화님의 대화: 이전의 <노변의 피크닉>과 마찬가지로 <신이 되기는 어렵다>도 과거에 영상화가 되었네요. 1989년에 서독-소련-프랑스-스위스 합동작품으로 제작된 작품이 하나가 있고, 소련 출신 알렉세이 게르만 감독이 촬영한 영화가 따로 있습니다. 알렉세이 게르만 감독은 2000년에 이 영화를 찍기 시작하여 2006년에 촬영을 마쳤으나, 후반 작업과 편집이 워낙 오래 걸려 2013년 중간에 감독은 사망하고 그의 아내와 아들이 작업을 이어받아 마침내 상영되었다고 해요. 다만 게르만 감독은 그로테스크한 연출을 담기에 보시려는 분은 주의가 필요하겠습니다. 국내 DVD 리뷰에는 이런 평가가 달려 있네요. "역겹고 혐오스럽고 끔찍하고 원작의 악랄함만을 모아둔 영화. 그러나 분명히 의미는 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48996634 https://www.imdb.com/title/tt2328813/
전 아직 초반이라 무슨 내용인지도 전혀 감이 안 잡히네요. 근데 평을 보니 영화는.... (이제서야 타르코프스키의 '스토커' 중간까지 봤어요!)
"그러니까, 자네도, 그리고 나도, 우리 중 아무도 자기 작업의 가시적인 성과를 직접 볼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네. 우리는 물리학자가 아니라 역사학자일세. 우리의 시간 단위는 초가 아니라 세기야. 우리 일은 파종도 아니고, 그저 파종을 위해 토양을 다지는 작업일세. 그런데 지구에서 종종…… 열의가 지나친 자들이 오지. 망할…… 단거리 주자들이……"
신이 되기는 어렵다 66쪽,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일주일 내내 쓰레기 같은 놈들과 거짓 대화를 하는 데 영혼을 바치면서 정작 진짜 인간을 만나면 대화할 시간이 없다. 숨겨 주고 목숨을 구해서 안전한 장소로 보내야 하고, 그는 자신이 대화를 나눈 상대가 친구였는지 변덕스러운 괴짜였는지 모르는 채 떠난다. 그런데 나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지 않나. 그가 뭘 원하는지, 뭘 할 수 있는지, 뭘 위해 사는지.....
신이 되기는 어렵다 45p,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향팔님의 대화: 책 제목 <신이 되기는 어렵다>를 연상하게 하는 문장이네요. 혼자 읽을 땐 별 생각 없이 그냥 보고 넘겼는데요, 이렇게 수집해주신 문장을 다시 읽으니 이 대목이 아주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네, 저도 책 제목 때문에 이 부분을 눈여겨 보았어요. '신은 서두르지 않는다.'...
의지할 데 없고 선량하며 교활하지 못한,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보다 한참 앞선 자들이었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47,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그때 중대가 이곳에서 야영을 하면서 흰 나무 뿌리로 맥주를 끓였는데 그 맥주가 참을 수 없는 딸꾹질을 유발했다는 것이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어느 날 아침 야영지를 지나던 토츠 장군이 귀티 나는 코를 찡그리며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이건 참을 수가 없군! 숲 전체가 딸꾹질을 하며 맥주 냄새를 풍기다니!” 여기서 그 기묘한 이름이 유래했을 것이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48,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돈 레바가 의도적으로 왕국의 모든 회색성을 선동해 학자들을 짓밟는 것 같습니다. ... 어제는 저희 집 길가에서 한 노인을 군홧발로 짓밟더군요. 그 노인이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걸 알고서요.
신이 되기는 어렵다 p.61,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후배여, 난 가장 끔찍한 게 뭔지 깨닫는 게 15년 걸렸어. 인간의 모습을 잃는 게 끔찍한 걸세, 안톤. 영혼을 더럽히고 잔인해지는 것. 안톤. 우리는 여기에서 신이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64,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은화님의 대화: 저도 시간에 관한 문장 중 재밌어서 수집했던 문구가 있어서 가져와 봅니다. 아서 C. 클라크의 <낙원의 샘>에서 나오는데요. 148p "피라미드도 잊지 마시죠." 압둘라 대통령이 웃었다. "그걸 뭐라고 불렀더라? 인류 역사상 최고의 투자?" "정확합니다. 4천년이 지난 지금도 관광수익이 나고 있으니까요."
<낙원의 샘> 재밌게 읽었던 소설입니다. 특히, 우주 엘리베이터 또는 궤도 엘리베이터에 대해 클라크가 상세히 묘사를 해서 더 흥미로웠죠. 소설에서 우주 엘리베이터의 시작점이자 공간적 배경으로 설정된 곳이 실제 클라크가 살았던 나라 스리랑카의 유적인 시기리야 록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시기리야 록을 찾아보고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사진이 시기리야 록입니다. 우주 엘리베이터는 한 때는 일본의 건설회사가 정말 개발할 것같은 횡보를 보이기도 했는데 요즘은 잠잠해졌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나노튜브를 써서 엘리베이터 케이블을 만들 수 있다고 하지만 그 어마어마한 길이의 케이블을 만들어서 설치한다는 것이 글쎄요, 아직도 믿기지는 않습니다.
글을 읽을 줄 안다고 잡아 죽이고, 시를 쓴다고 잡아 죽이고, 너무 많은 것을 안다고 잡아 죽이는 우민화 정책이 적극 시행되는, 지리적으로는 지구에서 천 파섹 떨어졌고 문명의 수준에서는 지구보다 1천년 정도 늦는 소설 속 배경이 되는 한 행성의 상황을 읽자 하니, 마침 얼마 전 읽었던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과 <1417년, 근대의 탄생>이 떠오릅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에서는 중세 가톨릭 교회가 맹위를 떨치던 때에 고대 로마나 그리스의 인문주의가 슬슬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탄압을 받는 사례들이 나옵니다. 그 중 사보나롤라(1452년-1498년, 르네상스의 중심지가 되는 피렌체에서 주로 활동) 라는 사람이 주도하여 벌인 일들을 잠깐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마디로 기독교외의 어떠한 기쁨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추종자들을 보내 인간의 몸이나 마음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모든 것을 모으게 했다. 번쩍이고 장식적이고 아름답게 세공한 것, 재미있는 놀이, 읽는 기쁨을 주는 책, 유혹적인 장신구, 세속적인 기쁨을 상징하는 것. 그는 위대한 휴머니스트 수집가에게 맞먹는 열정으로 이러한 것들을 모아 불태웠다.(176쪽)' <1417년, 근대의 탄생>은 기원 전 로마 시대에 루크레티우스가 쓴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를 독일의 수도원 도서관에서 찾아내 필사하여 퍼트림으로써 그 책에 쓰여진 에피쿠로스의 사상이 르네상스 운동의 씨앗이 되도록 만든 포조 브라촐리니(1380년-1459년) 이야기입니다. 여기서도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후세계는 없으니 현실에서 행복을 찾으라는 주장을 한 에피쿠로스 사상을 죽이기 위한 가톨릭 교회의 탄압이 많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 중 백미는 수도사이면서 에피쿠로스 사상에 적극 동조한 조르다노 브루노(1548년-1600년)의 화형 장면입니다. '1600년 2월 17일, 캄포 데이 피오리 광장에 세워진 화형대 앞에 성직을 박탈당한 전 도미니쿠스회 수도사가 머리를 밀고 당나귀 등에 올라탄 채 모습을 드러냈다. 브루노는 한 무리의 수도사들로부터 참회하라며 긴 시간 잔소리를 들었지만 최후의 순간까지도 끝내 완강히 거절했으며,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록된 바 없으나, 그 내용이 교회 당국의 심기를 거스르는 말이었음은 분명하다. 당국은 그가 혀를 놀리지 못하게 하라고 명했다. 설명에 따르면, 당국의 명은 문자 그대로 실행되었다. 핀 하나가 브루노의 한 쪽 뺨을 찌르고 혀를 꿴 뒤 다른 쪽 뺨으로 빠져나왔다. 또다른 핀은 처음 찔러넣은 핀과 십자가 모양이 되도록 입술을 찌른 뒤 빠져나왔다. 이렇게 그의 얼굴에 십자가형이 처해지는 동안 브루노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곧 불이 붙었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수행했다. 브루노는 산 채로 불탔고, 채 타지 않고 남은 뼛조각도 긁어모아 산산이 가루로 만들었다. 화형의 흔적인 뼛가루와 재는 그렇게 흩어졌다. 이제 그 작은 입자들은 브루노가 믿었던 것처럼 즐겁고 위대한 영원한 물질의 순환 속으로 돌아갈 것이었다.(302쪽)' 단지 다른 것을 믿는다고 해서, 좋아한다고 해서, 그걸 좀 말한다고 해서 잔인하게 죽임을 당한 아픈 사례들이 이미 우리 인류에게는 헤아릴 수 없이 많죠. 그 역사를 알고 있는 소설 속 주인공이 눈앞에서 그런 광경을 목도하고 있으니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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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심님의 대화: <낙원의 샘> 재밌게 읽었던 소설입니다. 특히, 우주 엘리베이터 또는 궤도 엘리베이터에 대해 클라크가 상세히 묘사를 해서 더 흥미로웠죠. 소설에서 우주 엘리베이터의 시작점이자 공간적 배경으로 설정된 곳이 실제 클라크가 살았던 나라 스리랑카의 유적인 시기리야 록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시기리야 록을 찾아보고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사진이 시기리야 록입니다. 우주 엘리베이터는 한 때는 일본의 건설회사가 정말 개발할 것같은 횡보를 보이기도 했는데 요즘은 잠잠해졌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나노튜브를 써서 엘리베이터 케이블을 만들 수 있다고 하지만 그 어마어마한 길이의 케이블을 만들어서 설치한다는 것이 글쎄요, 아직도 믿기지는 않습니다.
<낙원의 샘>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시기리야 바위를 설명하는 부분이 뭔가 익숙하다 싶어서 찾아본 기억이 떠오르네요. 제가 아주 어릴 때 집에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들이 있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취미로 구독 신청을 하신 잡지들을 버리지 않고 한동안 모아뒀거든요. 초등학생 때까지 무슨 내용인지는 모른 채 거기에 나오는 동식물과 풍경, 사람들의 온갖 사진과 그림을 보곤 했습니다. 그 중에 시기리야 바위와 그곳에 그려진 벽화도 나왔고요. 어린 나이였음에도 처음 보는 이국의 벽화가 인상 깊었는지 기억에 깊이 각인되어 있었는데 <낙원의 샘>을 읽다 궁금해서 찾아보곤 반가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소설 속의 스리랑카는 우주 엘리베이터를 가능케 하고자 실제보다 훨씬 더 적도에 가깝게, 즉 엘리베이터가 지구의 축과 수직에 가까워지도록 위치를 약간 바꿨다 하더군요. 독서를 시작할 때 읽은 초기의 과학소설 중 하나여서 그런지 몰라도 아서 클라크가 묘사한 스리랑카과 히말라야의 모습이 아주 감동적이었어요. 그때 수집해 둔 또 다른 문장이 기억나 적어 봅니다. p.30 "명성은 박차일지니..." 라자싱헤는 생각에 잠긴 채 조용히 읊었다. 그다음이 어떻게 이어지더라? "고귀한 정신의 마지막 약점... 즐거움을 멸시하고, 수고로운 나날을 살아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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