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12.신이 되기는 어렵다 - 스트루가츠키 형제

D-29
은화님의 대화: 이전의 <노변의 피크닉>과 마찬가지로 <신이 되기는 어렵다>도 과거에 영상화가 되었네요. 1989년에 서독-소련-프랑스-스위스 합동작품으로 제작된 작품이 하나가 있고, 소련 출신 알렉세이 게르만 감독이 촬영한 영화가 따로 있습니다. 알렉세이 게르만 감독은 2000년에 이 영화를 찍기 시작하여 2006년에 촬영을 마쳤으나, 후반 작업과 편집이 워낙 오래 걸려 2013년 중간에 감독은 사망하고 그의 아내와 아들이 작업을 이어받아 마침내 상영되었다고 해요. 다만 게르만 감독은 그로테스크한 연출을 담기에 보시려는 분은 주의가 필요하겠습니다. 국내 DVD 리뷰에는 이런 평가가 달려 있네요. "역겹고 혐오스럽고 끔찍하고 원작의 악랄함만을 모아둔 영화. 그러나 분명히 의미는 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48996634 https://www.imdb.com/title/tt2328813/
전 아직 초반이라 무슨 내용인지도 전혀 감이 안 잡히네요. 근데 평을 보니 영화는.... (이제서야 타르코프스키의 '스토커' 중간까지 봤어요!)
"그러니까, 자네도, 그리고 나도, 우리 중 아무도 자기 작업의 가시적인 성과를 직접 볼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네. 우리는 물리학자가 아니라 역사학자일세. 우리의 시간 단위는 초가 아니라 세기야. 우리 일은 파종도 아니고, 그저 파종을 위해 토양을 다지는 작업일세. 그런데 지구에서 종종…… 열의가 지나친 자들이 오지. 망할…… 단거리 주자들이……"
신이 되기는 어렵다 66쪽,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일주일 내내 쓰레기 같은 놈들과 거짓 대화를 하는 데 영혼을 바치면서 정작 진짜 인간을 만나면 대화할 시간이 없다. 숨겨 주고 목숨을 구해서 안전한 장소로 보내야 하고, 그는 자신이 대화를 나눈 상대가 친구였는지 변덕스러운 괴짜였는지 모르는 채 떠난다. 그런데 나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지 않나. 그가 뭘 원하는지, 뭘 할 수 있는지, 뭘 위해 사는지.....
신이 되기는 어렵다 45p,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향팔님의 대화: 책 제목 <신이 되기는 어렵다>를 연상하게 하는 문장이네요. 혼자 읽을 땐 별 생각 없이 그냥 보고 넘겼는데요, 이렇게 수집해주신 문장을 다시 읽으니 이 대목이 아주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네, 저도 책 제목 때문에 이 부분을 눈여겨 보았어요. '신은 서두르지 않는다.'...
의지할 데 없고 선량하며 교활하지 못한,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보다 한참 앞선 자들이었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47,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그때 중대가 이곳에서 야영을 하면서 흰 나무 뿌리로 맥주를 끓였는데 그 맥주가 참을 수 없는 딸꾹질을 유발했다는 것이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어느 날 아침 야영지를 지나던 토츠 장군이 귀티 나는 코를 찡그리며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이건 참을 수가 없군! 숲 전체가 딸꾹질을 하며 맥주 냄새를 풍기다니!” 여기서 그 기묘한 이름이 유래했을 것이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48,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돈 레바가 의도적으로 왕국의 모든 회색성을 선동해 학자들을 짓밟는 것 같습니다. ... 어제는 저희 집 길가에서 한 노인을 군홧발로 짓밟더군요. 그 노인이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걸 알고서요.
신이 되기는 어렵다 p.61,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후배여, 난 가장 끔찍한 게 뭔지 깨닫는 게 15년 걸렸어. 인간의 모습을 잃는 게 끔찍한 걸세, 안톤. 영혼을 더럽히고 잔인해지는 것. 안톤. 우리는 여기에서 신이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64,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은화님의 대화: 저도 시간에 관한 문장 중 재밌어서 수집했던 문구가 있어서 가져와 봅니다. 아서 C. 클라크의 <낙원의 샘>에서 나오는데요. 148p "피라미드도 잊지 마시죠." 압둘라 대통령이 웃었다. "그걸 뭐라고 불렀더라? 인류 역사상 최고의 투자?" "정확합니다. 4천년이 지난 지금도 관광수익이 나고 있으니까요."
<낙원의 샘> 재밌게 읽었던 소설입니다. 특히, 우주 엘리베이터 또는 궤도 엘리베이터에 대해 클라크가 상세히 묘사를 해서 더 흥미로웠죠. 소설에서 우주 엘리베이터의 시작점이자 공간적 배경으로 설정된 곳이 실제 클라크가 살았던 나라 스리랑카의 유적인 시기리야 록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시기리야 록을 찾아보고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사진이 시기리야 록입니다. 우주 엘리베이터는 한 때는 일본의 건설회사가 정말 개발할 것같은 횡보를 보이기도 했는데 요즘은 잠잠해졌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나노튜브를 써서 엘리베이터 케이블을 만들 수 있다고 하지만 그 어마어마한 길이의 케이블을 만들어서 설치한다는 것이 글쎄요, 아직도 믿기지는 않습니다.
글을 읽을 줄 안다고 잡아 죽이고, 시를 쓴다고 잡아 죽이고, 너무 많은 것을 안다고 잡아 죽이는 우민화 정책이 적극 시행되는, 지리적으로는 지구에서 천 파섹 떨어졌고 문명의 수준에서는 지구보다 1천년 정도 늦는 소설 속 배경이 되는 한 행성의 상황을 읽자 하니, 마침 얼마 전 읽었던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과 <1417년, 근대의 탄생>이 떠오릅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에서는 중세 가톨릭 교회가 맹위를 떨치던 때에 고대 로마나 그리스의 인문주의가 슬슬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탄압을 받는 사례들이 나옵니다. 그 중 사보나롤라(1452년-1498년, 르네상스의 중심지가 되는 피렌체에서 주로 활동) 라는 사람이 주도하여 벌인 일들을 잠깐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마디로 기독교외의 어떠한 기쁨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추종자들을 보내 인간의 몸이나 마음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모든 것을 모으게 했다. 번쩍이고 장식적이고 아름답게 세공한 것, 재미있는 놀이, 읽는 기쁨을 주는 책, 유혹적인 장신구, 세속적인 기쁨을 상징하는 것. 그는 위대한 휴머니스트 수집가에게 맞먹는 열정으로 이러한 것들을 모아 불태웠다.(176쪽)' <1417년, 근대의 탄생>은 기원 전 로마 시대에 루크레티우스가 쓴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를 독일의 수도원 도서관에서 찾아내 필사하여 퍼트림으로써 그 책에 쓰여진 에피쿠로스의 사상이 르네상스 운동의 씨앗이 되도록 만든 포조 브라촐리니(1380년-1459년) 이야기입니다. 여기서도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후세계는 없으니 현실에서 행복을 찾으라는 주장을 한 에피쿠로스 사상을 죽이기 위한 가톨릭 교회의 탄압이 많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 중 백미는 수도사이면서 에피쿠로스 사상에 적극 동조한 조르다노 브루노(1548년-1600년)의 화형 장면입니다. '1600년 2월 17일, 캄포 데이 피오리 광장에 세워진 화형대 앞에 성직을 박탈당한 전 도미니쿠스회 수도사가 머리를 밀고 당나귀 등에 올라탄 채 모습을 드러냈다. 브루노는 한 무리의 수도사들로부터 참회하라며 긴 시간 잔소리를 들었지만 최후의 순간까지도 끝내 완강히 거절했으며,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록된 바 없으나, 그 내용이 교회 당국의 심기를 거스르는 말이었음은 분명하다. 당국은 그가 혀를 놀리지 못하게 하라고 명했다. 설명에 따르면, 당국의 명은 문자 그대로 실행되었다. 핀 하나가 브루노의 한 쪽 뺨을 찌르고 혀를 꿴 뒤 다른 쪽 뺨으로 빠져나왔다. 또다른 핀은 처음 찔러넣은 핀과 십자가 모양이 되도록 입술을 찌른 뒤 빠져나왔다. 이렇게 그의 얼굴에 십자가형이 처해지는 동안 브루노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곧 불이 붙었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수행했다. 브루노는 산 채로 불탔고, 채 타지 않고 남은 뼛조각도 긁어모아 산산이 가루로 만들었다. 화형의 흔적인 뼛가루와 재는 그렇게 흩어졌다. 이제 그 작은 입자들은 브루노가 믿었던 것처럼 즐겁고 위대한 영원한 물질의 순환 속으로 돌아갈 것이었다.(302쪽)' 단지 다른 것을 믿는다고 해서, 좋아한다고 해서, 그걸 좀 말한다고 해서 잔인하게 죽임을 당한 아픈 사례들이 이미 우리 인류에게는 헤아릴 수 없이 많죠. 그 역사를 알고 있는 소설 속 주인공이 눈앞에서 그런 광경을 목도하고 있으니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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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심님의 대화: <낙원의 샘> 재밌게 읽었던 소설입니다. 특히, 우주 엘리베이터 또는 궤도 엘리베이터에 대해 클라크가 상세히 묘사를 해서 더 흥미로웠죠. 소설에서 우주 엘리베이터의 시작점이자 공간적 배경으로 설정된 곳이 실제 클라크가 살았던 나라 스리랑카의 유적인 시기리야 록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시기리야 록을 찾아보고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사진이 시기리야 록입니다. 우주 엘리베이터는 한 때는 일본의 건설회사가 정말 개발할 것같은 횡보를 보이기도 했는데 요즘은 잠잠해졌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나노튜브를 써서 엘리베이터 케이블을 만들 수 있다고 하지만 그 어마어마한 길이의 케이블을 만들어서 설치한다는 것이 글쎄요, 아직도 믿기지는 않습니다.
<낙원의 샘>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시기리야 바위를 설명하는 부분이 뭔가 익숙하다 싶어서 찾아본 기억이 떠오르네요. 제가 아주 어릴 때 집에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들이 있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취미로 구독 신청을 하신 잡지들을 버리지 않고 한동안 모아뒀거든요. 초등학생 때까지 무슨 내용인지는 모른 채 거기에 나오는 동식물과 풍경, 사람들의 온갖 사진과 그림을 보곤 했습니다. 그 중에 시기리야 바위와 그곳에 그려진 벽화도 나왔고요. 어린 나이였음에도 처음 보는 이국의 벽화가 인상 깊었는지 기억에 깊이 각인되어 있었는데 <낙원의 샘>을 읽다 궁금해서 찾아보곤 반가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소설 속의 스리랑카는 우주 엘리베이터를 가능케 하고자 실제보다 훨씬 더 적도에 가깝게, 즉 엘리베이터가 지구의 축과 수직에 가까워지도록 위치를 약간 바꿨다 하더군요. 독서를 시작할 때 읽은 초기의 과학소설 중 하나여서 그런지 몰라도 아서 클라크가 묘사한 스리랑카과 히말라야의 모습이 아주 감동적이었어요. 그때 수집해 둔 또 다른 문장이 기억나 적어 봅니다. p.30 "명성은 박차일지니..." 라자싱헤는 생각에 잠긴 채 조용히 읊었다. 그다음이 어떻게 이어지더라? "고귀한 정신의 마지막 약점... 즐거움을 멸시하고, 수고로운 나날을 살아가게 한다."
밥심님의 대화: 글을 읽을 줄 안다고 잡아 죽이고, 시를 쓴다고 잡아 죽이고, 너무 많은 것을 안다고 잡아 죽이는 우민화 정책이 적극 시행되는, 지리적으로는 지구에서 천 파섹 떨어졌고 문명의 수준에서는 지구보다 1천년 정도 늦는 소설 속 배경이 되는 한 행성의 상황을 읽자 하니, 마침 얼마 전 읽었던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과 <1417년, 근대의 탄생>이 떠오릅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에서는 중세 가톨릭 교회가 맹위를 떨치던 때에 고대 로마나 그리스의 인문주의가 슬슬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탄압을 받는 사례들이 나옵니다. 그 중 사보나롤라(1452년-1498년, 르네상스의 중심지가 되는 피렌체에서 주로 활동) 라는 사람이 주도하여 벌인 일들을 잠깐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마디로 기독교외의 어떠한 기쁨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추종자들을 보내 인간의 몸이나 마음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모든 것을 모으게 했다. 번쩍이고 장식적이고 아름답게 세공한 것, 재미있는 놀이, 읽는 기쁨을 주는 책, 유혹적인 장신구, 세속적인 기쁨을 상징하는 것. 그는 위대한 휴머니스트 수집가에게 맞먹는 열정으로 이러한 것들을 모아 불태웠다.(176쪽)' <1417년, 근대의 탄생>은 기원 전 로마 시대에 루크레티우스가 쓴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를 독일의 수도원 도서관에서 찾아내 필사하여 퍼트림으로써 그 책에 쓰여진 에피쿠로스의 사상이 르네상스 운동의 씨앗이 되도록 만든 포조 브라촐리니(1380년-1459년) 이야기입니다. 여기서도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후세계는 없으니 현실에서 행복을 찾으라는 주장을 한 에피쿠로스 사상을 죽이기 위한 가톨릭 교회의 탄압이 많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 중 백미는 수도사이면서 에피쿠로스 사상에 적극 동조한 조르다노 브루노(1548년-1600년)의 화형 장면입니다. '1600년 2월 17일, 캄포 데이 피오리 광장에 세워진 화형대 앞에 성직을 박탈당한 전 도미니쿠스회 수도사가 머리를 밀고 당나귀 등에 올라탄 채 모습을 드러냈다. 브루노는 한 무리의 수도사들로부터 참회하라며 긴 시간 잔소리를 들었지만 최후의 순간까지도 끝내 완강히 거절했으며,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록된 바 없으나, 그 내용이 교회 당국의 심기를 거스르는 말이었음은 분명하다. 당국은 그가 혀를 놀리지 못하게 하라고 명했다. 설명에 따르면, 당국의 명은 문자 그대로 실행되었다. 핀 하나가 브루노의 한 쪽 뺨을 찌르고 혀를 꿴 뒤 다른 쪽 뺨으로 빠져나왔다. 또다른 핀은 처음 찔러넣은 핀과 십자가 모양이 되도록 입술을 찌른 뒤 빠져나왔다. 이렇게 그의 얼굴에 십자가형이 처해지는 동안 브루노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곧 불이 붙었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수행했다. 브루노는 산 채로 불탔고, 채 타지 않고 남은 뼛조각도 긁어모아 산산이 가루로 만들었다. 화형의 흔적인 뼛가루와 재는 그렇게 흩어졌다. 이제 그 작은 입자들은 브루노가 믿었던 것처럼 즐겁고 위대한 영원한 물질의 순환 속으로 돌아갈 것이었다.(302쪽)' 단지 다른 것을 믿는다고 해서, 좋아한다고 해서, 그걸 좀 말한다고 해서 잔인하게 죽임을 당한 아픈 사례들이 이미 우리 인류에게는 헤아릴 수 없이 많죠. 그 역사를 알고 있는 소설 속 주인공이 눈앞에서 그런 광경을 목도하고 있으니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비슷한 시기 이 행성의 다른 지역에 독일과 프랑스 농민 전쟁 연구의 권위자인 카를 로젠블룸이 양모 상인 파니-파로 위장해 있다가 무리스 농민 봉기를 일으켜 단숨에 도시 두 개를 점령했고 약탈을 저지하다가 목뒤에 화살을 맞고 죽었다. 헬기가 그를 데리러 갔을 때 그는 아직 숨이 붙어 있었지만,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였고 그저 크고 푸른 눈으로 후회스럽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 눈에서는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67,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은화님의 문장 수집: "비슷한 시기 이 행성의 다른 지역에 독일과 프랑스 농민 전쟁 연구의 권위자인 카를 로젠블룸이 양모 상인 파니-파로 위장해 있다가 무리스 농민 봉기를 일으켜 단숨에 도시 두 개를 점령했고 약탈을 저지하다가 목뒤에 화살을 맞고 죽었다. 헬기가 그를 데리러 갔을 때 그는 아직 숨이 붙어 있었지만,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였고 그저 크고 푸른 눈으로 후회스럽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 눈에서는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래서 안톤보다 앞서 온 선배 연구원들 중에서는 도저히 이를 참지 못하고 떨쳐 일어난 이들이 나온 거겠죠. 카를 로젠블룸의 눈물은 육체의 고통보다, 자신의 시도가 무위로 돌아간다는 분노와 회한 그리고 이 사람들이 다시 고통의 수레바퀴에 빠져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오는 눈물일 테고요. 속이 답답하고 뒤틀리는 기분입니다.
"당신들은 사람이잖소! 그들을 죽이시오. 죽여!" 하지만 그의 말은 군중이 "불에 태워라! 활활 태워 버려……!" 하고 외치는 소리에 가려 거의 들리지 않았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67,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최근 근위대에는 명예로운 싸움에 쓰는 검은 단 하나고 거리의 쓰레기들을 처리하기 위해 검을 하나 더 들고 다닌다는 뜨내기들이 생겨났다. 돈 레바의 보살핌 때문에 성스러운 아르카나르에 쓰레기 같은 놈들이 너무 많아졌다면서.
신이 되기는 어렵다 p.71,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 햇볕에 그을린 피부가 옅어지듯 단련된 정신이 약해지고 우리가 한계상황에 내몰리고 끊임없이 정신을 재무장해야만 한다는 사실이 유감일 뿐이다. '이를 악물고 기억해라. 너는 가면을 쓴 신이다. 그들은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대부분은 죄가 없다. 그러므로 너는 인내하고 또 기다려야 한다……' 지구에서는 바닥이 보이지 않던, 우리 영혼 속 휴머니즘의 우물이 무서운 속도로 말라 가고 있다. 성 미카여, 우리는 그곳, 지구에서는 진정 휴머니스트였다. 휴머니즘은 우리 본성의 뼈대였다. 우리는 인류에 대한 정의와 사랑으로 인간중심주의에 도달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갑자기 두려워지면서 사실 우리는 인류가 아니라 공산주의자를, 같은 지구인만을 사랑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72~73,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물로는 죄를 씻을 수 없어요." 소년이 웅얼거렸다. "씻다니, 제가 지체 높은 나리도 아니잖습니까?" "내가 미생물이 뭔지 설명해 줬지?" 루마타가 물었다. 소년은 초록색 바지를 의자 등받이에 걸치고는 악령을 물리치기 위해 엄지손가락을 휘둘렀다. "간밤에 세 번 기도했어요." 소년이 말했다. "그걸로 충분하잖아요?" "어리석은 녀석."
신이 되기는 어렵다 p.78,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다들 사람처럼 사는데 우리만 신기한 짓을 해요. 이런 건 듣고 보도 못했습니다. 대야 두 개로 씻으시다니. 변소에는 웬 항아리를 갖다 놓으시고…… 매일 깨끗한 수건을 쓰고…… 그런데 정작 기도는 안 하고 맨몸으로 검을 들고 날뛰시다니요……"
신이 되기는 어렵다 p.80,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사다새님의 대화: 아직 2장을 읽는 중이지만, 주인공인 안톤과 많이 친해졌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느낍니다.) 결정적인 계기는 오랜 아르카나르 생활로 소위 '인류애'를 잃어가는 독백이었어요. '휴머니즘의 우물이 말라가고 있다', '솔직히 저들이 인간인가? 시간이 지난들 저들이 인간이 될까?' 이런 말들이요. 제가 한창 CS직을 할 때의 마음이 이랬거든요. 저는 분명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에게 친절해지고 싶은데, 종종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을 응대할 상황이 오면 저 말대로 영혼이 고갈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부분을 거치면서 피식 웃기도 하고, 좀 더 집중도가 올라간 기분도 들었습니다. 프롤로그는 어떤 의미에 거대한 요약, 복선, 미장셴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안톤이 거기서 인용하던 <햄릿>의 대사를 찾아봤는데, 이게 알고 보니 그 유명한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와 이어지는 대사라 하더라고요. 해석하면 "그리고 위대하고 중요한 계획들은 이 걱정에 흐름이 뒤틀려, 행동이라는 이름을 잃어버린다." 쯤 될 것입니다. 투르게네프는 인간을 돈키호테형 인간과 햄릿형 인간으로 구분했는데, 햄릿형 인간은 생각과 고민 때문에 제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부류예요. 그리고 제가 보기에, 2장까지만 보면 안톤과 같은 연구원들은 햄릿형 인간입니다. 아르카나르에 실제 역사라면 있을 수 없는 파시즘이 태동하고 있는데도 역사의 흐름에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죠. 이것이 계속 유지될지, 아니면 깨질지를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감상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지원부서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그나마 상대적으로 사람을 직접 상대할 일이 적은 편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 관계 때문에 고민을 겪고 있는데요. 마침 모임 참여자 분들이 올려주시는 문장 수집을 보니 다들 비슷한 문장을 많이 올리시는 걸 보며 사람 생각이 비슷하구나 싶었습니다 ㅎㅎ 45p에서 안톤이 하루 종일 부정적 감정과 경험에 절여져 있다가 처음으로 사람다운 사람을 만나 대화를 갈구하는 부분이라든지, 72~73p에서 주인공이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을 것만 같은 좌절감을 묘사하는 부분도 그렇고요. '저게 나랑 같은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경험을 누구나 살면서 한 번 이상은 겪으니까요. 인간에 대한 믿음 하니 임레 케르테스 작가의 <운명>이란 작품에서 나온 말이 떠오르는데요. '사람들이 결국 개개인을 다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이 실제로 그 아이를 증오하거나 개인으로서의 그 아이를 증오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유대인’이라는 개념 자체를 증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아이 역시 전에 그것에 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그것이 본질적으로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고 했다.' - <운명>, p.42~43 우리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또한 혐오하는 것은 개인으로서의 경험을 통해서도 발생하지만, 구분하고 유형화 하는 집단으로서도 누군가를 판단하게 되죠. 한 개인은 개인으로서의 정체성도 유지하지만, 동시에 어떤 식으로든 어느 집단에 속하게 마련이기에 집단으로서의 성격도 부여되고요. 결국 개인에 대한 판단은 집단에 대한 판단과 불가분이죠. 안톤은 한 명 한 명을 개인으로서 마주할 기회는 얼마 없는 반면, 한 계급이 다른 계급을 핍박하고 또 핍박받는 자들이 스스로의 무지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집단으로서 인간을 바라봐야 하기에 믿음이 흔들리는 것 같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1주차까지의 내용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1) 프롤로그부터 2장까지의 내용 중 인상 깊었던 부분을 말씀해 주세요. 2) 62~66p에 걸쳐 안톤(돈 루마타)과 바실리예비치(돈 콘도르)는 연구자로서의 태도와 문명의 개입 여부에 대해 토론을 합니다. 바실리예비치는 정의감을 참지 못해 중립적 태도를 버리고 행성의 역사에 개입한 연구원들을 단거리 주자라고 말하고요. 여러분은 누구의 입장에 더 공감을 하시나요? 또는 더 옳다고 생각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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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4. <아버지의 시간>[도서 증정] 《아버지를 구독해주세요》마케터와 함께 자유롭게 읽어요~! <책방지기의 인생책> 좋은 날의 책방과 [아버지의 해방일지] 함께 읽기
부처님의 말씀 따라
나의 불교, 남의 불교[책 증정] <이대로 살아도 좋아>를 박산호 선생님과 함께 읽어요.
당신과 함께 이 저녁, 이 밤, 이 시대
[엘리/책 증정] 장강명 극찬 "벌써 올해의 소설" <휴먼, 어디에 있나요?> 함께 읽기[엘리/책증정] 2024 젊은사자상 수상작 <해방자들> 함께 읽어요![SF 함께 읽기] 당신 인생의 이야기(테드 창) 읽고 이야기해요![SF 함께 읽기] 두 번째 시간 - 숨(테드 창)
메롱이님의 나 혼자 본 외국 작품
직장상사 길들이기웨폰만달로리안 시즌3데어데블 본 어게인 시즌2 성난 사람들 시즌2
같이 연극 보실 분들, 구합니다.
[그믐연뮤번개] 3. [독서x관극x모임지기 토크] 우리 몸에 살고 있는 까라마조프를 만나다[그믐연뮤번개] 2. [독서x관극x번역가 토크] 인간 내면을 파헤치는 『지킬앤하이드』[그믐연뮤번개] 1. [책 읽고 연극 보실 분] 오래도록 기억될 삶의 궤적, 『뼈의 기록』
미국 문학의 고전
모비 딕모비 딕 상·하 <모비 딕> 함께 읽기 모임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우리 입말에 딱 붙는 한국 희곡 낭독해요!
<플.플.땡> 4.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플.플.땡> 3 당신이 잃어버린 것 2부<플.플.땡> 2. 당신이 잃어버린 것플레이플레이땡땡땡
하이틴에게 필요한 건 우정? 사랑?
[책증정-선착순 10명] 청선고로 모여라!『열여덟의 페이스오프』작가와 함께 읽기[청소년 문학 함께 읽기] 『스파클』, 최현진, 창비, 2025[문학세계사 독서모임] 염기원 작가와 함께 읽는 『여고생 챔프 아서왕』[북다] 《위도와 경도》 함윤이 작가와 함께하는 라이브 채팅! (4/9)[북다/라이브 채팅] 《정원에 대하여(달달북다08)》 백온유 작가와 함께하는 라이브 채팅!
위기의 시대에 다시 소환되는 이름
[세창출판사/ 도서 증정] 편집자와 함께 읽는 한나 아렌트가 필요 없는 사회 [문예출판사 / 인증 미션] 한나 아렌트 정치 에세이 <난간 없이 사유하기> 함께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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