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심님의 대화: 글을 읽을 줄 안다고 잡아 죽이고, 시를 쓴다고 잡아 죽이고, 너무 많은 것을 안다고 잡아 죽이는 우민화 정책이 적극 시행되는, 지리적으로는 지구에서 천 파섹 떨어졌고 문명의 수준에서는 지구보다 1천년 정도 늦는 소설 속 배경이 되는 한 행성의 상황을 읽자 하니, 마침 얼마 전 읽었던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과 <1417년, 근대의 탄생>이 떠오릅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에서는 중세 가톨릭 교회가 맹위를 떨치던 때에 고대 로마나 그리스의 인문주의가 슬슬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탄압을 받는 사례들이 나옵니다. 그 중 사보나롤라(1452년-1498년, 르네상스의 중심지가 되는 피렌체에서 주로 활동) 라는 사람이 주도하여 벌인 일들을 잠깐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마디로 기독교외의 어떠한 기쁨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추종자들을 보내 인간의 몸이나 마음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모든 것을 모으게 했다. 번쩍이고 장식적이고 아름답게 세공한 것, 재미있는 놀이, 읽는 기쁨을 주는 책, 유혹적인 장신구, 세속적인 기쁨을 상징하는 것. 그는 위대한 휴머니스트 수집가에게 맞먹는 열정으로 이러한 것들을 모아 불태웠다.(176쪽)'
<1417년, 근대의 탄생>은 기원 전 로마 시대에 루크레티우스가 쓴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를 독일의 수도원 도서관에서 찾아내 필사하여 퍼트림으로써 그 책에 쓰여진 에피쿠로스의 사상이 르네상스 운동의 씨앗이 되도록 만든 포조 브라촐리니(1380년-1459년) 이야기입니다. 여기서도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후세계는 없으니 현실에서 행복을 찾으라는 주장을 한 에피쿠로스 사상을 죽이기 위한 가톨릭 교회의 탄압이 많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 중 백미는 수도사이면서 에피쿠로스 사상에 적극 동조한 조르다노 브루노(1548년-1600년)의 화형 장면입니다.
'1600년 2월 17일, 캄포 데이 피오리 광장에 세워진 화형대 앞에 성직을 박탈당한 전 도미니쿠스회 수도사가 머리를 밀고 당나귀 등에 올라탄 채 모습을 드러냈다. 브루노는 한 무리의 수도사들로부터 참회하라며 긴 시간 잔소리를 들었지만 최후의 순간까지도 끝내 완강히 거절했으며,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록된 바 없으나, 그 내용이 교회 당국의 심기를 거스르는 말이었음은 분명하다. 당국은 그가 혀를 놀리지 못하게 하라고 명했다. 설명에 따르면, 당국의 명은 문자 그대로 실행되었다. 핀 하나가 브루노의 한 쪽 뺨을 찌르고 혀를 꿴 뒤 다른 쪽 뺨으로 빠져나왔다. 또다른 핀은 처음 찔러넣은 핀과 십자가 모양이 되도록 입술을 찌른 뒤 빠져나왔다. 이렇게 그의 얼굴에 십자가형이 처해지는 동안 브루노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곧 불이 붙었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수행했다. 브루노는 산 채로 불탔고, 채 타지 않고 남은 뼛조각도 긁어모아 산산이 가루로 만들었다. 화형의 흔적인 뼛가루와 재는 그렇게 흩어졌다. 이제 그 작은 입자들은 브루노가 믿었던 것처럼 즐겁고 위대한 영원한 물질의 순환 속으로 돌아갈 것이었다.(302쪽)'
단지 다른 것을 믿는다고 해서, 좋아한다고 해서, 그걸 좀 말한다고 해서 잔인하게 죽임을 당한 아픈 사례들이 이미 우리 인류에게는 헤아릴 수 없이 많죠. 그 역사를 알고 있는 소설 속 주인공이 눈앞에서 그런 광경을 목도하고 있으니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조르다노 브루노... 익숙한 이름이다 싶어 예전 기록들을 찾아봤는데 <코스모스>에서도 그의 이름이 나왔군요. 칼 세이건은 주로 고대 이오니아의 과학자들, 케플러, 뉴턴, 하위헌스를 중심으로 서술을 해서 브루노가 어떤 인물인지 잘 몰랐네요. 신념을 가졌으나 다른 믿음 때문에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끔찍한 고통 속에서 죽어야 했다니 숙연해지고도 서글프네요...
'그즈음 이탈리아에서는 갈릴레오가 또 다른 세상의 발견을 공표하고, 조르다노 브루노는 우주에 우리와 다른 형태의 생물들이 존재하리라는 주장을 펴고 있었다. 물론 그들은 이러한 발표와 주장으로 철저하게 비판 받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하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네덜란드에서는 크리스티안 하위헌스가 위 두 사람의 의견을 모두 지지하면서도 온갖 찬사를 다 받으며 살고 있었다.' - <코스모스>, p.287
고대 그리스의 데모크리토스는 세상이 원자와 그 사이의 허공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었다고 하죠. 그런데 플라톤은 데모크리토스를 싫어하다 못해 거의 혐오했는지 데모크리토스의 저작을 모두 모아 불사르고 싶어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너무나 싫어하여 플라톤은 데모크리토스의 사상을 반박하거나 비판하는 기록조차 남기지 않았다고 하고요. 참 아리송한 세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