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12.신이 되기는 어렵다 - 스트루가츠키 형제

D-29
아까 언급한 앨런 무어의 글쓰기 비법에 대한 영상 링크입니다. 06:50초부터 시제 및 시점을 사용하는 방법을 예를 들어가며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는데요. 인칭에 대한 내용은 8분부터 보시면 됩니다. 꼭 글쓰기 목적이 아니더라도 작품의 감상에 있어, 작가들이 어떻게 글을 쓰는지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많이 되는 영상이라 한 번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JMy0itqv_o
몰입이 잘 되는 이유를 생각하다가 ‘밀착 3인칭‘ 시점의 문장 때문이 아닐까 하는데까지 생각이 미쳤다니 대단합니다. 링크해주신 앨런 무어의 강연도 잘 봤습니다. 정작 앨런 무어 작품은 주로 그래픽 노블로만 봐서 ’밀착 3인칭‘ 시점 문장이 잘 묘사되어 있는지는 눈치도 못 챘네요. 주말에 <브이 포 벤데타>와 <왓치맨>을 오랜만에 들쳐봐야겠네요.
루마타는 대의에 따라 이동하며 활동하는 거대한 CCTV인 것 같으면서 .. 그 안에 갈등하고 번민하는 ‘작은 인간’ 루마타가 존재하는 느낌이에요.
저자가 뭔가를 생각할 리 없다. 뭔가를 생각해 내기엔 아직 이르다. 그런데 저이 같은, 망치 만드는 대장장이 만 명이 분노한다면 누구든 없앨 수 있지 않은가. 그보다 간단한 게 어디 있는가. 하지만 그들에겐 아직 분노라는 감정이 없다. 공포뿐이다. 다들 자기만을 위하고 신만이 모두를 위하지.
신이 되기는 어렵다 265쪽,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잘 봐라, 친구들, 잘 봐 두라고, 루마타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생각했다. 이건 이론이 아니다. 이걸 본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다. 보고 듣고 영상화하라…… 자신의 시간을, 제기랄, 귀하게 여기고 사랑하고 이걸 겪은 자들의 기억에 고개 숙여 감사하란 말이다! 이 낯짝들, 젊고 멍청하고 공감 능력 없고 온갖 야만성에 익숙해진 이자들을 보라. 우쭐할 것 없다. 당신들의 선조라고 더 나았던 건 아니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279쪽,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악은 없앨 수 없소. 그 누구도 세상에서 악의 총량을 줄일 수 없소. 어느 정도는 자신의 운명을 개선할 수 있지만, 그건 언제나 타인의 운명을 타락시킴으로써만 가능합니다. 그리고 왕은 늘 있을 겁니다. 더, 혹은 덜 잔혹한 왕이 있을 것이고 더, 혹은 덜 야만스러운 남작들이 있을 것이고 무지한 민중이, 자신을 억압하는 자들은 경외하고 자신을 해방시켜 주는 자들은 증오하는 민중이 늘 있을 겁니다. 이 모든 건, 노예가 아주 잔혹한 주인일지라도 자유를 주는 해방자보다 자기 주인을 훨씬 더 잘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노예가 주인의 입장을 너무나 잘 이해해 줍니다. 반면 사사로운 이해에 휘둘리지 않는 해방자의 입장을 헤아리려는 사람은 거의 없지요. 인간이 이렇소, 돈 루마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렇고."
신이 되기는 어렵다 295쪽,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저도 이 문장 수집했어요. 정말 공감갑니다.
"자루를 쏟으면 그 안에 있던 알갱이들은 모두 같은 층위에 있지 않고 원뿔형 피라미드를 형성하오. 모든 알갱이들은 아래로 흘러 내려가지 않기 위해 다른 알갱이들을 딛고 있소. 인류도 마찬가지요. 인류가 통일체로 존재하려면 사람들은 서로에게 매달려 어쩔 수 없이 피라미드를 형성하고 있어야 하오."
신이 되기는 어렵다 296쪽,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이런 것도 가능하지 않겠소. 인간들이 무엇보다도 노동과 지식을 사랑하도록 하는 거요. 노동과 지식이 삶의 유일한 의미가 되도록!" '그래, 그건 우리도 시도해 보려고 했었다.' 루마타가 생각했다. '대중을 상대로 한 최면 감응,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재도덕화. 석 대의 적도 위성에서 시도하는 정신 교란……' "나는 그렇게 할 수도 있었습니다." 루마타가 말했다. "하지만 인류에게서 역사를 빼앗을 필요가 있을까요? 한 인류를 다른 인류로 바꿀 필요가 있을까요? 그건 한 인류를 땅에서 없애고 그 자리에 새로운 인류를 살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지 않습니까?"
신이 되기는 어렵다 299-300쪽,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나는 돈 레바를 죽일 거야.' '어째서?' '그는 내 형제들을 죽이고 있어.' '그는 자기가 뭘 하는지 몰라.' '그는 미래를 죽이고 있어.' '그는 잘못이 없어. 시대의 산물일 뿐이야.' '그러니까 그가 스스로 죄인이라는 걸 모른다는 거야? 하지만 그가 모른다는 사실이 뭐가 중요해? 내가, 이 내가 그가 죄인임을 아는데.'
신이 되기는 어렵다 214쪽,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책을 들고 외출을 하러 나왔습니다. 지하철 안에서, 계단을 오르다가 어느 새 다 읽었네요. 와. 어떤 의미에선 정말... 동구권 문학스러운 결말이었습니다. ‘이게 이렇게 된다고?’ 싶어서 다시 한 번 재독을 해볼까봐요. 에필로그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어떠한 비애마저 느껴졌습니다. 흥미로운 책이었어요. 본 독서모임에 참여하길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맙소사. 저희를 땅에서 제거하고 더 완전한 인류를 창조하시지요…… 아니면 저희를 내버려 두고 알아서 살도록 하는 게 더 좋겠나이다." "나는 동정심 때문에" 루마타가 천천히 말했다. "그냥 그렇게 내버려 둘 수 없습니다." 그때 그는 키라의 눈빛을 봤다. 키라는 공포와 희망이 담긴 눈길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300,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읽으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네요. 어제 출근하며 지하철에서 읽는데 뜬금없이 눈물 흘리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아 책을 덮었습니다. 이제 10장과 에필로그만을 남기고 있는데 한 편으로는 읽기가 두렵기도 합니다. 그래도 읽어야겠죠.
화제로 지정된 대화
벌써 일정의 마지막 주가 되었네요. 읽기 버거우면서도 눈을 뗄 수 없는 책입니다. 일정상 오늘부터는 결말까지 포함되는 관계로 중간중간 모임에서 언급될 수 있기에 들어오실 때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사실 코멘트를 안하고, 아니 못하고 있는게 200쪽 넘게 읽었지만 아직도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다는 점 때문인데요. 루마타가 결벽증(이게 정상이지만)에 높은 신분, 이상한 왕과 돈들...에 관한 내용밖에 읽히지 않아서요. 첫부분은 두번이나 읽었지만...잘 모르겠어요. 제 문해력이 이 정도일줄이야 ㅎㅎ 어쨌든 끝까지 다 읽어 보고, 다시 한번 훑어 보려고요.
저도 읽으면서 무슨 내용인가? 무엇을 말하려는 건아?? 정말 헷갈렸습니다. 다 읽고 나서야 전체가 그려지는 소설 인 것 같습니다.
오! 희망을 주셔서 감사해요~꼭 끝까지 읽을게요 ^^
그는 전문 반란가였고, 신의 자비로 복수하는 자였다. 중세에는 보기 드문 인물이다. 때로는 역사적 진화가 저런 강꼬치고기들을 탄생시켜 사회라는 심연에 풀어놓는다. 바닥의 플랑크톤을 먹어 치우는 살진 붕어들이 졸지 않도록…… 아라타는 루마타가 이곳에서 증오도, 가여움도 느끼지 않는 유일한 대상이었다. 피와 악취 속에서 5년을 산 지구인 루마타는 열에 들뜬 꿈속에서 스스로를 자주 아라타 같은 인물로 보았다. 이 세계의 악이란 악은 모두 겪은, 그 대가로 살인자들을 죽일 수 있고 형리를 고문할 수 있고 배신자들을 배신할 수 있는 고등한 권리를 부여받은 인물로 말이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 p.304,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여느 때와 같습니다. 나는 성기사단을 압니다. 1년이 채 못 되어 아르카나르 사람들은 도끼를 들고 문틈에서 나와 길거리에서 싸울 겁니다. 그렇게 되면 그들이 서로를 죽이지 않고, 눈앞에 보이는 대로 죽이지 않고 죽여야 할 사람을 죽이도록 이끌어야죠."
신이 되기는 어렵다 p.305,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아니요. 그 얘기를 할 겁니다. 나는 당신을 부르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 누구에게도 기도한 적 없습니다. 당신이 스스로 내게 왔단 말입니다. 당신에게는 그저 심심풀이였던 겁니까?"
신이 되기는 어렵다 p.307,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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