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4. <아버지의 시간>

D-29
마모셋이나 타마린 암컷은 출산 후 며칠 내로 곧바로 다시 배란하기 때문에 수컷은 암컷 곁에 머무르는 것이 유리하다. 그렇지 않으면 기회를 놓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새로운 수컷이 등장하더라도 출산 후 발정은 그 수컷이 아기를 죽일 가능성을 낮춘다. 이는 어미가 곧 배란할 것이며, 젖을 먹이는 중이라도 번식 기회가 열려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수컷과 교미하는 것 그리고 출산 후 발정기가 진화해 영아살해의 이점을 줄이는 것이 먼저였는지, 아니면 수컷이 돌봄에 동기를 가지게 된 것이 먼저였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내 생각에는 암컷의 영아살해 방지 전략이 먼저 진화하여 이후 수컷의 돌봄 행동이 발달할 기반을 마련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버지의 시간 - 남성과 아기의 자연사 204쪽, 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 김민욱 옮김, 박한선 감수
그럼에도 비단원숭이과 어미는 수컷이 계속 양육에 참여하도록 하고 새끼의 생존율을 높이는 놀라운 적응 전략을 진화시켜 왔다. 다수의 수컷과 교미하는 전략 덕분에 한 마리의 새끼가 여러 수컷의 자손일 가능성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키메라' 개체라는 특이한 현상이 나타나면서 실제로도 한 마리의 새끼가 여러 아버지를 가질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마모셋과 타마린 수컷이 더 이상 새끼를 죽이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기에는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한편, 수컷의 도움으로 암컷은 새끼를 희생하지 않고도 더 빨리 번식할 수 있으며, 짝짓기가 자유롭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컷 간의 경쟁이 약화된다. 정리하면, 이러한 모든 적응은 새끼가 성장할 수 있는 더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관대하고 양육에 도움이 되는 수컷을 선호하는 '사회적 선택'이 공격적인 수컷을 선호하는 '성선택'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마치 진화적으로 특이한 기회 영역이 생성된 것과 같은데, 이 영역에서 오랫동안 잠재되어 있던 신경회로가 활성화되어 수컷 돌봄이 나타날 기회가 생겼고, 그 결과 모든 포유류 중에서 가장 협력적이고 친사회적 수컷 중 일부가 탄생했으며, 새끼(아마도 수컷 자신의 새끼일 것이다)가 성장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이 조성되었다.
아버지의 시간 - 남성과 아기의 자연사 210-211쪽, 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 김민욱 옮김, 박한선 감수
다수의 수컷과 교미하는 것은 암컷의 전략적 행동일 가능성이 높다. 이를 통해 부성 확실성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영아살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보노보는 지구상 그 어떤 영장류보다 더 많은 파트너와 더 많은 성관계를 가짐으로써 큰 성과를 거두었다. 영아살해의 이득보다 손해가 커지면서 더 이상 새끼를 죽일 이유가 없게 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현상이 발생했다. 암컷 보노보에 작용한 사회적 선택에 의해 암컷이 다른 암컷과 성기를 문지르는 것을 즐기도록 진화한 것이다. 이를 통해 오르가즘의 쾌락을 얻게 되었고, 사회적으로는 유리한 동맹을 구축하는 방법을 얻게 되었다. (212-213쪽) 보노보의 자유분방한 성행위는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이들의 쾌락적 난교가 촉진하는 상호 관용은 다른 영역으로 퍼진다. 서로 털을 골라주고 성행위를 하면서 만들어진 암컷 간 동맹으로 인해 새끼를 보호할 힘이 생겼다. 암컷 보노보는 침팬지처럼 수컷에게 굴복할 이유가 없다. 암컷 보노보의 지위는 수컷과 비교했을 때 전혀 낮지 않다. 이러한 동등한 지위는 먹을 것에 대한 선호 및 접근성 등 다른 영역으로도 확장된다. (216쪽)
아버지의 시간 - 남성과 아기의 자연사 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 김민욱 옮김, 박한선 감수
서로에게 착하고 좋은 이웃 관계를 만드는 것은 보노보에게 몹시 유익하기 때문에 이들은 때로 낯선 외집단 구성원과 먹을 것을 나누는 모습을 보인다. […] 친족과 비친족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를 환대하며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은 인간이 다른 영장류와 구별되는 고유한 속성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영장류에 대해 더 많이 배우고 시야를 넓힘으로써 인간이라는 종이 유달리 특별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보노보 사례는 인간에게 고유하다고 생각한 사회적 협력 방식을 이미 선택한 선구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아버지의 시간 - 남성과 아기의 자연사 217-218쪽, 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 김민욱 옮김, 박한선 감수
언뜻 납득이 안 갈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영장류 수컷이 낯선 암컷이 데리고 있는 새끼를 공격하려는 행동 본능이 결국 수컷 돌봄으로 이어지게 하는 배경을 마련했다고 믿는다. 수컷이 짝짓기 후에도 떠나지 않고 어미와 새끼를 보호하면서 근처에 머무르도록 유도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영장류 수컷은 다른 포유류 수컷보다도 암컷과 새끼와 함께 있는 시간이 더 늘어났을 것이다. 이후 종마다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각자가 처한 생태적·사회적 요인에 따라 달라졌으며, 이러한 요인들은 수컷이 새끼에게 관용적으로 반응할지, 혹은 더 나아가 돌봄 행동을 보일지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심지어 앞서 프레디와 같은 수컷 침팬지 사례를 생각해보면, 수컷 돌봄이 잘 나타나지 않는 종임에도 불구하고 새끼가 보내는 신호에 대한 반응성을 촉진하는 관련 신경망과 호르몬은 여전히 잠재되어 있으며 언제든 발현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적절한 환경이 만들어지면 수컷도 새끼를 돌보는 행동을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아버지의 시간 - 남성과 아기의 자연사 218-219쪽, 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 김민욱 옮김, 박한선 감수
stella15님의 대화: 저도 요부분 읽었는데, 오늘(19일) 우연히 TV <아침마당>에 국민 삼둥이 아빠로 잘 알려진 송일국 배우가 게스트로 나왔더군요. 그 유명한 대한이, 민국이, 만세가 벌써 중2가 되었는데 요즘 어떠냐고 했더니 차마 육두문자는 못 쓰겠고 거의 죽을 맛으로 표현을 하더군요. 대신 어머니가 자신을 키울 때 꼭 이런 기분이셨겠지 돌아 본다고. ㅋㅋ 몇년 전, <수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아이들이 신생아 때부터 꼬마로 성장하기까지를 보여줬 잖아요. 그 시절이 너무 좋았다고 회상하더군요. 순간 오죽할까 싶다가도 그게 꼭 아이들이 자라서이기만 할까? 그 물결 치는 테스토스테론 때문일 수도 있다는 걸 저 송 배우는 결코 모르겠지 싶었습니다. 아무래도 아이가 아빠의 손을 덜 타게되면 그 수치도 다시 올라가지 않겠습니까? 남자 애들 셋이 엉기는데. 역시 품안의 자식이라고 그 품안 떠나면 내 자식이 내 자식이 아닌 거겠죠? ㅎㅎ
아. 죽을맛 지금 막 중삼 수컷 등교시켰는데 저도 죽을맛입니다 어제부터 ㅠㅠ
aida님의 대화: 아무래도. 어머니의 탄생 등등을 읽어와서 그런지 슥슥 읽히네요.. 7장에서는'키메라 개체'가 정말 신기했습니다. 그 특별한 태반이라니.~ 경이로워요 암컷 수컷의 전략들이.. 다시금 이기적 유전자도 생각나고.. 인간은 뭔가 싶기도 합니다 ㅎㅎ
하하, 저도 @aida 님, @거북별85 님과 『어머니의 탄생』을 함께 했던 터라, 이번 모임은 그 연장선 같아서 더 즐거워요. @aida 님과는 『경이로운 생존자들』에서도 함께했었죠? 기억이 휘발돼서 그런지, 두 책보다는 이번 책이 더 흥미로운데, 일단 완독하고 다시 정리해봐야겠어요:)
stella15님의 대화: 저도 요부분 읽었는데, 오늘(19일) 우연히 TV <아침마당>에 국민 삼둥이 아빠로 잘 알려진 송일국 배우가 게스트로 나왔더군요. 그 유명한 대한이, 민국이, 만세가 벌써 중2가 되었는데 요즘 어떠냐고 했더니 차마 육두문자는 못 쓰겠고 거의 죽을 맛으로 표현을 하더군요. 대신 어머니가 자신을 키울 때 꼭 이런 기분이셨겠지 돌아 본다고. ㅋㅋ 몇년 전, <수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아이들이 신생아 때부터 꼬마로 성장하기까지를 보여줬 잖아요. 그 시절이 너무 좋았다고 회상하더군요. 순간 오죽할까 싶다가도 그게 꼭 아이들이 자라서이기만 할까? 그 물결 치는 테스토스테론 때문일 수도 있다는 걸 저 송 배우는 결코 모르겠지 싶었습니다. 아무래도 아이가 아빠의 손을 덜 타게되면 그 수치도 다시 올라가지 않겠습니까? 남자 애들 셋이 엉기는데. 역시 품안의 자식이라고 그 품안 떠나면 내 자식이 내 자식이 아닌 거겠죠? ㅎㅎ
저도 참 신기해하며 이 문장을 읽었거든요^^ 아이들과 함께 있는 아빠들보면 참 자상하고 부드러워 보여 좋았는데 음~이런 호르몬의 변화가 있다니 신기했습니다 송일국씨도 삼둥이가 자라서 아쉬워하시는군요~ 저도 가끔 제 아파트 엘베에서 만난 아주머니의 그리운 시선과 말이 종종 떠오르더라구요 한창 애들 어려서 24시간 비상근무태세일때 정말 지쳤거든요 하루 중 몇시간도 1년도 몇 일도 쉬기 힘들었으니까요 그때 그 아주머니가 "지금이 제일 좋을 때예요 나중에 그리워질거예요"하시는데 전 저분이 내고통을 몰라서 그런다고만 그때 생각했는더....ㅎㅎ 역시 맞는말이었어요^^ 그 때만 애들의 보드라운 살과 사랑스런 절대적 눈빛을 받을 수 있지요~~그 점에서는 옛날 아버지들은 테토만 강조되던 생존의 시대를 살아서 그런 시간을 갖지 못하셔서 좀 안타까운거 같아요
거북별85님의 대화: 저도 참 신기해하며 이 문장을 읽었거든요^^ 아이들과 함께 있는 아빠들보면 참 자상하고 부드러워 보여 좋았는데 음~이런 호르몬의 변화가 있다니 신기했습니다 송일국씨도 삼둥이가 자라서 아쉬워하시는군요~ 저도 가끔 제 아파트 엘베에서 만난 아주머니의 그리운 시선과 말이 종종 떠오르더라구요 한창 애들 어려서 24시간 비상근무태세일때 정말 지쳤거든요 하루 중 몇시간도 1년도 몇 일도 쉬기 힘들었으니까요 그때 그 아주머니가 "지금이 제일 좋을 때예요 나중에 그리워질거예요"하시는데 전 저분이 내고통을 몰라서 그런다고만 그때 생각했는더....ㅎㅎ 역시 맞는말이었어요^^ 그 때만 애들의 보드라운 살과 사랑스런 절대적 눈빛을 받을 수 있지요~~그 점에서는 옛날 아버지들은 테토만 강조되던 생존의 시대를 살아서 그런 시간을 갖지 못하셔서 좀 안타까운거 같아요
진짜 아기 키우는 힘은 따로 있는 것 같아요. 다른 할 일도 많은데 끝까지 키우는 걸 보면. @오구오구 님은 오늘도 테스토스테론 수치 쭉쭉 올라가셨군요. 아, 이 호르몬은 남자에게만 있는 거 아닌가요? 이게 남자에게만 있다니 믿을 수가 없습니다. ㅠ ㅋㅋ 어쨌든 자식 키우려면 혈압 올라가는 일 많죠. 그래도 그렇게 키워내는 오구오구님이나 거북별님 같은 어머니들 존경합니다. 힘내십쇼!^^
@stella15 테스토스테론은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에게도 있답니다. :) 여성의 근골격계 유지와 일상의 활력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어요. 다만, 나이가 들수록 몸속 에스트로겐 대비 테스토스테론의 농도가 높아지면서 갖가지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오구오구 님 열 받으실 때 왠지 몸속 테스토스테론도 한 역할을 했으리라 짐작되는군요. (우리 집도 지금 일주일째 큰 동거인과 중2 작은 동거인 냉전 중입니다. 대화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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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님의 대화: @stella15 테스토스테론은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에게도 있답니다. :) 여성의 근골격계 유지와 일상의 활력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어요. 다만, 나이가 들수록 몸속 에스트로겐 대비 테스토스테론의 농도가 높아지면서 갖가지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오구오구 님 열 받으실 때 왠지 몸속 테스토스테론도 한 역할을 했으리라 짐작되는군요. (우리 집도 지금 일주일째 큰 동거인과 중2 작은 동거인 냉전 중입니다. 대화 무!)
아, 그런가요? 여자는 에스트로겐인 줄 알았더니. 그래서 요즘 저의 근골격계가 말이 아닌가 봅니다. 배우면 뭐 합니까 뒤돌아서면 가물가물한 걸. ㅠ 그렇지 않아도 아침마당 보면서 YG님 생각이 나더군요. 송일국도 좀 늦게 결혼한 것으로 아는데 연배도 비슷하지 않나요? ㅎㅎ 근데 일주일씩이나요? 이거 보통 부자지간에 있는 거 아닌가요? 부부끼리나. 암튼 중간에서 YG님도 죽을 맛이겠습니다. ㅠ 모쪼록 YG님 가정에 다시 평화가 깃들기를 바랍니다!
stella15님의 대화: 아, 그런가요? 여자는 에스트로겐인 줄 알았더니. 그래서 요즘 저의 근골격계가 말이 아닌가 봅니다. 배우면 뭐 합니까 뒤돌아서면 가물가물한 걸. ㅠ 그렇지 않아도 아침마당 보면서 YG님 생각이 나더군요. 송일국도 좀 늦게 결혼한 것으로 아는데 연배도 비슷하지 않나요? ㅎㅎ 근데 일주일씩이나요? 이거 보통 부자지간에 있는 거 아닌가요? 부부끼리나. 암튼 중간에서 YG님도 죽을 맛이겠습니다. ㅠ 모쪼록 YG님 가정에 다시 평화가 깃들기를 바랍니다!
실은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은 분자구조가 거의 비슷합니다. 그래서 테스토스테론이 몇 단계의 효소적 전환을 거치고나면 에스트로겐으로 aromatization (방향족화)되죠. 실은 여성의 에스트로겐은 그렇게 테스토스테론에서 만들어지는 거에요. 그래서 갱년기때 실은 에스트로겐보다 테스토스테론이 더 많아지는 시기도 있어요. 참, 지방에서도 이런 aromatase가 있어서 남성의 testosterone이 estrogen으로 바뀌는 반대방향으로 전환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비만인 남성에서 에스트로겐이 많아지면서 가슴도 커지고 성욕도 줄고 우울증도 생기죠.
stella15님의 대화: 아, 그런가요? 여자는 에스트로겐인 줄 알았더니. 그래서 요즘 저의 근골격계가 말이 아닌가 봅니다. 배우면 뭐 합니까 뒤돌아서면 가물가물한 걸. ㅠ 그렇지 않아도 아침마당 보면서 YG님 생각이 나더군요. 송일국도 좀 늦게 결혼한 것으로 아는데 연배도 비슷하지 않나요? ㅎㅎ 근데 일주일씩이나요? 이거 보통 부자지간에 있는 거 아닌가요? 부부끼리나. 암튼 중간에서 YG님도 죽을 맛이겠습니다. ㅠ 모쪼록 YG님 가정에 다시 평화가 깃들기를 바랍니다!
냉전도 꽤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인데.. 저희 집은 다들 인내심이 짧아서.. 불같이 화내며 싸움이 잘 생기기도 하지만 그만큼 빨리 사그라들더라구요;;
거북별85님의 대화: 저도 참 신기해하며 이 문장을 읽었거든요^^ 아이들과 함께 있는 아빠들보면 참 자상하고 부드러워 보여 좋았는데 음~이런 호르몬의 변화가 있다니 신기했습니다 송일국씨도 삼둥이가 자라서 아쉬워하시는군요~ 저도 가끔 제 아파트 엘베에서 만난 아주머니의 그리운 시선과 말이 종종 떠오르더라구요 한창 애들 어려서 24시간 비상근무태세일때 정말 지쳤거든요 하루 중 몇시간도 1년도 몇 일도 쉬기 힘들었으니까요 그때 그 아주머니가 "지금이 제일 좋을 때예요 나중에 그리워질거예요"하시는데 전 저분이 내고통을 몰라서 그런다고만 그때 생각했는더....ㅎㅎ 역시 맞는말이었어요^^ 그 때만 애들의 보드라운 살과 사랑스런 절대적 눈빛을 받을 수 있지요~~그 점에서는 옛날 아버지들은 테토만 강조되던 생존의 시대를 살아서 그런 시간을 갖지 못하셔서 좀 안타까운거 같아요
저도 근데 애들이 크니까 예전만큼 막 애타게 그립거나 사랑스럽진 않더라구요 ㅎㅎㅎ 그냥 어서 빨리 졸업하길 오매불망 기다리기만 하는;;;
제가 여러분이 딱 좋아하실 만한 책을 최근에 읽어서 소개합니다. <기획회의>(2026년 5월 20일)에 쓴 큐레이션 글입니다. 반강제로 작은 동거인에게도 읽혔는데, 뜻밖에 아주 재미있게 읽고서 서로 의견도 주고받았어요. 함께 읽고 의견 나누기 좋은 책이에요. * [타인의 ‘소중함’을 읽는 법] 요즘 가장 흔하게 소비되는 단어 가운데 ‘이타’와 ‘돌봄’이 있습니다. 평생 이타나 돌봄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게 빤한 이들이 얼굴 가득 선한 웃음을 띠고서 그런 단어를 남발하는 모습을 보면 고개를 돌려서 외면하고 싶어집니다. 저처럼 비위가 약한 사람은 구역질을 참아야 할 정도랍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이타’나 ‘돌봄’이라는 단어를 고민 없이 너무 쉽게 사용합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이타’의 뜻을 “자기의 이익보다는 다른 이의 이익을 더 꾀함”이라고 정의하고 있고, ‘돌보다’는 그저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다”로 간단히 설명하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타나 돌봄은 이보다는 훨씬 더 섬세하게 살펴야 할 개념입니다. * 흔히 진화 생물학에서 ‘이타’는 “자신이 생존하고 증식할 기회를 팽개친 채 다른 개체의 생존과 증식 기회를 향상시키는 것”으로 설명합니다. 애초 생존과 증식이 목표인 생명 활동에서 그것을 부정하는 개체는 도태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놀랍게도 이타적 행동은 인간이라는 종에서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종의 존재 조건 가운데 하나가 되었죠. 이타적 행동의 비밀을 파헤치는 일은 21세기 진화 생물학의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러나 생존과 증식에 방점을 찍는 것만으로는 이타의 의미가 온전히 드러나지 않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이타와 돌봄의 의미를 제대로 숙고하기 위해서 일본 철학자 지카우치 유타의 『왜 나의 다정함이 당신을 상처 입힐까』(다다서재)를 읽어야 할 이유입니다. * 지카우치 유타는 후기 비트겐슈타인 철학을 연구하는 철학자입니다. 일본에서는 2020년에 펴낸 첫 책 『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가』(다다서재)가 독자의 호응을 얻으면서 대중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어요. 여기서 소개할 『왜 나의 다정함이 당신을 상처 입힐까』는 그가 2024년에 펴낸 두 번째 책입니다. 지카우치가 펴낸 두 책 모두 그의 전공인 후기 비트겐슈타인 철학의 핵심 개념 ‘언어 놀이’가 그 중심에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을 전혀 모르더라도 그의 책을 읽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이 책들을 통해서 덤으로 후기 비트겐슈타인 철학의 핵심을 어렴풋이 맛볼 수 있답니다. 그러니 마음 편히 책을 펼치면 됩니다. * 지카우치는 책을 펼치자마자 이타와 돌봄의 개념부터 잡자고 독자에게 제안합니다. 고백하자면, 그동안 제가 수많은 책에서 접했던 이타와 돌봄 개념의 핵심을 꿰뚫고 있으면서도 새로운 고민까지 덧붙이는 제안이었습니다. 여러분도 다음 설명을 들으면서 한번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그는 이타와 돌봄의 개념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이타란 자신에게 소중한 것보다도 타인에게 소중한 것을 우선하는 것이다.” “돌봄이란 타인에게 소중한 것을 함께 소중히 아끼는 행위 전체를 가리킨다.” 이 두 문장을 깊이 음미하면서, 지카우치의 설명을 좀 더 따라가 볼게요. 지카우치가 이타를 설명하면서 “소중한 것”을 전제한 이유가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단지 생존과 증식만이 최선인 (인류가 오랫동안 진화해 온) 아프리카 사바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양성’이 전제가 되는 시대이다 보니, 문화와 개인에 따라서 “소중한 것”이 저마다 다릅니다. * 여기서 지카우치는 깜짝 놀랄 통찰을 들려줍니다. 시대를 초월해서 심지어 찰스 다윈조차도 도덕의 토대로 지목했던 이타의 핵심 원리가 흔히 ‘황금률’이라고 불리는 ‘타인이 자신에게 해주길 바라는 대로 타인을 대하라’입니다. 하지만 지카우치가 보기에 오늘날 현대인에게 황금률은 이타의 핵심 원리로는 역부족입니다. “이 황금률은 상대방과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무엇을 훌륭하다고 보는지, 무엇을 추악하다 느끼는지, 무엇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지 등을 공유하는 경우에만 이타가 될 수 있습니다. 이 황금률은 ‘당신과 나는 비슷한 존재다.’ ‘당신과 나는 같은 존재나 다름없다’라는 전제가 없으면 성립될 수 없죠.” (57쪽) 그러면서 지카우치는 현대 사회에서 황금률은 ‘타인이 소중히 여기는 것을 존중하라’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가 이타를 “자신에게 소중한 것보다도 타인에게 소중한 것을 우선하는 것”으로 재정의한 까닭입니다. 어떻습니까. 이렇게 설명까지 듣고 보면, 이타 그리고 그것과 뗄 수 없는 돌봄이 훨씬 무겁고 중요한 개념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 지카우치는 얼핏 추상적으로 보이는 논의를 구체적 사례로 독자에게 가닿게 합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조지 애컬로프 같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가르쳤던 일본의 전설적인 경제학자 우자와 히로후미가 1974년에 펴낸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사월의책)과 영화로도 만들어져 유명한 엔도 슈사쿠의 『침묵』을 자기가 생각하는 이타의 원리를 소개하는 사례로 활용하죠. 이 두 책을 모두 읽은 저로서도 지카우치의 해석에 새삼 감동받았습니다. 그가 『침묵』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살펴볼까요. 『침묵』은 포르투갈에서 일본으로 건너온 선교사 세바스티앙 로드리게스가 극심한 기독교 박해에 휘말리는 과정을 그린 소설입니다. 이리저리 도망 다니다 잡힌 로드리게스는 결국 취조당하고 배교를 강요당합니다. 지카우치는 소설 속 로드리게스의 행적과 결단을 따라가면서 그의 행동이 왜 이타에 맞춤한지 설명합니다. 로드리게스는 신도를 구하고자 그가 평생 지키고자 노력했던(소중하게 여겼던) 가톨릭 교의와 사제의 의무를 저버립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포기하고 “타인에게 소중한 것”을 우선합니다. 지카우치는 놀랍게도 이타에서 ‘자유’의 가능성으로 도약합니다. “자기에게 소중한 것”에 집착하는 사람은 기존에 자기를 구속하던 도덕과 상식의 틀에 안주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소설 속 로드리게스처럼 그것을 포기하고 “타인에게 소중한 것”을 우선하려면 그는 기존의 도덕과 상식의 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지카우치가 보기에 이것이야말로 자유의 가능성입니다. * 후기 비트겐슈타인 철학에 관심이 있었던 독자라면, 여기까지 읽고서 눈치를 챘을 수도 있겠습니다. ‘타인에게 소중한 것’을 파악하는 일, 즉 타인의 마음을 읽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후기 비트겐슈타인 철학에 따르면 타인과 나는 전혀 다른 ‘언어 놀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죠. (여기서 ‘언어 놀이’를 인류학이나 사회학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맥락’이 있는 이야기로 이해해도 됩니다.) 그러니 우리가 이타적 행동을 하고 나아가 돌봄을 실천하려면 타인의 이야기(언어 놀이)를 대면하고 나아가 함께 새로운 이야기(언어 놀이)를 시작해야 합니다. 지카우치는 그런 언어 놀이가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는지를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부터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의 일화까지 종횡무진 누비면서 독자에게 생각거리를 제공합니다. 『왜 나의 다정함이 당신을 상처 입힐까』는 압도적입니다. 지카우치의 사유가 한층 깊어졌습니다. 첫 책 『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가』가 이 저자를 처음 만나는 자리였다면, 이번 책으로 그 만남이 우정으로 바뀌었습니다. 이타와 돌봄의 가능성을 모색해 왔지만, 그것의 인플레에 지친 여러분에게 함께 읽기를 권합니다.
왜 나의 다정함이 당신을 상처 입힐까 - 나를 되살리는 이타와 돌봄의 윤리학‘어째서 사람들의 마음은 서로 엇갈릴까?’ ‘왜 타인을 위하는 선한 마음이 헛돌고, 때로 상대방을 상처 입힐까?’ 『왜 나의 다정함이 당신을 상처 입힐까』는 이런 물음의 답을 찾으며, 진정한 이타와 돌봄이 어떻게 이뤄질 수 있는지 고찰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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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읽은 소설 '카프네'나 인터뷰집 '죽은 다음'을 읽으면서 우리가 혈연이 아닌 '타인'과 혈연인 '가족' 간의 구분을 점점 변형하고 확장해 나가는 사회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었는데요. 만화/영화 '어제 뭐 먹었어?'에서 동성애 커플이 병원 치료나 만일의 경우 사망시에 가족으로 인정받기 위해 '양자결연'까지 고려하는 것에 대해 읽어본 이후 우리나라에도 꼭 동성애 커플은 아니어도 '무연고'인 지인을 위해 관계를 더 확실히 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도 해봤습니다. 저는 아니어도 저희 친구들, 또는 저의 자식들도 언젠가 '무연고'가 될 수 있으니까요. 동물 세계에서도 alloparent가 있고 커뮤니티 안에서 서로 돌보는 경우가 있는데 인간은 점차 '마을' 공동체가 무너지고 서로 소외되는 '도시'가 되면서 돌봄이나 복지의 범위에서 제외되는 사람들에 대한 앞으로 사회가 나아갈 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는데요. 아직은 '정상' 가족 안에서도 이런 돌봄의 의무가 버거워지는 현대사회에서 이런 이타주의적인 돌봄이 가능할까?하는 의심도 들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노령화와 비혼이 늘어나는 사회 속에서 점차 홀로 아프고 홀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만약 단지 gene을 공유하지 않더라도 이런 돌봄의 본능을 살릴 수 있다면 단지 자신의 아기들만이 아닌 좀더 확대된 연령대 및 확대된 '가족'의 돌봄이 가능할까?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도 고민해봤습니다.
카프네 - 2025 일본 서점대상 1위 수상작2025년 서점대상 1위 수상작 아베 아키코의 《카프네》가 출간되었다. 일본 전역의 서점 직원들이 ‘가장 팔고 싶은 책’으로 압도적 지지를 보낸 이 작품은 무너진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생활의 힘을 유쾌하고 따뜻하게 그려낸다.
[큰글자도서] 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일하다 다치고 병든 이들의 삶과 노동’을 이야기해온 기록노동자 희정이 이번엔 죽음과 애도를 둘러싼 노동의 세계에 노동자로, 기록자로 선다. 점차 산업화되어가는 장례 문화와 다변화된 가족 구성을 포괄하지 못하는 장례 제도를 경유해 이 시대의 죽음과 애도 문제를 탐구한다.
어제 뭐 먹었어? 242DK의 집, 중년 남자 둘, 식비 월 4만 엔(점심 식비 별도). 이 만화는 카케이 시로(변호사)와 야부키 켄지(미용사)의 '식생활'을 둘러싼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번 24권의 메뉴는 채소볶음나물 비빔밥, 군만두, 양갈비소테, 흰살생선 세비체, 닭다리살 토마토스끼야끼, 드롭 초코칩쿠키 등이다.
어제 뭐 먹었어? - 극장판도쿄에서 함께 사는 변호사 ‘시로’와 미용사 ‘켄지’에게는 맛있는 식사로 일상을 나누는 것이 가장 소중한 순간이다. 어느 날, ‘켄지’의 생일을 맞아 교토 여행을 가게 된 두 사람. 그러나 여행 중 ‘시로’는 말하지 못했던 비밀을 고백하고, 그날 이후 두 사람은 서로의 진심을 말하기를 주저하는데… 두 사람의 맛있는 일상을 계속 이어 갈 수 있을까?
YG님의 대화: 제가 여러분이 딱 좋아하실 만한 책을 최근에 읽어서 소개합니다. <기획회의>(2026년 5월 20일)에 쓴 큐레이션 글입니다. 반강제로 작은 동거인에게도 읽혔는데, 뜻밖에 아주 재미있게 읽고서 서로 의견도 주고받았어요. 함께 읽고 의견 나누기 좋은 책이에요. * [타인의 ‘소중함’을 읽는 법] 요즘 가장 흔하게 소비되는 단어 가운데 ‘이타’와 ‘돌봄’이 있습니다. 평생 이타나 돌봄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게 빤한 이들이 얼굴 가득 선한 웃음을 띠고서 그런 단어를 남발하는 모습을 보면 고개를 돌려서 외면하고 싶어집니다. 저처럼 비위가 약한 사람은 구역질을 참아야 할 정도랍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이타’나 ‘돌봄’이라는 단어를 고민 없이 너무 쉽게 사용합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이타’의 뜻을 “자기의 이익보다는 다른 이의 이익을 더 꾀함”이라고 정의하고 있고, ‘돌보다’는 그저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다”로 간단히 설명하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타나 돌봄은 이보다는 훨씬 더 섬세하게 살펴야 할 개념입니다. * 흔히 진화 생물학에서 ‘이타’는 “자신이 생존하고 증식할 기회를 팽개친 채 다른 개체의 생존과 증식 기회를 향상시키는 것”으로 설명합니다. 애초 생존과 증식이 목표인 생명 활동에서 그것을 부정하는 개체는 도태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놀랍게도 이타적 행동은 인간이라는 종에서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종의 존재 조건 가운데 하나가 되었죠. 이타적 행동의 비밀을 파헤치는 일은 21세기 진화 생물학의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러나 생존과 증식에 방점을 찍는 것만으로는 이타의 의미가 온전히 드러나지 않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이타와 돌봄의 의미를 제대로 숙고하기 위해서 일본 철학자 지카우치 유타의 『왜 나의 다정함이 당신을 상처 입힐까』(다다서재)를 읽어야 할 이유입니다. * 지카우치 유타는 후기 비트겐슈타인 철학을 연구하는 철학자입니다. 일본에서는 2020년에 펴낸 첫 책 『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가』(다다서재)가 독자의 호응을 얻으면서 대중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어요. 여기서 소개할 『왜 나의 다정함이 당신을 상처 입힐까』는 그가 2024년에 펴낸 두 번째 책입니다. 지카우치가 펴낸 두 책 모두 그의 전공인 후기 비트겐슈타인 철학의 핵심 개념 ‘언어 놀이’가 그 중심에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을 전혀 모르더라도 그의 책을 읽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이 책들을 통해서 덤으로 후기 비트겐슈타인 철학의 핵심을 어렴풋이 맛볼 수 있답니다. 그러니 마음 편히 책을 펼치면 됩니다. * 지카우치는 책을 펼치자마자 이타와 돌봄의 개념부터 잡자고 독자에게 제안합니다. 고백하자면, 그동안 제가 수많은 책에서 접했던 이타와 돌봄 개념의 핵심을 꿰뚫고 있으면서도 새로운 고민까지 덧붙이는 제안이었습니다. 여러분도 다음 설명을 들으면서 한번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그는 이타와 돌봄의 개념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이타란 자신에게 소중한 것보다도 타인에게 소중한 것을 우선하는 것이다.” “돌봄이란 타인에게 소중한 것을 함께 소중히 아끼는 행위 전체를 가리킨다.” 이 두 문장을 깊이 음미하면서, 지카우치의 설명을 좀 더 따라가 볼게요. 지카우치가 이타를 설명하면서 “소중한 것”을 전제한 이유가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단지 생존과 증식만이 최선인 (인류가 오랫동안 진화해 온) 아프리카 사바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양성’이 전제가 되는 시대이다 보니, 문화와 개인에 따라서 “소중한 것”이 저마다 다릅니다. * 여기서 지카우치는 깜짝 놀랄 통찰을 들려줍니다. 시대를 초월해서 심지어 찰스 다윈조차도 도덕의 토대로 지목했던 이타의 핵심 원리가 흔히 ‘황금률’이라고 불리는 ‘타인이 자신에게 해주길 바라는 대로 타인을 대하라’입니다. 하지만 지카우치가 보기에 오늘날 현대인에게 황금률은 이타의 핵심 원리로는 역부족입니다. “이 황금률은 상대방과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무엇을 훌륭하다고 보는지, 무엇을 추악하다 느끼는지, 무엇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지 등을 공유하는 경우에만 이타가 될 수 있습니다. 이 황금률은 ‘당신과 나는 비슷한 존재다.’ ‘당신과 나는 같은 존재나 다름없다’라는 전제가 없으면 성립될 수 없죠.” (57쪽) 그러면서 지카우치는 현대 사회에서 황금률은 ‘타인이 소중히 여기는 것을 존중하라’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가 이타를 “자신에게 소중한 것보다도 타인에게 소중한 것을 우선하는 것”으로 재정의한 까닭입니다. 어떻습니까. 이렇게 설명까지 듣고 보면, 이타 그리고 그것과 뗄 수 없는 돌봄이 훨씬 무겁고 중요한 개념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 지카우치는 얼핏 추상적으로 보이는 논의를 구체적 사례로 독자에게 가닿게 합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조지 애컬로프 같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가르쳤던 일본의 전설적인 경제학자 우자와 히로후미가 1974년에 펴낸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사월의책)과 영화로도 만들어져 유명한 엔도 슈사쿠의 『침묵』을 자기가 생각하는 이타의 원리를 소개하는 사례로 활용하죠. 이 두 책을 모두 읽은 저로서도 지카우치의 해석에 새삼 감동받았습니다. 그가 『침묵』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살펴볼까요. 『침묵』은 포르투갈에서 일본으로 건너온 선교사 세바스티앙 로드리게스가 극심한 기독교 박해에 휘말리는 과정을 그린 소설입니다. 이리저리 도망 다니다 잡힌 로드리게스는 결국 취조당하고 배교를 강요당합니다. 지카우치는 소설 속 로드리게스의 행적과 결단을 따라가면서 그의 행동이 왜 이타에 맞춤한지 설명합니다. 로드리게스는 신도를 구하고자 그가 평생 지키고자 노력했던(소중하게 여겼던) 가톨릭 교의와 사제의 의무를 저버립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포기하고 “타인에게 소중한 것”을 우선합니다. 지카우치는 놀랍게도 이타에서 ‘자유’의 가능성으로 도약합니다. “자기에게 소중한 것”에 집착하는 사람은 기존에 자기를 구속하던 도덕과 상식의 틀에 안주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소설 속 로드리게스처럼 그것을 포기하고 “타인에게 소중한 것”을 우선하려면 그는 기존의 도덕과 상식의 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지카우치가 보기에 이것이야말로 자유의 가능성입니다. * 후기 비트겐슈타인 철학에 관심이 있었던 독자라면, 여기까지 읽고서 눈치를 챘을 수도 있겠습니다. ‘타인에게 소중한 것’을 파악하는 일, 즉 타인의 마음을 읽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후기 비트겐슈타인 철학에 따르면 타인과 나는 전혀 다른 ‘언어 놀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죠. (여기서 ‘언어 놀이’를 인류학이나 사회학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맥락’이 있는 이야기로 이해해도 됩니다.) 그러니 우리가 이타적 행동을 하고 나아가 돌봄을 실천하려면 타인의 이야기(언어 놀이)를 대면하고 나아가 함께 새로운 이야기(언어 놀이)를 시작해야 합니다. 지카우치는 그런 언어 놀이가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는지를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부터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의 일화까지 종횡무진 누비면서 독자에게 생각거리를 제공합니다. 『왜 나의 다정함이 당신을 상처 입힐까』는 압도적입니다. 지카우치의 사유가 한층 깊어졌습니다. 첫 책 『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가』가 이 저자를 처음 만나는 자리였다면, 이번 책으로 그 만남이 우정으로 바뀌었습니다. 이타와 돌봄의 가능성을 모색해 왔지만, 그것의 인플레에 지친 여러분에게 함께 읽기를 권합니다.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밀리의 서재에 있네요. 원제는 '이타, 케어, 상처의 윤리학'인데 한국어판 제목이 더 와닿네요. 작가의 두 책의 제목을 보면 선물을 주는 것도 다정함을 베푸는(?) 것도 어쩌면 상대방을 위한 것보다 자신을 위한 이기심에서 나오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며 조심스러워지네요.
borumis님의 대화: 냉전도 꽤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인데.. 저희 집은 다들 인내심이 짧아서.. 불같이 화내며 싸움이 잘 생기기도 하지만 그만큼 빨리 사그라들더라구요;;
그런 건 인내심이 짧아야지 길어서 뭐에 쓰시려고요? ㅎㅎ 사랑과평화가 많은 비둘기 기족이신가 봅니다. 모르긴해도 평화의 상징이라던 비둘기도 꽁냥꽁냥 싸우긴 할 겁니다.^^
borumis님의 대화: 실은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은 분자구조가 거의 비슷합니다. 그래서 테스토스테론이 몇 단계의 효소적 전환을 거치고나면 에스트로겐으로 aromatization (방향족화)되죠. 실은 여성의 에스트로겐은 그렇게 테스토스테론에서 만들어지는 거에요. 그래서 갱년기때 실은 에스트로겐보다 테스토스테론이 더 많아지는 시기도 있어요. 참, 지방에서도 이런 aromatase가 있어서 남성의 testosterone이 estrogen으로 바뀌는 반대방향으로 전환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비만인 남성에서 에스트로겐이 많아지면서 가슴도 커지고 성욕도 줄고 우울증도 생기죠.
오!!! @borumis 님 덕분에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알게 되네요..둘 다 분자구조가 비슷하고 테스토스테론이 효소적 전환단계를 거치고 에스트로겐이 된다니 신기합니다^^
@YG 님좋은 책과 글 추천 감사합니다^^ '이타'와 '돌봄'의 정의도 흥미롭습니다. “이타란 자신에게 소중한 것보다도 타인에게 소중한 것을 우선하는 것이다.” “돌봄이란 타인에게 소중한 것을 함께 소중히 아끼는 행위 전체를 가리킨다.” 우리가 자주 쓰는 단어이지만 이 단어의 뜻은 서로 대화하는 순간에도 다르게 이해되고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리고 비트겐슈타인 철학을 잘은 모르지만 각자 사용하는 '언어'의 다름에서 서로의 이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상대의 소중한 것을 알아차리는 능력도 안타깝지만 쉽지 않은 능력이라 여겨지구요.. 그래서 상대를 위한다고 하는 수많은 행동들이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을 주관적 판단으로 주는 것이고 그때 우리는 상대가 알아주지 못해서 슬픈 경우도 많은 거 같습니다. <왜 나의 다정함이 당신을 상처 입힐까> 작가 티카우치의 사유가 한층 깊어지는책이라니 더 궁금하네요^^
글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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