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12.신이 되기는 어렵다 - 스트루가츠키 형제

D-29
밥심님의 대화: 글을 읽을 줄 안다고 잡아 죽이고, 시를 쓴다고 잡아 죽이고, 너무 많은 것을 안다고 잡아 죽이는 우민화 정책이 적극 시행되는, 지리적으로는 지구에서 천 파섹 떨어졌고 문명의 수준에서는 지구보다 1천년 정도 늦는 소설 속 배경이 되는 한 행성의 상황을 읽자 하니, 마침 얼마 전 읽었던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과 <1417년, 근대의 탄생>이 떠오릅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에서는 중세 가톨릭 교회가 맹위를 떨치던 때에 고대 로마나 그리스의 인문주의가 슬슬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탄압을 받는 사례들이 나옵니다. 그 중 사보나롤라(1452년-1498년, 르네상스의 중심지가 되는 피렌체에서 주로 활동) 라는 사람이 주도하여 벌인 일들을 잠깐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마디로 기독교외의 어떠한 기쁨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추종자들을 보내 인간의 몸이나 마음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모든 것을 모으게 했다. 번쩍이고 장식적이고 아름답게 세공한 것, 재미있는 놀이, 읽는 기쁨을 주는 책, 유혹적인 장신구, 세속적인 기쁨을 상징하는 것. 그는 위대한 휴머니스트 수집가에게 맞먹는 열정으로 이러한 것들을 모아 불태웠다.(176쪽)' <1417년, 근대의 탄생>은 기원 전 로마 시대에 루크레티우스가 쓴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를 독일의 수도원 도서관에서 찾아내 필사하여 퍼트림으로써 그 책에 쓰여진 에피쿠로스의 사상이 르네상스 운동의 씨앗이 되도록 만든 포조 브라촐리니(1380년-1459년) 이야기입니다. 여기서도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후세계는 없으니 현실에서 행복을 찾으라는 주장을 한 에피쿠로스 사상을 죽이기 위한 가톨릭 교회의 탄압이 많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 중 백미는 수도사이면서 에피쿠로스 사상에 적극 동조한 조르다노 브루노(1548년-1600년)의 화형 장면입니다. '1600년 2월 17일, 캄포 데이 피오리 광장에 세워진 화형대 앞에 성직을 박탈당한 전 도미니쿠스회 수도사가 머리를 밀고 당나귀 등에 올라탄 채 모습을 드러냈다. 브루노는 한 무리의 수도사들로부터 참회하라며 긴 시간 잔소리를 들었지만 최후의 순간까지도 끝내 완강히 거절했으며,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록된 바 없으나, 그 내용이 교회 당국의 심기를 거스르는 말이었음은 분명하다. 당국은 그가 혀를 놀리지 못하게 하라고 명했다. 설명에 따르면, 당국의 명은 문자 그대로 실행되었다. 핀 하나가 브루노의 한 쪽 뺨을 찌르고 혀를 꿴 뒤 다른 쪽 뺨으로 빠져나왔다. 또다른 핀은 처음 찔러넣은 핀과 십자가 모양이 되도록 입술을 찌른 뒤 빠져나왔다. 이렇게 그의 얼굴에 십자가형이 처해지는 동안 브루노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곧 불이 붙었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수행했다. 브루노는 산 채로 불탔고, 채 타지 않고 남은 뼛조각도 긁어모아 산산이 가루로 만들었다. 화형의 흔적인 뼛가루와 재는 그렇게 흩어졌다. 이제 그 작은 입자들은 브루노가 믿었던 것처럼 즐겁고 위대한 영원한 물질의 순환 속으로 돌아갈 것이었다.(302쪽)' 단지 다른 것을 믿는다고 해서, 좋아한다고 해서, 그걸 좀 말한다고 해서 잔인하게 죽임을 당한 아픈 사례들이 이미 우리 인류에게는 헤아릴 수 없이 많죠. 그 역사를 알고 있는 소설 속 주인공이 눈앞에서 그런 광경을 목도하고 있으니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조르다노 브루노... 익숙한 이름이다 싶어 예전 기록들을 찾아봤는데 <코스모스>에서도 그의 이름이 나왔군요. 칼 세이건은 주로 고대 이오니아의 과학자들, 케플러, 뉴턴, 하위헌스를 중심으로 서술을 해서 브루노가 어떤 인물인지 잘 몰랐네요. 신념을 가졌으나 다른 믿음 때문에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끔찍한 고통 속에서 죽어야 했다니 숙연해지고도 서글프네요... '그즈음 이탈리아에서는 갈릴레오가 또 다른 세상의 발견을 공표하고, 조르다노 브루노는 우주에 우리와 다른 형태의 생물들이 존재하리라는 주장을 펴고 있었다. 물론 그들은 이러한 발표와 주장으로 철저하게 비판 받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하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네덜란드에서는 크리스티안 하위헌스가 위 두 사람의 의견을 모두 지지하면서도 온갖 찬사를 다 받으며 살고 있었다.' - <코스모스>, p.287 고대 그리스의 데모크리토스는 세상이 원자와 그 사이의 허공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었다고 하죠. 그런데 플라톤은 데모크리토스를 싫어하다 못해 거의 혐오했는지 데모크리토스의 저작을 모두 모아 불사르고 싶어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너무나 싫어하여 플라톤은 데모크리토스의 사상을 반박하거나 비판하는 기록조차 남기지 않았다고 하고요. 참 아리송한 세상입니다.
은화님의 대화: 조르다노 브루노... 익숙한 이름이다 싶어 예전 기록들을 찾아봤는데 <코스모스>에서도 그의 이름이 나왔군요. 칼 세이건은 주로 고대 이오니아의 과학자들, 케플러, 뉴턴, 하위헌스를 중심으로 서술을 해서 브루노가 어떤 인물인지 잘 몰랐네요. 신념을 가졌으나 다른 믿음 때문에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끔찍한 고통 속에서 죽어야 했다니 숙연해지고도 서글프네요... '그즈음 이탈리아에서는 갈릴레오가 또 다른 세상의 발견을 공표하고, 조르다노 브루노는 우주에 우리와 다른 형태의 생물들이 존재하리라는 주장을 펴고 있었다. 물론 그들은 이러한 발표와 주장으로 철저하게 비판 받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하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네덜란드에서는 크리스티안 하위헌스가 위 두 사람의 의견을 모두 지지하면서도 온갖 찬사를 다 받으며 살고 있었다.' - <코스모스>, p.287 고대 그리스의 데모크리토스는 세상이 원자와 그 사이의 허공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었다고 하죠. 그런데 플라톤은 데모크리토스를 싫어하다 못해 거의 혐오했는지 데모크리토스의 저작을 모두 모아 불사르고 싶어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너무나 싫어하여 플라톤은 데모크리토스의 사상을 반박하거나 비판하는 기록조차 남기지 않았다고 하고요. 참 아리송한 세상입니다.
<코스모스> 읽은지가 40년이 넘어서 브루노가 그 책에 등장한다는 사실은 상상도 못했네요. ㅎㅎ 데모크리토스도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에 주요 인물로 나옵니다. 에피쿠로스 사상의 핵심 개념을 만든 사람이죠. ‘사후에 내가 남지 않는다면 공포 속에 살 필요가 없다. 신들이 나에게 어떤 짓을 할지, 어떤 고통이나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 원자 이론은 데모크리토스의 마음을 어찌나 가볍게 만들었는지 그는 ‘웃는 철학자‘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우주적 불안에서 자유로워진 데모크리토스는 다른 사람들처럼 인간의 결점을 슬퍼하는 대신 키득키득 웃어넘길 수 있었다.(19쪽)’
밥심님의 대화: 글을 읽을 줄 안다고 잡아 죽이고, 시를 쓴다고 잡아 죽이고, 너무 많은 것을 안다고 잡아 죽이는 우민화 정책이 적극 시행되는, 지리적으로는 지구에서 천 파섹 떨어졌고 문명의 수준에서는 지구보다 1천년 정도 늦는 소설 속 배경이 되는 한 행성의 상황을 읽자 하니, 마침 얼마 전 읽었던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과 <1417년, 근대의 탄생>이 떠오릅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에서는 중세 가톨릭 교회가 맹위를 떨치던 때에 고대 로마나 그리스의 인문주의가 슬슬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탄압을 받는 사례들이 나옵니다. 그 중 사보나롤라(1452년-1498년, 르네상스의 중심지가 되는 피렌체에서 주로 활동) 라는 사람이 주도하여 벌인 일들을 잠깐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마디로 기독교외의 어떠한 기쁨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추종자들을 보내 인간의 몸이나 마음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모든 것을 모으게 했다. 번쩍이고 장식적이고 아름답게 세공한 것, 재미있는 놀이, 읽는 기쁨을 주는 책, 유혹적인 장신구, 세속적인 기쁨을 상징하는 것. 그는 위대한 휴머니스트 수집가에게 맞먹는 열정으로 이러한 것들을 모아 불태웠다.(176쪽)' <1417년, 근대의 탄생>은 기원 전 로마 시대에 루크레티우스가 쓴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를 독일의 수도원 도서관에서 찾아내 필사하여 퍼트림으로써 그 책에 쓰여진 에피쿠로스의 사상이 르네상스 운동의 씨앗이 되도록 만든 포조 브라촐리니(1380년-1459년) 이야기입니다. 여기서도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후세계는 없으니 현실에서 행복을 찾으라는 주장을 한 에피쿠로스 사상을 죽이기 위한 가톨릭 교회의 탄압이 많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 중 백미는 수도사이면서 에피쿠로스 사상에 적극 동조한 조르다노 브루노(1548년-1600년)의 화형 장면입니다. '1600년 2월 17일, 캄포 데이 피오리 광장에 세워진 화형대 앞에 성직을 박탈당한 전 도미니쿠스회 수도사가 머리를 밀고 당나귀 등에 올라탄 채 모습을 드러냈다. 브루노는 한 무리의 수도사들로부터 참회하라며 긴 시간 잔소리를 들었지만 최후의 순간까지도 끝내 완강히 거절했으며,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록된 바 없으나, 그 내용이 교회 당국의 심기를 거스르는 말이었음은 분명하다. 당국은 그가 혀를 놀리지 못하게 하라고 명했다. 설명에 따르면, 당국의 명은 문자 그대로 실행되었다. 핀 하나가 브루노의 한 쪽 뺨을 찌르고 혀를 꿴 뒤 다른 쪽 뺨으로 빠져나왔다. 또다른 핀은 처음 찔러넣은 핀과 십자가 모양이 되도록 입술을 찌른 뒤 빠져나왔다. 이렇게 그의 얼굴에 십자가형이 처해지는 동안 브루노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곧 불이 붙었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수행했다. 브루노는 산 채로 불탔고, 채 타지 않고 남은 뼛조각도 긁어모아 산산이 가루로 만들었다. 화형의 흔적인 뼛가루와 재는 그렇게 흩어졌다. 이제 그 작은 입자들은 브루노가 믿었던 것처럼 즐겁고 위대한 영원한 물질의 순환 속으로 돌아갈 것이었다.(302쪽)' 단지 다른 것을 믿는다고 해서, 좋아한다고 해서, 그걸 좀 말한다고 해서 잔인하게 죽임을 당한 아픈 사례들이 이미 우리 인류에게는 헤아릴 수 없이 많죠. 그 역사를 알고 있는 소설 속 주인공이 눈앞에서 그런 광경을 목도하고 있으니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저는 1장을 읽으면서 1970년대 캄보디아 폴 포트의 크메르 루주 정권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백만 명이 죽었다는 킬링필드 대학살… 단지 안경을 쓰고 있거나 손바닥이 부드럽다는 이유로 잡아가서 죽였다고 하지요.
전 읽다보니 중세로 설정되어 있긴 하지만 인간이 인간을 상대하는 잔혹함에 있어 당시의 시대상을 반박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쓰여진 시기는 1960년 공산주의 초반이라고 하지만 이미 어느정도 느끼고 있던게 아닐지.. 짐작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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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님의 대화: 조르다노 브루노... 익숙한 이름이다 싶어 예전 기록들을 찾아봤는데 <코스모스>에서도 그의 이름이 나왔군요. 칼 세이건은 주로 고대 이오니아의 과학자들, 케플러, 뉴턴, 하위헌스를 중심으로 서술을 해서 브루노가 어떤 인물인지 잘 몰랐네요. 신념을 가졌으나 다른 믿음 때문에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끔찍한 고통 속에서 죽어야 했다니 숙연해지고도 서글프네요... '그즈음 이탈리아에서는 갈릴레오가 또 다른 세상의 발견을 공표하고, 조르다노 브루노는 우주에 우리와 다른 형태의 생물들이 존재하리라는 주장을 펴고 있었다. 물론 그들은 이러한 발표와 주장으로 철저하게 비판 받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하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네덜란드에서는 크리스티안 하위헌스가 위 두 사람의 의견을 모두 지지하면서도 온갖 찬사를 다 받으며 살고 있었다.' - <코스모스>, p.287 고대 그리스의 데모크리토스는 세상이 원자와 그 사이의 허공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었다고 하죠. 그런데 플라톤은 데모크리토스를 싫어하다 못해 거의 혐오했는지 데모크리토스의 저작을 모두 모아 불사르고 싶어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너무나 싫어하여 플라톤은 데모크리토스의 사상을 반박하거나 비판하는 기록조차 남기지 않았다고 하고요. 참 아리송한 세상입니다.
데모크리토스의 저작은 대단히 방대했으며, 인간 지식의 모든 분야를 넘나들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온전하게 전해지는 저작은 단 한 권도 없다. 반면 플라톤은 역시 방대하지만 데모크리토스보다 더 방대하다고는 할 수 없는 저작을 남겼는데, 모든 작품이 한 권도 빠짐없이 온전하게 전해지고 있다. 오히려 작자가 의심스러운 저작까지 끼어들어 원래보다 더 많은 작품이 전해질 정도다. 데모크리토스와 플라톤의 저작이 이토록 다른 대접을 받은 것은 단지 우연의 소치일까? 그렇게 보기에는 어쩐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옛사람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만은 없다. 이를테면 플라톤이 데모크리토스의 모든 저작을 불태워버리려는 욕망을 감추지 않았다는 식의 이야기 말이다. 플라톤이 어쩌면 은근히 그 같은 의도를 품고 있었음을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마음속은 알 수 없는 우리로서는 그런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다. 다만, 그러한 속내가 겉으로 표현되었건 되지 않았건, 몇 세기의 세월이 흐른 뒤에 정말로 현실이 되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데모크리토스의 저작은 서기 3세기에 접어들면서부터 이미 찾아보기 어렵게 된다. 그 후로는 기독교 교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고대 저작들에 대한 박해(6, 7, 8세기까지 무려 300년 동안이나 지속되었다)가 유물론의 아버지로 알려진 이 작가에 대해서는 특별히 가혹하게 자행되었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 기독교 교회는 반대로 관념론의 창시자[플라톤]에게는 상당히 너그러웠다. 심지어 그로부터 기독교 신학 체계의 상당 부분을 차용했다.
그리스인 이야기 2 - 소포클레스에서 소크라테스까지 앙드레 보나르 지음, 김희균 옮김, 강대진 감수
그리스인 이야기 2 - 소포클레스에서 소크라테스까지신화의 베일에 가려진 고대 그리스 문명의 핵심을 되살려낸 고대 그리스사의 고전. 저자 앙드레 보나르는 그리스 문명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 즉 그리스 문명을 기획한 고대 그리스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그리하여 그들이 문명을 일구기 위해 흘린 피와 땀이 더욱 생동감 넘치게 그려진다. '문명의 전범'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고대 그리스의 역사를 집약한 책이다.
은화님의 대화: 조르다노 브루노... 익숙한 이름이다 싶어 예전 기록들을 찾아봤는데 <코스모스>에서도 그의 이름이 나왔군요. 칼 세이건은 주로 고대 이오니아의 과학자들, 케플러, 뉴턴, 하위헌스를 중심으로 서술을 해서 브루노가 어떤 인물인지 잘 몰랐네요. 신념을 가졌으나 다른 믿음 때문에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끔찍한 고통 속에서 죽어야 했다니 숙연해지고도 서글프네요... '그즈음 이탈리아에서는 갈릴레오가 또 다른 세상의 발견을 공표하고, 조르다노 브루노는 우주에 우리와 다른 형태의 생물들이 존재하리라는 주장을 펴고 있었다. 물론 그들은 이러한 발표와 주장으로 철저하게 비판 받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하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네덜란드에서는 크리스티안 하위헌스가 위 두 사람의 의견을 모두 지지하면서도 온갖 찬사를 다 받으며 살고 있었다.' - <코스모스>, p.287 고대 그리스의 데모크리토스는 세상이 원자와 그 사이의 허공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었다고 하죠. 그런데 플라톤은 데모크리토스를 싫어하다 못해 거의 혐오했는지 데모크리토스의 저작을 모두 모아 불사르고 싶어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너무나 싫어하여 플라톤은 데모크리토스의 사상을 반박하거나 비판하는 기록조차 남기지 않았다고 하고요. 참 아리송한 세상입니다.
쿠사누스가 코페르니쿠스의 혁명적 사상인 태양중심설을 관념적으로 선취했다면, 브루노는 코페르니쿠스의 사상을 배우고 이를 의식적으로 수용했다. 그러나 브루노는 사변적인 방식으로 코페르니쿠스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으며, 그의 생각은 후일 과학적 연구에 의해 참된 것으로 입증되었다. 코페르니쿠스는 우리와 가까운 주변의 우주가 태양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별들의 체계라는 것은 알았지만 태양계 너머에는 항성들로 가득 찬 천체가 마치 고정된 반구형 지붕처럼 자리 잡고 있다 생각했다. 이 문제에 더욱 천착한 브루노는 시적 상상력을 동원해서 우주를 측량할 길 없이 무한한 것으로 표상했으며, 무수히 많은 태양과 별과 세계체계로 가득 찬 이 우주는 한계도 중심점도 없이 지속적으로 운동한다고 생각했다. […] 브루노가 신과 세계의 관계를 서술하는 방식은─창조의 영원성이라는 사상을 제외하고는─기독교와 합치될 수 없다. 그는 신이 세계를─마부가 마차를 몰 듯─바깥에서 지배한다는 견해를 반박한다. 신은 세계의 위나 바깥에 있지 않고 그 안에 있다. 생명을 불어넣는 원리로서의 신은 세계 전체와 그 모든 부분들 안에서 작용한다. "우리는 불변불멸의 자연법칙에서, 이 법칙에 따르는 심정의 경건한 느낌 속에서 신을 구한다." ─ 이 구절은 '별이 반짝이는 하늘과 도덕 법칙'이라는 칸트의 명제와 아주 가까이 있다! ─ "우리는 태양의 광채에서, 우리의 어머니 대지의 품에서 태어나는 사물들의 아름다움에서, 그리고 신적 본질의 참된 잔영, 즉 천상의 광대한 가장자리에서 빛을 내며 살고 느끼고 생각하는 별들의 모습, 지선이자 지고한 존재이고 모두이자 하나인 존재를 찬미하는 무수한 별들의 모습에서 신을 구한다." 신과 자연을 동일시하는 이런 입장을 '범신론Pantheismus'이라 한다.
세계 철학사 한스 요아힘 슈퇴리히 지음, 박민수 옮김
세계 철학사일상생활에서 자신의 고민과 시대적 변화에 대해 숙고하는 사람들에게 철학사에 나타난 지혜와 식견을 통해 도움을 준다.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지도와 나침반 역할을 한다. 어렵고 추상적인 이론이나 개념을 나열하지 않고, 철학적 주제를 역사적 조망과 사회적 맥락에 결부시켜 서술한다.
밥심님의 대화: <코스모스> 읽은지가 40년이 넘어서 브루노가 그 책에 등장한다는 사실은 상상도 못했네요. ㅎㅎ 데모크리토스도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에 주요 인물로 나옵니다. 에피쿠로스 사상의 핵심 개념을 만든 사람이죠. ‘사후에 내가 남지 않는다면 공포 속에 살 필요가 없다. 신들이 나에게 어떤 짓을 할지, 어떤 고통이나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 원자 이론은 데모크리토스의 마음을 어찌나 가볍게 만들었는지 그는 ‘웃는 철학자‘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우주적 불안에서 자유로워진 데모크리토스는 다른 사람들처럼 인간의 결점을 슬퍼하는 대신 키득키득 웃어넘길 수 있었다.(19쪽)’
마침 1977년에 발사된 보이저 1호와 2호의 수명 연장 프로젝트를 NASA 제트추진연구소에서 준비중이라는 기사가 떴네요. 칼 세이건이 미국에서 코스모스를 발간한 때가 1980년이어서 보이저 이야기를 책에서 한 것 같은데(기억은 안 납니다), 내년이면 발사 50주년이 되는 보이저는 여전히 항해중으로 수명 연장 프로젝트가 잘 되어 2035년경에 지구와 태양 거리의 200배까지 갔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고 합니다. 보이저 화이팅!
은화님의 대화: 숲과 풍경의 묘사가 아름다워서 수집했습니다. 주홍빛이 감도는 솔잎길이 생각나네요.
물색이 신비로워요. 약간은 서늘한 느낌..
ifrain님의 대화: 물색이 신비로워요. 약간은 서늘한 느낌..
보통 자연에 대한 묘사가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작품 속 세상은 그만큼 비참함이 대비되어 보이더라고요. 왠지 이번 소설도 벌써부터 내용을 읽어 보니 이후의 전개도그러지 않을까 싶어 살짝 기분이 묘하네요.
지구에서 우리는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다. 그곳에서 우리는 건강하고 확신에 차 있었으며 정신감정을 통과한, 모든 것에 준비된 학생이었다. 우리의 정신력은 강인했다. 우리는 폭행과 처형 현장을 보고도 고개를 돌리지 않을 수 있다. 인내심도 대단하다. 구제할 길 없는 천치들이 날뛰어도 참아 줄 수 있다. 우리는 까다롭지 않다. 여기서 으레 그러듯, 개한테 먹이를 덜어 줬던 그릇을 닦는답시고 더러운 천 쪼가리로 대충 문대서 줘도 잘 쓸 수 있다. 우리는 위대한 연기자다. 꿈에서도 지구의 언어를 쓰지 않는다. 우리는 연구실과 실험실의 고요 속에서, 혹은 먼지 날리는 발굴 현장에서 혹은 치열한 논쟁의 장에서 도출한 봉건주의 기초 이론이라는 확실한 무기를 들고 있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72,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이를 악물고 기억해라. 너는 가면을 쓴 신이다. 그들은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대부분은 죄가 없다. 그러므로 너는 인내하고 또 기다려야 한다……’ 지구에서는 바닥이 보이지 않던, 우리 영혼 속 휴머니즘의 우물이 무서운 속도로 말라 가고 있다. 성미카여, 우리는 그곳, 지구에서는 진정 휴머니스트였다. 휴머니즘은 우리 본성의 뼈대였다. 우리는 인류에 대한 경외와 사랑으로 인간중심주의에 도달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갑자기 두려워지면서 사실 우리는 인류가 아니라 공산주의자를, 같은 지구인만을 사랑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72,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그게 핵심이 아닙니다! 핵심은 새로운 국가의 기본 원칙입니다. 이 원칙은 아주 간단하고 단 세 가지뿐입니다. 법의 무결함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 법에 대한 절대적인 순종, 모두에 의한, 모두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
신이 되기는 어렵다 p.91,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그는 신원 확인을 위해 볕이 드는 곳에 줄지어 뉘어 둔, 수병 상의를 입은 부푼 시체들을 힐끗 봤고 지저분한 공터를 우회하여 항구 변두리의 악취 나는 뒷길로 들어섰다. 이곳은 조용했다. 불결한 건물들의 문 앞에는 헐벗은 여자들이 졸고 있었고 갈림길에는 한 병사가 깨진 면상을 처박고 주머니는 다 내놓고서 엎어져 있었으며 창백한 밤의 형상을 한 수상한 자들이 벽을 따라 살금살금 걷고 있었다. ... 그러나 루마타는 모퉁이를 돌면서 우연히 뒤를 돌아봤다가 생김새가 각기 다른 열다섯 개의 머리들이, 남자와 여자, 덥수룩하고 또 벗어진 머리가 일순간 문과 창 그리고 문 틈새로 숨어 버리는 걸 목격했다. 순간 이 음울한 장소에 서린 수상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적대적이거나 위협적이지는 않지만, 뭔가 좋지 않은, 탐욕스러운 관심이었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97,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지금 든 생각이네만, 아르카나르왕의 노고 덕에 한 달 후면 제대로 된 애서가를 한 명도 못 찾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 그런데 나는 종주국에 대학을 세워야 하거든. 흑사병에 걸렸을 때 살아나게 되면 그렇게 하겠노라 맹세했었단 말이네. 그러니 애서가들을 죽일 일이 있으면 돈 레바보다 나에게 먼저 알려 주게. 어쩌면 내가 대학 설립에 필요한 이들을 몇 명 빼돌릴 수도 있지 않겠는가.
신이 되기는 어렵다 p.104,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은화님의 대화: 보통 자연에 대한 묘사가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작품 속 세상은 그만큼 비참함이 대비되어 보이더라고요. 왠지 이번 소설도 벌써부터 내용을 읽어 보니 이후의 전개도그러지 않을까 싶어 살짝 기분이 묘하네요.
이 책에서의 자연은 좀 더 정돈되지 않은 원초적인 느낌에 가까운 묘사랄까요..
은화님의 대화: 1주차까지의 내용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1) 프롤로그부터 2장까지의 내용 중 인상 깊었던 부분을 말씀해 주세요. 2) 62~66p에 걸쳐 안톤(돈 루마타)과 바실리예비치(돈 콘도르)는 연구자로서의 태도와 문명의 개입 여부에 대해 토론을 합니다. 바실리예비치는 정의감을 참지 못해 중립적 태도를 버리고 행성의 역사에 개입한 연구원들을 단거리 주자라고 말하고요. 여러분은 누구의 입장에 더 공감을 하시나요? 또는 더 옳다고 생각하셨나요?
1. 첫째는 1장에서 키운과 헤어지고 아쉬워하는 안톤의 모습이었습니다. 귀족 기사의 가면을 쓴 채 무수한 '가짜 인간'과 대화를 하는 데 이골이 난 안톤은 '진짜 인간'과의 대화를 갈구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굉장히 외로운 처지죠. 문제는 그가 생각하는 '인간'이란 돈 레바에 의해 한창 배척당하는 지식인 부류가 많다는 것이죠. 그게 그의 고독감을 더하는 느낌입니다. 둘째는 앞선 대화에서 이미 한 차례 언급한 것입니다만, 중세적인 아르카나르의 사람들을 보고 '저게 사람인가? 난 사실 인간이 아니라 지구인을 좋아하는 거였나?'하고 환멸을 느끼는 안톤의 독백이었습니다. 여러모로 그가 심적으로 몰려있다는 인상이 강했어요. 2장에서 언급한 대로 현지 방식대로 다소 지저분하게 사는 건... 결국엔 적응하기 마련이지만, 사람에 대한 환멸과 갈증은 적응하기 정말 어렵거든요. 셋째는 2부에 이르기까지 벌써 셰익스피어의 <햄릿>이 두 번이나 인용되었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두 인용 모두 '사느냐, 죽느냐'와 관련된 문구였어요. 현재 안톤이 역사에 개입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햄릿'과 비슷한 처지임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이 시를 누가 쓴 거냐는 현대인의 물음에 "내가 썼다"고 대답한 것도, 안톤이 햄릿과 같은 상황임을 긍정한다고 볼 수 있고요. 2. '역사 연구'라는 분명한 목적이 있긴 하지만, 저는 그래도 안톤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안톤은 아르카나르의 인간들에게 경멸을 느끼고 있지만, 저는 그럼에도 안톤이 이 아르카나르인들 역시 같은 '인간'으로 인식은 하고 있다고 보거든요. 안톤이 그들에게 환멸을 느끼는 건 "인간이라면 이렇게 살아서는 안된다" 같은 기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대를 하지 않으면 실망도 환멸도 느낄 리가 없거든요. 알렉산드르 바실리예비치는 행성의 역사에 개입한 연구원들을 중립적이지 못한 단거리 주자라고 비꼬았지만, 저는 그 단거리 달리기가 일종의 인류애였다고 생각합니다. 정의감과 연민은 대상에 대한 어느 정도의 공감, 자비, 애정이 있어야 가능하니까요. 반대로 말하면, 알렉산드르는 아르카나르 현지인들을 동등한 인간이 아닌 무언가 더 열등하고 덜떨어진 실험체, 동물 정도로 여기고 있다고도 볼 수도 있겠죠. 단지 오랜 연구로 무뎌진 걸 수도 있겠지만, 연구 윤리에 연구의 객관성과 정직성 만큼이나 도덕적 책임 역시 따르는 걸 생각하면 저는 이게 연구를 위해서도 완전히 옳은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비쌀 겁니다." 와가가 달콤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귀한 것은 팔리지 않는 법이 없으니까요." "명예가 더 값지네." 루마타는 거만하게 말한 후 나갔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104쪽,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ifrain님의 대화: 이 책에서의 자연은 좀 더 정돈되지 않은 원초적인 느낌에 가까운 묘사랄까요..
이들은 오솔길로 나왔다. 오솔길은 아래로 향했고 숲은 점점 어두워졌다. 양치식물과 습기를 머금은 키 큰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소나무 줄기는 이끼와 지의류로 하얗게 덮여 있었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19,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ifrain님의 문장 수집: " 이들은 오솔길로 나왔다. 오솔길은 아래로 향했고 숲은 점점 어두워졌다. 양치식물과 습기를 머금은 키 큰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소나무 줄기는 이끼와 지의류로 하얗게 덮여 있었다. "
... 탁한 초록빛 혼돈 속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20,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ifrain님의 문장 수집: " ... 탁한 초록빛 혼돈 속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
오솔길은 높은 녹색 벽 사이에 깔린 어둑한 회색 회랑 같았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24,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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