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12.신이 되기는 어렵다 - 스트루가츠키 형제

D-29
1) 재밌었습니다! 제목대로, '신'이라는 건 지극히 성립 불가능한 존재일 지도 모른다고 끊임없이 책에서 의문을 제기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정확히는 인간처럼 연민과 사랑을 갖고, 선을 지향하는 신이요. 그 이유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 장면이 안톤과 부다흐 박사가 문답을 교환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억압자를 제거하면 다른 힘 있는 자들이 새로운 억압자가 될 것이고, 식량과 집과 옷을 줘도 강한 자들이 그것을 앗아갈 것이며, 모두에게 결핍 없는 풍족한 삶을 약속한들 사람은 게을러질 뿐이라고. '인간'은 '신'이 되기에는 피조물성이 강한 존재라서, 그런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한계 내의 신 역시 동일한 피조물성을 공유하게 됩니다. 더 슬픈 것은, 그런 신이어야만 인간을 인간인 채로 살게 할 수 있고 인간에게 연민을 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소설이 소련 시절에 출간되었다는 것도 감안하면, '인간이 상상하는 선하고 전능한 신이 과연 성립 가능한 관념인가?'가 스트루가츠키 형제가 던지는 화두 같았습니다. 꾸준히 <햄릿>이 인용되는 이유가 궁금했는데, 결말까지 보니 여러모로 비슷하다는 인상이 들었습니다. 살인을 두고 고뇌하는 주인공(햄릿/안톤), 부조리한 주인공의 주변세계에서 몇 안되는 정서적 위안점이었으나 끝내 사망한 연인(오필리아/키라), 살인을 저지르고 파멸하는 주인공이란 결말까지요. 다만 햄릿은 결국 죽지만, 안톤은 파멸한 채로 살아가야한다는 것이 여러모로 비극적입니다. 2) 가장 자연스러운 흐름은 키라가 사망한 후, 안톤이 성기사단을 비롯한 여러 인물들을 살해했다는 전개입니다. 다만 돈 레바의 생사는 여기에 큰 의미가 없으며, 스트루가츠키 형제가 모호하게 서술한 것도 그 때문인 것 같습니다. 키라는 단순히 안톤의 연인에 불과한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아르카나르도 '인간'이 사는 곳이라는 증명이자, 희망이 존재한다는 믿음이나 다름 없었죠. 하지만 그러한 희망은 다름 아닌 아르카나르 현지인들(성기사단)에 의해 배반당했습니다. 그렇기에 키라의 죽음은 연인의 죽음이 아닙니다. 희망과 믿음의 죽음이죠. 물론 안톤이 그저 키라의 복수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칼을 빼들지는 않았을 겁니다. 돈 레바를 진즉 살해해야 했다는 죄책감, 이 상황을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 역시 들었겠죠. '회색'까지 잠식해버린 검은색은 분명 아르카나르에 참혹한 비극을 불러올 게 뻔했습니다. '어디로 갔는지 뻔히 보였'는데 그곳이 바로 궁인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이대로 두었다간 이 별의 지배자가 될 자들이 머무는 곳. 수면 가스로 도시 전체를 잠재운 후 성에서 안톤을 찾았을 때, 몇몇은 잠들어 있었지만 몇몇은 쓰러져 있었다고 했습니다. 잠든 건 아닌데 쓰러져 있었다면 기절했거나 죽은 거겠죠. 다만 여기서 돈 레바의 죽음은 전술했듯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돈 레바가 안톤이 발견된 현장에 있었다지만, 생사 자체는 의도적일 정도로 모호하게 표현됐어요. 짐작가는 이유 중 하나는 성기사단의 쿠데타 이후 돈 레바가 주체에서 발단으로 전락했기 때문입니다. 실질적인 권력은 성기사단에게 넘어갔고, 안톤이 처치하지 않았어도 언젠간 정쟁에 밀려 제거될 운명이었죠. 둘째는 에필로그의 초점을 안톤에게 돌리기 위함입니다. 돈 레바가 안톤에게 살해당했음이 언급되는 순간, 이야기의 초점은 복수극으로 끝납니다. 그의 죽음에는 그만한 존재감이 생기죠. 하지만 돈 레바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호하게 남는다면, 이야기의 배턴은 안톤에게 넘어갑니다. 그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왜 그랬는지는 불분명하나 적어도 그는 변했습니다. 사람을 죽였습니다. 아르카나르와는 다른, 문명인임을 자부하던 그의 정체성은 파열됐습니다. 이야기 내내 안톤의 시선으로 서술되던 시점이 에필로그 와서 관찰자 시점으로 이동한 것도 이 때문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친구에게도, 독자에게도, 어쩌면 그 자신도 자신을 설명할 수 없어졌기 때문에. 3) 일방통행 표지판은 역사의 흐름, 해골은 인간에게 내재된 무언가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은 일방적인 개념입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물리 법칙에 따르면 미래로 가는 타임머신까지는 가능해도,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은 불가능하다는 게 정설입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본 소설에서 안톤을 비롯한 역사 연구자들은 과거의 지구가 아니라, 과거의 지구와 비슷한 문명 수준을 가진 외계 행성을 연구합니다. 마르크스 역사관은 역사의 발전이 보편적으로 특정 단계를 거친다고 보았으니, 이 이론에 따르면 꽤 괜찮은 대안이죠. 그 일방통행 길을 거슬러 마주한 해골은 2차 세계대전 기에 사망한 독일 병사의 유해로 서술되죠. 프롤로그에서도 상당히 불길한 복선처럼 느껴졌습니다. 해골은 평범한 이물질이 아닙니다. 모든 인간의 살과 피 아래에 숨겨진 '골자'죠. 처음부터 인간 내면에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오래 전 죽은 사람의 시신에서 발견되었으니, 이는 미래 지구에서는 이미 역사적 잔재로 여겨지는 '무언가'를 상징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파시즘(독일 병사의 해골이란 점에서, 나치독일의 '토텐코프(해골)' 사단이 떠오르기도 합니다.)이나 종교 극단주의일 수도 있겠지만, 좀 더 광의적으로는 인간 본연의 폭력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풍요롭고 이상적인 문명 덕에 잠들어 있지만, 야만적인 세계에 던져지면 언젠가 다시 살아 움직일.
이방성길의 뜻이 궁금해서 찾아보았습니다. 뜻을 알고나니 일방통행의 의미가 좀 더 잘 전달되는 것 같아 공유합니나. 이방성(異方性, Anisotropy)은 물질의 성질(물리적, 기계적, 전기적 등)이 측정하는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특성을 말합니다. 모든 방향에서 성질이 동일한 '등방성(Isotropy)'의 반대되는 개념입니다.
인간이라면 응당 따라야 할 가치를 내려놓은 데서 오는 혐오스럽고 저급한 기쁨과 광기의 파도가 이미 그를 덮쳤다. 그는 아직 지구인이었고, 정보원이었고, 불과 철을 다루는 인류의 후예였다. 위대한 목적이란 기치 아래 자신을 희생하고 자비를 베풀지 않던 인류의 후예였다.그는 에스토르의 루마타가 될 수 없었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162p,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글쎄, 어디 봅시다. 신에게 이렇게 말할 것 같소. <창조주여, 저는 당신의 계획을 알지 못합니다. 어쩌면 당신은 사람들을 선하고 행복하게 만들 생각이 없는지도 모릅니다. 그걸 원해 주소서! 그걸 이루기란 아주 간단하지 않습니까! 사람들에게 충분한 빵과 고기와 포도주를 주소서. 그들에게 집과 옷을 주소서. 배고픔과 탐욕이 사라지게 해 주소서. 사람들을 분열시키는 모든 것을 없애 주소서.>” “끝입니까?” 루마타가 물었다. “이 정도로는 안 될 것 같소?“ 루마타가 고개를 저었다. ”신은 당신에게 이렇게 답할 겁니다. <그렇게 해도 인간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너희 세상에서는 강한 자들이 약한 자들에게서 내가 준 것을 앗아 갈 테고, 약한 자들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비참할 것이다>“ ”신에게 약한 자들을 보호해 달라고 빌겠소. <잔혹한 통치자들을 계몽시켜 주소서.> 이렇게 말할 거요.“ ”잔혹함이 곧 힘입니다. 잔혹함을 없애면 통치자들이 힘을 잃겠지요. 그러면 또 다른 잔혹한 자들이 그 자리를 차지할 거고요.“ 부다흐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잔혹한 자들을 벌하소서.” 그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강한 자들이 약한 자들에게 잔혹하게 굴지 못하도록 해 주소서.” “사람은 약한 존재로 태어납니다. 주위에 자신보다 강한 자가 없을 때 강한 존재가 되지요. 강하고 잔혹한 자가 벌을 받게 되면 약한 자들 중에 강한 자들이 그 자리를 메꿀겁니다. 역시 잔혹한 자들이 말입니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모든 인간을 벌하게 됩니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건 그게 아니란 말입니다.” “당신이 더 잘 알겠지요. 전능한 신이시여. 그러면 그냥 사람들이 모든 것을 받고, 당신이 그들에게 준 것을 서로 빼앗지 못하게 해 주소서.” “그것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루마타가 한숨을 쉬었다. “노동하지 않아도 전부 공짜로 받을 수 있게 되면 사람은 노동을 잊고 삶에 대한 의욕을 잃을 것이고, 내가 앞으로 평생 먹여 주고 입혀 줘야 하는 가축으로 변할 겁니다.” “인간들에게 한꺼번에 주지 않으면 되잖습니까!” 부다흐가 열정적으로 말했다. “조금씩, 순차적으로 주소서!” “순차적으로는 인간들 스스로도 필요한 걸 손에 넣을 겁니다.” 부다흐가 씁쓸하게 웃었다. “그렇군.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겠소. 왜인지 이전에는 그런 문제를 생각해 보지 않았소…. 우리가 모든 방면을 다 검토해 본 것 같군. 그런데,“ 그가 몸을 내밀었다. ”이런 것도 가능하지 않겠소. 인간들이 무엇보다도 노동과 지식을 사랑하도록 하는 거요. 노동과 지식이 삶의 유일한 의미가 되도록!“ ‘그래, 그건 우리도 시도해 보려고 했었다.‘ 루마타가 생각했다. ’대중을 상대로 한 최면 감응,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재도덕화. 석 대의 적도 위성에서 시도하는 정신 교란… “나는 그렇게 할 수도 있었습니다.” 루마타가 말했다. “하지만 인류에게서 역사를 빼앗을 필요가 있을까요? 한 인류를 다른 인류로 바꿀 필요가 있을까요? 그건 한 인류를 땅에서 없애고 그 자리에 새로운 인류를 살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지 않습니까?” 부다흐는 이마를 찌푸리고는 생각에 잠겨 말이 없었다. 루마타가 기다렸다. 창 너머 수레차가 우울하게 끽끽대며 지나갔다. 부다흐가 조용히 말을 꺼냈다. “그렇다면, 맙소사. 저희를 땅에서 제거하고 더 완전한 인류를 창조하시지요… 아니면 저희를 내버려 두고 알아서 살도록 하는 게 더 좋겠나이다.” “나는 동정심 때문에” 루마타가 천천히 말했다. “그냥 그렇게 내버려 둘 수 없습니다.” 그 때 그는 키라의 눈빛을 봤다. 키라는 공포와 희망이 담긴 눈길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297-300쪽,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문장 수집이라기엔 길지만 핵심이 되는 부분이라 생각되어 3쪽에 걸친 내용 전부를 수집해둡니다.
"당신은 하늘에서 내려오지 말았어야 합니다." 아라타가 불쑥 말했다.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십시오. 당신은 우리에게 해만 끼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소. 적어도 우리는 아무도 해치지 않소." 루마타가 부드럽게 말했다. "아니, 해치고 있습니다. 근거 없는 희망을 불어넣고 있지 않습니까……"
신이 되기는 어렵다 p.309~310,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나한테요. 당신은 내 의지를 약하게 만듭니다, 돈 루마타. 예전에 나는 나 자신만을 믿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내 뒤에 당신의 힘이 있음을 느낍니다. 전에는 싸울 때마다 마지막처럼 임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른 결정적인 싸움을 염두에 두고 몸을 사리고 있더군요. 왜냐하면 당신이 그 싸움에 참여할 거니까…… 이곳을 떠나십시오, 돈 루마타. 원래 있던 곳으로, 하늘로 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십시오. 그게 아니라면 당신이 가진 번개의 힘을 빌려주십시오. 아니면 당신의 그 철로 만든 새라도…… 그것도 안 된다면 당신이 직접 검을 뽑고 우리를 이끌어 주십시오."
신이 되기는 어렵다 09~310,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우리 세계에 절반만 친구인 경우는 없습니다. 절반이 친구란 얘기는 언제나 절반은 적이라는 뜻이니."
신이 되기는 어렵다 p.312,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루마타에 비해 훨씬 과감하고 또는 극단적인 아라타의 면을 잘 보여주는 대사입니다. 세상은 선과 악, 흑과 백만으로 나눌 수 없다고 하는데 아라타에게 이 세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에게는 나의 편 아니면 적 뿐이죠. 악을 철저히 부수지 않으면 선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루마타는 그렇기에 아라타에게 번개와 헬기를 빌려주지 못하며, 설령 아라타가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 극단성과 철두철미한 가혹함이 나중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독백하죠.
루마타는 병적인 이원론이 야기한 기묘함을 감지했다. 그는 자신이 옳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기묘하게도 옳기 때문에 그는 아라타 앞에서 작아졌다. 아라타는 어떤 면에서는 분명 루마타보다 나은 인물이다. ... 루마타는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잃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고. 다시 말해, 선이 지배하는 우리의 세계에서 우리는 아라타보다 한없이 강하고 악이 지배하는 아라타의 세계에서 우리는 그보다 한없이 약하다고……
신이 되기는 어렵다 p.309,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원래 있던 곳으로, 하늘로 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십시오. 그게 아니라면 당신이 가진 번개의 힘을 빌려주십시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310,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너는 네가 하는 일 자체가 얼마나 가망이 없는지 아직 모른다. 너는 네 병사들 밖에만 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안에도 적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너는 어쩌면 기사단을 무찌를 수도 있겠지. 그리고 농민봉기의 흐름이 너를 아르카나르의 왕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p.310~311,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우리 세계에 절반만 친구인 경우는 없습니다. 절반이 친구란 얘기는 언제나 절반은 적이라는 뜻이니.
신이 되기는 어렵다 p.312,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깨끗하고 순수한 영혼들, 증오할 줄 모르고 잔인함을 용납할 수 없는 사람들. 희생양들. 의미 없는 희생양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323,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1) 모태신앙이었던 저는 이제 더이상 신을 믿지 않습니다. 다만 지구인 보다 진보된 '초월자'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합니다. 지구와 상관없이요. 그런 면을 이 책에서 살짝 엿본 듯한 느낌입니다. 제가 상상한 것과는 전혀 다르지만요. ^^ 신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을 엿본 거 같아 재미있었습니다. 2) @은화 님은 루마타가 기사단을 멸망시켜 버린다는 상상을 하셨다고 했지만, 전 허무주의 쪽으로 빠졌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키라를 잃은 깊은 상처만을 안고 돌아왔다는 게 제피셜입니다. 어차피자기들끼리 죽이고 죽다 멸망해 버리는 게 인간이기에(아르카나르에 있는 족속도 인간과 비슷한 본성을 갖고 있다는 전제하에) 복수할 가치조차 못 느끼는 거죠. 저도 아라타의 존재가 흥미로웠는데, 계속 '여기에 어떻게 들어온거지?'란 대목에 여러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일방통행도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이겠지만 돌아갈 수 없음, 해골은 필멸을 의미하는 거 같고요. 이번 작품은 2/3까지 길잃은 어린양 같은 심정으로 읽다가 뒷부분에 갑자기 몰려드는 재미에 푹 빠져 읽었습니다! 역시 은화님 픽은 최고입니다 따따봉 👍
저 역시 어릴 때는 부모님을 따라서, 학생 때는 친구들 따라서 교회를 나갔어요. 종교 자체보다는 다른 것들에 더 관심이 있어서 나갔다 보니 성경을 한 번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네요. 중간 중간 나갔다 안나갔다 반복이었지만 전체 기간으로는 꽤 오래 다니면서 이런저런 부활동도 했고요. 세상이나 우주, 자연이 형성되고 운용되는 이치를 보면 가끔은 @꽃의요정님 말대로 꼭 절대자로서의 신이 아니더라도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이나 원리가 있을까 상상하게 됩니다. 아라타가 안톤도 모르게 그의 방을 들락날락 하는 장면은 아마도 쉽게 유혹당하고, 흔들릴 수 있는 사람의 가치관을 말하는 것 같더군요. 루마타도 종종 돈 레바를 비롯해 악인들을 처형하고 제거하고 싶은 유혹을 계속 느껴왔죠. 그리고 아라타는 반란이라는 가장 강력한 저항의 방식으로 악에 대항하고 있고요. 머리로는 관용과 자비심을 갖고 아르카나르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감정의 충동을 어찌하지 못하는 모습의 상징 같습니다. 언제든 소리소문 없이 들어온 아라타처럼, 신념도 흔들리기 쉬우니까요.
와우! 아라타를 그런 방면으로 생각하다니 놀랐습니다. 안톤의 내면과 딱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만남에 있어 안톤의 내면을 대변하기도 하는 인물들이 있었나 돌아보게 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P4KSXq5V7E&t=3s <신이 되기는 어렵다> 영화 전체영상 링크입니다. 자막은 영어 외에는 나머지 언어는 자동번역만 있네요. 중간중간 잠깐 봤지만.. 시각적으로 '역겹다'는 말이 정말 절로 나오는 영화입니다. 흙탕물, 구덩이, 진흙, 오물, 비와 누린내, 습기, 검댕, 때와 땀내, 쇠와 피의 비린내가 느껴지네요. 그래도 소설을 읽을 때의 아르카나르를 저는 머릿속에서 나름 돌과 자갈이 깔린 도시로 상상했는데 영화에는 어디를 가든 진흙과 물이 한가득이네요. 소설보다도 더 음울한 배경입니다.
저 올려주신 링크 클릭하고...1900년대 영화인가 했어요. ㅎㅎ 정말 1500년대 오물 가득한 프랑스 거리 같은 느낌이네요;;;
책의 후반에 어슐러 르 귄 작가의 추천사에 써있는 것처럼 소련 시대의 작품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생각보다 책 표지가 많이 보이지는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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