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낯선 동행자

D-29
K여자에게 K남자가 제일 K여자에 대해 탁 까놓고 얘기해 보자. 알고 보면 다 경제적 논리다. 결국 자기 편하자는 거다. K여자에게 한국 남자가 결혼 1순위다. 그래도 말이 제일 잘 통하고 K드라마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K남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여자들에겐 결혼 1순위다. 아니 일본뿐 아니다. 여자는 여자가 꼬이는 남자를 절대 싫어하지 않는다. 다른 여자를 통해 검증이 이미 끝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K여자는 일본보단 중국 남자를 결혼 상대로 마지못해 고른다. 중국은 한국에서 그렇게 이미지가 좋지가 않지만. 그 이유는 일본이 더 선진국이고 중국처럼 독재도 아닌데 여자에게 막하기 때문이다. 들어보니 사랑한다는 말을 평생 한 번도 안 하기도 하고 일주일에 한 번 연락하고, 이건 한국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일본 여자는 무거운 짐을 들고 아이도 업고 술자리에서 무릎 꿇고 앉아 남자에게 술 시중을 들고 고기를 자르고 속과는 다르게 계속 웃는 얼굴로 있어야 하고, 한국 남자들이 알아서 하는 걸 일본 여자들이 한다. 거기다가 여자력을 갈고닦아야 한다. 이러니 일본 남자가 좋겠나. 그러나 K남자는 일본 여자를 좋아한다. 집에 돌아오면 한국처럼 남과 비교당하지 않고 해주는 것 없이 해달라는 것만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살림에 집 없이도 같이 벌어 나중에 장만할 생각을 하고 알뜰하고 절약 정신이 몸에 배 있고 너무 당연한 게 아니라 고맙다고 감사의 표시를 하고 목욕물을 준비해 놓고 저녁밥을 대령하고 아침 도시락을 정성 들여 싸준다. 자, 성평등 그런 거 따지기 전에 일단 한 인간으로서 지금 여기 현실에서 통하는, 과연 누굴 택할 것인지 생각해 보자. K남자 입장에서 자길 존중하는 것 같지도 않고 그래도 한 가정을 책임지려고 자존심 내려놓고 밖에서 힘들게 일하고 왔는데, 이걸 인정해 주기는커녕 몰아세우고 쪼기만 하고 집에 와도 반기지도 않고 자긴 종일 독박 육아했다며 똑같이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친구들이 결국 그렇게 되면 퐁퐁남으로 남게 된다는 충고가 아주 선명하게 와닿게 되는데, 과연 이런 여자와 제대로 살아가겠나. K남자는 세계적으로 인기가 올라가고 있지만 K여자는 결혼 시장에서 그 값어치가 점점 내려가고 있는 추세다. 솔직히 좀 사납고 독한 게 사실 아닌가. K엄마들이 또 K딸들을 그렇게 기르기도 하고. K여자는 가혹한 K문화와 치열한 경쟁이 낳은 희생양이다. 절대 싸우고 싶진 않지만, 이게 싸움이라면 결국 부드러움이 이긴다. 원래 세상 이치가 그렇다. 억센 사람을 떠나 다감한 사람에게 가기 때문이다. 전자는 사람을 떠밀지만, 후자는 흡수하기 때문이다.
금기시되는 대세가 맞는 것만은 아니다. 대중은 대개는 어리석다.
냉소가 더 잘살 수도 냉소적이고 시니컬하다고 하지만 그게 실은 진실된 실상인 경우가 더 많다. 세상, 아니 인간과 그가 이루는 세상을 일단은 의심해 보는 것이다. 희망만 품게 하면 좌절에 더 깊이 빠진다. 인생은 고해(苦海)라 깨닫고 그것에 부정적이면 기대가 덜해 절망도 그에 비례해 덜 한 법이다. 오히려 세상의 실상과 진실을 아니 더 잘 헤치며 살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아니 울고 싶었다.
그때 이어서 내리는 사람들 틈으로 한국인인 듯한 남자가 보였다.
혜성은 내성적인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길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 정도로 적극적이지도 않았다.
"정말요!?"
최소한 이 낯선 도시에서 경계하지 않아도 될 사람으로 여겨졌다.
그런 혜성의 반응에 길우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뭔가 더 따뜻한 대답을 기대했지만 길우는 담담하게 인사한 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스페인하면 너무 멀고 낯선 곳인데 안 그렇게 잘 쓰고 있다.
결혼과 정치는 현실이다.
한국어로 거의 모든 발음을 표현한다고 하는데 영어로도 그런 것 같다.
문자와 실제 음이 거의 일치하는 문자가 세상에 있을까. 한글도 실은 문자와 인간 소리가 많이 차이가 난다. 그래서 맞춤법이 어려운 것이다. 실제 소리와 문자가 다르게 쓰이기 때문이다.
그 친구가 사기 친 거 같은데요?
"네? 사기요?"
일본 드라마는 잔뜩 이란 말이 아주 자주 나온다.
그런 걸 보면 전 신은 없는 거 같아요.
신문도 이제 한물 간 것 같다. 중앙일보인데도 토요일 판에 오자가 막 나오고 그런다.
지효가 안전하길 빌었고, 자신의 여행이 무사히 끝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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