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4. <아버지의 시간>

D-29
연해님의 대화: 개인적으로는 『어머니의 탄생』보다 『아버지의 시간』이 더 흥미롭고 좋았습니다:) (아니면 얇아서 그런 것일 수...)
저두요. 아버지의 양육에 대한 책은 커녕 연구도 그동안 너무 없었기 때문인지 참신하고 흥미로웠어요.
이러한 일반화는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맞다고 할 수도 없다. 이를 지지하는 사례도 있지만 반박하는 다양한 상황과 예외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어떤 주장이 자주 반복되어 진리인 양 취급되다 보면, 반대되는 주장을 하는 것은 금기시되곤 한다.
아버지의 시간 - 남성과 아기의 자연사 338쪽, 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 김민욱 옮김, 박한선 감수
근데 삼비아의 성인식에 대한 내용이 인용된 Herdt의 책은 다소 논란의 여지가 많은 책이라긴 한데 고대 그리스에도 비슷한 풍습이 있어서 인간 문화는 참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걸 새삼 깨닫네요..;;
처음에는 권력자의 번식 성공에 대한 유전적 발견이 '침팬지적' 원시 인간에 대한 가정을 더욱 그럴듯하게 보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것은 허버트 스펜서의 유명한 표현인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에 매우 부합해 보였다. 하지만 이와 반대되는 수많은 인간 사회의 사례를 우리가 알아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플라이스토세와 그 이후 수천 년 동안, 이 장에서 설명된 일부 사회처럼, 인간은 다양한 방법으로 질서를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우선순위 또한 다양했으며, 일부 사회는 다른 사회보다 훨씬 더 아동 복지에 초점을 맞추는 특성을 보였다. […] 요컨대, 사람들이 언제나 그리고 어디에서나 부계적, 가부장적 조직 사회에서 살며 이웃 집단과 지속적으로 갈등을 겪어야 했던 것은 아니다. 또한 우리가 보았듯이 부성 확실성이 항상 자녀를 돌보기 위한 필수 조건이었던 것도 아니다.
아버지의 시간 - 남성과 아기의 자연사 340-341쪽, 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 김민욱 옮김, 박한선 감수
저번에 읽은 책은 Mother Nature, 이번에는 Father Time.. 뭔가 '자연'이라는 개념도 '시간'이라는 개념도 갈 수록 상대적인 것으로 변화해 가는 것을 보면 모성애나 부성애, 부모나 가족 등에 대한 개념도 달라지고 있는 것 같네요.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걱정이 되는 것은 우리 나라의 상황인데요.. (그러고보니 한국의 줄어드는 출산율에 대한 언급이 잠시 있었죠) 출산율이 줄어들고 여성의 사회진출은 늘어나는 반면 여전히 학교 총회 등 학부모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도 부모 양육에 대한 책들도 아버지보다 어머니를 겨냥하는 게 많고 성역할이 비교적 고정된 한국 사회는 아버지의 육아가 늘어나는 것보다 결혼 및 출산이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것 같아서 이 책이 미국 중심적인 트렌드를 다루었다면 우리나라의 변화나 방향에 대한 책을 읽어보고 싶네요.
borumis님의 대화: 한글판이 저희 도서관에 없어서.. 감수자가 어떻게 쓰셨을지 궁금해지네요!
@borumis 조금 못 되게 쓰셨어요. 굳이 자연에 부성 본능이 있는지, 그 진화적 흔적을 찾는 게 의미가 있느냐. 자연주의 오류의 변형 아니냐, 이런 시각이요. :) (거칠게 요약했고, 저는 왠지 훑어만 보시고 쓰신 느낌이 강하게 들었답니다.)
연해님의 대화: 저도 오늘 완독했습니다:) @오구오구 님 말씀처럼, 『어머니의 탄생』을 먼저 읽어 그런지 이번 책은 더 술술 잘 읽히더라고요. 12장은 @YG 님 말씀처럼, 지금까지 해온 이야기를 다시 정리하는 부분이라 좋았고요. '감수자 해제'도 비판적인 시각이라 새롭기도 했습니다. 근데 읽으면서 제목은 아버지의 시간이지만, 담긴 내용은 여성이 주인공 같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남성을 분석하는 듯하지만 돌고 돌아 중심이 계속 여성인 것 같달까요(뭐 그래서 더 편안하긴 했지만).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남성이 '평판'을 중요시한다는 것도 알았어요. 이를테면 남들에게 보여지는 이미지 같은 것? 여담이지만, 얼마 전에도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여성인 저는 이별을 통보했을 때, 상대가 내 집에 찾아올까 두렵다는 말을 했지만 반대로 남성인 그 친구는 집에 찾아오는 건 상관없는데, 회사 앞으로 찾아올까 두렵다고 하더라고요. 회사에 이상한 소문이 나는 게 싫다고. 저는 오히려 회사 앞이면 지켜보는 눈이 많아 안전하지 않나? 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아주아주 지극히 개인적인 일화일 뿐) 물론 이게 성별에 국한되는 건 아니겠지만, 관계적인 측면도 더 넓게 바라보는구나, 싶었습니다. 사회적 위치 같은 것일 수도 있겠고요.
그런 일이 있었군요. 이러니 함부로 연애도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남자들이 의외로 쿨하지가 못한 것 같습니다. 저도 호랭이 담배 피던 시절이긴 합니다면 교회 청년부 시절에 어떤 남자가 뜬금 없이 전화를 해서 울엄마한테 저와의 교재를 허락해 달라고 한 적이 있어 황당했습니다. 전 전혀 본 적도 만난 적도 없는데 그 남자는 어디 먼 발치서 저를 봤나보죠. 엄마는 뭣도 모르고 허락하고 말고 할게 뭐 있겠냐고 그러고. 이럴 땐 정말 히잡이라도 쓰고 다녀야 하나 찝찝한 생각이 한참 갔습니다.
연구자들이 나중에 아기가 우는 소리를 들으며 아버지의 신경 반응을 MRI로 스캔했을 때, 더 많은 시간 동안 아기와 직접 접촉한 ‘포대기’ 그룹의 아버지의 편도체 등 뇌 영역이 더 많이 활성화되었다. 흥미롭게도,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낸 아버지가 가장 강한 반응을 보였다. 세상을 더 위험한 곳으로 여겼기 때문일까? 아기에게 더 많은 경계와 보호가 필요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아버지의 시간 - 남성과 아기의 자연사 165p, 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 김민욱 옮김, 박한선 감수
시간이 흐르면서 관대하고 양육에 도움이 되는 수컷을 선호하는 '사회적 선택'이 공격적인 수컷을 선호하는 '성선택'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마치 진화적으로 특이한 기회 영역이 생성된 것과 같은데, 이 영역에서 오랫동안 잠재되어 있던 신경회로가 활성화되어 수컷 돌봄이 나타날 기회가 생겼고, 그 결과 모든 포유류 중에서 가장 협력적이고 친사회적 수컷 중 일부가 탄생했으며, 새끼가 성장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이 조성되었다.
아버지의 시간 - 남성과 아기의 자연사 210p, 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 김민욱 옮김, 박한선 감수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자손을 보호하고 돌보는 것은 남성의 타고난 본성으로 경쟁,싸움,영아살해와 마찬가지로 인간 진화의 일부였다. 하지만 포유류에서 이 양육 본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특수한 환경이 필요했다. 이는 최근까지 수컷이 거의 마주하지 못한 환경이었다. 영장류 진화 과정에서의 우연한 사건, 호미닌의 양육필요성, 역사적 상황, 현대 인류의 주요한 문화적 혁신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 독특한 본능이 발현되기 해서는 적절한 우연이 겹치는 행운이 따라야만 했다.
아버지의 시간 - 남성과 아기의 자연사 411, 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 김민욱 옮김, 박한선 감수
저도 오늘 완독하였습니다. 물고기 시절 부터 가지고 있던 수컷의 양육 본능이 인간 포유류에게 발현되기 까지 여러 우연들이 만나면서 21세기 까지 남성의 양육 잠재력이 다시 깨어 나고 있다. 고 이해하며 마무리 했습니다. 정말 흥미롭고 다시금 유익한 독서 시간이었네요. 감사드립니다.
향팔님의 대화: 저도 이달 벽돌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다는 말>을 병독했는데 서로 겹치는 대목도 있고 해서 더 좋았어요. 책 자체도 참 감탄스러웠습니다. 작고 얇은 책이지만 내용은 아주 깊고, 곰곰이 제 머리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속지 않는 연습이랄까, 평소 별다른 생각없이 그냥 원래 그런갑다 하면서 되풀이한 믿음들을 뒤엎어 준다고 할까요.
네 맞아요, 교보문고에서 그냥 가볍게 집어들어 읽다가 너무좋아서 바로 사왔습니다. 자연스럽다와 비자연스럽다를 구분하는 그 구분에는 어떤 생각.기준들이 담겨있다. 저도 잘 읽어 보겠습니다.
오구오구님의 대화: 어머 이야기 읽으니 갑자기 저도 떠올랐어요. 제 친구 헤어진 남자가 회사에 찾아와서 난동부렸던것이요. ㅋㅋ 지금으로치면 진짜 심각한 스토킹이었는데, 과거 야만의 시대에는 그냥 웃으면서 넘어갔고, 한달정도 제가 친구 자취집에서 같이 지냈던 기억이 있어요 ㅎㅎㅎㅎ
으악, 정말 야만의 시대네요. 직장에서 난동이라니...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제 지인 중에도 전 남자친구가 스토킹을 너무 심하게 해서 이사 하고, 지방에 살고 계시던 부모님 댁에 내려가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야만의 시대를 지나왔음에도 여전히 이런 일들이 있다는 게 서글퍼요. 만날 때만 해도 한없이 다정한 사람이었다는데 말이죠.
YG님의 대화: @연해 @오구오구 두 분 말씀 들으니 제가 아주 예전 직장에서 팀장으로 있으면서 사내 이런저런 일을 조정할 때 일화가 떠오르네요. 후배가 사내 연애 삼각관계(요즘으로 따지면 사내 환승 연애)의 주인공이었는데; 상대 남성(한 명은 제 기준 선배, 한 명은 후배)들이 자꾸 집에 와서 문을 두드리고 소리를 지른다고 상담 요청을 한 적이 있었어요. 역시 야만의 시대였던지라 제가 다른 여선배랑 함께 조용히 타일러서 무마했습니다만; 저로서는 이해가 안 되는 일인데 의외로 그런 일이 많다는 걸 알게된 경험이었죠;;;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일이네요. 사내 환승 연애라니, 삼각관계라니! YG님이 중간에서 고생이 많으셨겠어요. 이런 걸 보면 사랑이란 감정은 대체 뭘까, 뭐길래 멀쩡한(?) 사람조차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하는 걸까 싶습니다(어질어질).
borumis님의 대화: 저두요. 아버지의 양육에 대한 책은 커녕 연구도 그동안 너무 없었기 때문인지 참신하고 흥미로웠어요.
참신하다는 말씀 공감합니다.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모성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접한 것 같은데, 부성에 대한 이야기는 접할 기회가 부족했다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아빠에게도 목소리를 달라!
stella15님의 대화: 그런 일이 있었군요. 이러니 함부로 연애도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남자들이 의외로 쿨하지가 못한 것 같습니다. 저도 호랭이 담배 피던 시절이긴 합니다면 교회 청년부 시절에 어떤 남자가 뜬금 없이 전화를 해서 울엄마한테 저와의 교재를 허락해 달라고 한 적이 있어 황당했습니다. 전 전혀 본 적도 만난 적도 없는데 그 남자는 어디 먼 발치서 저를 봤나보죠. 엄마는 뭣도 모르고 허락하고 말고 할게 뭐 있겠냐고 그러고. 이럴 땐 정말 히잡이라도 쓰고 다녀야 하나 찝찝한 생각이 한참 갔습니다.
@stella15 님 글 읽고도 뜨악했습니다. 다짜고짜 전화해서 교제를 허락해달라니 이건 또 무슨 일일까요. 히잡이라도 쓰고 다녀야하냐는 말씀에 웃음 터졌습니다. 저는 악취를 풍기고 다니면 좀 나으려나, 진지하게 고민했던 적이 있어요. 근데 비단 여성들에게만 일어나는 일도 아니더라고요. 남자 지인 중에도 여성이 스토킹을 심하게 해서 곤혹을 겪은 분이 계시거든요. 심지어 상대는 본인이 여자니까 전혀 위협적이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것 같은데, 이것도 문제인 것 같아요. 성별 불문, 다들 자신의 감정만 밀어붙이지 않았으면... 에휴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5월 29일 금요일은 '나가는 말'과 '감수자 해제'를 읽습니다. 감수자 박한선 교수님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진화인류학자이고 좋은 책도 많이 내신 선생님입니다. 저랑은 코로나 팬데믹 때 방송에서 여러 차례 함께 토론했던 선생님이기도 합니다. 박한선 선생님께서 '감수자 해제'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제 식으로 거칠게 정리하면 부성애의 근원을 굳이 자연이나 진화에서 찾으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설사 인류가 21세기 들어서 보이는 부성애가 자연이나 진화에서 있지 않더라도, 그것이 우리에게 좋은 방향이라면 마땅히 장려하고 실천해야 할 것일 뿐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서 허디의 책을 자연주의 오류에 대한 열망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전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저는 다른 허디가 이 책에서 보여줬듯이 '과연 부성애는 진화와 무관하거나 혹은 반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아요!' 라는 답해보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허디가 이 책을 서술하는 과정에서 자연주의 오류와 거리를 두려고 노력했고, 이 정도면 충분히 균형잡힌 연구와 서술이라고 생각해요. 여러분의 생각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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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5월 『아버지의 시간』 읽기를 마무리합니다. 5월은 특히 분주한 달인데, 다들 완독하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이번에 참여하신 분들은 대체로 작년(2025년) 5월에 『어머니의 탄생』을 함께 읽었던 분들 같아서 더 뜻 깊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함께 읽을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허디가 중간에 펴낸 『어머니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이도스)도 꼭 읽어보세요! 앞으로 6일 정도 이 모임은 더 열려 있으니 뒤늦게 따라오신 분들도 마저 읽으시면서 감상 나누고 수다도 떨고 그래요. 6월 벽돌 책 모임은 6월 4일부터 시작합니다. :)
어머니, 그리고 다른 사람들 - 상호 이해의 진화적 기원미국의 저명한 인류학자이자 영장류학자인 세라 블래퍼 허디의 책이다. 다윈 이래로 진화생물학 전반에 깔린 여성에 대한 편견을 깨는 데 일생을 바쳐온 허디는 이 책에서 ‘남성 사냥꾼 그리고 섹스 계약 패러다임’이라는 진화론의 고정관념을 송두리째 뒤흔든다.
“남자,여자,동물 너나 할 것 없이 뇌 속의 버튼 하나만 누르면 모두들 아기를 돌보는 법을 알고 있는 상태가 된다” / 캐서린 뒤락
아버지의 시간 - 남성과 아기의 자연사 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 김민욱 옮김, 박한선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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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da님의 문장 수집: "“남자,여자,동물 너나 할 것 없이 뇌 속의 버튼 하나만 누르면 모두들 아기를 돌보는 법을 알고 있는 상태가 된다” / 캐서린 뒤락"
하지만 이 모든 이질적인 요소들이 맞물려 작용한 결과, 일부 보조 양육자 남성은 아기와 지속적으로 친밀한 접촉을 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에 처하거나 자연스럽게 접촉하게 되는 환경에 놓이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접촉이 일정수준을 넘어 임계점을 지났을 때, 남성들의 신경생리학적 변화가 촉진된 것이다.
아버지의 시간 - 남성과 아기의 자연사 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 김민욱 옮김, 박한선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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