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12.신이 되기는 어렵다 - 스트루가츠키 형제

D-29
이 부분에서 오스카 쉰들러가 생각나네요..
그는 아무도 아니었다. 출신도 보잘것없었다. 그는 나약한 왕국에 출현한 강력한 지성이 아니었다. 역사가 알던, 전제정치 체제를 위한 통일 전쟁이라는 이념에 일생을 바치는 위대하고 무서운 인물이 아니었다. 금이나 여자 생각 밖에 없거나 권력을 잡으려고 사방의 적을 죽이는, 혹은 죽이기 위해 권력을 취하는, 왕의 탐욕스러운 충신이 아니었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128~129,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그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생각하면 바보가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죽이는 것보다 낫다. 오물이 피보다 낫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132,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성 미카여. 왜 여기 궁 사람들은 절대로 몸을 씻지 않는 겁니까? 기질하고는.
신이 되기는 어렵다 p.140,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더럽다…… 더러움이 피보다 낫지만, 이건 더러운 것보다 나쁘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140,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그는 우노를 밀치고 계단을 올라가 문을 열어젖히고 자신이 그녀의 주인이라도 되는 양 그녀가 있는 곳으로 들어갔었다. 그는 수면 등의 불빛 속에서 새하얀 얼굴과 공포와 혐오로 가득 찬 커다란 눈을, 그리고 그 눈에 비친 비틀대는 자신을, 침이 흐르는 입술과 너덜너덜한 주먹, 싸움으로 옷이 더러워진 뻔뻔하고 역겨운 건달 귀족을 봤다. 그녀의 시선은 그로 하여금 뒤로, 계단으로, 아래층으로, 현관으로, 대문 밖으로, 어두운 거리로, 멀리, 멀리, 가능한 한 멀리 달아나게 했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164~165,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저술가 구르는 돈 레바의 집무실에서 면담을 한 후 아르카나르의 왕자가 적의 자손과 사랑에 빠질 수 없다는 걸 이해했고 왕의광장에서 자신의 책들을 직접 불태웠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172,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밥심님의 대화: 소설과 비소설은 독서의 방식이 다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요. 비소설은 일정을 짜놓고 진도에 따라 쪼개가며 읽는 것이 좋은 측면이 있는데, 소설은 그런 방식으로 읽으면 리듬을 잃는다고 할까요, 그런 면이 있어서 재밌게 읽힐 때 그냥 쭉 읽는 것이 좋습니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도 그래서 이미 완독을 했고, 일정을 따라 가면서 다시 읽어보고 싶은 부분을 재독하는 방식으로 독서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결말 부분을 읽고 나면 만약 자신이 신이라면 이 세상을 어떻게 만들고 싶은가에 대해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ㅎㅎ
아직 다 읽지는 않았지만 신은 무정하고 비인격적일 수밖에 없을까 라는 생각도 드네요. 결국 루마타의 시선도, 독자의 시선도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이니까요.
"하지만 네놈은 죽일 줄만 알지! 네놈이나 스스로 교수대에 매달리지 그랬느냐! 전부 다 목매달지 않았느냐! 네놈 밑에 있는 허풍쟁이들만 남았지!"
신이 되기는 어렵다 p.179,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왜지?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어려서부터 배워온 우리 같은 자들, 인간, <인간>이라는 놀라운 생명체에 대한 존중과 신뢰는 어디로 사라진 건가? 나는 구제 불능이다, 그가 끔찍한 감정에 사로잡혀 생각했다. 나는 그들을 진심으로 증오하고 경멸하지 않나…… 나는 그들을 가여워하지 않는다. 아니, 그들을 증오하고 경멸한다. 나는 방금 지나친 청년의 어리석음과 야만성을, 사회적 여건이라든가 가혹한 성장 환경이라든가 하는 요인을 이해하려면 얼마든지 이해해 줄 수 있지만, 지금은 저 청년이 나의 적으로,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의 적, 내 친구들의 적, 내가 가장 성스럽다고 여기는 것의 뚜렷한 적으로 보였다. 그리고 나는 그를 이론적으로, <전형적인 인물>로서의 그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그라는 인간 자체를, 그의 인격을 증오한다. 침 범벅인 그의 낯짝을, 씻지 않은 몸의 체취를, 그의 눈먼 믿음을, 성행위와 술 외의 모든 것을 향한 그의 적개심을 증오했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184~185,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이제 당신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내가 말해 보지요." "어스름이 두렵소." "어둠 말입니까?" "어둠도 두렵소. 어둠 속에서 우리는 망령들의 지배를 받지요.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어스름이 두렵다오. 어스레할 때엔 모든 것이 똑같이 회색으로 변하니 말이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196,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2부에서는 아르카나르에 드리운 회색그림자의 구체적인 모습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돈 루마타가 왜 자신의 현실에 좌절할 수밖에 없는지, 그가 매순간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엿볼 수 있고요. 2주차까지의 독서내용을 얘기해보겠습니다. 1) 3장~5장까지 읽은 내용 중 기억에 남았던 부분을 얘기해주세요. 2) 돈 레바라는 인물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는 안톤의 분석처럼 역사에도 이름을 남기지 못할, 연구자들이 개입할만한 영향력이나 가치도 없는 흔한 권력자에 불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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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들을 가여워하지 않는다. 아니, 그들을 증오하고 경멸한다. 나는 방금 지나친 청년의 어리석음과 야만성을, 사회적 여건이라든가 가혹한 성장 환경이라든가 하는 요인을 이해하려면 얼마든지 이해해 줄 수 있지만, 지금은 저 청년이 나의 적으로,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의 적, 내 친구들의 적, 내가 가장 성스럽다고 여기는 것의 뚜렷한 적으로 보였다. 그리고 나는 그를 이론적으로, 〈전형적인 인물〉로서의 그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그라는 인간 자체를, 그의 인격을 증오한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184-185쪽,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그는 에스토르의 루마타가 될 수 없었다. 약탈과 폭음으로 이름을 떨친 가문의 피를 이어받아 20대 후손이 될 수 없었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163,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중세 수준의 행성에 지구의 인간들이 방문한다는 이야기를 다루는 또 다른 소설이 있는데요. 제임스 P. 호건의 <생명창조자의 율법>입니다. 다만 소재만 비슷할 뿐 이야기의 전개 방식이나 분위기는 마치 거울을 비춘 듯 정반대의 분위기인데요. <생명창조자의 율법>은 금속과 무기물로 이루어진 기계 지성 생명체들의 행성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곳의 문명도 시대의 한계로 인해 무지와 탄압에 가려져 있지만 <신이 되기는 어렵다>와는 달리 인간들이 적극적으로 외계에 접근하고 교류를 시도하는데요. 지켜봐야 하지만 무력함을 느끼는 이번 작품과 달리 제임스 호건의 소설은 지구와 원주민들의 이해관계와 욕망이 뒤얽혀 마치 한 편의 헐리우드 영화를 보는 듯한 분위기로 진행됩니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나중에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몇 가지 생각나는 문장들을 가져와 봅니다. 기계생명의 원주민이 실험과 추론으로 행성의 모양은 구球의 형태라는 걸 알아내지만 그 발견으로 인해 탄압받는 부분인데 비슷한 내용이 이번 작품에도 있죠.
생명창조자의 율법미래의 문학 8권. 장편소설 <별의 계승자>로 이름을 알린 작가 제임스 P. 호건의 1983년 작품이다. 냉전이 한창이던 1980년대의 시대상과 과학적 상상력을 절묘하게 융합시킨 제임스 P. 호건의 초기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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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님의 대화: 중세 수준의 행성에 지구의 인간들이 방문한다는 이야기를 다루는 또 다른 소설이 있는데요. 제임스 P. 호건의 <생명창조자의 율법>입니다. 다만 소재만 비슷할 뿐 이야기의 전개 방식이나 분위기는 마치 거울을 비춘 듯 정반대의 분위기인데요. <생명창조자의 율법>은 금속과 무기물로 이루어진 기계 지성 생명체들의 행성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곳의 문명도 시대의 한계로 인해 무지와 탄압에 가려져 있지만 <신이 되기는 어렵다>와는 달리 인간들이 적극적으로 외계에 접근하고 교류를 시도하는데요. 지켜봐야 하지만 무력함을 느끼는 이번 작품과 달리 제임스 호건의 소설은 지구와 원주민들의 이해관계와 욕망이 뒤얽혀 마치 한 편의 헐리우드 영화를 보는 듯한 분위기로 진행됩니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나중에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몇 가지 생각나는 문장들을 가져와 봅니다. 기계생명의 원주민이 실험과 추론으로 행성의 모양은 구球의 형태라는 걸 알아내지만 그 발견으로 인해 탄압받는 부분인데 비슷한 내용이 이번 작품에도 있죠.
"액체는 구체 위에서 제 형상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구체의 형상을 한 세계에는 메탄의 바다가 존재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러나 대양은 분명 존재하지 않습니까?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것입니까? 아니면 수천 명의 항해자와 여행자들이 환각에 빠진 것입니까?" 그는 강렬한 눈빛으로 로프베이엘을 쏘아보았다.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하겠는가, 대양을 부정하는 자여?" "답할 말이 없습니다." 로프베이엘은 울적하게 중얼거렸다.
생명창조자의 율법 p.102,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은화님의 문장 수집: ""액체는 구체 위에서 제 형상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구체의 형상을 한 세계에는 메탄의 바다가 존재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러나 대양은 분명 존재하지 않습니까?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것입니까? 아니면 수천 명의 항해자와 여행자들이 환각에 빠진 것입니까?" 그는 강렬한 눈빛으로 로프베이엘을 쏘아보았다.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하겠는가, 대양을 부정하는 자여?" "답할 말이 없습니다." 로프베이엘은 울적하게 중얼거렸다."
"이게 세계일세, 그루크! 먼지투성이 책 따위는 아주 잠시만 잊어보게나. 토굴에 틀어박힌 학자들이, 대양을 건너기는커녕 본 적도 없는 이들이, 산맥 너머는 보지도 못한 이들이 아주 오래전에 쓴 것 아닌가. 이 형상, 오로지 이 형상만이, 지금까지 기록된 모든 사실과 일치하는 것이라네. 접시 형태를 어떤 식으로 꾸며보아도 그렇게 말할 수는 없지. 그렇다면 어느 쪽 형상을 현실에 가까운 모습으로 받아들여야겠나?"
생명창조자의 율법 p.196,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은화님의 문장 수집: ""이게 세계일세, 그루크! 먼지투성이 책 따위는 아주 잠시만 잊어보게나. 토굴에 틀어박힌 학자들이, 대양을 건너기는커녕 본 적도 없는 이들이, 산맥 너머는 보지도 못한 이들이 아주 오래전에 쓴 것 아닌가. 이 형상, 오로지 이 형상만이, 지금까지 기록된 모든 사실과 일치하는 것이라네. 접시 형태를 어떤 식으로 꾸며보아도 그렇게 말할 수는 없지. 그렇다면 어느 쪽 형상을 현실에 가까운 모습으로 받아들여야겠나?""
"내게 남은 시간 전부를 사용해 설명한다 해도 그대는 이해하지 못하겠지, 그루크. 단 하나의 질문도 용납되지 않는 교육이 그대의 신념을 만들었지만, 내 신념은 가능한 모든 질문을 던진 다음에야 배울 수 있는 것이니까. 비판적 검토를 견뎌내지 못하고, 반대의 말은 단 한마디도 던질 수 없는 신념에 대체 무슨 가치가 있겠나?"
생명창조자의 율법 p.199,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은화님의 문장 수집: ""내게 남은 시간 전부를 사용해 설명한다 해도 그대는 이해하지 못하겠지, 그루크. 단 하나의 질문도 용납되지 않는 교육이 그대의 신념을 만들었지만, 내 신념은 가능한 모든 질문을 던진 다음에야 배울 수 있는 것이니까. 비판적 검토를 견뎌내지 못하고, 반대의 말은 단 한마디도 던질 수 없는 신념에 대체 무슨 가치가 있겠나?""
그러나 그들 옆에 서서 얼어붙은 채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티르그는 용의 하인들의 존재 자체도 거의 잊어버린 상태였다. 하늘 너머에서 이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지를 처음으로 목격한 상태였으니까. 세계는 구체였다. 그리고 그 너머, 그로서는 측량할 방도를 모를 정도로 드넓은 공간에, 어떻게 세어야 할지조차 알 수 없는 무수한 세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생명창조자의 율법 p.255,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아르카나르의 왕궁은 제국에서 가장 깨어 있는 곳에 속했다. 궁에는 학자들이 드나들었다. 물론 대부분이 허풍선이였지만, 개중엔 어쨌든 행성이 구체임을 밝혀낸 바기르 키센스키 같은 학자도 있었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169,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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