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 딕

D-29
배들이 이리 오고 저리 가고 손수 빚으신 레비아단이 있지만 그것은 당신의 장난감입니다.
모비 딕 - 상 「시편」 ,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구약성경 시편 104편. 하나님의 창조 섭리를 찬양하는 시로, 리바이어던을 신의 "장난감"이라 표현합니다. "장난감(leviathan whom thou hast made to play therein)"이라는 표현이 핵심입니다. 신에게 고래는 장난감—그렇다면 그 장난감을 신성시하며 목숨을 바쳐 추격하는 에이해브는 무엇인가? 신의 장난감을 적으로 삼은 인간의 오만함을 이 한 줄이 이미 예고합니다.
구약성경 시편 104편. 하나님의 창조 섭리를 찬양하는 시로, 리바이어던을 신의 "장난감"이라 표현합니다. "장난감(leviathan whom thou hast made to play therein)"이라는 표현이 핵심입니다. 신에게 고래는 장난감—그렇다면 그 장난감을 신성시하며 목숨을 바쳐 추격하는 에이해브는 무엇인가? 신의 장난감을 적으로 삼은 인간의 오만함을 이 한 줄이 이미 예고합니다.
그날, 야훼께서는 날 서고 모진 큰 칼을 빼어 들어 도망가는 레비아단, 꿈틀거리는 레비아단을 쫓아가 그 바다 괴물을 찔러 죽이시리라.
모비 딕 - 상 「이사야」 ,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구약성경 이사야 27장 1절. 종말론적 심판의 날, 신이 직접 리바이어던을 처단한다는 예언. 신조차도 고래를 "쫓아가 찔러 죽인다"—에이해브가 하려는 일을 신도 합니다. 신조차도 리바이어던을 "쫓아가야" 한다, 즉 고래는 신에게도 상대가 되는 존재다. 그리고 그 신이 처단하겠다고 예언한 존재를, 에이해브라는 인간이 혼자 쫓고 있습니다. 멜빌은 이 구절로 에이해브의 행위가 얼마나 어마어마한 오만인지를 보여줍니다. 신의 종말론적 임무를 한 인간이 흉내 내고 있는 것이고, 그건 신성 모독에 가깝습니다. 시편과 이사야를 나란히 놓은 효과도 있습니다. 한 구절에서는 장난감이고, 다른 구절에서는 신의 칼이 필요한 상대입니다. 고래가 무엇인지 성경 안에서조차 일관된 답이 없습니다. 멜빌은 바로 이 모호함을 원했습니다. 고래는 규정할 수 없는 존재, 그것이 소설 전체의 핵심 테마이기 때문입니다. 이 구절은 에이해브의 망상적 자기 인식에 성경적 근거를 제공하는 동시에, 그 망상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독자에게 경고합니다.
그 커다란 몸뚱이를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잔잔하던 바다를 어지럽혀 들끓게 만들 수 있는, 고래처럼 어마어마한.
모비 딕 - 상 윌리엄 대버넌트 경, 『곤디버트』 서문 ,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윌리엄 대버넌트(William Davenant, 1606~1668)는 찰스 1세 시대의 영국 계관시인입니다. 『곤디버트(Gondibert)』는 그가 쓴 미완성 서사시로, 이 서문은 에이브러햄 카울리와 주고받은 문학 논쟁의 형식을 담은 중요한 문학 이론 에세이. 이 구절은 대버넌트가 서사시의 규모와 힘을 논하는 맥락에서 나옵니다. 멜빌은 자신의 소설이 고래처럼 "존재 자체만으로 세상을 뒤흔드는" 작품이 되길 원했습니다. 이 발췌는 소설의 시학적 야망에 대한 선언이기도 합니다.
반가워요. 어마어마하네요. 본문을 향해 곧장 돛을 올리려다가 발췌(Extracts) 섹션에 완전히 발이 묶였습니다. 그냥 가벼운 서두인 줄 알고 대충 훑고 넘어가기엔, 뻔히 이 행간 속에 『모비 딕』전체를 관통하는 거대한 보물과 힌트들이 숨겨져 있는 게 확실해 보이더라고요. 지나치기엔 영 미련이 남아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특히 올려주신 성경 구절이나 창세기, 욥기, 몽테뉴 같은 고전 인용구들을 보니 고래라는 미지의 존재를 둘러싼 작가의 거대한 설계가 정교하게 느껴집니다. 에이해브 선장을 만나러 진짜 바다로 뛰어들기 전에, 이 풍요로운 앞바다를 찬찬히 파헤치며 보물지도부터 제대로 읽어봐야겠습니다!
나는 수전과 함께 지낼 오두막을 짓고 고래의 턱뼈를 세워 고딕 아치형으로 입구를 만들었다." / "그녀는 무려 40년 전에 태평양에서 고래에게 목숨을 잃은 첫사랑을 위한 비석을 주문하러 왔다."
모비 딕 - 상 나다니엘 호손,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멜빌이 이 소설을 호손에게 헌정하면서 호손의 작품에서 두 구절을 발췌 목록에 넣은 것은 단순한 경의가 아닙니다. 두 구절이 보여주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첫 번째 구절에서 고래의 턱뼈는 집의 입구, 즉 삶의 문지방이 됩니다. 두 번째 구절에서 고래는 40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상실의 원인입니다. 고래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동시에 있습니다. 호손의 작품 속 뉴잉글랜드는 포경업으로 먹고사는 동네이고, 그 고래의 그림자는 낭만적인 오두막 입구에도, 늙은 과부의 비석 주문에도 새겨져 있습니다. 멜빌은 고래잡이가 삶의 배경이 아니라 삶 그 자체임을 호손의 언어로 말하게 한 거라 생각해요
「고래가 우리 배에 구멍을 뚫었어요.」"
모비 딕 - 상 오언 체이스, 에식스호 『난파기』 (1821년) ,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1820년 11월, 미국 낸터컷 출항 포경선 에식스(Essex)호가 태평양 한가운데서 거대한 향유고래의 공격을 받아 침몰했습니다. 생존자들은 구명보트로 96일을 표류하며 극한의 생존 투쟁을 벌였습니다. 일등 항해사 오언 체이스(Owen Chase)가 이 경험을 직접 기록한 『에식스호 난파기』(1821)는 당시 미국에서 큰 화제가 됐습니다. 멜빌은 젊은 시절 실제로 에식스호 선장 조지 폴라드를 직접 만났으며, 체이스의 아들에게 이 책을 빌려 읽었습니다. 『모비 딕』의 직접적 원형입니다. 고래가 먼저 배를 공격하고 침몰시켰다는 실화—멜빌은 이것을 소설의 결말로 사용했습니다. 단 한 문장 "고래가 우리 배에 구멍을 뚫었어요"를 발췌한 것은 소설 전체가 이 한 문장으로부터 출발했음을 고백해요
이 80여 개의 발췌문이 말하는 것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보면 어떨까요? 고래는 인류가 기억을 기록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성경에서 신문에 이르기까지, 예루살렘에서 낸터컷에 이르기까지, 한 번도 인간의 상상력 바깥에 있었던 적이 없다. 멜빌은 이 목록으로 독자에게 말합니다. "당신이 지금부터 읽을 이 이야기는 나의 소설이 아닌 인류 전체의 이야기다" 라고.
오, 보기 드문 늙은 고래여, 폭풍과 돌풍 몰아치는 바다의 집에서 그대는 힘센 거인일지니, 그곳에서 힘은 곧 정의요, 그대, 무량한 바다의 왕일지어다."
모비 딕 - 상 『고래의 노래』 — 발췌 섹션의 마지막 구절 ,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이 구절이 작가 미상이라는 사실 자체가 의미심장합니다. 발췌 목록의 거의 모든 것은 출처가 있습니다. 성경, 고대 철학자, 셰익스피어, 홉스, 과학자, 탐험가, 정치가… 그런데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 노래는 누가 썼는지 모릅니다. 뱃사람들 사이에서 불리던 노래가 쌓이고 쌓여 익명의 집단 창작물이 된 것입니다. 발췌 목록은 창세기에서 시작했습니다. 신이 고래를 만들었다는 선언. 그리고 수천 년에 걸쳐 성경, 고대 그리스, 로마, 르네상스, 계몽주의, 낭만주의, 과학혁명을 통과해서 마침내 이 익명의 노래로 끝납니다. 학식 있는 자들의 언어가 아닌, 실제로 고래와 맞붙어 살았던 이름 없는 뱃사람들의 목소리. "힘은 곧 정의요, 무량한 바다의 왕"—이 구절은 에이해브와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노래 속 고래는 도덕이 없습니다. 강한 것이 옳은 것이고, 바다에서 왕은 고래입니다. 에이해브는 그 질서에 맞서 "불의다, 복수하겠다"고 외치는 인간입니다. 익명의 뱃사람들은 그냥 노래했습니다. "저 고래는 왕이야." 에이해브만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발췌 섹션 전체가 이 마지막 노래를 향해 흘러갑니다. 인류의 모든 지식과 언어로 고래를 둘러쌌을 때, 마지막에 남는 것은 이름 없는 자들의 경외심입니다. 멜빌은 그 경외심이 가장 정직한 반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내 이름은 이슈마엘.
모비 딕 - 상 1.어렴풋이 드러나는 것들,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성경 속 이슈마엘 구약성경 창세기에서 이슈마엘은 아브라함의 첫째 아들입니다. 그런데 정실 부인 사라가 아니라 이집트 출신 여종 하가르에게서 난 아들입니다. 나중에 사라가 아들 이삭을 낳자 이슈마엘과 하가르는 광야로 쫓겨납니다. 물도 없는 사막에 버려져 죽음 직전에 이릅니다. 신이 나타나 물을 주고 살려주면서 말합니다. "그는 들나귀 같은 사람이 될 것이다. 그의 손이 모든 사람을 치고, 모든 사람의 손이 그를 칠 것이며, 그는 모든 형제와 맞서 살 것이다." 쫓겨난 자, 아웃사이더, 세상과 불화하는 자. 이것이 이슈마엘의 운명입니다. 소설 속 이슈마엘 멜빌의 이슈마엘은 그 이름에 충실합니다. 그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가족도, 직업도, 고향도 희미합니다. "수중에 돈도 거의 떨어지고 뭍에서는 이렇다 할 흥미로운 일도 없어서" 배에 오릅니다. 육지에서 쫓겨나듯 바다로 향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소설에서 이슈마엘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화자입니다. 그는 피쿼드호의 항해 전체를 목격하고 기록하는 눈입니다. 에이해브의 광기, 모비 딕과의 싸움, 배의 침몰—이 모든 것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유일한 통로입니다. 그런데 묘한 것은 이슈마엘이 소설 중반부터 거의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에이해브와 고래 이야기가 커질수록 이슈마엘은 뒤로 물러납니다. 자기가 이야기 속에 있는 건지 그것을 바깥에서 보는 건지 경계가 흐릿해집니다. 둘째, 생존자입니다. 소설의 끝에서 피쿼드호가 침몰할 때 살아남는 사람은 이슈마엘 단 한 명입니다. 성경의 이슈마엘이 광야에서 살아남은 것처럼. 그는 관棺 위에 떠서 구조됩니다. 에이해브가 신에게 맞서다 죽는다면, 이슈마엘은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 살아남아 이야기를 전합니다. 멜빌의 의도 이슈마엘이라는 이름은 두 가지를 동시에 말합니다. 하나는 세상과 맞지 않는 자입니다. 뭍에서 안정을 찾지 못하고 바다로 나가는 사람, 어떤 공동체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는 사람. 멜빌 자신이 그랬습니다. 포경선을 탔고, 문명을 떠났고, 돌아와서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소설을 썼습니다. 다른 하나는 목격자이자 증인입니다. 성경에서 이슈마엘은 버려졌지만 살아남아 큰 민족의 조상이 됩니다. 멜빌의 이슈마엘은 에이해브의 비극을 목격하고 살아남아 이 이야기를 세상에 전합니다. 그가 살아남지 않았다면 이 소설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소설의 첫 문장 "내 이름은 이슈마엘"은 그래서 단순한 자기소개가 아닙니다. "나는 쫓겨난 자다, 나는 아웃사이더다, 그리고 나는 살아남아 이것을 당신에게 전한다"는 선언입니다.
카토는 철학적인 미사여구를 들먹이며 제 칼에 몸을 던지만, 나는 조용히 배에 오른다. 조금도 놀랄 일이 아니다. 몰라서 그렇지 알기만 하면 사람들 대부분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순간에는 바다에 대해 나와 거의 똑같은 감정을 느낄 것이다.
모비 딕 - 상 1.어렴풋이 드러나는 것,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이슈메일은 우울하거나 삶에 지쳤을 때, 총을 집어들거나 일부러 장례식을 따라다니는 대신 바다로 향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거리에서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그들도 자신과 똑같은 감정, 즉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바다에 대한 끌림, 막연한 우울,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충동 같은 것을 느끼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감정은 스토아 철학과도 연결됩니다. 인간은 자신보다 거대한 것(바다, 자연, 운명) 앞에 섰을 때, 자신의 작음을 깨닫고 동시에 이상하게 위로를 받거나 끌리는 감정을 느끼거든요. 흰 고래(모비딕)라는 거대하고 통제 불가능한 운명 앞에서 굴하지 않는 인간의 모습이 스토아 철학과 맞닿아 있는 거죠.
표면적으로는 분명히 모순처럼 보입니다. 하나는 "거대한 것 앞에 작아지며 위로받는" 수용의 태도 다른 하나는 "거대한 운명에 굴하지 않고 맞서는" 저항의 태도 어떻게 같은 철학에서 나올 수 있을까요? 스토아 철학은 사실 이 둘을 단계적으로 봅니다. 먼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의 크기를 있는 그대로 인정합니다. 바다가 거대하다는 것, 죽음이 온다는 것, 운명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첫 번째 태도, 즉 수용입니다. 그런데 그 수용이 굴복이나 포기가 아닙니다. 거대함을 인정한 후에도, 그 앞에서 자신의 의지와 태도는 내가 선택한다는 것이 스토아의 핵심입니다. 이것이 두 번째 태도, 즉 불굴입니다. 모비딕으로 비유하자면, 이슈메일과 에이헤브는 이 두 태도를 각각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이슈메일은 바다의 거대함 앞에서 자신의 작음을 받아들이고 위로를 얻는 인물이고, 에이헤브는 흰 고래라는 운명에 끝까지 맞서며 굴복하지 않는 인물입니다. 멜빌은 이 두 인물을 통해 스토아적 긴장감, 즉 수용과 저항 사이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겁니다. 그래서 이 둘은 대립이 아니라, 하나의 철학 안에서 서로를 완성시키는 두 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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