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 딕

D-29
인간의 위대함이란 질병에 불과한 것을.
모비 딕 - 상 16.배,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집착, 광기, 치유되지 않는 상처, 혹은 극단적인 우울함 같은 내면의 '질병(결함)'. 정신적·육체적 균열이야말로 인간을 평범함 너머의 '위대함'으로 밀어 붙일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에이해브가 앞으로 보여줄 파멸적인 광기가 인간이라는 존재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이고 고귀한 형태의 투쟁(위대함)이 될 것임을 독자에게 미리 선언 하네요.
수염조차 넘침이 없어서 챙 넓은 모자의 닳아 빠진 보풀마냥 그의 턱에 보풀 같은 수염만 부드럽고 알뜰하게 돋았다.
모비 딕 - 상 16 배. 빌대드선장의 묘사 중,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왜 '챙 넓은 모자(broad-brimmed hat)'였을까 그의 종교적 배경과 성격 1. 퀘이커교도(Quaker)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상징 빌대드 선장은 낸터컷의 아주 엄격한 퀘이커교(종교개혁 시기 영국에서 발생한 개신교 교파) 신자입니다. 역사적으로 퀘이커교도들은 세속의 화려한 패션을 거부하고 극도로 단순하고 수수한 옷을 입었습니다. 이때 그들이 썼던 대표적인 모자가 바로 평평하고 챙이 아주 넓은 검은색 또는 담갈색 모자였습니다. 즉, '챙 넓은 모자'는 그가 세속적인 허영을 멀리하는 독실한 퀘이커교도임을 한눈에 보여주는 시각적 표식입니다. 2. 세상을 향해 눈을 가리는 '영적 맹목성' 실용적인 면에서 챙이 넓은 모자는 햇빛을 가려줍니다. 하지만 문학적인 관점에서 이 모자는 빌대드의 '좁고 닫힌 시야'를 상징합니다. 빌대드는 평생 바다 괴물의 피를 흘리며 가혹하게 선원들을 착취해 부를 쌓았으면서도, 머리로는 "재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마라"는 성경 구절을 읊조리는 모순적인 인물입니다. 챙 넓은 모자는 그가 자신의 물질적 탐욕과 종교적 위선 사이의 모순을 교묘하게 외면하고(시야를 가리고), 오직 자신이 보고 싶어 하는 좁은 교리와 이익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고집스러운 내면을 시각적으로 은유합니다. 3. '낡아 빠진 보풀'과의 연결성 그가 쓴 모자의 챙은 오랫동안 거친 바닷바람과 풍상을 맞으며 가장자리가 헤져 보풀이 일어났습니다. 멜빌은 그의 턱에 돋아난 빈약한 수염을 이 모자의 닳아 빠진 보풀에 비유함으로써, 빌대드라는 인물이 평생 지켜온 완고한 신념(모자)과 그의 육체(수염)가 완전히 동화되어 버렸음을 보여줍니다. 신념도, 육체도, 성격도 모두 쓸데없는 낭비 없이 '알뜰하게' 닳아 가고 있는 완고한 노인의 초상을 이 모자 하나로 완성한 것입니다. 단 한 문장의 묘사만으로 인물의 평생에 걸친 성품과 살아온 궤적을 이토록 완벽하게 압축해 내는 허먼 멜빌의 문장력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들꿩이 초원에 살듯 그들은 바다에 산다. 그들은 파도에 몸을 숨기고 영양 사냥꾼이 알프스에 오르듯 파도를 탄다.
모비 딕 - 상 14. 낸티컷,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갈매기들이 해 지면 날개를 접고 파도 사이에서 흔들리며 잠을 자듯, 먼바다에 저녁이 내리면 돛을 말아 올리고 베개 밑으로 바다코끼리와 고래가 떼 지어 지나는 곳에 누워 잠을 청해.
모비 딕 - 상 14. 낸터컷 사람들 ,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인간의 위대함이란 질병일 뿐이다. Man's greatness is but disease.
모비 딕 - 상 16. 배,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망망대해에서 많은 밤을 불침번으로 지새우며 고독과 고요를 경험하고, 여기서는 볼 수 없는 북해의 별자리 밑에서 관습을 벗어나 독자적으로 사고하는 힘을 키우며, 자연이 자발적으로 은밀히 내맡긴 순결한 가슴에서 갓 나온 달콤하거나 야만적인 인상을 모두 흡수했을 뿐만 아니라 우연한 모험을 거치면서 대담하고 힘차며 고상한 언어를 배운 사람의 내면에서, 세계만큼이나 넓은 두뇌, 그리고 육중하고 단단한 가슴과 결합한다면, 그는 온 나라를 통틀어 하나뿐인 숭고한 비극에 어울리는 대단히 화려한 인물이 된다. 연극의 관점으로 봤을 때 태생이나 다른 어떤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해 천성의 밑바닥에 반쯤은 의도적으로 보이는 과도한 우울함을 지녔더라도, 이 인물의 가치는 전혀 훼손되지 않는다. 비극에 적합한 위대한 인물은 어느 정도 병적인 우울함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야망에 부푼 젊은이들이여, 명심하라. 인간의 위대함이란 질병이다.
장 그리니에가 제자 카뮈를 잃고 7년이 지나서야 겨우 입을 열었을 때, '카뮈를 추억하며' 속 회고의 심연에는 뜻밖에도 허먼 멜빌이 있었다. 갈리마르판 카뮈 전집의 에세이와 수첩 속, 카뮈가 평생 비밀처럼 품고 다녔던 대양(大洋)과 형이상학의 흔적들을 원문으로 짚어낸디. Ⅰ. 알베르 카뮈의 에세이 〈허먼 멜빌 (Herman Melville)〉 (1952) 이 글은 카뮈가 마제노(Mazenod) 출판사의 《유명 작가들》 전집을 위해 쓴 비평문입니다. 카뮈가 멜빌에게 바친 가장 정제된 헌사입니다. (주요 문단 전문을 번역했습니다.) 1. 프랑스어 원문 (Excerpt) "S’il est vrai que le talent réorganise la vie, tandis que le génie y ajoute un mythe, Melville est d’abord un créateur de mythes. [...] Les livres admirables de Melville sont de ces œuvres exceptionnelles qu’on peut lire de différentes manières. Ils sont à la fois évidents et obscurs, sombres comme le soleil et transparents comme l’eau profonde. [...] Melville n’a jamais écrit qu’un seul livre, qu’il a recommencé sans cesse. Ce livre unique est l’histoire d’un voyage, d’abord inspiré par la curiosité joyeuse de la jeunesse, puis habité par une angoisse de plus en plus sauvage et brûlante. [...] Traversé par ce récit sans défaut — qu'on peut placer au rang des plus belles tragédies grecques — Melville vieillissant nous dit que, si l'ordre doit être maintenu, il a d'abord accepté le sacrifice de la beauté et de l'innocence." 2. 한국어 완역 (전문 구성) "재능이 삶을 재구성하는 것이라면, 천재는 삶에 하나의 '신화'를 덧붙이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멜빌은 무엇보다도 신화의 창조자이다. 멜빌의 이 경이로운 책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읽힐 수 있는 아주 드문 작품들이다. 그것들은 명백한 동시에 모호하며, 한낮의 태양처럼 어두우면서도(sombres comme le soleil) 깊은 바닷물처럼 투명하다. 그리하여 현자나 아이나 모두 거기서 자신의 양식을 찾을 수 있다. 멜빌은 평생 단 한 권의 책만을 썼으며, 그것을 끊임없이 다시 시작했을 뿐이다. 이 단 하나의 책은 바로 '항해의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젊은 날의 즐거운 호기심에서 시작되었으나, 점차 더 거칠고 뜨거운 고뇌가 그 자리를 채웠다. 그리스 최고의 비극들과 나란히 놓일 수 있는 이 결점 없는 이야기들을 통해, 노년의 멜빌은 우리에게 말한다. 인간의 질서가 유지되어야 한다면, 그는 무엇보다 먼저 아름다움과 순수함의 희생을 받아들여야 했다고 말이다. 멜빌이 결국 그 가혹한 질서를 받아들였는지, 아니면 스스로 바랐던 것처럼 '산호초 너머, 햇빛 없는 바다 속으로' 인도되기를 원했는지는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삶과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긴 고뇌를 응시하는 자라면, 자기 정복의 결실이기에 더욱 고통스러웠던 그의 대답이 지닌 위대함을 결코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Ⅱ. 《작가수첩 (Carnets)》 속의 메모들 (1942~1951) 카뮈가 수십 년간 품고 다녔던 멜빌에 대한 내밀한 단상들입니다. 1. 1949년의 기록 (35세의 카뮈가 적은 글) "Melville à 35 ans : J’ai consenti à l’annihilation." (35세의 멜빌: 나는 소멸에 동의했다.) 주석: 카뮈는 자신도 35세가 되던 해에 이 문장을 적으며, 멜빌이 겪었던 창작의 고통과 실존적 허무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2. 항해와 고향에 대하여 (Carnets II) "Le voyage de Melville. Il n’y a pas de terre promise pour celui qui a contemplé l’infini de l’océan. La seule patrie, c’est le pont du navire." (멜빌의 항해. 대양의 무한함을 응시한 자에게 약속된 땅은 없다. 유일한 조국은 배의 갑판뿐이다.) 3. 육체와 형이상학 (Carnets III) "Le secret de Melville est de ne jamais séparer la chair de l'esprit, ni l'océan de la métaphysique." (멜빌의 비밀은 결코 육체와 정신을 분리하지 않으며, 바다와 형이상학을 떼어놓지 않는 데 있다.) Ⅲ. 《반항인 (L'Homme révolté)》 중 에이허브 분석 카뮈의 철학적 주저에서 멜빌을 직접 인용한 대목입니다. "에이허브의 반항은 형이상학적 반항이다. 그는 단지 고래를 잡으려는 것이 아니라, 창조주에게 피조물의 고통에 대한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것이다. 그는 악에 맞서기 위해 스스로 악이 되는 파멸의 논리를 보여준다." Ⅳ. [진짜 추가 기록] 웁살라 대학 강연 (1957) 노벨 문학상 수상 직후, 카뮈가 예술의 본질을 설명하며 멜빌을 언급한 대목입니다. "가장 위대한 작품은 언제나 멜빌, 톨스토이, 몰리에르의 작품처럼, 세상의 떨리는 육체와 그 세상에 대한 인간의 저항 사이에서 완벽한 균형을 유지하는 작품입니다." 대양의 무한함을 응시한 자들에게 안온한 고향이나 약속된 땅은 없다. 오직 흔들리는 갑판 위, 끊임없이 다시 시작하는 에이허브의 흰 고래, 시지프의 바위, 그리고 리외의 페스트로 그 형태를 바꿀 뿐이다. 부조리한 악에 맞서는 이 가혹한 질서들은 결국 하나의 신화적 계보로 수렴된다.
23. 바람이 닿는 해안 불킹턴이라는 인물을 통해 진리 탐구의 고통과 가치를 설명하는 장입니다. 더없이 경이로운 것들은 언제나 말로 표현할 수 없고, 가슴 깊은 곳의 추억에는 묘비도 세울 수 없는 법이니, 이 짧은 장은 벌킹턴의 비석 없는 무덤인 셈이다. 폭풍우에 뒤집혀 바람이 불어 가는 해안을 따라 하릴없이 떠밀리는 배처럼 그에겐 그게 어울린다고만 해두자. 항구는 자비롭다. 항구에는 ...우리 인간에게 다정한 모든 것이 있다. 하지만 그런 돌풍 속에서는 항구가, 육지가, 배에게 가장 긴박한 위험이 된다. 배는 모든 환대를 피해 달아나야 한다. 조금이라도 뭍에 닿았다간, 용골을 살짝 스티기만 해도 충격에 몸서리칠 것이다. 그리하여 배는 돛을 모두 펼치고 온 힘을 다해 해안에서 멀어지려 한다. 배는 고향으로 불어 가려는 바람에 맞서 싸우고, 파도가 휘몰아치는 망망대해로 나갈 방법을 모색한다. 피난처를 찾겠다며 필사적으로 위험에 몸을 던지는 것이다. 유일한 친구가 가장 가혹한 원수라니! 깊고 진지한 생각이란 모두 바다의 광활한 독립성을 지키려는 영혼의 용맹한 노력에 다름 아니며, 하늘과 땅의 거친 바람이 서로 힘을 합쳐 위험하고 비열한 해안으로 배를 내동댕이치려 한 다는 것을, 도저히 감내하기 힘든 그 진실을 어렴풋이나마 알아차릴 수 있겠는가? 하지만 가장 숭고한 진리, 신처럼 가없고 무한한 진리는 망망대해에만 존재한다. 그러니 바람이 아우성치는 무한한 바다에서 죽어 없어지는 편이 바람이 불어 가는 해안에 수치스럽게 내던져지는 것보다 낫다. 설사 그곳이 안전한다 할지라도 누가 벌레처럼 뭍으로 기어 가겠는가? 끔찍한 그 공포! 이 모든 고통이 다 부질없단 말인가? 굳세어라, 벌킹턴, 굳세어라! 불굴의 의지로 버텨라, 영웅이여! 그대가 죽어 묻힐 바다의 물보라, 그것에서 그대는 신이 되어 솟아오르리!
바람이 아우성치는 무한한 바다에서 죽어 없어지는 편이 해안에 수치스럽게 내던져지는 것보다 낫다. 설사 그곳이 안전하다 할지라도.
모비 딕 - 상 23. 바람이 닿는 해안,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23. The Lee-Shore "Better is it to perish in that howling infinite, than be ingloriously dashed upon the lee-shore, even if that were safety!" 전도된 세계 (육지와 바다)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에서 배에게 가장 위험한 곳은 역설적이게도 '육지(풍하측 해안, Lee-shore)'입니다. 멜빌은 이를 인간 정신의 영역으로 확장합니다. 뭍 (육지): 당장 눈앞의 안락함, 사회적 관습, 타협. 그러나 머무는 순간 영혼을 벌레처럼 지라하게 만들고 결국 좌초시키는 '비겁한 파멸'의 공간. 바다 (심연): 고독하고 위험하지만, 온전한 자유와 신에 버금가는 최고 존엄의 진리가 존재하는 '고결한 투쟁'의 공간. 두 가지 감정의 명확한 대조: '그 공포' vs '이 모든 고통' 단어의 결을 예리하게 쪼개어 보았을 때, 이 두 감정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 공포 (The dismay)' = 뭍을 향한 두려움 폭풍이 무서운 게 아닙니다. 힘들다고 해서 저 눈앞의 안락함과 타협의 세계(육지)로 도망쳐, 결국 내 영혼이 비겁하게 노예처럼 죽어버리면 어쩌지? 하고 느끼는 실존적 두려움입니다. '이 모든 고통 (All this agony)' = 바다에서의 시련 육지라는 굴욕적인 좌초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친 바다 한가운데서 폭풍과 파도를 온몸으로 맞으며 감내하는 실제적인 고생과 시련입니다. "이 모든 고통이 다 부질없단 말인가!"의 진짜 의미 "내가 저 비겁한 육지로 도망치지 않으려고 이 거친 바다에서 그토록 치열하게 버텨온 **이 모든 고통(바다의 시련)**이, 고작 마지막에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뭍으로 기어가 좌초됨으로써 다 허사가 되어버린단 말인가? 그럴 수는 없다!"라는 영혼의 절규입니다. 멜빌의 의도와 독자의 냉철한 시선 멜빌의 의도: 멜빌은 안락한 노예(육지의 벌레)로 살 바에는, 부서질지언정 온전한 나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해 거친 바다로 나아가라고 촉구합니다. 그렇게 가혹한 운명에 맞서 자기 영혼의 온전한 주인이 된 인간을 '신처럼 고귀한 존재(Demi-god)'라 찬미합니다. "신이 되어서 뭐하게.. 신이 될 필요는 없잖아" 여기서 '신이 된다'는 것은 전지전능한 창조주가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내 삶과 영혼의 온전한 주인이 된다"는 뜻입니다. 인간을 지배하는 것들로부터의 독립: 당시 사회는 종교, 관습, 법, 그리고 사회적 안전망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생각을 통제했습니다. 멜빌이 보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이나 사회가 정해놓은 운명에 순응하며 살았습니다. 비극적일지라도 나로서 존재하는 것: 에이합 선장이나 불킹턴 같은 인물들이 거친 바다로 나가는 이유는, 신에게 도전해서 신의 자리를 뺏으려는 것이 아닙니다. 신이 만든 가혹한 운명이나 거대한 우주(모비딕) 앞에서도 "나는 굴복하지 않고 내 의지대로 끝까지 싸우다 죽겠다"는 선언을 하기 위함입니다. 우주나 신의 거대함에 비하면 인간은 한낱 미약한 존재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 압도적인 운명 앞에서도 무릎 꿇지 않고 자기 눈으로 진리를 보려 하는 인간은, 그 순간만큼은 운명의 노예가 아니라 자기 세계의 '신(Demi-god)'이 된다는 것이 멜빌의 낭만주의적 철학입니다. 결국 이 장은 우리에게 "너는 안전하지만 영혼이 죽어있는 육지의 벌레로 살 것인가, 아니면 부서질지언정 온전한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해 거친 바다로 향할 것인가?"라는 아주 극단적이고도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는 셈입니다. '육지라는 비겁한 공포'에 무릎 꿇지 않기 위해, '바다라는 고결한 고통'을 기꺼이 껴안은 인간들의 이야기이며, 그 고통을 부질없게 만들지 않겠다는 실존적 선언문.
제17장 '라마단(The Ramadan)' 퀴케그가 하루 종일 굶으며 기도를 올리는 고행(라마단)을 벌인다. "심지어 독버섯을 경배하는 회합이거나, 이 지구상 어디에선가 다른 별에서는 전례를 찾아 볼 수 없는 노예근성에 사로 잡혀, 단지 광할한 땅의 소유자이며 그의 이름으로 땅이 임대된다는 이유만으로 죽은 지주의 흉상에 을 하는 사람일지라도 하챦게 여기지 않는다 ." 이스마엘이 이를 보며 인간의 종교성과 노예근성을 비판. 블랙유머를 동반한 냉소적 풍자 "지옥은 제대로 소화되지 못한 사과 푸딩에서 처음 생겨나 라마단으로 인해 대대로 소화 불랭에 걸린 사람들이 고착시킨 관념이라고. 소화 불량으로 고생한 적 없느냐는 물음에 퀴퀘그는 그런 기억은 딱 한번, 아버지 왕이 전투 승리 후 잔치를 베풀 때에 이나 죽인 쉰 명의 적을 그날 전부 요리해서 먹어 치웠다는 답을 듣는다." 문명인의 노예근성이나 야만인이나 본질은 같으니 판단하지 말고 그대로 두자.
19장 '예언자(The Prophet)' 퀴케그와 이스마엘이 피쿼드호에 탑승하기 직전, 부두에서 의문의 사내를 만나 불길한 신탁을 듣는 장 "No, no, lad; sign over soul and body together, if ye do... but something's to come. ... All's fixed; and it's up with the sail!" 아니야, 아니야, 젊은이. 배에 서명을 하려거든 영혼과 육신을 한꺼번에 넘겨주게나... 하지만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어. ... 모든 것은 이미 정해졌고, 돛은 올라갔으니까! "He's a grand, ungodly, god-like man, Captain Ahab... He’s a Ahab, boy; and Ahab of old, thou knowest, was a crowned king!" 에이합 선장은 위대하고, 신을 믿지 않으며, 신과 같은 사람이지... 그는 에이합일세, 소년. 옛날의 에이합은 왕관을 쓴 왕이었다는 걸 자네도 알지 않나! "아, 어쩌면 자네들에겐 영혼이란 게 없을지도 모르겠군. 하긴 상관없어. 영혼 없는 친구들을 많이 아는데, 그 친구들이 훨씬 더 잘 살아가거든. 영혼이란 마차의 다섯 번째 바퀴(아무 쓸모 없는 잉여물) 같은 거야." ("A soul's a sort of a fifth wheel to a wagon.") 운명론(Fatalism)과 비극의 전조 의문의 사내 '엘리야(Elijah)'는 구약성경에서 아합(에이합) 왕의 타락과 파멸을 예언했던 예언자의 이름을 따왔습니다. 엘리야는 이스마엘에게 피쿼드호에 타는 순간 "영혼과 육신을 모두 바치게 될 것"이라 경고합니다. 멜빌은 "모든 것은 이미 정해졌다(All's fixed)"는 엘리야의 입을 빌려, 이 항해가 인간의 의지로 바꿀 수 없는 비극적 파멸로 향하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경고를 무시하는 인간의 맹목성 이스마엘과 퀴케그는 엘리야의 말을 '미치광이의 헛소리'나 사기꾼의 수작으로 치부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깁니다. 멜빌은 이를 통해 인간은 눈앞에 파멸의 징조(예언)가 나타나도, 자신의 선택과 이성을 과신하느라 이를 알아채지 못하는 맹목적인 존재임을 보여줍니다. 결국 이들이 경고를 무시하고 배에 오르는 순간, 운명의 톱니바퀴는 돌이킬 수 없이 굴러가게 됩니다.
18. 그의 표시 빌대드는 ...그러다 "이따금 허리를 굽혀서 자칫 그냥 버려질지 모르는 헝겁 조각이나 타르를 칠한 노끈 조각을 집어 들었다" "영혼은 마차의 다섯 번째 바퀴"라는 엘리야의 예언과 이 장면은 연결됩니다. 펠레그는 죽음의 순간에 인간을 구하는 건 기도(영혼)가 아니라 육체적 노동이다. 그러므로 '심판' 같은 생각은 방해만 될 뿐이다라 하죠. 정작 죽을 고비에서는 살려고 발버둥 쳤으면서, 이제 와서 퀴케그의 영혼을 걱정하며 폼을 잡는 빌대드가 가소로운 것입니다. 마지막 장면(노끈 줍기)과의 연쇄. 그래서 마지막에 빌대드가 노끈을 줍는 행위가 더욱 비루하게 보이는 것입니다. 펠레그는 빌대드와 "죽음 앞에서 우린 그저 살려고 애쓰는 인간일 뿐이었다"며 그의 종교적 허세를 지적하는 설전을 벌입니다. 할 말이 없어진 빌대드는 다시 자기 본연의 모습인 '지독한 수전노'로 돌아갑니다. 영혼이니 심판이니 거창한 말을 내뱉던 입을 꾹 다물고,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 같은 노끈 한 조각을 줍는 빌대드의 뒷모습. "죽을 것 같았을 때 죽음을 생각 안 했냐?"는 물음에 펠레그는 이렇게 답하고 있는 셈입니다. "생각했지! 하지만 그건 네가 말하는 '거룩한 죽음'이나 '심판'이 아니야. 그냥 '죽기 싫다'는 처절한 몸부림이었어. 그러니 그 고통을 종교로 포장하지 마." 멜빌은 이 설전을 통해 육지의 종교(빌대드)가 바다의 날것 그대로의 실존(펠레그) 앞에 얼마나 무력하고 위선적인지를 폭로한 것입니다. 이 설전이 있었기에 빌대드가 마지막에 노끈 조각을 집어 드는 행위가 "결국 너라는 인간은 영혼보다 1센트짜리 노끈이 더 중요한 놈이구나"라는 처절한 풍자로 완성되는 것.
21장 '배에 오르다(Going Aboard) 이스마엘과 퀴케그가 동트기 전 새벽 안개 속을 걸어 배로 가고 있을 때, 네댓 명의 정체불명의 인물들이 그들 앞을 스쳐 지나가듯 배에 올라탑니다. '페달라(Fedallah)'라는 인물을 우두머리로 하는 '파르시(Zoroastrian/Persian) 출신의 비밀 포경 보트 선원들'입니다. 에이합 선장은 오직 흰 고래 '모비딕'을 잡겠다는 사적인 복수심에 미쳐 있습니다. 그래서 선주들(빌대드, 펠레그) 몰래, 오직 자신만을 위해 목숨을 바쳐 고래를 잡을 정예의 이교도 선원 5명을 새벽 안개를 틈타 배 밑창에 숨겨둔 것입니다. 일라이(엘리야)가 말한 것과 이스마엘이 본 "4명쯤"의 의미 예언자 일라이가 던진 불길한 질문과 완벽하게 이어집니다. 일라이는 이스마엘에게 "네댓 명의 사내들이 그 배(피쿼드호)로 들어가는 걸 보지 못했나?" 하고 물었었습니다. 이스마엘은 그때 "보지 못했다"고 답하며 일라이를 미치광이로 취급합니다. 그런데 21장 새벽, 이스마엘은 자기 눈으로 직접 "네댓 명의 사내들(four or five men)"이 안개 속을 지나 배로 쏙 들어가 버리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이스마엘은 순간 소름이 돋아 일라이의 예언을 떠올리며 그들을 뒤쫓아가 보지만, 배 안은 너무 어둡고 조용해서 아무도 찾지 못합니다. 멜빌은 독자에게 이스마엘보다 한발 앞서 에이합의 지독한 광기와 음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귀신 같은 분위기 연출: 이 비밀 선원들은 소설 중반부가 될 때까지 배 밑창에 숨어 지내며 밖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스마엘의 눈에는 마치 피쿼드호가 '귀신이나 악마를 태운 유령선'처럼 보이게 만드는 효과를 줍니다. 예언의 소름 돋는 적중: 미치광이 구걸꾼인 줄 알았던 일라이의 말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아떨어지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이 배는 이미 정해진 파멸(운명)을 향해 가고 있다"는 복선을 더욱 짙게 깔아버리는 것.
얼어붙을 것처럼 차가운 물보라에 온몸이 얼음으로 뒤덮여 마치 광택이 나게 잘 닦은 갑옷을 입은 것 같았다... 뱃머리에는 크게 휘어진 고드름이 코끼리의 하얀 엄니처럼 매달렸다.
모비 딕 - 상 22. 메리 크리스마스 중 피쿼드 호,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불쌍한 빌대드 영감은... 보이지 않는 머나먼 동쪽 대륙에 닿은 망망대해를 바라보고, 뭍을 돌아보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좌우를 살펴보고, 그렇게 모든 곳을 바라보면서도 실은 아무 데도 바라보지 않았다. 펠레그는 좀 더 철학자 다운 태도로 상황을 받아들였다. 등불을 가까이 대자 눈에 맺힌 눈물 방울이 반짝였다. "3년 후 오늘 여러분을 위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저녁상을 낸터컷에 차려 놓겠네. 만세, 잘 가게!
모비 딕 - 상 22. 메리 크리스마스,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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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버지는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4. <아버지의 시간>[도서 증정] 《아버지를 구독해주세요》마케터와 함께 자유롭게 읽어요~! <책방지기의 인생책> 좋은 날의 책방과 [아버지의 해방일지] 함께 읽기
한 출판사에서 나온 이토록 다양한 책들의 향연, 오늘 당신이 고를 이야기는?
[김영사/책증정] 쓰는 사람들의 필독서!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함께 읽기[김영사 / 책 증정] <새로운 실용주의 과학철학> 편집자 & 번역가와 함께 읽기[김영사/책증정] 무작정 퇴사하기 전에, <까다로운 사람과 함께 일하는 법> 함께 읽기[벽돌책 독파] 주자와 다산의 대결 <두 개의 논어> 편집자와 함께 읽기 [김영사/책증정]수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세상은 아름다운 난제로 가득하다》함께 읽기
같이 연극 보실 분들, 구합니다.
[그믐연뮤번개] 3. [독서x관극x모임지기 토크] 우리 몸에 살고 있는 까라마조프를 만나다[그믐연뮤번개] 2. [독서x관극x번역가 토크] 인간 내면을 파헤치는 『지킬앤하이드』[그믐연뮤번개] 1. [책 읽고 연극 보실 분] 오래도록 기억될 삶의 궤적, 『뼈의 기록』
우리의 노동 일지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5. <쇳돌>[그믐연뮤클럽] 6. 우리 소중한 기억 속에 간직할 아름다운 청년, "태일"[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여러분은 일을 즐기고 있나요?[그믐밤] 4.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다시 읽기 @국자와주걱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이기원 단장과 함께 스토리의 비밀, 파헤칩니다
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1. 호러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2. 액션 + 로버트 맥키의 액션스토리 탐험단 시즌 2 : 장르의 해부학 읽기 3. 신화 4. 회고록과 성장물
한국 희곡 낭독이 이렇게 재밌다니!
<플.플.땡> 4.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플.플.땡> 3 당신이 잃어버린 것 2부<플.플.땡> 2. 당신이 잃어버린 것플레이플레이땡땡땡
히어로와 함께
카라마조프의 피도스토옙스키와 29일을[그믐연뮤번개] 3. [독서x관극x모임지기 토크] 우리 몸에 살고 있는 까라마조프를 만나다
나이지리아 소설가, 치누아 아체베
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8.신의 화살, 치누아 아체베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7.더 이상 평안은 없다, 치누아 아체베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6.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치누아 아체베
혼자이기에 오히려 깊이 읽은 책들
<인간의 대지> 오랜만에 혼자 읽기 『에도로 가는 길』혼자 읽기천국의 열쇠 혼자 읽기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부커상을 받았어요
[책증정][1938 타이완 여행기] 12월 18일 오후 8시 라이브채팅 예정! [이 계절의 소설_봄]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함께 읽기[Re:Fresh] 3. 『채식주의자』 다시 읽어요.[서울국제작가축제X비채] 버나딘 에바리스토의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함께읽기 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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