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 딕

D-29
태평양 남쪽 바다에 고래가 북쪽보다 100배나 많다는 증언—에이해브의 항로를 정당화합니다. 피쿼드호가 대서양을 지나 남쪽 태평양 깊숙이 들어가는 여정이 고래가 풍부한 곳을 향한 것임을 미리 알려주는 것이죠.
특별히 선택된 정령들 쉰 명에게 중요한 짐을 맡기나니, 그건 바로 페티코트. 일곱 겹 울타리를 둘러도 소용없다는 걸 잘 알기에. 단단한 둥근 테와 고래의 갈비뼈로 무장한 그것이라도.
모비 딕 - 상 알렉산더 포프, 『머리카락을 훔친 자(The Rape of the Lock)』 ,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알렉산더 포프(Alexander Pope, 1688~1744)의 풍자시입니다. 18세기 귀족 사회의 허영과 사교계 갈등을 한 여인의 머리카락을 둘러싼 소동으로 희화화한 영문학 최고의 모의 영웅시(mock-heroic poem)입니다. 상류층 귀부인의 코르셋 뼈대가 고래뼈라는 사실—화려한 문명과 야만적 포경이 연결되어 있음을 폭로합니다. 멜빌은 고래 사냥이 단지 뱃사람들의 거친 일이 아니라 문명 전체를 떠받치는 산업임을 보여 주려 했습니다. 고급 드레스 안에도, 도시의 가로등 기름 안에도 고래가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발췌문들 벌써들 읽으셨네요. 저도 따라가 보겠습니다!
작은 물고기들을 위한 우화를 쓴다면 그것들이 커다란 고래처럼 말하게 하면 됩니다.
모비 딕 - 상 골드스미스가 존슨에게,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올리버 골드스미스(Oliver Goldsmith, 1728~1774)는 아일랜드 출신 영국 작가로, 문학 비평가이자 사전 편찬자인 새뮤얼 존슨(Samuel Johnson)에게 한 말을 기록한 일화입니다. 이 재치있는 한 마디는 사실 『모비 딕』의 창작 원리 자체입니다. 멜빌은 평범한 뱃사람들(작은 물고기들)에게 위대한 철학자처럼 말하게 했습니다. 이슈마엘, 스텁, 에이해브 모두 고래처럼 거대한 목소리로 운명과 신과 우주를 논합니다.
낸터컷 주민들이 발견한 향유고래는 활동적이고 사나운 짐승이므로 어부들의 비상한 대처와 담대함이 요구됩니다.
모비 딕 - 상 토머스 제퍼슨, 「고래 외교 각서」 (1778년) ,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미국 건국의 아버지이자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이 프랑스 공사에게 보낸 외교 문서입니다. 대통령의 외교 문서에 등장하는 고래—포경이 미국 국가 경제의 근간임을 보여줍니다. 멜빌은 고래잡이가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나라의 정체성과 연결된 역사적 활동임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국왕의 통상 세입 열 번째 항목은 해적의 노략질로부터 바다를 지키고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왕실 물고기, 즉 고래와 철갑상어에 대한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모비 딕 - 상 블랙스톤(William Blackstone), 『영국법 주해』 ,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고래는 법적으로 "왕의 물고기"—이 구절은 소설 후반부에 "고래의 법적 지위"를 논하는 장(「고래의 소유권」)의 복선입니다. 누가 고래를 소유하는가? 왕인가, 잡은 자인가? 멜빌은 이 법률적 아이러니를 통해 고래 사냥의 철학적 문제를 건드립니다.
이윽고 선원들은 죽음의 놀이를 하러 가고, 작살을 머리 위로 똑바로 들어 올린 로드몬드, 사방을 주시한다.
모비 딕 - 상 팰코너(William Falconer), 『난파(The Shipwreck)』 ,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윌리엄 팰코너(1732~1769)는 실제 뱃사람 출신의 영국 시인으로, 『난파』는 지중해에서 겪은 실제 난파 경험을 바탕으로 쓴 서사시. 팰코너 자신도 결국 항해 중 실종되었습니다. 작살을 든 채 고래와 맞서는 행위가 얼마나 죽음에 근접한 것인지를 시적으로 포착한 구절을 멜빌은 선택했습니다. 로드몬드라는 인물은 에이해브의 선구자적 이미지입니다.
심장을 일격하면 10~15갤런의 피가 맹렬한 속도로 솟구친다.
모비 딕 - 상 존 헌터의 해부 노트 (고래 해부) ,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고래를 신화적 존재인 동시에 철저히 해부학적으로 탐구합니다. 이 이중성이 독특한 매력입니다.
고래는 뒷발이 없는 포유동물이다.
모비 딕 - 상 퀴비에(Georges Cuvier) 남작 ,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멜빌은 고래의 과학적 본질에도 깊이 관심을 가졌으며, 소설에서 고래를 어류로 볼 것인가 포유류로 볼 것인가를 진지하게 논하는 장이 있습니다.
멜빌이 이 방대한 발췌 목록을 소설 앞에 배치한 것은 단순한 자료 나열이 아닙니다. 「창세기」에서 시작해 19세기 포경 기록으로 끝나는 이 여정은 고래에 대한 인류의 집단 기억과 상상력의 역사 전체를 압축하네요.
성경, 고대 그리스 로마, 중세 신학, 르네상스 문학, 계몽주의 과학, 낭만주의 시, 그리고 동시대 포경 현장—이 모든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멜빌이 말하네요. 고래란 인류가 수천 년 동안 두려워하고 경배하고 사냥하고 상상해 온 존재이며, 나는 지금 그 모든 것에 대한 궁극의 이야기를 쓰려 한다고.
그리고 짐승이든 선박이든 이 괴물의(고래의) 입이라는 끔찍한 심연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뭐가 됐든 즉시 꿀꺽 삼켜져 사라지지만, 검은망둑어만은 그곳을 무척 안전하게 여겨 그곳에서 잠을 청한다.
모비 딕 - 상 몽테뉴, 「레이몽 스봉을 위한 변명」 ,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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