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조 온 미래

D-29
일본은 확실히 전통을 중시해서 한국처럼 아파트 공화국이 아니고, 음식도 모양을 중시해 한국처럼 막 비벼서 먹지 않는다. 음식을 만든 사람의 정성을 생각해 마구 흐트리지 않는 것이다. 한국 비빔밥인데도 양푼에 먹다 남은 온갖 반찬을 다 때려넣고 큰 숟갈로 크게 힘을 줘 사정없이 비비는 게 아니라 위만 살짝 젓가락으로 젓는다. 한국 비빔밥은 원래 그렇게 먹는 게 아니라고 해도 그런다. 먹는 입모양을 안 보이고 흘리면서 안 먹기 위해 밥그릇을 들고 먹는 것이다. 다 이유가 있다. 남에 대한 배려가 보이고 남에게 폐를 안 끼치려는 것이다. 후쿠시마 쓰나미 때도 자기 가족이 죽었는데도 자원 봉사하는 사람들한테 괜히 번거롭게 해서 죄송하다는 말을 할 정도다. 그런 걸 이상하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일단은 그 나라의 문화와 정서를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반도체가 한국에서 우수한 것처럼 불교도 정작 인도보단 다른 나라에서 더 인기를 끌었다.
분명한 것은 바둑은 스포츠이고 문학은 예술 쪽에 더 가깝다.
물론 텍스트를 다루는 도서관이지만 문학은 800으로 십진분류표에 있지만 스포츠의 한 지류인 바둑은 그게 어디에 속하는지도 잘 모른다. 한마디로 게임 자체가 안 되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바둑은 스포츠로서 이기는 게 최종 목적이지만 문학은 그 목적이 애매하다. 그저 한글을 아름답게 다루는 시가 목적일 수도 있지만, 그건 100가지 중 하나에 불과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문학은 동서고금 다 다루지만 바둑은 안 그렇다.
음식이건 낙시건 거기에 거의 인생을 바치면 자동으로 나름대로 어떤 철학이 생기는 것 같다. 농사도 그렇고. 그런데 인간은 그저 100년 남짓만 산다. 그걸 알아야 한다.
문학은 어떤 게 목적인지 모른다. 그러나 바둑은 승부가 우선 목적이고 그 다음이 예술, 철학이다.
저는 바둑을 예술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바둑도 씨름과 같은 것이다. 이만기나 이봉걸은 이기려고 씨름을 한다. 그 다음에, 이긴 다음에 예술 씨름이니 철학이니 하는 것이다. 바둑도 스포츠로서 같다. 너무 의미를 두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이다. 승부엔 관심 없고 오직 철학 바둑, 예술 바둑 이게 말이 되나. 문학은 안 그렇고 문학상을 못 받아도 자기 작품이 최고로 위대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또 그게 진실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 당신에 빛을 못 보다가 사후에 빛을 본 고전이 얼마나 많은가. 그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이게 문학의 가능성이고 AI와 대결할 수 있는 근거다.
기술이나 게임으로 봐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문학은 이런 건 있다. 현실이 맘에 안 든다. 울화가 치민다. 그래 속이 상해 글로 자기 이상을 구현한다. 그러면 현실이 좀 더 살기 쉬워진다. 현실에서 못 다 이룬 꿈을 가상에서나마 이루는 것이다. 허구의 세계에서.
내가 또 천생의 글쟁이가 정체성이라 오늘도 이 책에 감사의 절을 여섯 번 올렸다.
지금 유흥업이 망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도 원인이고 MZ들이 돈이 없어 운동만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이 이제 선진국 소릴 들어 품위 있게 살려고 하는 것도 한몫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유흥 좋아하는 사람은 참 좋은 시절이다.
춤 추는 사람은 춤에 진심이다. 그는 그게 노후 대책이라고 한다.
사람은 그런 것이다. 한때 자기와 사귀었었는데 지금은 남과 사귄다는 소식을 들으면 마구 화가 나면 아직은 상대를 생각하고 관심이 있고 좋아한다는 증거다. 안 그러면 사귀거나 말거나 신경도 안 쓴다. 이게 인간이다.
세월의 빠름만은 알 것 같다 나이 들었다고 인생을 더 아는 것도 아니다. 여전히 인생을 모른다. 문학(文學)도 모른다. 그래 AI가 인간을 이길 수 없는 것 같지만, 하여간 나이 들었다고 인생을 더 많이 아는 것 같지도 않고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더 지혜로워지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유연하지 못하고 더 고집만 세질 수 있다. 다른 걸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이젠 자기가 옳은 것만 옳다고 생각한다. 그것만 경험했고 봐왔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게 세상의 전부라고 착각한다. 수용할 생각도 없고 배우지 않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접하지 않으면 그렇게 되고 만다. 전엔 그래도 농사일을 가르쳐 주고 해서 어른에 대한 대접이 남달랐는데, 솥에서 어른에겐 보리밥 쪽이 아닌 쌀밥을 더 퍼서 드렸다. 아랫목은 지금 지하철 경로석처럼 비어 있어도 앉지 못했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면 상대적으로 세월이 더 빠르다는 것은 잘 알 것 같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은 확실히 알 것 같다. 나이가 어느 정도 들기 전엔 실감하기 어렵다. 금방 늙고, 나이 들수록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간다. 새롭고 신기한 건 없고 이미 다 봤다고 생각해 그렇다. 실제로도 그렇고. 나이가 어릴수록 신기한 것 천지지만. 나이가 들면 그야말로 모든 게 주마간산(走馬看山)이다. 다 헛되고 허무함이 엄습해 온다. 시간이 빠르다는 건 확실히 알 것 같다.
일본 문화 일본은 확실히 전통을 중시해서 한국처럼 아파트 공화국이 아니고, 음식도 모양을 중시해 한국처럼 막 비벼서 먹지 않는다. 음식을 만든 사람의 정성을 생각해 마구 흩트리지 않는 것이다. 한국 비빔밥인데도 양푼에, 먹다 남은 온갖 반찬을 다 때려 넣고 큰 숟갈로 크게 힘을 줘 위아래로 사정없이 섞으며 비비는 게 아니라 위만 살짝 젓가락으로 젓는다. 한국 비빔밥은 원래 그렇게 먹는 게 아니라고 해도 그런다. 먹는 입 모양을 안 보이고 흘리면서 먹지 않기 위해 밥그릇을 들고 먹는 것이다. 다 이유가 있다. 남에 대한 배려가 보이고 남에게 폐를 안 끼치려는 것이다. 후쿠시마 쓰나미 때도 자기 가족이 죽었는데도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괜히 번거롭게 해서 죄송하다, 는 말을 할 정도다. 그런 걸 이상하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일단은 그 나라의 문화와 정서를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배보다 배꼽 바둑도 씨름과 같은 것이다. 이만기나 이봉걸은 이기려고 씨름을 한다. 그다음에, 이긴 다음에 예술 씨름이니 철학이니 하는 것이다. 바둑도 스포츠로서 같다. 너무 의미를 두면 배보다 배꼽이 클 수도 있다. 승부엔 관심 없고 오직 철학 바둑, 예술 바둑 이게 말이 되나. 문학은 안 그렇고, 문학상을 못 받아도 자기 작품이 최고로 위대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또 그게 사실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 당신엔 빛을 못 보다가 사후에 빛을 본 고전이 얼마나 많은가. 그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이게 문학의 가능성이고, AI와 한번 겨뤄볼 만한 이유다.
타이즈/타이츠 ‘주로 발레나 체조 따위를 연습할 때 입는, 몸에 달라붙어 꼭 끼는 하의’나 ‘주로 어린이들이 방한용으로 신는, 허리까지 오는 긴 양말’은 뭐라고 부를까. 대부분의 옷 가게에서 ‘타이즈’라고 잘못 적혀 있는 단어의 적합한 표기는 ‘타이츠’다. 영어로 tights이기 때문이다. ‘타이츠’라고 물론 국어사전에도 실려 있다. 큰 거울 앞에서 타이츠를 입은 학생들이 발레 연습을 하고 있다.
<모자무싸> 5, 6회를 보고 나는 <모자무싸> 5, 6회를 보고, 다음 3가지를 알아보는 데 성공했다. 『이런 날 있고, 저런 날 있고』 제목의, 황진만이 자신의 시집을 변은아에게 주면서 ‘힘 있는 엄마가 되시길’이라고 책날개에 써서 준다. 그 전에 황진만이 밥상머리에서 시인답게, 쉽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인생의 목적이 뭐야,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어떤 인간이 되겠다, 그런 목적?”하니까 변은아가, “힘 있는 엄마요. 돈 있고 빽 있어서 힘 있는 거 말고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고요한 중심에 서 있는 그래서 옆에 있는 사람도 안심하게 해주는 그런 엄마, 그런 여자가 될 거예요. 저희 할머니처럼.” 그건 아마도 변은아가 엄마(오정희)에게 어릴 때 버림받아 자기 아이에겐, 그렇게 버려서 힘이 안 되던 엄마가 아니라 언제나 곁에서 힘이 되어 지켜주는 엄마가 되어주리라는 목적에서 그런 인생의 목적을 황진만 시인에게 답변으로 내놓은 것 같다. 그리고 시집 제목에서 연상되어 말하는 건데, ‘이런 날 있고, 저런 날이 있는’ 것이다, 사는 게 다, 그게 인생 아니겠나. 그다음에 내게 다가온 것은 8인회에서 늙으면 글이 더 이상 안 나온다고 하는데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꾸준히 읽고 생각하고 뭔가를 자꾸 표현하다 보면 늙어 나이가 들어도 글은 계속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게 세상에서 마음에 안 들어 하는 것이라도.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쓰고 싶은 마음’이 일면 계속 쓸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젊어도 이게 없으면 안 되는 것이고 오히려 나이 들어 그 분야의 축적이 쌓이면 그걸 바탕으로 더 잘 쓸 수 있다고 본다. 그동안 쌓인 게 있어야 자기만의 창조력도 나오는 것이고. 그리고 언어엔 한계가 많다. 맛에 대한 표현도 그렇고 색깔도 분명 다른 색인데 언어로는 파랗다, 노랗다, 하나로만 뭉뚱그려 표현한다. 사람의 감정도 그런 것 같다. 언어로 자기 마음을 표현하기 힘들고 그런 자기 마음과 같은 사람이 있는 것 같지도 않은 이 세상에서 이런 내 마음은 혼자만 갖고 있는 것 같고, 그래서 나와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어 나를 도와줬으면 하는, 아니 그런 사람이 나 말고 또 있다는 것 자체가 내겐 큰 위안과 도움이 되는 그런. 황동만과 변은아의 감정 워치에서 ‘알 수 없음’이 둘만 뜨는데 그걸 알아보니 변은아는 엄마가 자기를 방치한 것에서 오는 그 버려짐으로 교실에 덩그러니 혼자만 남아 있을 때 주변에 아무도 없어 자기를 누가 좀 도와주었으면 하는 호소이고, 황동만은 형 황진만이 어린 딸, 황영실을 버린 죄책감에서 오는 현실을 견디지 못해 자살을 자꾸 기도(企圖)할 때 동생인 자신이 간신히 구할 때 남들이 이를 같이 도와주었으면 하는 간절함이 ‘알 수 없음’이라는 감정 워치로 나타난 것 같다. 그런 것에서 황동만과 변은아는 같은 감정, ‘알 수 없음’을 우연히 서로 발견하고 공유해, 말을 안 해도 “이미 충분히 도와주고 있어요.”라고 변은아가 말하는 것이다. <모자무싸> 5, 6회 ● 인생의 목적-힘 있는 엄마가 되는 것 ● 계속 쓸 수 있는 건 쓰고 싶은 열정이 중요 ●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그는 이미 내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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