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읽고 쓰기, 읽고 쓰기에서 모든 문제가 발생한다네, 형제들! 글쎄 행복은 돈에 있는 게 아니고 농민도 사람이라는 거야. 갈수록 더하다니까. 혐오스러운 시들이야. 폭동도 불러일으킬……" ”
『신이 되기는 어렵다』 p.46,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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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그 시각 화재로 인한 빛과 불꽃에 물든 아르카나르 왕국의 들판과 길, 오솔길을 따라 지치고 겁먹고 절망에 살해당했음에도 단 하나의 믿음을 경찰관도 같이 굳게 지키는 자들이 땀범벅에 먼지를 뒤집어쓴 채 모두에게 물어뜯기고 피가 날 때까지 맞은 다리로 검문을 피해서 도망치고 걷고 방황하고 있었다. 병으로 죽어 가고 무지에 찌든 민중을 고치고 교육할 능력이 있고, 또 교육하려 한다는 이유로 법의 테두리 밖으로 밀려난 수백 명의 불행한 자들, 아름다움을 모르는 민중의 삶을 풍요롭게 해 주고자 신처럼 진흙과 돌로 두 번째 자연을 창조한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악의 힘에 겁먹은 약한 민중을 위해 자연의 비밀을 탐구하고 밝혀내려 한다는 이유로 법의 테두리 밖으로 밀려난 자들…… 의지할 데 없고 선량하며 교활하지 못한,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보다 한참 앞선 자들이었다…… ”
『신이 되기는 어렵다』 p.47,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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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이 행성을 통틀어 나 혼자만 무서운 그림자가 이 나라를 덮치는 걸 보고 있다. 하지만 이걸 보면서도, 그러면서도 이게 무엇의 그림자고 왜 생겨났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66,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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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맙소사, 이야기를 지어낸다니까! 세상이 둥글다고 말이야! 내 세상은 네모니까 혼란스럽게 좀 하지 말았으면……!" "읽고 쓰기, 읽고 쓰기에서 모든 문제가 발생한다네, 형제들! 글쎄 행복은 돈에 있는 게 아니고 농민도 사람이라는 거야. 갈수록 더하다니까. 혐오스러운 시들이야. 폭동도 불러일으킬……" "그놈들을 다 말뚝에 박아야지, 형제들……! 나였으면? 직접 물 어봤을걸. 글을 읽을 수 있다고? 네놈을 말뚝에 박겠다! 시를 쓴다고? 말뚝에 박아 주지! 도표를 읽을 줄 안다고? 너무 많은 걸 아니까 말뚝행이다!" ”
『신이 되기는 어렵다』 46쪽,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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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ain
“ 하루 동안 쌓인 증오를 풀어 버리고 싶은데, 그래봤자일 것 같다. 인도적으로 모두를 용서하고 신들처럼 초연히 있어야 한다. 그들이 서로 난도질하고 모욕하더라도 우리는 신처럼 초연할 것이다. 신은 서두르지 않는다. 신들 앞에는 영원이 있으므로…… ”
『신이 되기는 어렵다』 p.44,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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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책 제목 <신이 되기는 어렵다>를 연상하게 하는 문장이네요. 혼자 읽을 땐 별 생각 없이 그냥 보고 넘겼는데요, 이렇게 수집해주신 문장을 다시 읽으니 이 대목이 아주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ifrain
네, 저도 책 제목 때문에 이 부분을 눈여겨 보았어요. '신은 서두르지 않는다.'...
ifrain
“ 일주일 내내 쓰레기 같은 놈들과 거짓 대화를 하는 데 영혼을 바치면서 정작 진짜 인간을 만나면 대화할 시간이 없다. 숨겨 주고 목숨을 구해서 안전한 장소로 보내야 하고, 그는 자신이 대화를 나눈 상대가 친구였는지 변덕스러운 괴짜였는지 모르는 채 떠난다. 그런데 나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지 않나. 그가 뭘 원하는지, 뭘 할 수 있는지, 뭘 위해 사는지……
”
『신이 되기는 어렵다』 p.45,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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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ain
글을 읽을 수 있다고? 네놈을 말뚝에 박겠다! 시를 쓴다고? 말뚝에 박아 주지! 도표를 읽을 줄 안다고? 너무 많은 걸 아니까 말뚝행이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46,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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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ori
‘그런데 솔직히, 저들이 인간인가? 시간이 지난들 저들이 인간이 될까?’
『신이 되기는 어렵다』 p.73, 스트루 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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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그러니까, 자네도, 그리고 나도, 우리 중 아무도 자기 작업의 가시적인 성과를 직접 볼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네. 우리는 물리학자가 아니라 역사학자일세. 우리의 시간 단위는 초가 아니라 세기야. 우리 일은 파종도 아니고, 그저 파종을 위해 토양을 다지는 작업일세. 그런데 지구에서 종종…… 열의가 지나친 자들이 오지. 망할…… 단거리 주자들이……" ”
『신이 되기는 어렵다』 66쪽,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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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요정
“ 일주일 내내 쓰레기 같은 놈들과 거짓 대화를 하는 데 영혼을 바치면서 정작 진짜 인간을 만나면 대화할 시간이 없다. 숨겨 주고 목숨을 구해서 안전한 장소로 보내야 하고, 그는 자신이 대화를 나눈 상대가 친구였는지 변덕스러운 괴짜였는지 모르는 채 떠난다. 그런데 나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지 않나. 그가 뭘 원하 는지, 뭘 할 수 있는지, 뭘 위해 사는지..... ”
『신이 되기는 어렵다』 45p,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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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ain
의지할 데 없고 선량하며 교활하지 못한,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보다 한참 앞선 자들이었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47,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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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ain
“ 그때 중대가 이곳에서 야영을 하면서 흰 나무 뿌리로 맥주를 끓였는데 그 맥주가 참을 수 없는 딸꾹질을 유발했다는 것이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어느 날 아침 야영지를 지나던 토츠 장군이 귀티 나는 코를 찡그리며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이건 참을 수가 없군! 숲 전체가 딸꾹질을 하며 맥주 냄새를 풍기다니!” 여기서 그 기묘한 이름이 유래했을 것이다.
”
『신이 되기는 어렵다』 p.48,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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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ain
“ 돈 레바가 의도적으로 왕국의 모든 회색성을 선동해 학자들을 짓밟는 것 같습니다.
...
어제는 저희 집 길가에서 한 노인을 군홧발로 짓밟더군요. 그 노인이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걸 알고서요. ”
『신이 되기는 어렵다』 p.61,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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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ain
후배여, 난 가장 끔찍한 게 뭔지 깨닫는 게 15년 걸렸어. 인간의 모습을 잃는 게 끔찍한 걸세, 안톤. 영혼을 더럽히고 잔인해지는 것. 안톤. 우리는 여기에서 신이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64,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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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심
글을 읽을 줄 안다고 잡아 죽이고, 시를 쓴다고 잡아 죽이고, 너무 많은 것을 안다고 잡아 죽이는 우민화 정책이 적극 시행되는, 지리적으로는 지구에서 천 파섹 떨어졌고 문명의 수준에서는 지구보다 1천년 정도 늦는 소설 속 배경이 되는 한 행성의 상황을 읽자 하니, 마침 얼마 전 읽었던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과 <1417년, 근대의 탄생>이 떠오릅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에서는 중세 가톨릭 교회가 맹위를 떨치던 때에 고대 로마나 그리스의 인문주의가 슬슬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탄압을 받는 사례들이 나옵니다. 그 중 사보나롤라(1452년-1498년, 르네상스의 중심지가 되는 피렌체에서 주로 활동) 라는 사람이 주도하여 벌인 일들을 잠깐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마디로 기독교외의 어떠한 기쁨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추종자들을 보내 인간의 몸이나 마음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모든 것을 모으게 했다. 번쩍이고 장식적이고 아름답게 세공한 것, 재미있는 놀이, 읽는 기쁨을 주는 책, 유혹적인 장신구, 세속적인 기쁨을 상징하는 것. 그는 위대한 휴머니스트 수집가에게 맞먹는 열정으로 이러한 것들을 모아 불태웠다.(176쪽)'
<1417년, 근대의 탄생>은 기원 전 로마 시대에 루크레티우스가 쓴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를 독일의 수도원 도서관에서 찾아내 필사하여 퍼트림으로써 그 책에 쓰여진 에피쿠로스의 사상이 르네상스 운동의 씨앗이 되도록 만든 포조 브라촐리니(1380년-1459년) 이야기입니다. 여기서도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후세계는 없으니 현실에서 행복을 찾으라는 주장을 한 에피쿠로스 사상을 죽이기 위한 가톨릭 교회의 탄압이 많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 중 백미는 수도사이면서 에피쿠로스 사상에 적극 동조한 조르다노 브루노(1548년-1600년)의 화형 장면입니다.
'1600년 2월 17일, 캄포 데이 피오리 광장에 세워진 화형대 앞에 성직을 박탈당한 전 도미니쿠스회 수도사가 머리를 밀고 당나귀 등에 올라탄 채 모습을 드러냈다. 브루노는 한 무리의 수도사들로부터 참회하라며 긴 시간 잔소리를 들었지만 최후의 순간까지도 끝내 완강히 거절했으며,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록된 바 없으나, 그 내용이 교회 당국의 심기를 거스르는 말이었음은 분명하다. 당국은 그가 혀를 놀리지 못하게 하라고 명했다. 설명에 따르면, 당국의 명은 문자 그대로 실행되었다. 핀 하나가 브루노의 한 쪽 뺨을 찌르고 혀를 꿴 뒤 다른 쪽 뺨으로 빠져나왔다. 또다른 핀은 처음 찔러넣은 핀과 십자가 모양이 되도록 입술을 찌른 뒤 빠져나왔다. 이렇게 그의 얼굴에 십자가형이 처해지는 동안 브루노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곧 불이 붙었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수행했다. 브루노는 산 채로 불탔고, 채 타지 않고 남은 뼛조각도 긁어모아 산산이 가루로 만들었다. 화형의 흔적인 뼛가루와 재는 그렇게 흩어졌다. 이제 그 작은 입자들은 브루노가 믿었던 것처럼 즐겁고 위대한 영원한 물질의 순환 속으로 돌아갈 것이었다.(302쪽)'
단지 다른 것을 믿는다고 해서, 좋아한다고 해서, 그걸 좀 말한다고 해서 잔인하게 죽임을 당한 아픈 사례들이 이미 우리 인류에게는 헤아릴 수 없이 많죠. 그 역사를 알고 있는 소설 속 주인공이 눈앞에서 그런 광경을 목도하고 있으니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은화
“ 비슷한 시기 이 행성의 다른 지역에 독일과 프랑스 농민 전쟁 연구의 권위자인 카를 로젠블룸이 양모 상인 파니-파로 위장해 있다가 무리스 농민 봉기를 일으켜 단숨에 도시 두 개를 점령했고 약탈을 저지하다가 목뒤에 화살을 맞고 죽었다. 헬기가 그를 데리러 갔을 때 그는 아직 숨이 붙어 있었지만,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였고 그저 크고 푸른 눈으로 후회스럽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 눈에서는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
『신이 되기는 어렵다』 p.67,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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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그래서 안톤보다 앞서 온 선배 연구원들 중에서는 도저히 이를 참지 못하고 떨쳐 일어난 이들이 나온 거겠죠. 카를 로젠블룸의 눈물은 육체의 고통보다, 자신의 시도가 무위로 돌아간다는 분노와 회한 그리고 이 사람들이 다시 고통의 수레바퀴에 빠져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오는 눈물일 테고요. 속이 답답하고 뒤틀리는 기분입니다.
은화
조르다노 브루노... 익숙한 이름이다 싶어 예전 기록들을 찾아봤는데 <코스모스>에서도 그의 이름이 나왔군요. 칼 세이건은 주로 고대 이오니아의 과학자들, 케플러, 뉴턴, 하위헌스를 중심으로 서술을 해서 브루노가 어떤 인물인지 잘 몰랐네요. 신념을 가졌으나 다른 믿음 때문에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끔찍한 고통 속에서 죽어야 했다니 숙연해지고도 서글프네요...
'그즈음 이탈리아에서는 갈릴레오가 또 다른 세상의 발견을 공표하고, 조르다노 브루노는 우주에 우리와 다른 형태의 생물들이 존재하리라는 주장을 펴고 있었다. 물론 그들은 이러한 발표와 주장으로 철저하게 비판 받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하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네덜란드에서는 크리스티안 하위헌스가 위 두 사람의 의견을 모두 지지하면서도 온갖 찬사를 다 받으며 살고 있었다.' - <코스모스>, p.287
고대 그리스의 데모크리토스는 세상이 원자와 그 사이의 허공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었다고 하죠. 그런데 플라톤은 데모크리토스를 싫어하다 못해 거의 혐오했는지 데모크리토스의 저작을 모두 모아 불사르고 싶어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너무나 싫어하여 플라톤은 데모크리토스의 사상을 반박하거나 비판하는 기록조차 남기지 않았다고 하고요. 참 아리송한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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