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맨소울은 그것이 마치 고래 아가리 속 청어 한 마리인 양 씹지도 않은 채 꿀꺽 삼켰다.
『모비 딕 - 상』 거룩한 전쟁 The Holy War, 존 버니언 John Bun,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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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영국 작가 존 버니언(John Bunyan)의 작품이에요. 버니언은 《천로역정》으로 유명한 작가죠. 《거룩한 전쟁》은 "맨소울(Mansoul)"이라는 영혼을 가진 도시를 둘러싼 선과 악의 전쟁을 알레고리로 쓴 작품이에요.
여기서 "맨소울"은 말 그대로 인간의 영혼을 의미해요. 그 영혼이 뭔가를 고래 뱃속 청어처럼 아무 생각 없이 꿀꺽 삼켰다는 거예요 — 즉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다는 뜻이죠.
멜빌이 이걸 넣은 이유가 흥미로워요.
고래 뱃속 청어 — 이 이미지가 요나와 정확히 겹쳐요. 요나가 고래에게 삼켜진 것처럼, 인간의 영혼도 무언가에 통째로 삼켜질 수 있다는 거예요. 에이해브의 경우는 복수심에 영혼이 통째로 삼켜진 인물.
그리고 버니언이 《천로역정》의 작가라는 점도 의미심장해요. 《천로역정》이 구원을 향한 여정이라면, 모비딕은 파멸을 향한 여정이거든요. 멜빌이 버니언을 인용한 건 그 대비를 노린 것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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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의 신이 지으신 중에 가장 커다란 저 바다의 금수 바다 괴물이 대양의 해류를 헤엄친다.
『모비 딕 - 상』 실낙원, 밀턴 ,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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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바다 괴물, 살아 있는 피조물 가운데 가장 큰 것이 깊은 바다에서 몸을 곶처럼 늘인 채 자거나 헤엄치니 흡사 움직이는 땅처럼 보이며, 그 아가미로 바다를 삼켰다가 숨구멍으로 내뿜는다. ”
『모비 딕 - 상』 실낙원, 밀턴 ,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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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만물의 신이 지으신 중에 가장 커다란 저 바다의 금수 바다 괴물이 대양의 해류를 헤엄친다."
이건 《실낙원》 7권에서 신이 창조의 6일째에 바다 생물을 만드는 장면이에요. 고래를 신의 피조물 중 가장 크고 경이로운 존재로 묘사한 거죠. 야훼가 레비아단을 만들었다는 성경 구절과 정확히 연결돼요. 고래는 신이 만든 것, 인간이 함부로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 밀턴이 웅장하게 표현.
두 번째,
"저 바다 괴물, 살아 있는 피조물 가운데 가장 큰 것이 깊은 바다에서 몸을 곶처럼 늘인 채 자거나 헤엄치니 흡사 움직이는 땅처럼 보이며, 그 아가미로 바다를 삼켰다가 숨구멍으로 내뿜는다."
이건 《실낙원》 1권에서 사탄이 지옥에 누워있는 모습을 묘사하는 장면인데, 거기서 고래에 비유한 거예요. 사탄이 너무 거대해서 움직이는 섬처럼 보인다는 묘사죠. 고래가 사탄의 이미지와 겹쳐지는 순간이에요.
이 두 인용이 나란히 있는 게 핵심이에요.
첫 번째에서 고래는 신의 가장 경이로운 창조물이고, 두 번째에서 고래는 사탄에 비유되는 존재예요. 같은 고래가 신성과 악마성을 동시에 품고 있는 거예요.
멜빌이 모비딕을 단순한 거대한 고래가 아니라 신성하면서도 악마적인, 선악을 초월한 존재로 만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이 두 구절이 그 이중성의 문학적 뿌리예요.
이건 모비딕의 본질을 가장 깊이 건드리는 인용.
화제로 지정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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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 서두의 수많은 작품의 발췌를 보며 든 의문!
인용문들을 읽으면서 작가의 의도와 구조의 윤곽을 짐작케 되는 건 — 멜빌이 설계한 독서 경험 안에 있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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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빌이 왜 이걸 앞에 다 배치했는가.
이게 정말 흥미로운 질문이에요. 제 생각은 이래요.
멜빌은 독자가 미리 알기를 원했어요. 의도적이에요.
왜냐면 그는 이 소설을 단순한 이야기로 쓴 게 아니라 우주적 질문을 담은 철학적 텍스트로 썼어요.
그에게 중요한 건 "에이해브가 죽는가 사는가"가 아니라
"왜 인간은 압도적인 힘 앞에서 저항하는가, 그리고 그게 숭고한가 어리석은가"였어요.
그 질문을 독자가 처음부터 의식하면서 읽기를 바랐던 거예요. 그래서 발췌 섹션에 야훼, 레비아단, 요나, 복수, 치유 불가능한 상처를 미리 다 깔아놓은 거예요. 독자가 본편을 읽으면서 "아, 이게 그거구나" 하고 발견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그 구도 안에서 읽게 만든 거죠.
쉽게 말하면 추리소설 작가가 아니라 철학자처럼 썼어요. 결론을 숨기지 않고, 그 결론이 왜 불가피한지를 보여주는 게 목적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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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고래들은 바다에서 헤엄치고 그 몸속에서는 기름의 바다가 출렁인다.
『모비 딕 - 상』 — 풀러, 《세속 국가와 신성 국가》 ,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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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풀러는 17세기 영국 성직자이자 작가.
이 문장은 사실 굉장히 단순해 보이는데, 멜빌이 넣은 이유가 있어요.
고래의 몸 안에 바다가 있다 — 이미지. 고래가 바다를 헤 엄치는 게 아니라, 고래 안에 또 하나의 바다가 있다는 거예요. 거대함 안에 또 다른 거대함.
모비딕이라는 존재가 단순히 큰 게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라는 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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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곶에서는 커다란 바다 괴물들이 바짝 붙어 먹이를 기다리다가 활짝 벌린 그 아가리를 물길로 착각한 치어들을 뒤쫓을 일도 없이 그대로 삼킨다.
『모비 딕 - 상』 — 드라이든, 《경이로운 해》 ,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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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드라이든은 17세기 영국의 대표 시인이에요. 《경이로운 해》는 1666년 영국-네덜란드 해전을 다룬 서사시예요.
이 구절의 핵심은 "뒤쫓을 일도 없이"예요. 고래가 능동적으로 사냥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입 벌리고 있으면 먹이가 알아서 들어온다는 거죠.
이게 모비딕의 공포예요.
에이해브는 필사적으로 쫓아가는데, 모비딕은 굳이 애쓰지 않아도 압도적이에요. 압도적인 자연의 무심함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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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를 배의 고물로 들어 올려 머리를 잘라 낸 후 보트로 끌고 가까운 해안으로 가지만, 수심이 3~4미터만 되어도 좌초하고 말 것이다.
『모비 딕 - 상』 — 토머스 에지, 《스피츠베르겐을 향한 열 번의 항해》 ,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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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에지는 17세기 실제 포경선 선장이에요. 이건 순수하게 포경 기술을 기록한 실용적인 항해기예요. 멜빌이 이런 실용적인 기록을 섞어 넣은 이유 — 성경, 철학, 서사시와 나란히 실제 포경 현장 기록을 놓음으로써 고래는 신화 속 존재인 동시에 실제로 인간이 잡아야 했던 물질적 대상이라는 것을 동시에 보여주는 거예요. 숭고함과 산업 현실의 충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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