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12.신이 되기는 어렵다 - 스트루가츠키 형제

D-29
이런 현상은 인간의 뇌가 가진 특징 세 가지로 설명이 가능하다. 첫 번째는 ‘유도(誘導)’라는 것이다. 긍정적인 무엇은 그와 대조되는 부정적 이미지를 머릿속에 만들어낸다. 이것을 가장 뚜렷이 알 수 있는 것은 시각을 통해서다. 빨강이나 검정 같은 색상을 보고 나면 주변에 그와 반대되는 녹색이나 흰색 같은 것이 더 또렷하게 느껴진다. 빨간색 물체를 보고 있으면 그 주위로 녹색 후광이 생기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생각은 ‘대조‘라는 것을 이용해 작동한다. 우리가 어떤 것의 개념을 형성할 수 있는 것은 그와 반대되는 게 뭔지 알기 때문이다. 뇌는 이렇게 대조되는 것들을 끊임없이 들추어내고 있다.
인간 본성의 법칙 p.228, 로버트 그린 지음, 이지연 옮김
인간 본성의 법칙세계적인 밀리언셀러 <권력의 법칙>의 저자 로버트 그린이 우리 안에 숨겨진 인간 본성에 관한 18가지 법칙을 통찰해낸다. 평범하고, 이상하고, 파괴적인 모습이 공존하는 매혹 될 수밖에 없는 존재, 인간의 진짜 모습을 파헤친다.
제가 읽고 있는 책에 말씀하신 '대조'에 대한 개념이 있어서 올려봅니다. 이 내용에 따르면 녹색의 숲을 보여주면 그 다음으로 피바람을 연상하게 되는 거겠죠..
이 말은 곧 우리가 무언가를 보거나 상상하면 머릿속으로는 어쩔 수 없이 정반대되는 것을 보거나 상상하게 된다는 뜻이다. 만약 내가 사는 문화권에서 특정한 생각이나 욕망이 금지되어 있다면, 터부시된다는 사실 자체가 즉시 그 금지된 것을 떠올리게 만든다. ‘안 돼’라고 할 때마다 ‘돼’가 떠오른다는 이야기다. 이를테면 빅토리아 시대에 포르노를 금지하자 사상 처음으로 포르노 ‘산업’이라는 게 생겼다. 마음속에서 이렇게 반대되는 것들이 계속 교차하는 것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내가 갖지 못한 바로 그것을 자꾸 생각하고 욕망할 수밖에 없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228,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비슷한 이유로 우리네 청개구리 심보도 인간 본성일까요. ㅎㅎ
그렇다고 볼 수 있겠죠..? ^^ 인간 본성을 개구리에 비유해서 표현한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하는 말은 본성을 무조건 억압하거나 부정하지 말고 인정하고 면밀히 관찰하라는 것이에요.
대기의 효과 - Atmospheric Effects -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 나무 위의 나뭇잎 사이를 통과하는 햇빛은 크고 작은 동그라미나 타원형이 섞인 빛의 스팟으로 지면을 비춥니다. 이러한 빛의 스팟을 데플드 라이트(Dappled Light)라고 부르죠. 빛의 스팟은 불규칙하게 퍼지고,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면 함께 흔들립니다. 광선이 나뭇잎 사이의 작은 공간을 통과할 때 핀홀 프로젝터(Pinhole Projector)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광선 하나를 손으로 가려보면, 그 광원을 태양까지 더듬어갈 수 있습니다. 태양은 나무의 위, 나뭇잎의 건너편에서 반짝이고 있겠죠. 구름이 태양의 앞을 지나가면 이 빛은 사라져 버립니다. 지면에 도달하는 빛의 원은 실은 태양의 둥근 형태가 투영된 것입니다. 부분일식에 의해 태양의 일부가 가려지는 날에는, 빛이 원이 아니라 일부가 가려진 형태가 됩니다.
컬러 앤 라이트 Color and Light p.192, 제임스 거니 지음
컬러 앤 라이트 Color and Light색의 배합을 제시하거나 페인트 테크닉을 단계적으로 설명할 뿐인 수많은 미술서적과는 다르게 사실주의 화가가 되풀이하며 질문하던 의문에 답이 담겨있다. 사실주의 화가에게 있어 가장 기본적인 표현 도구인 색채와 빛에 관련된 풍부한 정보를 소개한다.
위의 책 p.192 ‘Jabberwocky [재버와키]’(2002년) 유채, 패널, 8x10인치 숲 속 나무그늘에서 빛이 떨어지는 모습을 그림 풍경 그림을 예시로 들고 있습니다.
나무들 사이로 들어온 햇빛이 땅 위에 떨어지는 모양을 ‘점들로 뒤덮여 있다’고 표현했어요. 실제로 나무들로 하늘이 덮인 곳에서 나뭇잎 사이로 새어들어오는 빛이 지상에 떨어지면 동그라미가 여러 개 떨어져 서로 겹치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는 형태로 보이거든요. 항상 그 모양이 신기하기도 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했었어요.
"훌륭한 세상입니다." 키운이 말했다. "즐거운 세상이고요. 모두들 농담을 합니다. 다들 똑같은 농담을 하지요. 루마타 나리마저도요."
신이 되기는 어렵다 p.39,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그는 앉아서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듣습니다. 때때로 대화를 받아쓰는 시늉을 하면 겁에 질린 사람들이 다가와 친한 척을 하거나 돈을 내밀지요. 그들의 눈에서 그는 보고 싶은 것만을 봅니다. 개 같은 충성심, 정중한 공포, 황홀하고 무력한 증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40,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대화가 이렇게 끝났다. 언제나 똑같다. 상대를 시험하고 양의적인 비유를 조심스레 주고받고…… 일주일 내내 쓰레기 같은 놈들과 거짓 대화를 하는 데 영혼을 바치면서 정작 진짜 인간을 만나면 대화할 시간이 없다. 숨겨 주고 목숨을 구해서 안전한 장소로 보내야 하고, 그는 자신이 대화를 나눈 상대가 친구였는지 변덕스러운 괴짜였는지 모르는 채 떠난다. 그런데 나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지 않나. 그가 뭘 원하는지, 뭘 할 수 있는지, 뭘 위해 사는지……
신이 되기는 어렵다 p.45,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난 가장 끔찍한 게 뭔지 깨닫는 데 15년 걸렸어. 인간의 모습을 잃는 게 끔찍한 걸세, 안톤. 영혼을 더럽히고 잔인해지는 것."
신이 되기는 어렵다 64쪽,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지구는 천 년 하고도 또 천 파섹 떨어져 있으니."
신이 되기는 어렵다 p.65,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1파섹은 대략 3.26광년이라고 합니다. 1000파섹이면 약 3,260광년이 되겠죠. 그리고 1광년의 거리는 찾아보니... 여기에 굳이 옮겨 적어도 머리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숫자는 아니더군요. 하지만 이 문장을 통해 지구와 주인공이 발 딛고 있는 행성이 얼마나 동떨어진 곳인지를 공간만이 아니라 시간의 좌표로도 알려주는 것이 인상 깊네요. 저에게는 천 파섹보다 천 년이라는 시간대의 차이가 더 아득하게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그나마 인간이 받아들이고 인지할 수 있는 정도의 단위라 그런지도 모르겠지만요.
저도 이 표현이 굉장히 인상깊었어요. 현지에서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지구와의 물리적 거리보다 시간(문명)적 거리가 더 강하게 와닿을 수 밖에 없겠죠. 천년이란 인간이 직접 경험할 수는 없어도, 그럭저럭 인지하고 이해할 수 있는 범주 내의 시간이기도 하고요. 전혀 무관계한 작품이긴 한데,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쓴 책인 <술탄과 황제>도 떠오르네요. 첫 문장이 이랬거든요. “천년보다도 더 긴 하루였다.”
저도 시간에 관한 문장 중 재밌어서 수집했던 문구가 있어서 가져와 봅니다. 아서 C. 클라크의 <낙원의 샘>에서 나오는데요. 148p "피라미드도 잊지 마시죠." 압둘라 대통령이 웃었다. "그걸 뭐라고 불렀더라? 인류 역사상 최고의 투자?" "정확합니다. 4천년이 지난 지금도 관광수익이 나고 있으니까요."
<낙원의 샘> 재밌게 읽었던 소설입니다. 특히, 우주 엘리베이터 또는 궤도 엘리베이터에 대해 클라크가 상세히 묘사를 해서 더 흥미로웠죠. 소설에서 우주 엘리베이터의 시작점이자 공간적 배경으로 설정된 곳이 실제 클라크가 살았던 나라 스리랑카의 유적인 시기리야 록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시기리야 록을 찾아보고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사진이 시기리야 록입니다. 우주 엘리베이터는 한 때는 일본의 건설회사가 정말 개발할 것같은 횡보를 보이기도 했는데 요즘은 잠잠해졌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나노튜브를 써서 엘리베이터 케이블을 만들 수 있다고 하지만 그 어마어마한 길이의 케이블을 만들어서 설치한다는 것이 글쎄요, 아직도 믿기지는 않습니다.
<낙원의 샘>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시기리야 바위를 설명하는 부분이 뭔가 익숙하다 싶어서 찾아본 기억이 떠오르네요. 제가 아주 어릴 때 집에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들이 있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취미로 구독 신청을 하신 잡지들을 버리지 않고 한동안 모아뒀거든요. 초등학생 때까지 무슨 내용인지는 모른 채 거기에 나오는 동식물과 풍경, 사람들의 온갖 사진과 그림을 보곤 했습니다. 그 중에 시기리야 바위와 그곳에 그려진 벽화도 나왔고요. 어린 나이였음에도 처음 보는 이국의 벽화가 인상 깊었는지 기억에 깊이 각인되어 있었는데 <낙원의 샘>을 읽다 궁금해서 찾아보곤 반가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소설 속의 스리랑카는 우주 엘리베이터를 가능케 하고자 실제보다 훨씬 더 적도에 가깝게, 즉 엘리베이터가 지구의 축과 수직에 가까워지도록 위치를 약간 바꿨다 하더군요. 독서를 시작할 때 읽은 초기의 과학소설 중 하나여서 그런지 몰라도 아서 클라크가 묘사한 스리랑카과 히말라야의 모습이 아주 감동적이었어요. 그때 수집해 둔 또 다른 문장이 기억나 적어 봅니다. p.30 "명성은 박차일지니..." 라자싱헤는 생각에 잠긴 채 조용히 읊었다. 그다음이 어떻게 이어지더라? "고귀한 정신의 마지막 약점... 즐거움을 멸시하고, 수고로운 나날을 살아가게 한다."
안녕하세요. 저도 참여하려고 오늘 책을 빌렸어요. ^^ 찬찬히 읽어나가겠습니다.
안녕하세요 @ifrain 님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독서 경험이 되셨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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