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조 온 미래

D-29
남의 것은 다 우습다 법원은 자기가 권위적이니까 같이 권위적인 정규 방송만 인정한다. 감히 법원에 난입한 영화감독을 용서할 수 없는 것이다. “너까지 게 뭔데, 감히 신성한 법정을 유린하고 모독하나?” 하는 것이다. 자기들의 가치가 언제나 최고인 것이다. 이렇게 인간은 남의 것을 우습고 하찮게 보는 경향이 있다. 뭐든 깊이 들어가면 어려운데 겉으로만-피상적으로만-보며 수박 겉핥기가 인간에게는 항상 나타난다. 이걸 알아야 한다. 인간은 다 내로남불이다. 자기가 하는 사랑은 아름다운 로맨스이고, 남이 하는 짓거리는 더럽고 역겨운 불륜이다. 이게 인간의 한계다.
그의 궁극이 뭔지 알면 쉽다 지금 글을 쓰면서도 어떤 궁극 목적을 갖고 쓰고 있다. 그러나 겉으로는 그 궁극 목적이 안 드러난다. “저 인간은 왜 저런 식으로 글을 쓰지?” 하지만 그 글의 방향은 한쪽으로 기울고 있다. 아무리 어렵게 쓴 글이라도 그 작가의 궁극을 알면 지금 그 어려운 글이 그렇게까진 어렵지 않을 것이다. 다 그리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이란을 공격하는 것은 핵을 못 만들게 하고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그런 것이라고 하는데, 더 중요한 이유는 이란이 그냥 밉기 때문이다. 자기 종교를 무시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트럼프의 행동과 말이 더 잘 이해가 간다. 그냥 단순히 핵에 대한 것이면 북한을 먼저 쳤어야 했다. 트럼프는 북한보단 이란이 훨씬 미운 것이다.
관리자는 책상머리에 앉아 연구하며 게으르게 하는 게 가장 좋다. 관리자는 머리로 일을 하는 것이다. 몸으로 하는 게 아니라.
남이 하는 것엔 별 관심이 없다. 자기도 남이 하는 것에 관심이 있나? 마찬가지다.
자기 것만 소중한 게 아니다 그것으로 먹고살고 그래서 그것이 거의 자신과 동일체(同一體)인 경우엔 너무나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지하철을 너무 오래 다녀-지하에서만 너무 오래 근무해-지겨운 감이 없는 것이 아니어서 스스로는 욕하면서도 외부에서 안 좋은 지하철 소식이 들리거나 막상 남에게서 부정적인 소릴 들으면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 일반적인 인상은 솔직히 트로트는 약간 느끼하고 지나치게 간드러져서 좀 얕다는 느낌이 안 드는 게 아니라서 그런지 <아모르 파티>, <테스형> 하면서 철학을 집어넣으려 한다. 오히려 그래서 그 말을 한 프리드리히 니체와 소크라테스가 저렴해지고 거기에 담긴 철학적 의미마저 저하되는 느낌이다. 트럼프가 돈은 벌 만큼 벌어 이제 됐으니까 노벨평화상으로 명예까지 얻으려 한다. 사람 욕심 끝이 없다. 그냥 그것에서 자기만의 재미만 느끼면 그만인 것을.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면 꼭 사달이 나는 법이다. 자기가 지금 그게 빈곤함을 스스로도 알아-너무 의미를 부여하려고 해서-거기에 어울리지도 않는 다른 것을 억지로 채워 넣으려 하니까 문제가 발생하는 거라 본다. 그렇게 되면 노벨평화상이, 그동안 쌓은 철학적 의미가 많이 훼손된다고 본다. 드라마 <스토브 리그>에서 “야구는 도루(盜壘) 등 남을 속여야 이기는, 가장 야비하고 비겁한 스포츠다.”라고 누가 말하니까 그것으로 밥 먹고 사는 사람들은 그에게 벌떼처럼 달려들어 그 말을 한 사람에게 그 말 취소하라고 강하게 항의한다. 그는 물매를 맞으면서도, “다른 스포츠도 그런 게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유독 야구가 그런 건 사실 아닌가.”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항변(抗辯)한다. 사람들 사이엔, 자기가 아끼는 것엔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상대적으로 남의 것은 우습게 보는 경향이 없지 않다. 종교도 유일신(唯一神)이면 너무나 자기 종교만을 사랑한 나머지 아닌 종교는 파괴해 없애버려야 하는 존재로 여긴다. 그래서 유사 이래 전쟁이 그칠 날이 없는 것 같다. 실은 인간 사회는 자기 것이 소중한 만큼 남의 것도 소중함을 알아야 평화가 유지되는 법인데 말이다.
DeepFake로 반친구들을 합성하고 유명 배우를 흉내 내는 것은 불법이라 못 그러는 것 같은데 유명 작가 글의 문체를 흉내 내 그 작가보다 더 인기를 끌면 어떻게 되는 건가. 지금은 유명 가수의 목소리를 합성해 유튜브에 올린 노래는 많이 있는 것 같은데.
나이들었다고 인생을 더 아는 것도 아니다. 여전히 인생을 모른다. 문학도 모른다. 그래 AI가 인간을 이길 수 없는 것 같지만, 하여간 나이 들었다고 인생을 더 많이 아는 것 같지도 않고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더 지혜로워지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유연하지 못하고 더 고집만 세질 수 있다. 다른 걸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이젠 자기가 옳은 것만 옳다고 생각한다. 그것만 경험했고 봐왔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게 세상의 전부라고 착각한다. 수용할 생각도 없고 배우지 않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접하지 않으면 그렇게 되고 만다. 전엔 그래도 농사일을 가르쳐 주고 해서 어른에 대한 대접이 남달랐는데, 솥에서 어른에겐 보리밥 쪽이 아닌 쌀밥을 더 퍼서 드렸다. 아랫목은 지금 경로석처럼 비어 있어도 앉질 못했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면 상대적으로 세월이 더 빠르다는 것은 잘 알 것 같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은 확실히 알 것 같다. 나이가 어느 정도 들기 전엔 실감하기 힘들다.
인간 사회엔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라고 하면 그 얘기를 하려고 했던 게 아닌데도 그것만 생각하고 물고 늘어지는 경향이 강하다.
지금 느낌대로 그냥 일상을 사는 게 낫다.
일본은 확실히 전통을 중시해서 한국처럼 아파트 공화국이 아니고, 음식도 모양을 중시해 한국처럼 막 비벼서 먹지 않는다. 음식을 만든 사람의 정성을 생각해 마구 흐트리지 않는 것이다. 한국 비빔밥인데도 양푼에 먹다 남은 온갖 반찬을 다 때려넣고 큰 숟갈로 크게 힘을 줘 사정없이 비비는 게 아니라 위만 살짝 젓가락으로 젓는다. 한국 비빔밥은 원래 그렇게 먹는 게 아니라고 해도 그런다. 먹는 입모양을 안 보이고 흘리면서 안 먹기 위해 밥그릇을 들고 먹는 것이다. 다 이유가 있다. 남에 대한 배려가 보이고 남에게 폐를 안 끼치려는 것이다. 후쿠시마 쓰나미 때도 자기 가족이 죽었는데도 자원 봉사하는 사람들한테 괜히 번거롭게 해서 죄송하다는 말을 할 정도다. 그런 걸 이상하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일단은 그 나라의 문화와 정서를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반도체가 한국에서 우수한 것처럼 불교도 정작 인도보단 다른 나라에서 더 인기를 끌었다.
분명한 것은 바둑은 스포츠이고 문학은 예술 쪽에 더 가깝다.
물론 텍스트를 다루는 도서관이지만 문학은 800으로 십진분류표에 있지만 스포츠의 한 지류인 바둑은 그게 어디에 속하는지도 잘 모른다. 한마디로 게임 자체가 안 되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바둑은 스포츠로서 이기는 게 최종 목적이지만 문학은 그 목적이 애매하다. 그저 한글을 아름답게 다루는 시가 목적일 수도 있지만, 그건 100가지 중 하나에 불과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문학은 동서고금 다 다루지만 바둑은 안 그렇다.
음식이건 낙시건 거기에 거의 인생을 바치면 자동으로 나름대로 어떤 철학이 생기는 것 같다. 농사도 그렇고. 그런데 인간은 그저 100년 남짓만 산다. 그걸 알아야 한다.
문학은 어떤 게 목적인지 모른다. 그러나 바둑은 승부가 우선 목적이고 그 다음이 예술, 철학이다.
저는 바둑을 예술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바둑도 씨름과 같은 것이다. 이만기나 이봉걸은 이기려고 씨름을 한다. 그 다음에, 이긴 다음에 예술 씨름이니 철학이니 하는 것이다. 바둑도 스포츠로서 같다. 너무 의미를 두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이다. 승부엔 관심 없고 오직 철학 바둑, 예술 바둑 이게 말이 되나. 문학은 안 그렇고 문학상을 못 받아도 자기 작품이 최고로 위대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또 그게 진실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 당신에 빛을 못 보다가 사후에 빛을 본 고전이 얼마나 많은가. 그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이게 문학의 가능성이고 AI와 대결할 수 있는 근거다.
기술이나 게임으로 봐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문학은 이런 건 있다. 현실이 맘에 안 든다. 울화가 치민다. 그래 속이 상해 글로 자기 이상을 구현한다. 그러면 현실이 좀 더 살기 쉬워진다. 현실에서 못 다 이룬 꿈을 가상에서나마 이루는 것이다. 허구의 세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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