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4. <아버지의 시간>

D-29
안 그래도 산부인과에서 일하는 지인이 오늘도 12명 분만 하는데 1명만 자연분만이라고 해서, 저 애기 낳을 때랑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을 했어요(아님 저만 혼자 착각한 것일 수도). 그 분 말로는 나올 준비 안 된 아기들(산모와 의료진만 준비완료)을 수술로 꺼내는 거라 아이들 표정이 그야말로 황당함 그 자체라고 하더라고요. 자연분만을 맹신하시는 건 아니지만, 좀 놀랐어요. 요즘엔 굳이 힘들게 아기를 낳아야 하나 하는 생각들 때문에 제왕절개를 선호한다네요.
그렇군요~ 아기 면역에 좋다는 설도 있고 아니라고 하기도 하고 여러 소문들이 있더라구요. 약간 산모에게 압박으로 느껴질 것 같기도 하네요..
그런데 제가 너무 성급하게 얘기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시간 지나면 잊어버릴 것 같아 일단 생각 나는대로 씁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려니까 문득, 예전에 90년대 또는 2천년 초까지도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역대급 베스트셀러였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저도 당시 책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확실히 기억은 안 나는데 재미없어서 읽다 말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암튼 이 책은 알다시피 여자와 남자가 어떻게 다른가를 보여주면서 그 속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살 것이냐에 촛점을 맞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재미를 못 느꼈던 건, 살아가면서 남자와 여자가 다른 것 보단 비슷한 면들이 더 많은 것 같고, 실제로 후에 남자와 여자는 어떻게 같은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기도 했습니다. 어찌보면 이 책도 그에 대한 일환은 아닐까 합니다. 이 책이 흥미롭게 씌여진 건 사실이지만 저자가 좀 강하게 밀어 붙히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분명 남자에게도 양육본능이 있긴 하겠지만 그걸 어디까지 봐줘야 할지, 과연 생물학적 측면으로만 봐도 되는 건지, 반대로 과연 이 양육본능이란 건 정말 여자에게만 있거나 더 많다고 봐도 되는 건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대체로 어미가 새끼를 돌보긴 하지만 어떤 동물은 정말 아비가 양육을 도맡는 종도 있더군요. 반대로 얼마 전 친모가 생후 몇 개월도 되지 않은 아이를 죽여 구속된 사례도 있고, 점점 아기를 낳지 않으려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이 책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 조금 더 진지하게 읽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참고로 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사화 문화적 측면이 더 강한 책으로 알고 있는데, 요는 이런 논의는 이렇게 다양한 방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건 아닌가 생각합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100만 부 특별 리커버판)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100만 부 판매 기념 특별 리커버 에디션. 남녀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한다면 상대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상대방을 자신의 사고나 행동의 틀에 맞추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ㅎㅎㅎ 기억나는 베스트셀러예요. 다시 읽어 보면 성에 대한 고정된 편견이 많이 담겨 있을 것 같아요. 문득 드는 생각에,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들을 읽어보면 저자가 남자인지 여자인지에 따라 관점이 이렇게나 다르구나 했던 것 같아요. 그것도 편견이거나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ㅎㅎ 정말 생각해 보니 그럴 것 같네요. 제가 또 이런 방면으론 영 관심이 없는지라. 책도 다른 건 다 좋은데 로맨스는 영 안 땡겨서요. 글 쓰기에 관한 책만큼이나 이 분야도 제 각각이겠죠? 저도 다시 한 번 도전해 봐야겠습니다.
저도 비슷한 의미로, 가끔 옛드라마를 다시 보면 불편한 지점들이 여럿 있더라고요. 지금의 시대상과는 너무 다른 그때의 모습들. 남성과 여성의 역할 분리가 명확하고, 그 명확함에 대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순응하는 모습들이랄까요. 책도 그런 것 같아요. 요즘은 시대가 추구하는 가치들이 금방 금방 바뀌니까, 몇 년만 지나도 다시 읽어보면 너무 낡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합류하셔서 기뻐요, @도롱 님. 환영합니다:)
연해님의 따수운 환영 감사해요 :) 드라마도 정말 그렇네요 ㅎㅎ
제목 자체도 센세이셔널했구요. 젊은 시절 엄청 재밌게 읽었던 책입니다 ㅎㅎ 이 책이 아직도 살아남아 리커버판까지 나왔군요~ 와우
이는 저명한 심리학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ircud)나 애착 이 론가 존 볼비가 예상했던 바와 너무나 달랐다. 프로이트와 볼비는 둘 다 3~5세의 오이디푸스기' 이전에는 아버지가 아이의 발달에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그러나 휴렛은 아카족 아버지가 아기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나면 정서적으로 매우 가까워진다는 사실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기도 아빠에게 편안함을 느끼게 되었다.
아버지의 시간 - 남성과 아기의 자연사 33, 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 김민욱 옮김, 박한선 감수
가끔 사람의 행동이나 심리를 프로이트로만 설명하는 글을 보면 너무 일차원적인 것이 아닌가 하고 답답한데요, 휴렛의 연구는 다르다는 부분이 속이 시원해요.
다윈은 본능적 공감능력에서 여성이 더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가 살던 시대와 그의 경험을 종합해보면 타당한 추론이었다. 심지어 최근까지도 이 사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 람은 없었고, 그럴 이유도 없었다. 최근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아이를 돌볼 때 나타나는 신경내분비적 물질 네트워크는 비단 엄마와 아기 사이의 유대감에 관여할 뿐만 아니라 남녀관계와 같은 여타 사회적 유대감에도 동일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남자가 여자만큼 아기를 잘 돌볼 수 있는지는 아직 별로 밝혀진 것이 없다.
아버지의 시간 - 남성과 아기의 자연사 45, 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 김민욱 옮김, 박한선 감수
이러한 편견이 만들어진 데에는 우리가 보노보보다 침팬지를 더 오래 알았고 침팬지의 행동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침팬지가 공격적이고 폭력적이라는 점이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인류의 본능에 대한 '편견‘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침팬지는 남성의 '불행하고 선천적인 본능의 출발점으로 더 그럴듯하게 보였다. 19세기 하버드대 심리 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인간은 싸우는 동물이다. 고작 몇 세기 동안 지속되는 평화의 역사가 우리에게서 전투 본능을 제거할 수 없다"고 했다. 영장류학 분야에서 점점 더 많은 연구가 쏟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는 우리의 편견을 확인하고 진실을 밝힐 수 있을까?
아버지의 시간 - 남성과 아기의 자연사 71, 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 김민욱 옮김, 박한선 감수
화제로 지정된 대화
내일 5월 11일 월요일은 3장 '물꼬를 트다'를 읽습니다. 저는 이 책의 3장부터가 본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캐서린 윈-에드워즈와 앤 스토리가 수컷(아버지) 양육의 메커니즘을 밝히는 연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들의 연구가 얼마나 홀대받았는지 생생한 뒷얘기를 듣다 보면 혀를 차게 됩니다. 과학 연구가 절대로 가치 중립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증명하는 생생한 사례죠.
p79 앤의 연구 초점 중 하나는 ‘브루스 효과’로 알려진 현상이었다. 이는 생물학자 힐다 브루스가 1959년에 발견하여 발표한 현상으로 임신한 쥐가 주변에 있는 낯선 수컷의 냄새만으로도 자발적으로 유산할 수 있음을 보고한 것이다. 초기 사회생물학자들은 새로운 수컷이 임신 중단을 일으킨다고 가정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수컷이 행하는 영아살해에 대한 보고가 점점 더 많이 들어오면서 우리는 낯선 수컷이 유아에게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인식하게 되었고 초점은 임신한 암컷으로 바뀌었다. 더 이상 생존 가능성이 낮은 자손에게 신체 자원을 낭비하는 대신 유산하거나 태아를 재흡수하는 것이 암컷에게 진화적으로 유리했다. 이로써 암컷이 신체 자원을 더 생존 가능성이 높은 자손으로 재분배 할 수 있게 했고 아기를 죽일 가능성이 있는 수컷 대신 관용적인 수컷이 주변에 있을 때 다시 임신하여 자손을 낳을 수 있게 했다.
아버지의 시간 - 남성과 아기의 자연사 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 김민욱 옮김, 박한선 감수
'브루스 효과'는 일반적인 남성들에게도 너무 잔인한 가설이 아닌가요?? 결국 능력이 없는 수컷들의 태아는 수태한 암컷에 의해서 자연 유산될 수 있고 생존 가능성이 낮은 자손에게 신체 자원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섬뜩합니다ㅜㅜ
p87 다시 한번 예비 아빠들은 낮은 테스토스테론 농도와 코르티솔 농도를 보이며 에스트라디올이 더 자주 검출된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그리고 출산 전부터 아버지들은 아기에게 반응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프로락틴 농도가 높았다. 출산 후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다시 떨어졌으며 출산 직후 첫 몇 주 동안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캐서린은 “적절한 자극에 노출된 남성은 여성이 임신 동안 겪는 내분비 변화의 약화된 버전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시간 - 남성과 아기의 자연사 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 김민욱 옮김, 박한선 감수
인형을 안고 있거나 예비 아빠들의 테스토스테론의 농도가 떨어진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옛날 어떤 아빠들은 어떻게든 테스토스테론을 높이기 위해 온갖 혐오스러운 음식들도 또는 행동들도 곧잘 하셨든거 같은데. 만일 이런 문장이 그분들에게 보였다면 더 강력하게 양육에 참여하지 않으려고 했을거 같아요 그런데 아기에게 깊은 유대감을 갖는 것보다 테스토스테론의 농도가 높은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었을까 문득 궁금해집니다^^;;
그래도 머리는 덜 빠지겠네요~ 아이의 마음도 얻고 머리털도 얻고~ 저도 오늘부터 인형을 안고 자야겠어요.
ㅎㅎ 좋은 팁입니다^^ 요즘 다들 탈모로 고민많이 하시던데~~~^^
그러게요. 4장에서 높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갖는 단점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면역 기능 저하 등) 나이 들어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아봤자 비용 대비 가치가 없을 수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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