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12.신이 되기는 어렵다 - 스트루가츠키 형제

D-29
이들 모두가 똑같았더라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포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들은 인간이었다. 이성의 불꽃을 품고 있는 인간이었다. 아주 멀리 있지만, 도래하고야 말 미래의 불씨가 여기저기에서 끊임없이, 이들 민중 속에서 발하고 타올랐다. 그 무엇에도 불구하고 타올랐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여겨짐에도 불구하고. 박해에도 불구하고. 군홧발에 짓밟혔음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 그 누구도 이들을 원하지 않고 세상 모든 이가 이들 반대편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껏해야 경멸 섞인 반쪽짜리 동정심만 기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이 되기는 어렵다 p.211,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회색성은 잔인함 면에서는 인류를 중세로 돌려놓는 마지막 전투에 나서고 패배할 것이며 그 실재적인 힘은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213,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5장의 왕의 만찬에서 나오던 럼케이크가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 중세시대에는 성탄절을 기념하기 위해 무화과와 견과류, 꿀, 증류주를 넣은 무화과 푸딩(Figgy pudding)을 먹곤 했답니다. 무화과 열매를 와인에 넣고 끓이고 이걸 밀가루 반죽에 섞어 구워내는 방식인데요. 이것이 시간이 지나 럼을 만드는 캐리비안 제도의 나라들에서 럼케이크로 파생되었습니다. 럼케이크는 말린 과육을 체리향 브랜디나 럼주에 넣어 몇 달 동안 절입니다. 반죽은 설탕과 물을 넣고 카라멜 색깔이 날 때까지 끓인 뒤 과일절임을 넣어 모양을 잡고 구우면 럼케이크가 완성됩니다. 럼주를 직접 넣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럼케이크는 많이 먹으면 취할 수 있다고 하네요. 굉장히 수분이 많은 케이크인가 봅니다. 돈 타메오는 자신의 일화를 굉장히 유머스럽게 묘사했지만 아마도 돈 레바가 만찬장에서 벌인 이 '장난'은 자신의 잠재적인 정적이나 경쟁자를 찾아내려는 일종의 속임수 같네요.
무화과를 좋아합니다. 말린 것보다는 생과일을요. 여름에 전라도 영암에서 나오는 무화과를 사먹곤하죠. 곧 시즌이 다가오네요. ㅎㅎ 크리스마스 케이크로는 독일의 슈톨렌이나 이탈리아의 파네토네를 재미삼아 사서 먹곤 합니다. 럼케이크는 우리에겐 생소한 캐러비언 제도의 크리스마스 케이크라 그런지 먹어보기는 커녕 처음 들어보네요. 맛있겠어요!
나의 형제들이다, 루마타가 생각했다. 나는 당신과 같은 사람이며, 우리는 당신들과 피로 이어져 있다. 불현듯 그는 자신이 손바닥 위 이성의 반딧불이들을 수호하는 신이 아니라 형제를 돕는 형제, 아버지를 구하는 아들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214,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말이 없구나? 많은 이들을 죽여야 할 거야, 그렇지?’ ‘모르겠어. 많은 이들을 죽여야 할지도 모르지. 한 사람 그리고 그다음 사람을. 미래를 거부하면 모두 죽여야 할지도.’
신이 되기는 어렵다 p.214,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네가 혁명의 전략을 구축할 필요는 없어. 너는 그냥 죽여 버리고 싶은 것뿐이잖아.’ ‘그래. 그러고 싶어.’ ‘그런데 죽일 줄은 알고?’
신이 되기는 어렵다 p.215,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오늘 7장을 읽었습니다. 뭐라 할 말이 없어지네요. 다음 장을 읽기가 두렵기는 처음입니다. 원래는 8장까지 읽으려고 했으나 좀 쉬어가야 겠네요.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있군요.
루마타는 때때로 생각했다. 이 행성에서 열 살 넘은 사람들이 모두 사라져 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신이 되기는 어렵다 209쪽,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20만 명이다! 이들과 지구에서 온 방문자들 사이에는 어딘가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 이들은 비관적이었고 탐욕스러웠으며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히 환상적으로 이기적이었다. 정신적으로는 이들 대부분이 노예였다. 믿음의 노예, 자기 같은 사람들의 노예, 하잘것없는 욕정의 노예, 탐욕의 노예. 운명의 장난으로 이들 중 누군가가 주인으로 태어나거나 주인이 되더라도 이들은 주어진 자유로 뭘 해야 할지 모를 것이다. 그리하여 다시 노예가 되려고 애쓸 것이다. 부의 노예, 부자연스러운 낭비의 노예, 방탕한 친구들의 노예, 자기 노예의 노예. 이들 중 대다수는 아무런 죄가 없었다. 이들은 너무나 비관적이었으며 너무나 무지했다. 이들의 노예성은 비관과 무지에 기인했다. 그리고 비관과 무지는 다시, 또다시 노예의 기질을 낳았다. 이들 모두가 똑같았더라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포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들은 인간이었다. 이성의 불꽃을 품고 있는 인간이었다. 아주 멀리 있지만, 도래하고야 말 미래의 불씨가 여기저기에서 끊임없이, 이들 민중 속에서 발하고 타올랐다. 그 무엇에도 불구하고 타올랐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여겨짐에도 불구하고. 박해에도 불구하고. 군홧발에 짓밟혔음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 그 누구도 이들을 원하지 않고 세상 모든 이가 이들 반대편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껏해야 경멸 섞인 반쪽짜리 동정심만 기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이 되기는 어렵다 210-211쪽,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 말이 없구나? 많은 이들을 죽여야 할 거야, 그렇지?’ ‘모르겠어. 많은 이들을 죽여야 할지도 모르지. 한 사람 그리고 그다음 사람을. 미래를 거부하면 모두 죽여야 할지도.’ ‘그런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어. 독살을 하고 사제 폭탄을 던졌지. 하지만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어.’ ‘아니, 바뀌었어. 혁명의 전략은 그렇게 구축되는 거야.’ ‘네가 혁명의 전략을 구축할 필요는 없어. 너는 그냥 죽여 버리고 싶은 것뿐이잖아.’ ‘그래. 그러고 싶어.’ […] 루마타는 손바닥으로 축축한 이마를 감쌌다. 이렇게도 생각하고 저렇게도 생각해 보고 생각을 거듭하다가 결국엔 화약을 만들어 내는 거겠지……
신이 되기는 어렵다 214-215쪽,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절망적이다, 그가 생각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들을 관성적인 걱정이나 사고의 굴레에서 떼어 낼 수 없다. 이들에게 모든 것을 줄 수는 있다. 그러나 가장 현대적인 집에 살게 하고 이온 변화 과정을 가르친들 저녁이면 부엌에 모여 카드 노름을 하고 아내에게 바가지 긁히는 이웃 흉을 볼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돈 콘도르가 옳다. 수 세기에 걸쳐 전해지는, 검증된 불변의 전통과 법칙, 바보 중의 바보도 이해할 수 있는 법칙, 반드시 생각을 하거나 무언가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건 아니라는 군중심리의 전통과 법칙의 거대한 합에 비하면 레바는 별것 아닌 작은 오점에 불과하다. 그는 교과서에도 실리지 않을 것이다. 그는 <절대주의가 강화되던 시대의 중요하지 않은 협잡꾼>이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127,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기초 이론은 심리적 목적 지향성을 기본 유형에 따라 분류하지만, 실제로는 사람 수만큼 다양한 심리적 목적 지향성이 있으며, 권력은 누구에게든 주어질 수 있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131,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한 가지는 알겠다. 인간은 이성의 물질적 매개라는 것. 인간이 이성을 발전시키지 못하게 가로막는 것은 전부 악이라는 것. 그리고 악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하루빨리 제거해야 한다는 것. 무슨 수를 써서든?
신이 되기는 어렵다 pp.131~132,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화장실 청소를 하는 신에게 깨끗한 손을 기대하지는 않을 것 아닌가…… 그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생각하면 바보가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죽이는 것보다 낫다. 오물이 피보다 낫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132,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내일부터는 나도 씻지 말아야겠어. 그가 생각했다. 이곳에서는 신이 아니라 돼지가 되어야 한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142,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왜지?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어려서부터 배워온 우리 같은 자들, 인간, <인간>이라는 놀라운 생명체에 대한 존중과 신뢰는 어디로 사라진 건가?
신이 되기는 어렵다 p.184,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나는 이곳에 사람들을 사랑하기 위해, 이들이 곧게 서서 하늘을 보도록 돕기 위해 왔다. 아니, 나는 나쁜 정보원이다, 그가 반성했다. 나는 하등 쓸모없는 역사학자다. 나는 대체 언제 돈 콘도르가 말한 진창에 빠진 걸까? 신에게 동정심 말고 다른 감정을 가질 권리가 있기는 한가?
신이 되기는 어렵다 p.186,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어둠도 두렵소. 어둠 속에서 우리는 망령들의 지배를 받지요.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어스름이 두렵다오. 어스레할 때엔 모든 것이 똑같이 회색으로 변하니 말이요.”
신이 되기는 어렵다 p.196,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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