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도나 오카나를 만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결벽증이 있는 듯 보이는 안톤이 결국 오카나를 뿌리치고 도망치 듯 떠나는 장면과 그 이후 오카나의 처분?이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전 오히려 안톤의 정체가 발각되거나 문제가 될 거라 생각했거든요.; 흐음..
2)5장까지 읽은 지금은 왕까지 조종하는 타고난 권력자인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5장 마지막 즘 계속 감금되어 있어 처참한 몰골의 약사와 그 약사를 통해 왕을 조롱하는 듯한 장면에 더욱 그렇게 느꼈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이는 느낌.
[함께 읽는 SF소설] 12.신이 되기는 어렵다 - 스트루가츠키 형제
D-29

borori
밥심
체취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만드는 장면 묘사였죠. ㅎㅎ

은화
책을 읽다 보면 위생과 청결에 대한 묘사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독자의 입장에서 중세와 현대의 차이를 가장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일상 요소다 보니 중간중간 이런 대목을 많이 넣은 것 같습니다. 상류층조차도 씻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나 봐요. 청결의 역사에 대해 찾아보니 이런 책들이 있는데요.
돌베게 출판사의 <깨끗함과 더러움>은 서구권을 중심으로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청결관리 전반에 대해 짚는 책입니다. 중요 부위를 가리고 더러움을 피하기 위한 내의/속옷과 더불어 목욕의 개념이 시대를 이동하며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했는지를 다룬다고 하네요. <씻는다는 것의 역사>는 최근에 나온 책인데 아무래도 국내 작가가 썼다 보니 한국의 역사 위주로, 특히 목욕탕 문화 위주로 서술하고 있고요.
나중에 두 책도 언제 한 번 읽어보려고 합니다.

깨끗함과 더러움 - 청결과 위생의 문화사몸의 문제를 ‘청결’이라는 관점에서 역사적으로 고찰한 책. 파리 5대학 사회역사학 교수로 재직중인 조르주 비가렐로는 이 책에서 중세부터 현대까지의 다양한 사료들을 바탕으로 청결의 개념과 기준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살피고 그 철학적·사회적 의미를 밝혀내고 있다.

씻는다는 것의 역사 - 우리는 왜 목욕을 하게 되었을까?하루에도 두 번씩 목욕하며 동네 목욕탕을 찾아다닌 저자의 경험과 연구를 고스란히 담았다. 위생 관리 방법, 공공복지, 속죄 행위, 종교 의식, 사교 활동, 계몽 운동…. 오늘날 일상이 된 목욕에는 다양한 의미가 담겨 있다. 인더스 문명의 목욕탕 유적부터 오늘날 한국의 동네 목욕탕까지, 목욕을 둘러싼 흥미진진한 역사적 이야기들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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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ain
“ 종교와 위생
청결과 불결에 대한 생각은 현대에 들어 생겨난 발명품이 아니다. 어느 시대나 문화권에도 이러한 관념이 존재했으며, 수많은 문헌 자료가 이를 증명한다. 예전부터 사람들은 더러운 것을 재미있게 여겼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신체와 의복의 청결이 폴리스 내의 신분 차이를 드러냈다. 위생에 관한 글은 그 시대에 이미 건물로 빽빽하고 사람들이 밀집된 대도시의 기록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는데, 대부분이 불평이었다. 고대 로마의 더러움은 몇 세기에 걸쳐 비난을 샀고, 어떤 글은 실제 그 도시에 거주하던 작가가 직접 쓴 것이기도 했다. 유베날리스는 도시를 돼지우리에 비유했고, 길에서 배설물을 밟기 십상이라고 불평하기도 했다.
인류학 기반의 범용적인 위생 표준이 있었다거나 당시 사람들이 변소에서 나는 냄새를 사향 향기로 받아들였다는 것이 아니다. 청결과 불결에 대한 관념은 어느 사회에나 있었다. 특히 종교의 영향이 강한 문화권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신체 위생에 대한 엄격한 규칙이 있었다. 불교에서는 신체의 청결이 단순한 교리가 아닌 영혼의 청결을 의미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위생 기준이 높았고, 여러 여행기에도 그 기록이 남아 있다. 10세기에 러시아의 볼가강을 방문한 이슬람 탐험가 이븐 파들란Ibn Fadlan은 러시아인이 "나무처럼 거대하"지만 신이 창조한 가장 더러운 피조물이 분명하다고 서술했다. 여행기에 따르면 이들은 일을 마친 뒤, 밥을 먹은 뒤, 심지어는 성교를 하고 나서도 씻지 않았다고 한다. 십자군 전쟁 시기 성지에서는 기독교인과 무슬림을 냄새로 구분했다. ”
『쓰레기의 세계사 - 문명의 거울에서 전 지구적 재앙까지, 2025 우수환경도서』 pp.110~111, 로만 쾨스터 지음, 김지현 옮김

쓰레기의 세계사 - 문명의 거울에서 전 지구적 재앙까지, 2025 우수환경도서쓰레기를 모르고서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쓰레기 경제의 전문가인 저자 로만 쾨스터는 자본주의와 긴밀하게 연결된 쓰레기 생산과 처리 방식을 중심으로 기후 위기의 시대에 “우리가 쓰고 버린 부작용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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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ain
'청결하다'는 감각도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 같습니다. 나와 다르다는 것을 '불결하다'고 여길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십자군 전쟁 시기 성지에서는 기독교인과 무슬림을 냄새로 구분했다." 냄새로 적군과 아군을 구분한 점도 섬뜩합니다. 이 상황에서는 시각보다 후각을 속이는 것이 더 힘든 것이었네요.

은화
우스갯소리로 외국인들은 한국에 도착해서 돌아다니면 희미한 마늘 냄새를 맡을 수 있다고 하는데 어쩌면 농담이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똑같은 청국장 냄새도 어딘가에서는 고약한 냄새이고, 누군가에게는 참아줄 만한 냄새가 될 수 있듯이 문화와 관념에 따라 향과 청결이 다르다면 냄새로 누군가를 인지한다는 게 불가능한 얘기가 아닐 수 있겠어요.

은화
오카나를 처형한 건 레바가 루마타에게 보내는 최후통첩의 경고 같아요. 소설을 계속 읽다 보니 정황상 돈 레바는 이미 전부터 루마타를 경계할 대상으로 보고 감시를 해왔을지도 모르겠고요. 어쩌면 레바가 오카나와 교제한 건 덫이나 미끼 역할로 써먹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꼭 루마타가 아니더라도 여색에 눈이 멀어 접근하는 사람들에게서 정보를 얻어내거나 정적을 알아내려는 의도가 숨어있을 지도요.

borori
아.. 그렇군요! 돈 레바 엄청나군요. 정체가 더더욱 궁금해집니다. 잘 주시하며 읽어보겠습니다~~

향팔
“ 나는 그들을 가여워하지 않는다. 아니, 그들을 증오하고 경멸한다. 나는 방금 지나친 청년의 어리석음과 야만성을, 사회적 여건이라든가 가혹한 성장 환경이라든가 하는 요인을 이해하려면 얼마든지 이해해 줄 수 있지만, 지금은 저 청년이 나의 적으로,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의 적, 내 친구들의 적, 내가 가장 성스럽다고 여기는 것의 뚜렷한 적으로 보였다. 그리고 나는 그를 이론적으로, 〈전형적인 인물〉로서의 그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그라는 인간 자체를, 그의 인격을 증오한다. ”
『신이 되기는 어렵다』 184-185쪽,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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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ori
그는 에스토르의 루마타가 될 수 없었다. 약탈과 폭음으로 이름을 떨친 가문의 피를 이어받아 20대 후손이 될 수 없었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163,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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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중세 수준의 행성에 지구의 인간들이 방문한다는 이야기를 다루는 또 다른 소설이 있는데요. 제임스 P. 호건의 <생명창조자의 율법>입니다. 다만 소재만 비슷할 뿐 이야기의 전개 방식이나 분위기는 마치 거울을 비춘 듯 정반대의 분위기인데요. <생명창조자의 율법>은 금속과 무기물로 이루어진 기계 지성 생명체들의 행성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곳의 문명도 시대의 한계로 인해 무지와 탄압에 가려져 있지만 <신이 되기는 어렵다>와는 달리 인간들이 적극적으로 외계에 접근하고 교류를 시도하는데요.
지켜봐야 하지만 무력함을 느끼는 이번 작품과 달리 제임스 호건의 소설은 지구와 원주민들의 이해관계와 욕망이 뒤얽혀 마치 한 편의 헐리우드 영화를 보는 듯한 분위기로 진행됩니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나중에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몇 가지 생각나는 문장들을 가져와 봅니다. 기계생명의 원주민이 실험과 추론으로 행성의 모양은 구球의 형태라는 걸 알아내지만 그 발견으로 인해 탄압받는 부분인데 비슷한 내용이 이번 작품에도 있죠.

생명창조자의 율법미래의 문학 8권. 장편소설 <별의 계승자>로 이름을 알린 작가 제임스 P. 호건의 1983년 작품이다. 냉전이 한창이던 1980년대의 시대상과 과학적 상상력을 절묘하게 융합시킨 제임스 P. 호건의 초기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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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액체는 구체 위에서 제 형상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구체의 형상을 한 세계에는 메탄의 바다가 존재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러나 대양은 분명 존재하지 않습니까?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것입니까? 아니면 수천 명의 항해자와 여행자들이 환각에 빠진 것입니까?" 그는 강렬한 눈빛으로 로프베이엘을 쏘아보았다.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하겠는가, 대양을 부정하는 자여?"
"답할 말이 없습니다." 로프베이엘은 울적하게 중얼거렸다. ”
『생명창조자의 율법』 p.102,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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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이게 세계일세, 그루크! 먼지투성이 책 따위는 아주 잠시만 잊어보게나. 토굴에 틀어박힌 학자들이, 대양을 건너기는커녕 본 적도 없는 이들이, 산맥 너머는 보지도 못한 이들이 아주 오래전에 쓴 것 아닌가. 이 형상, 오로지 이 형상만이, 지금까지 기록된 모든 사실과 일치하는 것이라네. 접시 형태를 어떤 식으로 꾸며보아도 그렇게 말할 수는 없지. 그렇다면 어느 쪽 형상을 현실에 가까운 모습으로 받아들여야겠나?" ”
『생명창조자의 율법』 p.196,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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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내게 남은 시간 전부를 사용해 설명한다 해도 그대는 이해하지 못하겠지, 그루크. 단 하나의 질문도 용납되지 않는 교육이 그대의 신념을 만들었지만, 내 신념은 가능한 모든 질문을 던진 다음에야 배울 수 있는 것이니까. 비판적 검토를 견뎌내지 못하고, 반대의 말은 단 한마디도 던질 수 없는 신념에 대체 무슨 가치가 있겠나?" ”
『생명창조자의 율법』 p.199,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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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그러나 그들 옆에 서서 얼어붙은 채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티르그는 용의 하인들의 존재 자체도 거의 잊어버린 상태였다. 하늘 너머에서 이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지를 처음으로 목격한 상태였으니까.
세계는 구체였다.
그리고 그 너머, 그로서는 측량할 방도를 모를 정도로 드넓은 공간에, 어떻게 세어야 할지조차 알 수 없는 무수한 세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
『생명창조자의 율법』 p.255,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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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아르카나르의 왕궁은 제국에서 가장 깨어 있는 곳에 속했다. 궁에는 학자들이 드나들었다. 물론 대부분이 허풍선이였지만, 개중엔 어쨌든 행성이 구체임을 밝혀낸 바기르 키센스키 같은 학자도 있었다. ”
『신이 되기는 어렵다』 p.169,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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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바기르 키센스키는 국가적 범죄에 버금가는 광기를 품었다는 죄목으로 감옥에 갇혔다가 루마타의 엄청난 노력으로 풀려나 종주국으로 보내졌다. 그의 천문관측소는 불탔고 살아남은 제자들은 도망쳐 숨었다. ”
『신이 되기는 어렵다』 p.171,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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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아이들을 마주칠 기회가 거의 없는 루마타에게 열 살짜리 왕자는 이 야만스러운 나라에 사는 모든 계층 인간들의 반대편에 있는 인간으로 보였다. 어떤 계층이든 상관없이, 바로 이런 푸른 눈을 가진 평범한 소년들 속에서 야만과 무지와 굴욕이 자라난다. 하지만 아이일 때에는 그 더러운 것의 흔적이나 기질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루마타는 때때로 생각했다. 이 행성에서 열 살 넘은 사람들이 모두 사라져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
『신이 되기는 어렵다』 p.209,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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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운명의 장난으로 이들 중 누군가가 주인으로 태어나거나 주인이 되더라도 이들은 주어진 자유로 뭘 해야 할지 모를 것이다. 그리하여 다시 노예가 되려고 애쓸 것이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211,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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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이들 모두가 똑같았더라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포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들은 인간이었다. 이성의 불꽃을 품고 있는 인간이었다. 아주 멀리 있지만, 도래하고야 말 미래의 불씨가 여기저기에서 끊임없이, 이들 민중 속에서 발하고 타올랐다. 그 무엇에도 불구하고 타올랐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여겨짐에도 불구하고. 박해에도 불구하고. 군홧발에 짓밟혔음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 그 누구도 이들을 원하지 않고 세상 모든 이가 이들 반대편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껏해야 경멸 섞인 반쪽짜리 동정심만 기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
『신이 되기는 어렵다』 p.211,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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